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Exit to Freedom RAW novel - Chapter 10
10]
정현은 침대에 잠들어있는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그가 쉬는 일요일이었고 정현은 어제 오후 갑자기 아버지가 부부동반으로 어머니와 함께 골프 가방을 메고 제주도로 떠나자 그의 집으로 왔다. 그의 바쁜 일정으로 평일에는 거의 그를 만날 수 없었고 아버지가 집에 계실 때에는 외박은 꿈도 꿀 수 없어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다.
정현은 주방으로 가 작은 주전자를 가스렌지 위에 올린 후 컵을 하나 꺼냈다.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며 컵을 들고 베란다 밖으로 나간 정현은 차가운 아침 바람에 몸을 살짝 떨었다. 입고 있던 가디건을 여미고 따뜻한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고개를 한껏 젖혀 차가운 바람을 맞았다. 지금의 정현에게는 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그로 인해 뜨거워진 심장이 전혀 식지 않고 있었다.
“뭐해?“
정현은 뒤에서 들려오는 굵은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가 창틀에 기대 서있었다. 군복 바지만 하나 걸친 채 서있음에도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한느낌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커다란 키에 짧게 자른 머리, 남자답게 생긴 얼굴과 넓고 강한 어깨…….그리고 훈련으로 단련된 팔 근육과 군살 없이 탄탄한 배까지 그의 모든 것이 강철같이 강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 정현은 알았다. 그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부드러움을…….그가 그녀에게 속삭이는 사랑의 숨결과 부드러운 손길은 이미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각인되어져 더 이상 그의 강인함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정현은 베란다 난간에 기대서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한손으로 그녀가 잡고 있던 컵을 빼앗아 옆 난간에 내려두고 입술을 내리자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가오는 그의 입술에 자신을 온전히 내주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고 혀로 핥자 그녀의 입술이 절로 벌어졌다. 그 틈으로 그의 혀가 들어와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혀를 빨아들였다. 정현은 항상 수동적으로 그에게 입술을 내주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혀를 그의 혀에 감으며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단단한 가슴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녀의 자극적인 행동에 그가 그녀의 허리를 더욱 세게 잡아 자신의 몸으로 끌어당겼다.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은 그들의 몸은 차갑게 부는 바람에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살짝 쓸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뭔가 틀린 느낌이 나는데?”
“그래요? 어떻게요?”
정현은 손바닥으로 그의 배에서 가슴까지 부드럽게 쓸어 올리며 뒤꿈치를 들어 자신의 입술을 그의 귓가로 가져가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흐음…….글쎄…….뭔지는 몰라도 아주 좋군.”
그가 그녀의 목에 입술을 묻으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고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단단해진 몸에 그녀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녀가 맨발로 그의 근육질 종아리를 문지르자 그가 끙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군.”
“풋. 마음만 먹으면 더한 것도 할걸요?”
“그래? 그럼 당장 테스트 해봐야겠군.”
그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침실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목을 두 팔로 힘껏 껴안으며 그의 귓불에 입술을 대고 이로 살짝 깨물었다. 갑자기 그의 걸음이 빨라지더니 곧이어 그녀를 던지듯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가누기도 전에 그의 몸이 그녀의 위로 덮치듯 눌러오자 그녀는 다시 침대위로 쓰러져버렸다. 이어서 그의 입술이 급히 내려오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급히 부딪힌 두 사람의 입술은 서로를 절실히 탐하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순식간에 서로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어느새 알몸이 되어버린 그녀의 몸을 짙은 눈길로 훑어보던 그가 서서히 입술을 내려 그녀의 젖가슴을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가슴의 돌기를 혀로 굴리고 깨물며 애무하던 그가 다른 쪽 가슴을 쓰다듬던 그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납작한 배에 작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정현은 자신의 배꼽에 원을 그리는 그의 동작을 느끼며 온몸이 타오르는 뜨거움을 느꼈다.
“하아………..”
젖가슴을 빨아대는 그의 입술과 배와 가슴을 오가며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정현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여있었다. 그녀의 손은 연신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단단한 어깨에 손톱을 박으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허벅지에 다리를 감으며 문지르자 그 사소한 접촉만으로도 그녀의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그녀는 머리를 더욱 뒤로 젖히고 가슴을 내밀어 그의 입술에 자신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중심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엉덩이를 높이 들어올렸다.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은밀한 곳을 부드럽게 침범하여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이 슬며시 뒤로 빠진 듯 다시 앞으로 밀로 들어오고 점점 그 움직임이 빨라지자 그녀는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아아……….”
자신의 가슴을 애무하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 끌어올려 그의 입술에 급히 자신의 입술을 밀어붙였다.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정신없이 키스에 열중하던 그가 잠시 멀어지더니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눈을 맞춘 채 손가락으로 그녀의 젖은 입술을 살짝 어루만지며 다시 입술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을 가르고 그의 강철같이 단단한 몸이 그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의 몸이 그녀의 몸을 가득 채우며 들어오자 정현은 만족이 섞인 탄신을 내뱉었다.
“하아………”
자신의 얼굴 양옆으로 세워진 그의 강인한 팔을 쓰다듬으며 엉덩이를 높게 들어올렸다. 서서히 시작된 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귓가에 그의 거친 호흡이 느껴지자 자신의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정염의 샘으로 몸속 전체가 젖어들고 있었다. 그의 몸이 거칠고 빠른 동작으로 그녀의 몸속을 타고 오르자 그녀도 덩달아 흔들리는 정열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었다.
곧이어 정신을 잃을 듯 느껴지는 강한 충격과 같은 전율에 황홀한 비명을 지르고 몸을 축 늘이자 이어서 그가 날카로운 신음을 내뱉으며 그녀의 몸 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 그녀의 몸속에 퍼지는 뜨겁고 축축한 그 느낌에 정현은 방금 전 느꼈던 짜릿한 전율과 또 다른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자신의 내부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이듯 키스하고 그녀를 잡은 채 몸을 굴려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그의 규칙적인 심장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휴대폰의 진동소리에 정현은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
“당신 휴대폰 같은데요?”
“음.”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휴대폰이 울리고 있는 거실로 나갔다. 정현은 가끔씩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조금 전 박의원이 함께 골프를 치던 너구리에게 의문의 서류봉투를 하나 건넸습니다.]
“그래?”
지혁은 옷을 입고 방에서 나오는 정현을 바라보며 굵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네. 아무래도 저희가 찾던 물건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보곤데………] “뭔가?”
[너구리의 아들이 한국을 떠났습니다.] “!………”
지혁은 주방에서 커피를 타는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제대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게 의심스러워 조사를 좀 했는데 아들의 최종 도착지는 LA 한인 타운에 사는 외삼촌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건………] “계속해.”[너구리만 제외하고 그의 딸과 부인 또한 비자와 여권을 완벽히 준비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곧 두 사람 모두 한국을 떠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모두 너구리 몰래 한국을 떠날 계획인 것 같습니다.]
!!
지혁은 입술을 한일자로 꾹 다물고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웃고 있는 정현을 바라보았다. 지혁은 그대로 몸을 돌려 베란다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우선 너구리를 계속 미행해서 물건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감시해. 그리고 그의 딸에게……….”
지혁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미행을 붙여서라도 그녀를 감시하려하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과연 그녀가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떠날 수 있을까…….? 아니 말을 한다 해도 그녀는 자신을 떠날 수 없었다. 지혁은 그녀가 자신을 떠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그녀를 믿고 싶었다. 지혁은 베란다 창 안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의 커피를 타 놓은 채 식탁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소령님.] “우선 물건의 뒤를 쫒아.”[딸은………?] “그건 내가 알아보겠다.”
[………..소령님.] “뭔가?”
[그녀는 적의 딸입니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중위.”
[………알겠습니다.]
지혁은 박상원 중위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적의 딸이었다. 이제 물건이 그의 손으로 넘어간 이상 그가 자신들의 적이 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적의 딸………..지혁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에게 그녀는 적의 딸이 아니었다. 단지 유정현이라는 여자일 뿐이었다.
이제 알 것 같았다. 왜 그녀가 자신과의 만남을 3개월로 제한했는지…….처음부터 그녀는 한국을 떠날 계획을 세워두었던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준장의 눈을 피해 동생을 떠나보내고 자신마저 떠나기 위해 시간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지혁 그를 이용해서……..
빌어먹을………유정현. 넌 날 떠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정현은 오전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로 이상하게 말이 없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전화를 끊고 밥 먹으로 나가자던 그를 따라 나설 때만해도 별 이상한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식당에서도 그리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더욱 격정적으로 자신을 원하던 그를 생각하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로 들어서자마자 평소와는 다르게 거칠게 사랑을 나눈 그들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뭐가?”
정현은 몸을 일으켜 담배를 집어 드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냥……..아까 전화 받고부터 뭔가 달라진 것 같아요…….”
“그런 것 없어.”
그가 단호하게 말을 하고 돌아서 침실을 나서자 정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그가 나간 빈 공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언가 있었다. 전화를 받고 난 후 그의 태도가 변했다. 자신을 향한 열정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따뜻했던 눈빛이 얼어있었다. 분명히 차가워졌다. 정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신에게 싫증이 났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생각하기도 싫지만 다른 여자가 있을 수도………
정현은 자신의 마지막 생각에 눈을 꼭 감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품에 안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속에서 커다란 불덩이 하나가 치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 순간 정현은 눈을 번쩍 뜨고 가장 가까이 손에 잡히는 그의 셔츠를 재빨리 걸쳤다. 그리고 뛰다시피 그가 있는 베란다로 향했다.
“뭐예요?!”
정현은 베란다 창을 힘껏 열어젖히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자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
“도대체 뭐냐고요? 내게 싫증났나요? 아니면 다른 여자라도 있어요? 그러면 그렇다고 해요. 미련 없이 물러나 줄 테니!”
거짓말………정현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 미련 없이 그를 떠날 자신 같은 것은 없었다.
“………..무슨 소리지?”
“당신 오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상했어요. 날 바라보는 눈빛부터 날 대하는 태도까지! 뭔가 있잖아요?!”
“…………”
그가 말없이 담배를 비벼 끄고 있었다.
“………그래서 내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네게 싫증이 났던가?”
“그래요. 둘 중 뭐가 됐든 내가 떠나야할 이유라면 떠나겠어요. 솔직하게 말해줘요.”
“훗. 떠난다는 말을 아주 쉽게 하는군.”
그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날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느냐고 묻는 거야.”
“지금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요?”
“아니. 그게 가장 중요한 요점이야. 하지만 네가 날 쉽게 떠날 수 있든 없든 난 널 보내지 않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내 곁을 떠날 수 없다는 뜻이야. 내가 보내지 않을 테니까!”
“무슨……..!”
다시 입을 여는 그녀를 그가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무언가 채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부딪혀왔다. 그가 무언가 아주 절박한 듯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거칠게 혀를 집어넣어 격렬한 키스를 해대자 정현은 저도 모르게 아픈 신음을 내뱉었다.
“아파요…….”
그가 그녀의 셔츠를 벗기기 위해 잠시 멀어진 틈을 타 정현이 그에게 신음 섞인 아픔의 호소를 하자 그의 손길이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말해.”
“……….?”
“날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정현은 그의 단호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표정에 그녀의 대답이 얼마나 중요한가가 나타나 있었다. 그의 절박하고 경직된 표정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그가 원하는 답을 주었다.
“…….떠나지 않아요. 당신을 떠나는 일 같은 건 없어요……….”
만족한 대답을 들은 그의 손길이 다시 움직이며 그녀의 셔츠가 벗겨지고 그의 입술이 다시 그녀에게로 내려왔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위로 비라도 오려는지 검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