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50
0049 군견(2)
춘천으로 향하는 길. 아침 일찍 차량을 몰고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새롭게 뽑은 차량이 국산 대형 SUV 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에 성능도 가장 좋은 것이다 보니 무척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아.”
차량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으니, 조수석에 앉은 누나가 조금 전 휴게소에서 샀던 알감자를 호호- 불며 식힌 뒤 내 입가에 내밀었다.
슬쩍 감자를 쳐다본 나는 그대로 입을 벌려 감자를 우걱우걱 씹어댔다.
“맛있어?”
“괜찮네. 소금도 잘 뿌렸고.”
“감자가 그렇게 좋아?”
“감자는 사랑이라고. 사실 알감자 보다는 치즈가루 뿌린 회오리 감자나 소금 뿌린 감자튀김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애 입맛이 따로 없네- 하며 고개를 내저은 누나는 냠- 하고 소리를 내며 알감자 하나를 입에 털어넣었다.
“나중에 우리 애기도 너처럼 감자에 환장하는 거 아냐?”
“환장이라니. 선호라고 해주시겠어요?”
“너 정도는 환장 맞거든요?”
나와 누나는 시시덕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열심히 움직인 차량은 금세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커브를 몇 번 도니 시골길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은 많지 않고, 간간히 차량이 있으며 큰 길가에 높은 간판을 세워둔 식당들이 있었다.
“저기 아냐?”
먼 산을 바라보듯이 앞을 멍하니 바라보던 누나는 갑자기 내 손을 톡톡 건들며 손짓했다.
누나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약간 군부대 같으면서도 군부대 같지 않은 느낌의 건물이 보여졌다.
“아, 저기 맞는 것 같아.”
군 시설이라고 네비에도 찍히지 않는 곳이었지만, 해당 시설로 찾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들은 나였기에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진입하기 위해서 앞으로 다가가니 군인이 차를 멈춰세웠다.
“어떤 용무로 찾아오셨습니까.”
“그, 군견 분양이요. 그리고 김덕구 중위님이랑 약속 되어 있어요.”
“예, 확인 되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군인의 말대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저 멀리서 또 다른 군인인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 군인은 내게 전화를 했던 김덕구라는 중위였다. 어깨에 다이아 두 개가 달린 중위는 나와 누나를 이끌고 군견 훈련소 내부로 향했다.
“처음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신청서를 보고 엄청 황당했었습니다. 보통 차량과 이동장의 사진이 담겨 있을 곳에 사람 얼굴이 있어서 엄청 놀랐었습니다.”
“아하항…….”
나는 중위의 말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신청서를 쓸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신청자가 선생님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생님 뮤튜브도 구독하고 있어서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자기도 팬이라며 가기 전에 싸인 한 번 부탁한다고 청탁아닌 청탁을 한 중위는 어느덧 한 건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곳은 군견 훈련소의 대대장이 있는 곳이었다.
온갖 예의를 갖춰 입장 허가를 받아낸 중위는 우리를 이끌고 대대장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충성!”
“충성. 그래, 저 분이 자네가 말했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신가?”
“예 그렇습니다!”
중위의 대답에, 대대장이라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손을 슥-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 군견 훈련소를 책임지고 있는 진도견입니다. 뭐……. 짬에서 밀리고 이름 때문에 여길 맡고 있습니다.”
대대장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악수를 요청했다. 설마 대대장쯤 되는 인간이 자기 이름으로 장난을 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
“김 중위에게 듣기로는 선생님의 뮤튜브에 저희 군견 훈련소의 민간 분양 정책을 홍보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군견 훈련소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제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하핫! 역시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부디 좋은 영상을 만들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김 중위, 안내해 드리게. 편의도 최대한 봐드리고.”
“예!”
중위는 각 잡힌 모습으로 경례를 하더니 나와 누나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일단, 저희 군견 훈련 시설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 곳에서는 원하는대로 촬영하셔도 됩니다.”
나와 누나는 마치 가이드가 낀 관광을 하듯, 군견 훈련소를 둘러보며 이런저런 영상을 촬영했다.
부모견 곁에서 커가는 예비 군견들을 보기도 하고, 병사들과 산책을 가는 듯한 군견들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군견들의 훈련 과정을 간단하게 참관했다.
내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훈련을 기획한 듯, 가는 곳마다 딱딱 맞춰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군견의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훈련, 체력을 기르는 훈련, 폭발물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훈련 등등. 꽤나 많은 훈련들을 구경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수환아. 우리가 데려갈 군견도 저런 걸 다 통과한 아이겠지?”
“그럴 거야. 나는 자격미달견이 아니라 은퇴견을 요청했으니까.”
군견들의 훈련을 나와 함께 모두 참관한 누나는 살짝 기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군견이 무척 믿음직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대화를 들을 수 있던 건지, 중위가 자랑스런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선생님께서 분양받으실 군견은 해당 훈련들을 모두 수료한 군견입니다. 실망하실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중위는 절대 실망할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저희 군견의 훈련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통제공격훈련을 참관하시겠습니다.”
중위는 우리를 이끌고 연병장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미리 준비되어 있던 건지, 전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과, 군견 한 마리에 담당 병사 한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군견은 상황에 따라 적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도주하는 적을 제압하는 목적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정해진 대상만을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정된 대상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습니다.”
이번 훈련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해준 중위는 시작하라며, 군견을 붙잡고 있는 병사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신호를 받은 병사가 군견에게 무어라 지시를 했다.
“와아!”
지시를 받은 군견은 눈 깜빡 하는 사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속하여 전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로 돌진했다.
“으아악!”
군견은 전신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그대로 물고 흔들기 시작했다. 두터운 보호구가 몸을 보호해주긴 하지만, 군견이 물고 흔들어대는 힘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입에서는 비명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군견의 힘이 장난이 아닌 건지, 결국 전신 보호구를 입고 있던 사람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크르르릉!”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는 듯이, 군견은 그 사람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그 사람이 저항하고 있는 것이 분명함에도, 그 팔이 마구 흔들릴 정도였다.
그 모습만 보자면 개가 아니라, 거의 곰이 연상 될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청호!”
그러나, 그런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하던 군견도, 그 이름으로 추정되는 단어를 듣자마자 공격을 중지하고 담당 군견병의 곁으로 돌아갔다.
“와……. 훈련 진짜 잘 됐는데요?”
“그렇습니다. 저, 청호라는 군견은 저희 군견 훈련소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견입니다. 은퇴가 일 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청호를 능가하는 군견이 없을 정도입니다.”
“와…….”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금씩 욕심이 들었다. 저 녀석을 데려간다면 도둑이고 나발이고, 내 주변을 건드리려는 엄두도 내지 못 할 텐데.
하지만 너무 아쉬웠다. 내가 데려갈 수 있는 은퇴견이 아니라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마음에 드십니까?”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죠. 저 정도로 강한 힘에, 명령도 잘 따르는데다 충성심도 있어 보이고…….”
“그럼 청호를 데려가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정말요?”
“예.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저렇게 대단한 군견을 분양해 줄 리가 없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요구하는 건 간단합니다. 선생님께서 뮤트브에 영상을 올리실 때, 저희 홍보부에서 영상을 편집해드리는 조건으로 하고 싶습니다.”
“……네?”
“외람된 말이지만…… 선생님의 뮤튜브 영상 퀄리티가 조금……. 그,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편집한 다음, 선생님께 검수받겠습니다!”
“아…….”
어색하게 웃음 짓는 중위의 모습에 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편집자를 채용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이런 이야기까지 들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내게 해가 될 것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뛰어난 군견도 분양해 주고, 편집도 해 주고, 검수도 내가 할 수 있게 해 주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 정도면 아낌없이 퍼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중위의 제안을 받아, 청호라는 그 군견을 분양받을 수 있었다.
“새 쥔님, 반갑슴다! 청호임다! 잘부탁함다!”
자신이 나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지, 청호는 내게 쪼르륵- 달려와서 얼굴을 부벼댔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누나에게도 다가가 얼굴을 부비고 애교를 떨었다.
“편집이 다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믿고 맡겨 달라는 중위를 뒤로하고, 나와 누나는 청호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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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까지 가서 청호를 데리고 부산까지 다시 내려오는 길은 무척 길고, 오래 걸렸다.
아침 일찍 출발했음에도,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다 못해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끄으으으윽! 어우, 피곤해.”
“운전하느라 힘들었지?”
나는 허리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누나의 모습에 가볍게 웃으며 뒷좌석 문을 열었다.
“여기가 쥔님의 집임까?”
“그래. 앞으로 너도 같이 살 집이지.”
차에서 폴짝- 뛰어내린 청호는 기지개를 키듯 허리를 쭉 뻗더니,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와 누나의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쥔님. 이건 뭡니까? 환영 인사임까?”
“……글쎄.”
나는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보이는, 백여 마리의 까치와 까마귀들이 배를 뒤집고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현장의 중심에서 유부를 짓밟고 서 있는 남캣의 당돌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머리가 아팠다.
나는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오들오들 떨고 있는 토끼즈를 불렀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남캣님이 다 때려 눕혔샤……!”
“주인님 없으니까 결판을 내자고 했샤!”
“까치와 까마귀 비가 내렸샤!”
토끼즈의 말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나와 누나가 자리를 비웠다 보니, 유부와 남캣이 결투를 벌인 것이었다. 영지가 있었더라면 남캣을 붙잡고 막았겠지만, 그 영지도 동물들을 챙겨주고서는 자기 집으로 간 상태였으니, 남캣을 말릴 사람이 어디에도 없던 것이었다.
“쥔님. 짬타이거 기세가 대단하지 말임다.”
“야, 니 지금 뭐라 했냐.”
그리고, 남캣이 만들어낸 모습에 골치아파 하던 사이, 난데없이 청호와 남캣의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두 녀석은 잠시동안 서로를 노려보더니, 곧 이어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