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53
0052 편집자(2)
두 명의 편집자를 고른 나는, 병진이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고용계약서를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고용계약서에는 이런저런 내용이 가득하고, 마지막에는 급여에 대한 항목도 있었다. 이런저런 내용으로 깎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다른 회사들에도 다 있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두 사람은 내가 내민 고용계약서를 아주 황홀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계약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세희 어머님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앗, 수환씨. 정말 인센티브를 이렇게 준다는 건가요?”
“네. 좀 작나요?”
나는 살짝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세희 어머님을 바라보았다.
내가 정해둔 인센티브가 어떻게 보면 적은 금액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의 업로드일로부터 한 달 동안 누적된 정산 금액의 2%를 주기로 한 상태였다.
단순히 지금 상황을 따져 계산해보자면, 두 편집자가 인센티브를 나눠 가졌을 때 매 달 30만 원 가량의 인센티브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편집자를 동원해서, 더 많은 영상을 업로드 하게 되면 당연히 그 금액도 커지리라 예상해서 잡은 수치였다.
아무튼, 인센티브가 적은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세희 어머님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머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진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었거든요.”
“네? 제가 공고에도 적어둔 건데…….”
“제가 방송국에 있어서 그런가 봐요. 수환씨는 모르죠? 방송국 피디가 얼마나 버는지.”
“대충은 들었어요. 스타 피디가 아니면 억 단위는 꿈도 못 꾼다고요.”
세희 어머님은 내 말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앗항항항, 도대체 그 이야기는 누가 퍼트린 건지 모르겠네요. 제가 방송국에 몸 담은 게 이십 년이 조금 안 되거든요. 제가 얼마나 받으면서 일했다고 생각해요?”
“어…….”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 했다. 20년차 정도 되면 꽤 많은 금액을 받지 않나- 싶다가도 5천의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내 편집자로 지원한 것을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본급은 3천 중반 정도였어요. 20년차 치곤 적죠? 대신 수당이 많았어요. 초과근무 수당이요. 기본급 보다 많이 받을 때가 대부분일 정도?”
와 그럼 얼마나 일을 했다는 거야.
나는 세희 어머님의 말에 경악했다. 기본급보다 많은 수당을 받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일을 해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동갑의 편집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렇게 받는 임금에는 인센티브가 없었어요. 방송이 아무리 잘 돼도, 시청률이 얼마가 나오든,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었어요. 연에 한 번 백, 이백 정도 던져주는 게 다죠. 그것도 직급이 낮으면 없을 때가 많았고요.”
일하는 거에 비하면 돈도 적고,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한다고 돌아오는 것도 없다- 라는 세희 어머님의 푸념은, 어머님이 왜 방송국을 박차고 내 편집자로 지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그게 안정된 직장이라 할 수 있는 방송국을 박차고 뛰쳐나올 정도인가 싶었다.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조만간 관리직으로 승진하게 될 것 같아서, 그냥 뛰쳐나왔어요. 난 관리직이랑은 영 안 맞거든요. 관리직이라지만 수당 부분에서 까이는 부분이 많아지니, 임금도 낮아지는 편이고요.”
승진하기 싫어서 뛰쳐나왔다는 말에 살짝 황당함을 느꼈으나, 납득하지 못 할 부분은 아니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각성하기 이전의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장으로 승진한 양반이 부장부터는 출장비 안 나온다고 땡깡부리던 것을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사실 수환씨 팬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의미로 싸인이랑 사진 좀 부탁해도 될까요?”
“아, 앗! 저도 부탁해요!”
세희 어머님이 싸인과 사진을 부탁하자, 곁에 있던 나와 동갑의 편집자인 박영상이 손을 번쩍 들며 동조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 지은 나는 두 사람이 원하는대로 싸인을 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주었다.
“흥흥흥, 세희한테 자랑해야지. 수환씨를 만났다고 얼마나 자랑했는지 아세요? 그 때 엄마는 못 봤지 못 봤지?하면서 얼마나 약을 올리던지. 내 자식만 아니었으면 내쫓았는데.”
세희 어머님은 정말 세희에게 자랑이라도 하려는 건지, 휴대폰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휴대폰이 지잉지잉 울리며 연신 메시지가 도착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세희가 부러워 죽으려고 하네요. 앗항항항!”
자기 딸을 놀려놓고 그렇게 즐거운지, 세희 어머님은 해맑은 미소를 터트렸다.
나는 그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이 작성한 계약서를 한 부씩 챙겼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분 모두요.”
“걱정 마세요. 이 정도 임금을 주시는 걸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잘 부탁해요. 수환씨. 아니, 사장님?”
나와 두 사람은 가볍게 웃으며 두 사람과 악수했다.
그렇게 두 사람과의 계약을 확실하게 맺은 나는 곧바로 두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두 분은 앞으로 여기로 출근하셔서 영상 편집을 하시면 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자택근무도 가능해요. 그래도 웬만하면 여기서 하시는 게 편할 거예요. 영상 소스 같은 것들을 다 여기에서 보관할 예정이라서요.”
내 말에 두 사람은 출퇴근 형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영상씨는 제가 따로 일상 브이로그라고 분류해둔 영상들 위주로 편집해주시면 돼요. 가끔 동물들이 고장난 것 같은 모습이라거나, 노는 모습이 주로 담겨 있을 거예요.”
내 말에 영상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가 편집자 지원할 때 만들어낸 영상도 동물들의 일상이 담긴 소스들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영상씨에게 일거리를 내어주니, 세희 어머님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는 뭘 시킬 거냐- 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세희 어머님은…….”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돼요. 오 피디- 하고 편하게 불러도 돼요. 아니면 연희 아줌마라거나?”
세희 어머님. 아니, 연희 아줌마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어렵게 대할 필요 없다고 했다. 어차피 내가 돈을 주는 고용주이니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딱히 내게 손해가 될 것은 없었기에, 나는 연희 아줌마의 요구대로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그럼, 연희 아줌마는 조금 특별한 영상들을 위주로 편집해주시면 돼요. 광고 영상이나, 따로 기획하는 영상들이 위주가 될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뽑는 편집자 모두 영상을 번갈아 가면서 편집하게 하려고 했는데, 아줌마가 방송국 출신이시니 따로 편집하기로 했어요.”
“광고요? 벌써 광고가 들어왔나요?”
“네. 대단한 광고는 아니지만, 뮤튜브 홍보용의 광고 영상을 촬영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지금은 협의 상황이긴 한데, 제가 수락만 하면 되는 상태예요.”
편집자를 선발하는 그 시간동안, 내게 들어온 광고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광고에 대한 영상을 연희 아줌마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방송국 PD 출신이니, PPL이라던가 하는 류의 광고에 관련 된 영상 역시 만져본 경험이 있을테니 믿고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연희 아줌마 역시 자신감이 있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광고 영상이라면 쉽죠. 저도 PPL쪽으로 편집한 경험이 많으니까요.”
아줌마는 무척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자신감은 무척이나 믿음직했다.
“그럼 광고 촬영 관한 일정이 나오면 말씀드릴게요. 그 전 까지는 영상씨처럼 제가 따로 빼놓은 소스로 편집해주세요.”
“그럴게요. 아, 그런데 아이디어 구상이라도 할 수 있게 광고 아이템에 대해서 알려주실래요?”
아이템에 따라서 편집하는 방법을 다르게 하는 게 좋거든요- 하고 말하는 아줌마의 말에 나는 광고에 관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업무를 분담해준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의 자리 역시 지정해주었다.
두 명의 편집자를 구하기로 결정했을 때 부터 미리 자리를 마련해둔 상태였다. 두 대의 모니터, 거기에 고성능의 컴퓨터까지 편집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마련되어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 뮤튜브에 올릴 영상, 잘 부탁드릴게요.”
“우리만 믿어요!”
연희 아줌마는 자기와 영상씨만 믿으라며 자신감 넘치게 외쳤다.
“맞습니다. 저희만 믿으세요. 절대 임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못 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듬직하네요.”
자신감 넘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든든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자신감처럼,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무척 훌륭했다.
내가 하던 것처럼 단순히 영상의 일부를 자르고 붙이는 형식의 영상이 아니라, 화면 전환도 무척 부드러웠고 내용에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심지어, 동물들의 말을 번역해서 자막을 다는 것도 내가 하던 검은 바탕의 흰 글자와 다르게 ‘디자인’이라는 것이 적용되어 있었다.
[기존 영상도 전부다 리마스터링하져] [고등학교 수행평가 과제에서 상업용 영상으로 바로 진화했네] [이게 바로 편집자가 필요한 이유.] [드디어 편집자를 구했네. 영상 보기가 확실히 편해졌어요!]편집자의 힘인지,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좋아졌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바로 수익으로 나타났다. 영상별로, 하루를 기준으로 해서 보자면 기존 영상들 보다도 더 높은 수익이 발생하고 있었다.
편집자들이 만들어낸 영상이 올라간 지 하루만에 기존 영상에 비해서 수익이 20% 이상 상승할 정도였다.
나는 그런 두 편집자들에게 무척 만족하며, 내게 온 광고에 대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