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76
0075 확대된 동물들
차를 몰고, 딱 법규 위반에 걸러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집으로 향하니 보이는 것은 담벼락 앞에 주차되어 있는 탑차였다. 오늘 내가 이용한 이벤트 업체의 로고가 크게 붙어 있는 탑차였다.
그리고, 그런 탑차 곁에는 돌잔치 도중 간간히 얼굴을 보게 되었던 직원들 두 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 오셨네요!”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누나와 소은이, 거기에 동물들까지 보태어 집안으로 들여보내고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에 있나요?”
“예. 혹시라도 도망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일단 닫아뒀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누나와 소은이에게 집에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고서 탑차의 뒤로 향했다.
직원들이 문을 열자, 그 안에는 포만감에 허우적거리듯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세 마리의 돼지……가 아니라 한 마리의 고양이와 두 마리의 라쿤이 있었다.
“너희들…….”
나는 세 녀석이 만들어낸 참상을 보고서 고개를 내저었다.
소은이에게 주라며 받은 아기용 과자들은 물론이고, 동물들을 키우니 주는 거라며 챙겨준 동물들의 간식거리들이 이리저리 헤집어져 있었다.
아기용 과자, 동물용 간식 할 것 없이 포장 비닐이 난도질 당한 것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게다가 그 내용물의 잔해로 추정되는 것들이 탑차 바닥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 녀석의 털 사이사이에도 그 잔해들이 박혀 있었다.
“이때다! 튀라!”
“살아서 보제이!”
그런데, 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황당함을 느끼던 그 순간. 널부러져 있던 세 마리의 동물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어딜 도망가!”
하지만 이미 나는 동물들에게 단련된 몸이었다.
미친듯이 뛰는 마루를 따라잡기 위해 빠른 속도를 얻었고, 헬창도 쉬이 못 드는 한무를 옮기기 위해 근력을 얻었으며 호시탐탐 골려먹을 기회를 찾는 고양이들 덕분에 반사신경마저 얻은 것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려던 두 마리의 라쿤을 한 번에 품에 안고서, 하늘로 날아오르듯 점프하는 남캣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꾸엑!”
“놔, 놔라앗!”
“멈춰!”
내 품에서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치던 세 녀석은 마법의 주문 한 번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후…….”
세 녀석을 붙잡은 나는, 곧바로 녀석들을 이동장에 가뒀다. 그대로 풀어줬다간 도망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녀석들을 포박한 나는 곧바로 이벤트 업체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세 녀석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짐을 내리기 시작한 그들은 금세 탑차에 쌓인 선물들을 현관 앞에 내려놓았다.
“수고하셨어요.”
“아유, 아닙니다.”
손을 휘휘 내젓는 직원들의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약속했던 금액을 지불했다. 희희낙락한 직원들은 금세 떠났고, 나는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이동장을 바라보았다.
“나와.”
내 말에, 이동장 내부에서 쬐그마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이동장의 잠금장치를 꼼지락거리며 만지기 시작했다.
딸깍!
그리고, 그 손이 몇 번 움직이자, 이동장을 단단하게 잠그고 있던 잠금장치가 맥없이 풀려나갔다.
“튀면 앞으로 간식제한에 맛 없는 사료만 줄 거야.”
“끄응…….”
내 말에 다시금 도망치려던 세 녀석은 얌전하게 바닥에 주저 앉았다.
도주를 포기한 녀석들을 바라본 나는 곧바로 녀석들의 흔적을 가져와, 흔들었다. 난도질 된 듯한 과자봉지가 흔들리며 내부에 약간 남아 있던 과자 부스러기가 허공으로 흩날렸다.
“이거, 누가 이렇게 했어.”
너덜너덜한 과자 봉지를 흔드니, 세 녀석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마리가 피하고, 다른 두 마리가 그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린 것이었다.
“남캣, 너 임마.”
“이 배신자 놈들!”
내 말에 남캣은 상황을 파악하더니, 그대로 두 라쿤을 향해 냥냥펀치를 갈겼다.
하지만 남캣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녀석의 간식을 훔쳐먹던 라쿤들이었기에, 그리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했다.
“일단 우리가 살고 봐야 한다 아이가!”
남캣의 냥냥펀치를 온 몸으로 맞……이 아니라, 막은 라쿤들은 항변했다. 당연히 그 모습에 더더욱 열이 받은 남캣이 더 강한 힘을 실으려 했으나, 그것은 남캣의 희망일 뿐이었다.
“애웅!”
내게 뒷덜미를 꽉! 움켜잡힌 남캣은 혀로 콧잔등을 핥으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남캣이 아무리 부엉이도 이기는 녀석이라고는 하지만 뒷덜미를 잡힌 상태에서도 멀쩡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뭐 하러 거기까지 간 거야? 먹을걸 달라고 했으면 줬을 거 아냐.”
“…….”
내 물음에 남캣은 눈알을 도로록 굴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물론, 그렇다고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말해봐. 배가 고팠던 거야, 아니면 그냥 먹고 싶었던 거야? 소은이 돌잔치하는 동안 못 챙겨주긴 했는데, 하기 전에 내가 배부르게 먹여줬잖아.”
“…….”
“말 안하면 소은이 주변으로 접근 금지야.”
“배가 고픈 거 보단 그냥 먹고 싶어서…….”
청호 만큼은 아니더라도, 남캣 역시 소은이를 무척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그렇다보니, 녀석은 소은이 주변에 접근을 금지시키겠다니 망설이지 않고 사실을 토로했다.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며, 라쿤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 우리도 먹고 싶어서 한기다!”
혹여라도 소은이에게 접근을 금지당할까 걱정한 라쿤들이 재빨리 자수했다.
“너희를 어떻게 해야 좋겠냐.”
내 말에, 녀석들은 자기들도 잘못한 것을 안다는 듯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이거 뭐야.”
내가 본 것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인지 믿기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손을 뻗었다.
“으앗! 어델 만지노!”
“왜아오옹!”
내 손에 뱃살을 한가득 잡히게 된 남캣과 대포동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남캣은 고양이 특유의 높은 비명마저 내질렀다.
“……살쪘네?”
남캣과 대포동의 뱃살은 무척이나 말랑말랑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뱃살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가죽이 잡히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물컹물컹한 물풍선을 잡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보니 털이 자라서 풍성해보인다고 생각했더니, 털이 자란 게 아니라 살이 쪄서 털이 자란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안 되겠다. 너희들 살 빼야겠네.”
인간들에게도 비만은 좋지 않은데, 동물들이 비만인 것이 좋을 이유가 없었다.
혹시 다른 동물들도 비만인 것은 아닐까- 하며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가, 다른 동물들의 뱃살을 만져보며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음, 너희는 괜찮네.”
개들은 비만이 된 녀석들은 하나도 없었다. 활동량이 많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하는 나태마저도 정상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남캣을 제외한 고양이들, 거위들, 토끼들 역시 하나같이 정상 범위의 체중을 가지고 있었다. 살찌면 날지 못하는 새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뭐 하니?”
“비만 체크?”
“야!”
“악!”
누나 역시 군살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대신 내 등에 손바닥 자국이 붙여졌지만…….
“빠빠!”
“음음, 소은이는 귀여우니까 됐지.”
소은이가 볼살이 조금 빵빵하지만, 그건 오히려 귀여움을 부각시키는 것이었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비만 상태인 것은 남캣과 두 마리의 라쿤, 대포동과 소포동 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남캣과 대포동, 소포동을 앞에 두고서 선언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정상 체중으로 돌아갈 때 까지 간식 금지야. 사료도 체중감량용으로 줄 거고.”
“그기 뭔 소리고! 안 된다!”
“맞다! 간식 내놔라!”
“살은 금방 뺄테니까, 츄르만은……!”
세 녀석은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늘어지며 애원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시킬 생각이었다.
“남캣. 너, 요즘에 꽤 둔해진 거 알지? 너 그러다가 유부한테도 질 걸?”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새대가리한테 지는 일 따위는…….”
“글쎄? 예전에야 네가 날아다녔지만, 무거워졌잖아. 가능하겠어? 그러고보니까, 너 요즘에 2층 계단을 두 칸이 아니라 한 칸씩 올라가더라? 몸 무거워서 그러지?”
내 말에 남캣은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입을 떡 벌린 채로 경악하고 있었다.
살며시 나온 혓바닥을 잡아당겨볼까- 하는 충돌이 들었지만 애써 억눌렀다. 이번에는 라쿤들 차례였다.
“너희들, 요즘 두 발로 오래 못 걷지? 그게 다 살 쪄서 다리가 체중을 못 버티는 거야. 나중에 두 발로 걷는 게 아니라 굴러다닐 생각은 아니지? 그럼 소은이 딸랑이도 못 들고 다니겠네?”
라쿤들 역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녀석들은 앞발을 손처럼 능수능란하게 쓰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의 뱃살을 쪼물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충격을 받은 세 녀석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을 열어, 외쳤다.
“빼면 될 거 아냐!”
세 녀석의 다이어트가 시작 됐다.
○ ◑ ● ◐ ○ ◑ ● ◐ ○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식단조절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널찍한 카페 잔디밭에 대형 구조물을 하나 설치하기 시작했다.
바로 ‘캣휠’이었는데,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뛰어도 될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하는 캣휠이었다.
“자, 너희들은 앞으로 저걸 매일매일 타야 돼. 저걸 안 타면 간식은 없어.”
내 말에 남캣과 대포동, 소포동은 투덜거리면서도 캣휠로 다가갔다. 꽤 커다란 캣휠로 다가간 세 녀석은 사이좋게 캣휠에 올라타, 발을 구르며 캣휠을 굴리기 시작했다.
드르르륵- 캣휠 내부와 하부에 자리하여 하중을 받치며 회전을 담당하는 베어링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며 세 녀석의 본격적인 다이어트가 이어졌다.
“주인님! 저도 타고 싶어요!”
“……쟤들 하고나서.”
마냥 달리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던 건지, 도중에 마루가 흥미를 나타냈다. 당장이라도 캣휠에 달려들어서 함께 뛰고 싶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루가 흥미를 보이는 것만큼, 녀석들의 다이어트도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대포동과 소포동의 다이어트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대포동, 소포동이라는 이름에 맞게 포동포동하던 녀석들은 어느새 날렵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만 남캣의 경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이어트라기 보다는 유지어트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인간 자체가 강하다- 라는 뜻의 인자강처럼 고양이 자체가 강한 고자강인 남캣에게는 이 정도의 움직임은 운동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마지막 수단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청호야!”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움직이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겠지. 그렇지 않아도, 청호 녀석이 요즘 좀 심심해 하는 것 같았는데. 잘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