Druid RAW novel - Chapter 411
0410 이름
“우리 어디 가는 거양?”
내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도중, 뒷좌석을 점령하고 있는 뿔쇠오리들이 퍼덕거렸다.
배를 타고, 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니 지루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던 녀석들인 만큼, 비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기다리는 것은 불편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겠지.
“앞으로 너희가 살 곳으로 갈 거야. 쥐나 고양이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이니까, 기대해도 돼. 먹을 것도 풍족하고, 새끼들 키우기도 딱 좋은 곳이지.”
“와! 조아!”
어떻게 보면 동물들의 유토피아나 다름없는 곳이 우리 동물원이었다. 그런 곳으로 간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뿔쇠오리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뒷좌석에서 파닥파닥 뛰며 기뻐하는 뿔쇠오리들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신수의 둥지가 아니라 괴물의 둥지가 운영되고 있을 시각이었다.
낮보다 수월하게 동물원의 후문을 통해 동물원으로 들어온 나는 다섯 쌍의, 총 열 마리의 뿔쇠오리들을 차에서 내려주었다.
녀석들은 차 주변에서 뽈뽈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펭귄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신체 구조가 다른 녀석들은 엎드린 듯한 자세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족보행 상태로 뒤뚱뒤뚱 걷는 것보다는, 티라노같이 앞발이 극히 짧은 공룡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에 가까웠다. 다리가 몸의 뒤쪽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 걸음으로는 동물원 내부, 정확히는 아쿠아리움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더군다나 괴물의 둥지가 운영 중인 상황이었기에, 참가자들을 피해서 갈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걸어야 하니까, 너희는 여기에 타서 가자.”
트렁크에 매번 넣고 다니는 왜건을 꺼내 펼쳤다. 뿔쇠오리들이 오를 수 있도록 뒷면 고정 장치를 개방해 주니, 녀석들은 재빨리 왜건에 올라탔다.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안착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왜건을 끌고 움직였다.
“아, 일단 소은이한테는 먼저 보여줘야겠지.”
그런데 아쿠아리움을 향해 움직이던 도중, 바로 아쿠아리움으로 가는 것보다는 소은이와 안면을 트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방향을 틀어, 집을 향해 움직였다. 도중에 호랑이 무리에게 쫓기는 참가자를 피한다고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금세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아빠 왔다!”
현관을 열며 가볍게 소리치니, 집안에서 우당탕탕 소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소은이와 은수가 호다닥 달려 나왔다.
그 모습을 보니 동물원에 주택을 지어서 사는 것이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됐다.
“압빠아아!”
“아뿌!”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내게 달려와서 안겨드는 아이들을 안아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안고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주었다.
꺄르륵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다시금 바닥에 내려놓으니, 아이들의 관심이 내 뒤에 있던 뿔쇠오리들에게로 향했다.
“압빠! 펭귄이야?!”
“눈나, 페엥이 친구야!”
아이들은 왜건에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왜건에 몸을 기울였다. 그 내부에 열 마리의 뿔쇠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그마한 펭귄과 비슷하게 생긴 외형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무척이나 귀여웠다.
“와, 얘들 정말 귀엽다. 수환아, 얘들이 마라도에 있다고 했던 그 동물들이야?”
어느새 다가온 누나 역시 뿔쇠오리들의 귀여움에 푹 빠진 듯했다.
세 사람이 왜건 옆에 옹기종기 모여 뿔쇠오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뿔쇠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걔들은 뿔쇠오리라고 하는 새야.”
“오리? 압빠, 얘들 오리야? 펭귄 아니야?”
이름에 오리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소은이는 두 눈을 아주 동그랗게 치켜뜨며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은수나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 모두가 뿔쇠오리들을 바라보며 놀랐다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오리는 아니고, 정확히는 바다오리과에 속하는 동물이야.”
“바다오리? 그럼 바다에서 사는 오리야?”
“음……. 오리라고 부르기는 하는데, 진짜 오리는 아니야. 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고, 바다오리는 도요목 바다오리과지. 아주아주 먼 관계라고 할까?”
내 말에 소은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리가 아닌데 왜 오리야?”
“오래전에 동물들의 이름이 붙을 시기에는 자세한 동물의 구별법이 없었거든. 전혀 다르지만 몇몇 특징이 비슷하면 비슷한 이름이 붙었어.”
실제로 가깝지 않은 종인데도 비슷한 이름이 붙은 동물들은 제법 많았다.
“압빠! 그럼 얘들도 조류관에 보낼 거야?”
“아니. 얘들은 어항으로 갈 거야.”
“이잉? 왜?”
“얘들이 어떤 동물이랑 닮았을까?”
“아뿌! 펭귄! 얘들 펭귄이랑 비슷해!”
내 물음에 먼저 답을 한 것은 뿔쇠오리들을 구경하던 은수였다. 손을 번쩍 치켜들며 퀴즈를 맞히는 듯했다.
그런 은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은수가 정답을 맞혔네? 맞아. 얘들은 펭귄이랑 꽤나 비슷해. 바다 근처에서 살면서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물이지.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기도 해. 그래서 뿔쇠오리들은 어항에서 지내게 될 거야. 펭귄들도 다 어항에서 지내잖아?”
“와! 그럼 펭귄들이랑 뿔쇠오리랑 같이 놀 수 있겠다!”
소은이는 펭귄과 함께 놀 수 있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 무척 좋은 듯,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해맑은 그 미소를 보고 있으니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 맞다. 소은아. 펭귄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 뿔쇠오리의 먼 친척 뻘인 동물한테 붙었던 이름이란 거 알고 있어?”
“웅? 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 펭귄은 펭귄이 아니라 다른 펭귄이었어?”
“응. 예전에, 인간이 남극까지 탐험을 해서 펭귄이라는 동물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다른 동물이 펭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고 해.”
“진짜? 그럼 원래 펭귄은 무슨 동물이야?”
소은이는 어서 말해달라는 듯이 내게 매달려서 폴짝폴짝 뛰었다.
“뿔쇠오리의 먼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큰바다오리라는 동물에게 붙었던 이름이야. 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는데, 머리가 하얗다는 의미로 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큰바다오리라는 동물의 머리에는 흰 반점 같은 게 크게 있었거든.”
“그럼 큰바다오리가 펭귄이었어? 그러면 지금 펭귄은 왜 펭귄인 거야?”
“큰바다오리가 펭귄이라고 불릴 때, 탐험가들이 남극 근처까지 도달했어. 그런데 거기에 펭귄이랑 비슷한 동물들이 있네? 동물들을 구분하는 규칙 같은 게 정립되지 않은 시기의 사람들은 비슷하다는 이유로 펭귄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야.”
소은이는 신기하다는 듯이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이는 한껏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큰바다오리 보고 싶어!”
“안타깝지만 큰바다오리는 오래전에, 1800년대 중반에 멸종하게 됐어. 그래서 사람들이 펭귄이라고 하면 큰바다오리보다 그냥 펭귄을 생각하게 된 거야. 원래 펭귄이라고 부르던 동물이 멸종해서 사라진 탓에, 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은 지금의 펭귄이 펭귄이라는 이름을 완벽하게 차지해버린 거지.”
“히잉……. 멸종 싫어!”
멸종했다는 소리에, 소은이는 무척 아쉽다는 듯한 모습으로 축- 늘어졌다. 소은이는 동물의 어느 한 개체가 멸종한다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였기에, 그런 동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것이었다.
“그치? 아빠도 그래. 그런데, 여기 있는 이 뿔쇠오리들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이야. 그러니까, 소은이가 얘들을 잘 챙겨줄 수 있지?”
내 말에 소은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금 왜건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대로 왜건 내부에 있는 뿔쇠오리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멸종하면 안 돼! 내가 잘 돌봐줄 거야!”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뿔쇠오리들을 데리고 아쿠아리움을 향해 움직였다.
소은이와 은수가 따라오려 했으나, 내일 학교와 유치원을 가기 위해서 씻고 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엄마의 엄포에 따라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뿔쇠오리들에게 손을 흔들 뿐이었다.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고선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아쿠아리움은 괴물의 둥지 시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았기에, 내부로 들어온 이후로는 무척 쾌적했다. 외부에서는 종종 동물에게 쫓기고 있는 사람들을 피해야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아쿠아리움 내부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펭귄들의 주요 활동 구역으로 움직였다. 펭귄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나름대로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도 했거니와, 여유 공간이 제법 많아서 뿔쇠오리들도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뭐양?”
그리고, 펭귄들의 구역으로 도착하니, 자그마한 갈라파고스펭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당연히 그런 펭귄들의 가장 앞에 있는 것은 페엥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이야. 너희 근처에서 같이 살 거야. 잘 지낼 수 있지?”
“문제없쪄!”
페엥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더니, 뒤뚱뒤뚱 다가오더니 왜건 내부를 보기 위해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체구조상 녀석이 점프하는 것은 겨우 몇 cm 남짓이었다. 그 수준으론 왜건의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애초에 자그마한 녀석이 짧게 뛰어봐야 거기서 거기였다.
“안 보이는 거양!”
페엥은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며, 어서 새로운 친구들을 보여달라며 난리였다.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왜건을 열어주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나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있었다. 바로, 뿔쇠오리들이 왜건 내부에서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더니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펭귄과 비슷하지만, 뿔쇠오리들은 날갯짓을 통해 비행이 가능했다. 애초에 뿔쇠오리는 철새로 분류되는 조류였으니,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녀석들은 바깥에서 펭귄들의 소리를 듣던 도중,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 것이었다.
“반가운 거양!”
“오앗! 놀래쪄! 그치만 나도 반가운 거양!”
그리고, 뿔쇠오리와 갈라파고스펭귄들은 서로 유사한 점들이 있는 외형 때문인지, 순식간에 친해졌다. 녀석들은 서로 몸을 비벼대기도 하고, 부리를 맞대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기도 했다.
금세 친구가 된 듯한 녀석들은 한 무리로 뭉쳐, 아쿠아리움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펭귄들이 뿔쇠오리들에게 아쿠아리움을 소개해 주는 것에 가까웠다.
“여기는 밥 먹는 곳이양!”
“저거 맛있게쪄!”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되는 거양!”
“와아아앙!”
먹이 용도로 풀어놓은 정어리나 멸치 같은 것들을 사냥해 먹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 수조에 잠수해서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나름대로 깊게 잠수할 수 있는 뿔쇠오리였기에, 녀석들은 펭귄들의 안내를 따라 아쿠아리움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어느새 펭귄들의 친구인 바다거북이나 상괭이 같은 녀석들과도 친구가 되어 있었다.
펭귄들과 절친한 친구가 되며 아쿠아리움에 순식간에 적응한 녀석들은 어느새 펭귄들과 더불어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가 되어가고 있었다.
펭귄들과 함께 수조에 무리를 지어 잠수하는 모습은 장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마치 전투기가 하늘에서 펼치는 에어쇼를 수중에서 펭귄과 뿔쇠오리들이 펼치는 느낌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펭귄과 뿔쇠오리들이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펭귄들은 뿔쇠오리처럼 몸을 숙인 채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고, 뿔쇠오리들은 바닥을 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다가 나중에 펭귄과 뿔쇠오리가 서로에게 구애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래도 적응 하나는 제대로 했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