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5
떡갈나무 (2)
침묵이 감도는 사무실 안.
째깍, 시곗바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
“……”
의미 없이 지속되는 아이컨텍.
암녹색의 매혹적인 눈동자가 내 가면을 훑었다가 내 운동복의 하반신 쪽으로 향했다. 기대감에 가득 찬 눈동자였다.
목이 탄다. 눈앞의 냉수를 들이키고 운을 띄웠다.
“꿀꺽….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어쩌다 성목의 눈에 띄어 오크(oak) 가문의 본사까지 오게 되었다.
이 일련의 과정이 단순 그녀의 변심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뭔가 바라는 게 있나?
세계수의 남편 후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언동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야.”
싸늘하지만 야릇한 목소리.
책상 위 종이에 자그맣게 ‘이세영’ 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네가 왜 여기를 왔을까?”
“그러게요?”
“처음 만났는데 갑자기 불려서 궁금하지? 알려줄까?”
“아… 네.”
“정말로?”
돌연 자리에서 일어난 세영이 우리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혀왔다.
천천히 눈동자가 가까워진다. 굽힌 상체에서 드러난 가슴골에 자연스레 시선이 내려갔다.
오, 오오오오.
“킥, 어딜 보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애가 왜 이렇게 숫기가 없어?”
손으로 윗가슴을 가린 세영이 내심 즐거운 듯 픽 웃었다.
“이름이 뭐야?”
“이시헌입니다.”
“가면은… 뭐 됐어. 너같이 특이한 애들이 한 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이 타서 연신 냉수만을 들이켰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온몸에 각인된 아싸가 빨리 도망치고 싶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어색함에 한참이나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그녀가 말을 꺼냈다.
“너 가지고 있지? 수목환.”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 튀어나 온 말에는 탐욕이 잔뜩 묻어 있었다.
수목환. 가지고 있었다. 내 지갑이나 주머니 속에는 항상 그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까 봐 고이 보관해 둔 것인데, 드디어 쓸 구석이 생기나?
“내놔.”
그랬던 내 기대는 이어진 그녀의 말 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내놓으라니. 시발 이걸?’
얼굴이 굳어가는 게 피부 표면으로 느껴졌다.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말을 이었다.
“….. 수목환이 뭐죠?”
“몸에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시치미는, 너네 인간보다 목인은 민감해.”
“가지고는 있죠. 제 말은 이게 그렇게 중한 거냐고요.”
“그것도 모르고 가지고 있던 거였어? 완전 또라이네.”
세영의 눈에 놀라움이 깃든다.
그 눈꼬리에 다시 한번 여우같은 눈 웃음이 지어졌다.
“우리 같은 목인(木人)의 성장을 돕는 약. 없어서 못 가지고 다니지. 그것만 있으면 아기들이 순식간에 성목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게 필요하신 건가요?”
“필요하지. 매물이 없어서 말이야. 우리 아가들이 기다리거든. 알지? 오크 가문.”
세계수 세계관이 어떤지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세계수의 씨에서 비롯된 목인들이 전 세계에 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귀족은 오만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앞의 인간을 순식간에 죽여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내놓고 가.”
그러니까 이렇게. 바라는 게 있다면 막무가내로 뺏으려 든다.
치켜뜬 눈을 보니 돈 한 푼 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 얼굴은 갈수록 굳어졌다. 손아귀에 힘이 꽉 들어갔다.
아직까지 분조장이 발동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솔직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
그래도 참자.
목 끝까지 치달은 욕을 애써 씹어 삼켰다.
언성을 높이기엔 신분의 벽이 존재 했다. 찐따일지언정 호구 병신이 될 순 없다.
어떻게 말로 잘 풀어갈 수 없을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긴다.
“허튼 생각하지 마. 오크 가문을 적으로 돌리기 싫으면.”
“일단 찾으시는 게 이게 맞는지부터 보시죠.”
달그락- 책상 위에 올려둔 구슬이 성목을 보자 붉게 공명한다.
꿀꺽, 세영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 것 만으로 나는 이 물품의 가치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이제 꺼져~”
“잠시만요.”
“손 안 치워?”
그녀가 불쑥 내민 손을 가볍게 막았다.
“이게 다가 아니거든요.”
“…..?”
“집에 두 개 더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고, 강탈하는 것 보단 거래하는 게 낫지 않나요?”
삐질 땀을 흘렸으나 강단 있게 제안 했다.
세영은 내 눈동자를 한참을 응시했다.
그녀는 씩 웃으며 손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푸하하핫!”
이윽고 코미디를 본 양 책상을 두드리며 웃었다.
“풉 큭큭, 아 웃겨 죽겠네. 이게 더 있다고? 수목환이? 어떻게 증명할 건 데.”
“당장 집만 가도 있는데 증명이 필요 할까요.”
“간이큰 건지, 멍청한 건지.”
낄낄대던 세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한겨울의 서리처럼 굳어들어갔다.
“병신, 얌전히 하나만 뺏기면 남은 두 개는 남겼을 텐데.”
차갑게 식은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일순 느껴진 흉흉한 살기. 뿜어져 나온 그녀의 안광이 전신을 압박했다.
등 뒤로 땀이 삐질 흘러나왔다.
‘시발……… 실수했나? 에반데.’
어떻게 내 가치를 입증해야 했으나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
남편 후보를 밝힐까. 그리 생각했으나 고개를 내저었다. 그걸 누가 믿어 주겠어.
이대로 죽을 바에는 그냥 내놓는 편이 마음에 편하다.
‘어차피 쓸 곳도 없었잖아. 똥 밟은 셈 치지 뭐.’
절절한 무력감에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우습다.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부글부글.
그러다 문득.
나는 지금까지 억누르고 있던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는 걸 깨달았다.
떨리는 눈동자가 어딘가로 움직인다.
내 시야에 닿은 곳에 여성의 농익은 가슴이 있었다.
이마가 지끈거린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기묘한 감각이 척수를 타고 오른다.
짜릿한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왜? 싫어?”
기세등등한 세영의 눈웃음이 역겹다.
나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보니 그만큼 그 눈이 짜증나게 느껴졌다.
더럽히고 싶다. 짓밟고 싶다.
내가 이렇게 격정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기질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의심해야 했다.
음란마귀와 분조장은 내가 삽입한 성격이지 본래 내 성격이 아닐 테니.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이 만들어진 성격에 매달리고 싶었다.
온 정신이 저 여자를 향한다.
‘아.”
실핏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번쩍!
【 서브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서브 퀘스트는 당신의 기질과 성격에 기인하여 당신에게 알맞은 시련을 부여합니다. 】
【 기질 [음란마귀], [분조장] 확인. 사용자의 허락 확인. 기질에 맞는 시련을 부여합니다. 】
—
▶[Sub Quest. 세계수식 거래법]
-30분 안에 눈앞의 목인을 겁탈시켜 만족시키세요.
-퀘스트 보상 : 수목환x1
-퀘스트 실패 시 : 죽음
—
【 당신에게 숨어있던 기질, ‘색목 (色木)의 가호’가 발현합니다. 】
【 당신에게 숨어있던 고유 능력, ‘식 목(識木)도감’이 발현합니다. 】
【 [색목의 가호]와 [식목도감]은 유저 이시헌이 본디 가지고 있던 능력으로 확인, 잠재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
내 분노가 선을 넘어선 그 순간.
많은 양의 정보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는 지끈대는 이마를 부여잡고 차분히 글을 읽어내렸다.
—
▶색목의 가호(S)
[분류: 기질]-당신은 식물에게 사랑받고, 눈앞의 목인(木人)을 본능적으로 굴복시키는 체질을 타고났습니다. 당신은 모든 목인에게 최고의 신랑감이 될 수 있습니다.
-부수 효과 : 지식욕이 오르며 궁금증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식목도감(S)
[분류: 고유 특성]-자신이 취한 목인의 정보를 기억하고, 보관합니다. 도감이 채워질수록 걸맞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하, 시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날카로운 목소리.
능력을 얻고 새로이 눈을 뜬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여성의 목소리가 내 집중을 흐트러 뜨렸다.
그마저도 짜증이 인다.
숙인 얼굴을 다시 들어 올린다. 아마 내 얼굴은 성욕으로 가득 차 있겠지.
가면을 쓰고 있어도 추악한 욕망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를 보는 세영의 눈동자에는 방금까지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감정이 들어있었다.
화가 난 얼굴마저도 예뻤다.
더럽혀질 그녀를 생각하니 저절로 하초가 솟아 올랐다.
뱉은 숨이 파르르 떨린다.
방금까지 내가 얼마나 고뇌에 잠겨 있었는가.
퀘스트를 보아하니, 여기서 도망치거나 할 수는 없을 듯했다.
따먹지 않으면 죽는다고?
단순무식한 그 방안에 감복했다. 내 정신에 각인된 음란마귀 덕분인지 정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오냐. 하란 대로 해주마.
“가만히 안 있어? 움직이지 마. 너 당장”
[분조장(F)이 발동합니다]“이래야 이세계지 씨발!”
“헉!”
사무실 문의 잠금쇠를 걸어 잠근다.
눈에 띄게 당황한 그녀가 무언가를 다급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올려진 휴대폰이 그녀의 손에 밀려 떨어졌다.
“윈드 커터!”
그녀의 손에서 일순 새파란 균열이 일렁였으나 그 손에서 마법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어, 어어? 세, 세계수시어 아니. 왜 마력이…. 마력이 왜 안 움직이는 거야!”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좋은 일이다.
나는 얼굴을 뒤집어쓴 가면을 벗어 던짐과 동시에 세영의 어개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오, 오지마. 주제도 모르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우리 가문을 상대로 네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목소리가 싫어 입으로 그 입을 틀어막았다.
“쭙…. 쯔읍. 그, 그만둬. 제발 멈춰, …흐익.”
거친 숨결이 목에 닿자 세영이 몸을 비틀었다.
하찮은 발버둥에 다시 입을 맞추어 혀를 집어넣었다.
쮸웁 쭙. .
“아, 아, 아…. 츄릅… 춥. 푸하, 뭐야 … 이게. 이런 거 처음.”
새빨갛게 물든 아랫입술을 빨며, 혀를 집어넣고 타액을 취한다.
어깨를 잡은 오른손을 내려 거대한 가슴을 꽉 쥐었다.
세영의 몸이 꼬였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 웃음이 튀어 나왔다.
“너도 제정신은 아닌 년이구나?”
“아냐, 춥……. 츄릅…. 아니야. 아니양! 잠깐 젖꼭지 쥐지마! 웁! 츄릅. .”
건방지고, 싸늘하기 짝이 없던 그녀의 목소리에 달콤함이 깃든다.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올려 드레스를 잡고, 확 뜯어 내렸다.
지지지직! 찢어진 옷 사이로 검은색 속옷이 튀어나왔다.
흐트러진 브레지어 위에 걸쳐진 분홍색 돌기가 잡아 돌리며 키스를 반복 했다.
그 모든 행위가 자연스러웠다.
“그만, 그만…. 제발 용서해. 대체 어쩌려고. 하윽.”
“닥치고 입 열어.”
“춥… 츄르릅…. 즙! 아, 아아.”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가 소파에 늘어진다.
그대로 넘어뜨렸다.
몸을 다 가리지 못한 드레스 사이로 노출된 속옷이 색정적이다.
입을 다물고 그 얼굴을 바라본다.
몽롱하게 풀린 세영의 눈이 나를 직시한다.
무언가를 조르듯 허리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예뻤던가. 그래도 짜증나는 얼굴이다.
“…가만히 있어.”
“헉!”
하반신에 손을 가져다 댄다.
세영의 망사 속옷은 축축하다 못해 푹 젖어있었다.
음부의 중심을 짓궂게 눌러 때니, 손가락 위로 애액이 늘어진다.
망사 재질의 속옷을 중지로 쓸어올리자 그녀의 몸이 벌벌 떨렸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낀 건지, 세영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봐주세여…. 잘, 잘못 했서요. 저 약혼자 있서요. 그러니 거기는… 히양!”
입을 제대로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풀렸을까.
세영은 뭉개진 발음으로 나를 설득 하려했다.
색목의 가호를 여실히 체감한다.
속옷을 젖히고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즈푹! 즈푹! 즈푹! 즈폭!
“엄청 젖었네.”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 아니… 얏.”
다섯 번 정도 손가락을 왕복하자 절정에 달한 듯 세영이 허리를 젖혔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한 신음을 뱉는다.
그녀를 소파 위에 눕힌 나는 바짓춤을 내렸다.
멍한 그녀의 눈이 내 자지를 보자 크게 뜨였다.
“아…. 아…? 헉! 그만, 그만둬. 지금 그만두면 용서해줄게. 수목환 안져도 대…. 그냥 가도 용서해줄테니깐! 다가오지 마!”
“이미 늦었어.”
푹.
“으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