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60
0059 새로운 가족
그 냥의 하루가 업로드 된 이후, 반응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의 대화를 자막으로 입히고, 내레이션까지 추가했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이 있다며 사람들이 좋아한 것이었다.
나는 그 반응에 힘입어, 그 이후로도 많은 영상들을 만들어냈다.
바로 다음에 만든 펩드라마는 ‘내가 라쿤이라니!’였다.
두 마리의 라쿤 중 대포동 녀석이 연기한 펩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의 주 내용은 자신의 전생이 인간이었음을 깨달은 라쿤의 생활이었다.
자신의 두 앞발을 내려다보며 입을 쩍- 벌린 채 경악하는 대포동의 표정이 압권인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었다. 대포동이 경악하는 짤이 인터넷 밈으로 돌아다닐 정도였다.
물론, 만들어낸 펩드라마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틈틈이 펩드라마들을 만들어냈다. 펩드라마가 꽤 유명해지며, 나름대로 연기자들도 동원할 수 있게 되니 보다 많은 종류의 영상들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가장 고민했던 ‘행복하게 해줄 개’ 라던가, 21세기 현실판인 토끼가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거북이를 조롱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가는 내용의 토끼와 거북이도 찍었다.
그 외에도 은혜갚은 까치를 현실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까치식 은혜갚기’도 만들어냈다.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라쿤에게 지갑을 털릴 위기에 처하자, 까치가 다른 까치들을 불러모아 라쿤을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는 내용이었다. 교훈따윈 전혀 없는 까치의 깡패적인 모습과 다굴 앞에 장사 없다는 내용을 담은 웃음에만 집중한 펩드라마였다.
당연히 그렇게 여러 펩드라마를 만드는 동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뀔 정도로. 여름과 가을이 지나고 추운 겨울마저 지난 다음, 새싹이 피는 봄을 지나 다시금 더워지는 시기였다.
지나간 그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독자 100만은 진작에 넘어 500만을 넘을 정도였고, 예비군에서 참새에게 산딸기를 따오게 시켜 참새술사라는 별명도 얻었으며 동물마다 팬클럽들이 생겨났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팬클럽은 라쿤들의 팬클럽이었는데, 너굴맨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적이라는 캐릭터가 잡히면서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남캣이었는데, 천적 마저 이기는 강인한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 보다도 더더욱 크게 느껴지는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우리 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물론, 새롭게 들인 동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새로운 식구라는 것은 바로 누나와 나의 아이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부풀대로 부풀어 있던 누나의 배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과 함께 홀쭉하니 줄어들었다.
“꺄우으으!”
“수환아! 소은이가 뭐래?”
새로운 가족. 나와 누나의 딸인 소은이의 합류와 함께 변한 것은 또 하나가 있었다.
바로, 내 능력으로 아기와도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기는 사람보다는 동물에 가깝다는 건지는 몰라도, 아기가 내뱉는 옹알이의 대략적인 느낌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 처럼 문제 없이 대화가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옹알이의 대략적인 느낌이 통하는 것이었다.
들리는 것 자체는 내게도 옹알이로 들리지만, 그 뜻이 파악 된다고 해야하는 수준이랄까? 지금처럼 옹알이를 하면 배가고프다- 라는 느낌이 드는 형태였다.
“배가 고픈가 본데?”
“그래? 우리 소은이! 맘마 먹자!”
내 말에 누나는 반색하며 소은이를 안아들었다.
누나를 똑 닮아 작은 하은이라는 뜻으로 지은 소은이라는 이름답게, 두 사람은 아주 판박이나 다름 없었다.
“안 나가?”
“뭐 어때. 내 마누라 가ㅅ……아니, 딸이 밥 먹는 거 좀 보겠다는데.”
“흥.”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어깨를 활짝 펴니, 누나는 나를 샐쭉하니 째려보고서 소은이에게 밥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왠지는 몰라도 행복한 느낌이 물씬 느껴졌다.
그러다가 금세 식사가 끝난 건지 누나가 소은이를 안아들고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잠시 등을 쓰다듬어주니, 소은이가 자그마하게 끅- 소리를 내며 트림을 했다. 그제서야 누나는 환하게 웃으며 소은이와 눈을 마주했다.
“아, 정말. 누구 딸이길래 이렇게 예쁠까?”
“내 딸이지.”
“내 딸이거든? 내가 품고, 내가 낳았거든?”
“……내가 아빠거든? 소은이 잘 때 나처럼 왼쪽 팔 들고 자는데?”
“나는 엄마거든? 소은이 나랑 완전 똑같이 생겼는데? 너도 나랑 똑 닮았다고 소은이라고 이름 짓자고 한 거잖아.”
귀엽기 그지 없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며 누나와 나는 가볍게 장난을 치며 투닥거렸다.
그러던 도중, 문이 끽-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너희들이 웬일이야?”
열린 방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우르르- 몰려온 우리집 동물들이었다. 라쿤이 자유자재로 쓰는 앞발로 문고리를 돌리고, 그 좋은 힘으로 라쿤이 매달린 문을 여는 청호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여진 것이었다.
“우리도 아 보여도!”
“맞슴다! 저희도 아가씨가 보고 싶슴다!”
“그대의 아이라니, 너무 궁금하오!”
“……………아기.”
“맞샤! 인간 아기 보고싶샤!”
우르르 몰려온 동물들은 너도나도 소은이를 보여달라며 시위아닌 시위를 했다.
아무래도 신생아에게 바로 동물들과 만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녀석들은 아직 소은이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소은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첫 날에도 꽁꽁 싸맨 상태로 왔었으니 녀석들이 볼 수가 없었다.
“소은이 보여달라는 거지?”
“오……. 어떻게 알았어?”
“쟤들 하는 거만 봐도 알지. 저기, 청호 봐. 기린마냥 고개 내밀고 어떻게든 침대 위를 보겠다고 저러고 있잖아. 허락해주지 않으니까 차마 오지는 못하겠고, 보고는 싶고.”
누나의 말에 청호를 바라보니 곧장 웃음이 터져나왔다. 침대 위를 보겠다고 고개를 쭉 내밀고, 몸까지 앞으로 한껏 내밀고 있는 그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살며시 누나를 바라보았다.
“음……. 슬슬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저번에 병원갔을 때 물어보긴 했었잖아.”
“하긴. 소은이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계속 같이 살 녀석들인데, 봐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나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동물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지키면 허락해줄게. 절대로, 소은이를 다치게 하면 안 돼. 소은이가 싫어하면 바로 피해주고. 알겠지?”
“걱정 마라! 우리도 새끼들 약한 거 다 안다 안카나!”
“쥔님, 저만 믿으십셔. 아가씨가 싫어하는 놈들은 제가 떨궈버리겠슴다!”
“보기만 하겠샤!”
“아이에게 해가 될까봐, 발톱도 전부 매끈하게 만들었소이다!”
동물들은 내 말에 방방 뛰며 기쁨을 표시했다.
잠깐 기쁨을 표시한 녀석들은 곧장 침대로 돌진했다. 재빨리 달려간 녀석들은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올리며 소은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것을 지키겠다는 건지, 아니면 녀석들도 어린 아기는 약하다는 것을 아는 건지 차마 건드리지는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나를 향해서 냥냥펀치를 갈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남캣 마저 얌전하게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으우?”
그리고,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게 된 소은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워서 눈알만 데록데록 굴리면서 바라보는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소은아. 안녕- 해야지. 안녕?”
“꺄우!”
누나가 소은이의 손을 쥐고 가볍게 흔들어주니, 소은이는 그것이 좋다는 듯이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으허억! 와 이래 귀엽노!”
“아, 아가씨……!”
“인간 아기 너무 귀엽샤!”
“이 무슨 아름다움이란 말이오!”
“………………귀엽!”
소은이의 해맑은 웃음을 바라본 동물들은 그대로 픽픽 쓰러졌다. 하나같이 귀엽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얘, 얘들 왜 이래?”
“우리 딸이 귀엽다고 기절했는데?”
“……우리 딸이 귀엽긴 하지.”
누나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에 뉘여 놓았던 소은이를 들어올려 동물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소은아, 소은이가 너무 좋아서 동물 친구들이 다 기절했네?”
“꺄오아아앙!”
누나의 말 뜻을 이해한 것이 아님에도, 소은이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짤막한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하는 소은이의 모습은 귀여움 그 자체였다. 나도 동물들처럼 널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 딸, 동물 친구들이 좋아요?”
“꺄우웅!”
정말 누나의 말을 이해하기라도 하는지, 소은이는 누나의 말에 맞춰 옹알이를 했다. 그러더니, 어디를 향해 손을 쭉- 뻗으며 다시금 몸을 버둥거렸다.
“소은아?”
꽤나 힘을 쓰며 버둥거리는 모습에 누나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소은이의 옹알이를 통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파악했기에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만지고 싶나봐. 소은이가 얘들 무는 것만 못 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만지게 해주자. 얘들이 소은이가 만진다고 공격할 애들은 아니잖아.”
일단 뭐든 입에 넣고 보려는 아기들의 특성을 떠올린 나는, 언제든지 소은이를 동물들에게서 떼어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소은이는 동물들을 잡고 입에 넣는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살려달라는 거샤!”
“소, 소은아? 놓아주면 안 될까?”
“으아아아앙!”
소은이가 토끼즈 중에 한 마리인 삼기토를 붙잡더니, 그대로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토끼가 작다고는 하지만, 아직 신생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소은이의 덩치보다 조금 작을 뿐이었다. 거의 제 몸집만한 삼기토를 끌어안고 놓질 않는 것이었다.
“소은아, 삼기토 놓아주면 안 돼?”
“흐으으……!”
소은이가 정말 누나나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건지, 내 말을 듣고서 곧바로 울먹이려고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삼기토를 포기했다. 딸이 우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사, 살려주샤!”
“미안하다……. 조금만 부탁할 게. 나중에 간식으로 보답할테니까, 부탁한다.”
“너무한 거샤!”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삼기토의 시선을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아기의 손아귀 힘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나. 삼기토도 살짝 당황해서 그런 것이었지, 아프다거나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삼기토에게 미안한 마음은 해맑게 방긋방긋 미소를 짓는 소은이를 보니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역시 소은이가 최고야!’
그래. 소은이가 삼기토를 아프게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스스로 대충 납득을 하고서, 소은이를 침대에 뉘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소은이의 곁으로 나머지 네 마리의 토끼들을 둘러주었다. 토끼들은 연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꺄아아앙!”
제 주변에 토끼가 다섯으로 불어나자, 소은이는 무척 좋다는 듯이 방긋방긋 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누나는 그런 소은이가 무척 귀여웠기에, 쉴 틈 없이 휴대폰으로 소은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댔다. 소은이에게 털을 붙잡힌 삼기토를 제외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