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Exit to Freedom RAW novel - Chapter 2
1]
칠흑 같은 밤이었다. 모터를 끈 고속 고무보트인 RIB에 올라탄 네 명의 대원들은 대장의 신호에 조용히 노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숨죽인 채 상채를 숙이고 노를 살그머니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앞에 있는 대장의 손끝을 노려보았다. 모두가 검은 잠수복을 입고 얼굴에는 검은색 페인팅을 한 채로 온통 검은색 천지였다. 오직 페인팅을 할 수 없었던 눈 속의 흰자위만이 하얗게 빛이 날 뿐이었다.
전방 500m 앞쪽에는 바위로 뒤 덥힌 육지가 있었고 그 육지 한가운데에 초소가 세워져 있었다. 그 뒤로 그들의 목표인 임시 가건물이 보였다.
그때였다. 바위틈 어딘가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2번 깜박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생겼다 사라지는 그 빛은 그곳을 집중하고 쳐다보지 않았다면 무심히 넘길 만큼 순간적인 빛이었다. 이윽고 고무보트의 맨 앞자리에 있던 대장의 손끝이 까닥였다. 순간 4명의 대원들은 일제히 조용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찰랑이는 물소리 하나가 없었다. 살그머니 물속에 담근 노를 힘껏 밀고 또다시 조용히 들어 올려 다시 물속으로 밀어 넣는 일련의 동작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네 명의 대원들 모두 미리 맞춘 듯이 일사 분란한 동작으로 노를 저어 나갔다.
UDT/SEAL 대원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24주의 지옥훈련을 통과한 팀원들은 시속 4노트 정도의 IBS의 평균속도를 시속 7노트까지 속력을 높이는 일은 그들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IBS가 거의 바위섬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대장의 정지신호에 이어 물속 침투 작전이 시작되었다. 고무보트에서 내려 물속으로 진입하는 순간조차도 약간의 찰박이는 소리를 제외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정지혁 소령을 포함한 4명의 대원 전원이 조용히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바위투성이 해안가에 시커먼 머리 네 개가 살며시 솟아올랐다. 머리에서부터 발목까지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채였다. 그들은 어두운 밤하늘과 달빛조차 숨어버린 공간속에 자신들의 몸을 숨기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대장인 정지혁 소령의 손이 물속에서 조용히 올라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오른쪽을 가리키고 다시 손가락 2개를 펴고 왼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두 명의 대원은 오른쪽 해안가로 침투, 나머지 대원은 왼쪽 해안가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대장은 앞의 바위 위로 슬며시 몸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몸을 최대한으로 낮춘 채 앞으로 전진 하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정찰을 위해 먼저 침투했던 강석환 상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혁은 KAN/PVS-7(야간투시경)을 쓴 채 왼쪽과 오른쪽 해안을 살피며 무사히 상륙한 다른 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오른쪽 해안에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안가에 세워져 있는 초소의 꼭대기에는 가짜 보초 2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초소로 최대한 몸을 낮춘 채 곧장 다가간 두 명의 SEAL 대원은 초소 아래에 둥근 철재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번 훈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폭탄은 작은 초소 하나를 날릴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파괴력을 지닌 폭탄이었다. 훈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단한명의 인명피해도 없게 하기 위해 최소한의 파괴력을 가진 폭탄을 따로 제조한 것이었다.
폭탄 설치 완료의 사인이 떨어지자 지혁은 2명의 대원들을 이끌고 조용히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건물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물 입구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은 지혁은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초를 세었다.
7.6.5.4.3.2.1 콰쾅!!
정확히 7초 후 초소가 폭발하고 건물에서 10여명의 무장 군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우왕좌왕 움직이며 3명의 인원만을 남겨두고 초소로 몰려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총탄 소리……..그때였다. 수풀 속에 숨어있던 지혁과 나머지 대원들이 빠른 속도로 건물로 진입. 남아있던 무장 군인들을 제압하고 건물을 장악한 후 초소로 몰려간 군인들을 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앞쪽과 뒤쪽에서 공격을 받은 무장 군인들의 항복이 선언되었다.
“여기는 정지혁 소령. 임무 성공. 작전 완료. 이상.”
팀의 대장인 정지혁 소령의 조용한 교신이 끝나자 사방에서 환한 불이 켜졌다. 죽은 척 누워있던 무장 군인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입고있는 전투복에는 온통 주황색 물감으로 얼룩져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가 들렸다.
“축하합니다. 정지혁 소령님. 완벽한 작전 성공이었습니다.”
해군 최정예 특수전부대 중 육해공 전천후 특수타격(SEAL)부대의 정지혁 소령이 이끄는 제 3팀의 작전 훈련은 완벽한 성공으로 끝을 맺었다.
해군 특수전여단장실.
똑똑.
“네.”
안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목소리에 지혁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필승.”
“어서 오게. 앉아. 뭐 좀 마시겠나?”
“아닙니다. 준장님.”
준장이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절도있는 동작으로 자리에 앉는 정지혁 소령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훈련을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더군. 이번에 함께 훈련에 참가했던 미군 측에서도 자네 칭찬이 자자해.”
“감사합니다. 팀원 모두의 성과입니다.”
지혁의 명확한 대답에 준장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하하하. 자네 같은 인재가 있으니 내가 아주 든든하네.”
“…….”
“작전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자네 팀에 포상으로 4일간의 특별 휴가를 주기로 했네.”
“감사합니다.”
“하하하. 당연히 휴가를 줘야지.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자넨 휴가 기간에 뭐 다른 계획이라도 있나?”
“별다른 계획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일전에 말했던 선 한번 보겠나?”
지혁은 준장의 물음에 굵은 눈썹을 슬쩍 치켜 올렸다. 또 그 이야기였다. 벌써 여러 날 전부터 준장은 틈만 나면 그의 딸을 자신에게 이어주려 하고 있었다.
“따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 일전에도 말했지만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건 없고 자네가 마음에 들어 한번 만나보게 하고 싶은 것뿐이네. 어떤가?”
“글쎄요………”
“하하하. 결혼을 하라는 게 아니야. 그냥 한번 만나 보라는 거지. 젊은 사람이 너무 군에만 매여 있는 것도 좋지 않아. 그냥 가벼운 만남 정도로만 생각해. 내 딸아이한테도 그리 일러두었고 만나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만나지 않으면 돼지. 절대 부담은 가지지 말게. 하하하”
지혁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준장을 바라보았다. 별로 존경스럽지 않은 인물이었다. 군의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의 안전과 복지보다는 자신의 승진이나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해군의 여단장이 된 것도 여기저기 청탁을 넣어 지금의 지위에 오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자신의 상관이지만 굳이 사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지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해군특수전여단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비록 사적인 부탁이지만 계속해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한번 만나 보는 걸로 결혼을 강요할 것도 아니고……..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준장이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냥 한번 만난 후 딱 잘라 거절하면 그만일 것이다.
“그냥 단순히 한번 만나보는 것뿐이라면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그냥 젊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거지. 별다른 뜻은 전혀 없어. 내가 자네를 모르나? 자네가 강요한다고 들을 사람도 아니지. 하하하. 내 딸아이에게 아. 이름이 정현이네. 정현이에게 자네 전화번호를 주지. 아마 휴가 기간에 전화를 할 걸세. 그때 시간 맞춰서 한번 만나봐.”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나가봐.”
유철웅 준장은 문을 나서는 지혁의 뒷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볼수록 탐나는 인물이었다. 정지혁 소령이 자신의 사위가 된다면 자신으로서는 가장 든든한 오른팔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미 미국 SEAL의 고위 관부조차도 인정하는 유능한 인재였고 향후 해군에서 큰 자리를 차지할 인물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없었다면 자신이 준장으로 승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여러모로 승진을 위해 손을 쓰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승진에 도움이 된 것은 정지혁 소령의 공이었다. 몇 년 전 북한의 동해 잠수함 침투 사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정지혁 소령이었다. 그가 이끄는 UDT/SEAL 제 3팀이 잠수함에 침투해 적함의 내부를 혼란에 빠트렸고 그 틈을 타 해군이 적함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의 공으로 자신이 준장으로의 특별 승진이 더욱 빨라진 계기가 되었다.
그런 소령이 자신의 사위가 된다면 자신의 입지는 더욱 굳어지는 것이리라. 거기다 소령이 지닌 배경……….그의 아버지가 공군 참모총장을 역임하고 있었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해군 참모총장과 그의 아버지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줄이면 자신은 더 높은 지위로 승진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의 상태로는 이대로 해군특수전여단장에서 전역할 확률이 높았다.
철웅은 인상을 찡그렸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이대로 준장에서 끝낼 수는 없었다. 소장, 중장까지 가야했다. 내친 김에 해군 참모총장 자리까지도 오르고 싶었다. 그러려면 정지혁 소령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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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의 남주 우혁의 동생 지혁의 이야기로 다시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아마 처럼 성실연재는 힘들겠지만 되도록이면 독자님들이 많이 기다리지 않도록 띄엄띄엄이라도 성실연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도 두번째 군관련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 조금 더 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어 이렇게 빨리 여러분을 만나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이 듭니다.
만약 중간에 종이책 출간 준비중인 의 수정요청이 들어오면 지혁의 이야기는 성실연재가 힘들것 같다눈………ㅎㅎㅎ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