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75
0074 돌잡이
“므아아?”
누나와 함께 테이블에 소은이를 내려놓으니, 소은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마치 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려달라는 듯한 모습에 가볍게 웃은 나는 아무거나 쥐어보라는 의미를 가득 담아서 허공을 쥐었다 펴길 몇 번 반복했다.
“쁘아!”
그리고, 소은이는 잡으라는 물건은 잡지 않고, 허공을 죔죔 하며 해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우리 소은이가 좋으면 됐지.
나는 가볍게 웃으며 소은이의 빵빵한 볼살을 가볍게 콕- 찔렀다.
“꺄!”
말랑말랑한 볼살이 눌리니 소은이는 좋다고 만세를 하며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아아, 소은 양이 아빠가 무척 좋나보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빠는 돌잡이 대상이 아닙니다!”
사회자의 말에 누나가 옆에서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소은이도 그 모습을 봤는지, 마주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 소은아. 여기서 하나 아무거나 잡아 볼래? 잡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돌잡이 물건들이 가득한 쟁반을 가리키며 손짓하니, 소은이의 시선이 다시금 쟁반으로 향했다. 그리고, 소은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무엇을 잡을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사회자가 입으로 내는 배경음이 깔리며, 소은이가 쟁반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어?”
사회자의 얼빵한 목소리와 함께.
“뭐하고 있샤?”
“악! 발바닥 찔렸샤!”
바닥에 있었을 일기토와 이기토가, 그대로 폴짝- 점프해서 테이블로 뛰어올랐다. 그것도, 소은이가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는 쟁반 위로.
‘아니, 미친. 어떻게 올라온 거야?’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보다 높은 테이블 위로 바닥에서 점프해 올라온 일기토의 모습에 경악했다. 테이블이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올 정도의 높이인데, 바닥에 있었을 일기토와 이기토가 점프 한 번에 올라왔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나는 더더욱 경악했다.
“토오오!”
쟁반 위의 물건들 사이에서 고민하던 소은이가, 갑자기 나타난 일기토와 이기토의 모습에 반색하며 그대로 두 녀석을 붙잡은 것이었다.
“으히힛! 애기, 간지럽샤!”
소은이는 그대로 두 토끼들을 꼬옥 붙잡으며 끌어안았다.
“소은아 토끼즈 말고 물건을 집어주면 안 될까?”
“으우우! 토오오오!”
토끼즈를 빼내려하니, 소은이가 볼을 부풀리며 저항했다. 나는 그 모습에 토끼즈를 빼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테이블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있슴다 아가씨!”
“내도 이따!”
“뭔지는 모르겠소만, 이 유부 역시 빠질 수는 없소이다!”
테이블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건지, 두 토끼들이 소은이에게 잡히는 것과 동시에 다른 동물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꺄!”
소은이는 그 모습에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 동물들을 모조리 끌어안았다. 물론, 쬐그마한 소은이가 제 덩치보다 큰 동물들을 모두 끌어안는 건 사실상 무리였기에, 실제로는 동물들이 엉겨붙는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어어…….”
그런 소은이의 모습을 확인한 사회자는 무척 난감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벤트 업체 직원으로 사회자를 꽤 오래 맡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그도 이런 일은 처음인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냥 이대로 진행하자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그 신호를 잘 받은 사회자는 큼큼-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소은 양의 천직은 공주님인가 봅니다. 저렇게 공주님을 사랑하는 동물 친구들이 있으니, 연필이나 돈 같은 게 눈에 들어왔겠습니까.”
사회자는 적당히 소은이의 선택을 포장해주더니, 사람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짝짝짝- 소리가 울려 퍼지며 순간 놀란 소은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하지만, 이내 해맑은 웃음과 함께 일기토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곁에 있는 누나는 물론이고 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쟁반에 물건을 올린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낸 물건이 선택받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말이다.
소은이가 꺄르륵- 웃으며 동물들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잠시동안 구경하던 나는 소은이를 안아들었다. 여전히 토끼들 중 하나는 꼭 붙잡고 있어야 된다는 건지, 일기토를 절대 놓지 않아서 녀석을 함께 안아들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오늘, 저희 딸인 소은이의 첫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직접 이곳까지 와주신 것에 무척 감사합니다.”
소은이를 안아든 나는 누나와 함께, 소은이 돌잔치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고마움을 표현하겠다는 말을 이래저래 포장을 하며 늘어놓고서는, 미리 준비해둔 것들을 꺼내놓았다.
“오늘, 소은이의 생일을 축하해주시기 위해서 찾아오신 분들께 약소하나마,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부디 여러분들 마음에 들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소은이도 감사합니다, 할까?”
“x!”
소은이가 마치 내 말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일기토를 붙잡고 있지 않은 손을 파닥 들어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커헉!”
그 모습을 바라본 사람들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다. 일부는 선 채로 죽었어! 하고 말해도 될 정도로 몸을 굳힌 채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이미 익숙해진 누나와 나는 피식 웃으며, 손님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오……. 이거 뭐냐.”
“소은이 따봉.”
“……아니, 그거 물어본 게 아니잖아.”
동창회에서도 만났던 반장 녀석이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향초야. 주문제작한 거라 딱히 불법인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참고로, 태우기 보다는 그대로 놔두는 게 은은한 향이 나는 거야.”
나는 반장 녀석에게 소은이가 따봉하는 손을 고스란히 본떠 만든 향초를 떠넘겼다. 그 외에도, 소은이 발자국 모양이 찍힌 수건이라던가 하는 선물들이 담긴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었다.
“근데, 진짜 귀엽긴 하네.”
내 품에 안긴 소은이를 바라본 반장 녀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바로 뒤에서 기다리던 다른 친구 녀석에게 밀려나기 전까지.
“뭐, 뭐 하냐!”
“학생회와 결탁해 폭거를 일삼던 학창시절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폭거를 행하는 반장놈에게 철퇴를 가한 거다.”
“무슨 및……. 아니, 정신이 출타한 소리냐.”
반장은 냅다 욕을 박으려다가, 소은이와 누나의 눈치를 보더니 말을 순화했다.
하지만 그런 정성에도 반장을 밀친 녀석은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후……. 드디어 만나다니, 내 생에 더 이상의 여한은 없다!”
친구 녀석은 소은이를 바라보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아 맞다. 이 놈이 소은이 팬이었지.’
녀석이 소은이의 팬이었음을 깨달은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반장에게도 주었던 선물 세트를 건네주었다.
“오, 오오오오! 공주님 굿즈!”
“…….”
소은이가 따봉하는 손모양을 본딴 향초를 본 녀석은, 아주 신줏단지 모시듯이 두 손으로 들어올렸다. 향초를 눈높이 까지 들어올린 녀석은 히죽히죽 웃어댔다.
그러다가, 앗!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소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도, 주머니에서 꺼낸 물티슈로 박박 닦은 다음에.
친구놈의 반응을 이해한 나는, 소은이를 바라보았다. 제게 내밀어지는 손을 잠시 빤히 바라보던 소은이는 슬그머니 손을 가져가, 그 손을 붙잡아주었다.
“크으으으! 앞으로 이 손 절대 안 씻는다.”
“……저리가.”
미친놈 같아 보이는 친구에게 선물을 안겨주며 보내버렸다. 앞으로 저 놈은 소은이 주변으로 접근 금지야.
정신이 나가버린 듯한 친구겸 소은이 팬을 보낸 나는 계속해서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사람들은 우리 앞으로 다가와 선물도 받고, 소은이와 한 번씩 인사를 하며 기쁨을 가득 안고서 돌아갔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운 돌잔치를 하게 된 나와 누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소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들을 응대하듯, 하나하나 인사를 해주며 호응해준 소은이는 어느덧 피곤한지 청호의 등 위에 엎어져 쿨쿨 잠에 빠져 있었다.
“등이 축축함다…….”
“그러게 유모차에 태우라니까.”
“그럴 순 없슴다. 제겐 아가씨를 모실 의무가 있는 검다!”
“……아무도 그런 의무 준 적 없거든?”
움직이면 소은이가 미끄러져 떨어질까, 움직이지 않으면서 청호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를 기다리는 이벤트 업체로 다가갔다. 나머지 잔금을 정리하는 건 물론이고, 사진기사들이 찍어둔 사진과 영상들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모든 일처리를 끝낸 나와 누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기가 있는 것도 이유였지만, 열 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포함해서 이동하는 것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에겐 산더미처럼 쌓인 소은이 생일 선물마저 있었다.
그래도 추가금을 약속한 덕분에 소은이 생일 선물을 옮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열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었다. 아무리 말이 통한다고는 해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동물들을 끌고 다니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동물들을 이끌고 차량에 탑승한 나는 동물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고양이들 번호!”
“둘!”
“세엣!”
“넷.”
“……?”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고양이들 중 하나를 담당하는 남캣이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급하게 차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남캣을 찾았다. 하지만 남캣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남캣이 차에 탑승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 나는, 다급히 다른 동물들 역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달리는 걸 좋아해 종종 사고를 치는 마루나, 사람을 좋아해 간간히 모르는 사람도 따라가는 짜몽이를 비롯해서 모든 개들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수가 많은 토끼즈나 거위즈 역시 한 마리도 빠짐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부나 한무 같은 녀석들도 말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남캣 외에도 사라진 녀석들이 또 있었다.
“라쿤들 번호!”
“…….”
바로, 라쿤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이 놈들 어디갔어!”
딸랑이를 들고다니는, 살아 있는 딸랑이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전화받어어어어- 전화아아아- 받어어어어어-
그리고, 그 때 전화가 울렸다.
“선생님. 고양이 한 마리랑, 라쿤 두 마리 찾으시고 계시죠?”
“혹시 거기 있나요?”
“아, 네……. 탑차에서 소리가 나서 확인했더니, 안에 있네요.”
“후…….”
나는 먼저 출발한, 이벤트 업체에서 걸려온 전화에 안도할 수 있었다.
“걔들이 왜 거기에…….”
“어떻게 들어온 건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는데……. 보니까, 아기용 과자 선물받으신 거 같은데, 그걸 먹고 있네요.”
업체 직원의 말에,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돌잔치가 이어지며 내가 제대로 먹을 것을 챙겨주지 못했더니, 자기들이 알아서 챙겨먹다가 업체의 탑차까지 흘러들어간 것이었다.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일단 먼저 출발한 업체였기 때문에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를 움직였다.
나는 녀석들의 식탐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