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1
마염의 황제 011화
네리아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 지금 뭐 하냐?”
“그게…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으악! 네리아님… 살려주세요!”
네리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바닥에다가 머리를 쿵쿵 찍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없잖아.
‘설마 이 녀석이 저주 인형의 주술에? 그럴 리가. 내 주술을 벌써 파악해서 되돌려쳤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상대가 그렇게 실력이 좋은 녀석이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눈앞이 번쩍한다. 흑마법사가 네리아의 뺨을 냅다 후려갈긴 것이다.
“아, 이제야 몸이 제대로 움직인다.”
자신을 조종하던 힘이 사라지자 흑마법사는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러나 다크 포스를 뿜어내는 네리아와 마주치는, 정확히는 그녀의 뺨에 새겨진 빨간 손자국을 발견하는 순간, 흑마법사는 아까 죽는 게 나았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네리아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네놈, 죽여버리겠다!”
“히익! 네, 네리아님… 오햅니다, 오해예요! 으아악!”
요란한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몇 차례 울려퍼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구석에 숯검댕이 된 채로 처박혀 부르르 떠는 흑마법사에게서 등을 돌린 네리아는 손을 털었다. 그녀의 눈에 묘한 독기가 서렸다. 한 번도 아니고 자신이 벌써 세 번이나 실패하다니! 이쯤 되면 자존심 문제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진짜 가만두지 않겠다. 이번엔 이걸로…….”
“그쯤 해두시지. 이젠 먹히지도 않을 테니까.”
낭랑한 목소리가 옥상을 울렸다.
“아니?”
웬 놈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네리아는 약간 놀랐다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맞은편에 언제 올라왔는지 로자리아와 이터가 서 있었다.
로자리아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하더라 했어. 자객 따위를 데리고 왔을 줄이야. 알센데린의 마녀를 가지고 논 각오는 단단히 되어 있겠지?”
“호오, 눈치 채버린 건가? 호호! 뭐, 상관없어. 슬슬 나도 지겨워서 그만 끝내버릴 생각이었거든.”
네리아는 마력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와 함께 그녀 주위로 불길하게 일어나는 바람. 네리아가 뭔가 주술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을 깨달은 로자리아는 재빨리 불덩어리를 집어던졌다.
어떤 마법사든 주술을 사용할 때는 무방비다. 하지만 불덩어리는 네리아의 몸 주위로 일어난 검은 장막에 가로막혀 터져버렸다.
‘실드?’
“너무 서두르지 마. 지금 죽여줄 테니까.”
악마 중의 악마, 어둠의 아르카엘이여. 당신의 종이 여기에 당신들을 위한 제물을 바치니 기쁘게 받아주소서.
네리아가 수인을 맺으면서 바닥에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디 알터 오브 블러드(The Altar Of Blood)!”
투웅!
일순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아니, 건물이 아니다. 마을 전체가 흔들렸다. 요란한 충격파가 마을을 뒤흔들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지?”
“이것은 대악마 아르카엘의 이름을 빌려 만든 피의 제단, 알타 오브 블러드.”
몸이 희미해진 네리아가 당황하는 일행에게 말했다.
“이 진에 빠진 인간들은 그 생기를 아르카엘에게 바치게 되지. 말 그대로 산 제물.”
“뭐야?”
‘제물이라니!’
놀라는 로자리아의 얼굴을 보며 네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먼저 빠져줄게. 이 안에서 즐거운 시간들 보내고 나중에 보자구. 그때는 다들 앙상한 뼈만 남은 채이겠지만. 호호홋.”
“야, 멈춰!”
로자리아가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네리아는 사라진 뒤였다. 마을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녀가 사라지자 피의 제단이 되어버린 마을을 검은 빛이 감쌌다.
“큰일이다.”
로자리아들 틈에 남은 흑마법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네리아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 네리아님… 뭐 잊고 가신 것 없으신가요?”
***
“호호, 장관이로군.”
순식간에 마을 밖 숲으로 워프한 네리아는 마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진이 한창 2단계에 돌입하고 있었다. 충격파는 사라지고 1단계에서 만들어진 마을을 감싼 거대한 원이 빛의 기둥이 되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 모습에 네리아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을에 올 때 미리 마법석은 배치해 두었다. 마지막 기동어만을 제외하고 준비해 두느라 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지만 덕분에 이 한 방으로 말끔하게 청소할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프로다운 일 처리가 아니겠는가.
임무는 임무대로 처리할 수 있으니 좋고, 모시고 있는 악마에게 제물을 바칠 수도 있어 좋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네리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조용히 감상했다.
“그럼 느긋하게 구경해 보도록 할까?”
***
“크아아악!”
“아윽… 으윽!”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는 피해는 없었지만 사방에 신음하며 쓰러진 사람투성이였다. 검게 솟아오르는 기둥이 마을 사람들의 생기를 빨아들이며 기분 나쁜 바람소리를 토해 내고 있었다.
생기를 흡수하는 대상은 로자리아와 흑마법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뭐야, 이거? 몸의 힘이 빠져나가.”
수많은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뒤섞여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 가는 도미크.
그러나 오직 한 사람, 두 다리로 땅에 서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터였다.
“그만둬라.”
이터가 검은 기둥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기둥은 그런 이터의 말에 코웃음이라도 치듯 오히려 더 크게 윙윙거리며 자신의 기세를 과시했다.
이터는 움켜쥔 왼손 주먹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그만둬!”
파아앗!
이터의 왼손 주먹에서 검은 기둥과는 반대되는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환하게 뻗어나간 빛에 부딪힌 기둥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아니!”
즐겁게 지켜보고 있던 네리아가 흠칫했다.
“알타 오브 블러드가… 사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한번 발동된 피의 제단은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기를 빨아먹기 전에는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 하지만 벌써 모든 생기를 흡수했을 리가 없는데?’
네리아는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설마 자신이 어딘가 잘못 설치했던 것인가?
“뭐, 하지만 상관없어.”
“으… 으으.”
“살려줘… 제발.”
검은 기둥은 사라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었다. 네리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주술은 깨어졌지만 저주는 사라지지 않는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나만 알고 있지.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모습을 감춰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녀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체크 메이트. 끝났어.”
***
“…….”
주변을 바라보던 이터가 가즈 블레이드를 흔들었다.
“왜 그래?”
“이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로자리아와 쓰러진 마을 사람들을 가리키는 이터. 가즈 블레이드는 날을 돌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글쎄? 아무래도 저주의 일종인 거 같은데…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군. 아무래도 저주를 건 인간을 직접 찾아야 될 거 같은데.”
“저주를 건 인간만 찾으면 되나?”
가즈 블레이드는 날을 끄덕였다.
“그럴 거야.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저주를 건 녀석이 이 넓은 땅덩어리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찾겠어?”
“그렇군. 알았다.”
“찾으러 가려고? 어려울 텐데.”
가즈 블레이드의 말에 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간단하다.”
“뭐?”
팟.
대꾸를 듣기도 전에 이터의 모습이 없어졌다. 가즈 블레이드는 깜짝 놀라 주변을 바라보았다. 없다.
“사라졌어?”
어디로?
답은 네리아의 놀란 눈이 대신 해주었다.
“너는? 어떻게 여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며 뭘 할까 고민하고 있던 네리아는 자신 앞에 이터가 서 있자 깜짝 놀랐다. 이터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모두 원래대로 돌려놔라. 안 그러면…….”
이터의 눈이 싸늘해졌다.
“나 화낸다.”
Chapter 1-5. 격돌! 이터 VS 데몬
이터와 마주하게 된 네리아는 당돌하게 말하는 이터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흥, 어린 꼬마 녀석이! 네가 화를 내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하지만 이상하군. 알타 오브 블러드가 발동할 때, 녀석도 저 안에 있었다. 그렇다면 내 저주를 피해 갈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무사한 거지?’
네리아는 미간을 좁혔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 꼬마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그것도 순식간에 찾아왔다. 상대한 이동한 자리를 역탐지로 찾아내는 건 대마법사들이나 가능한 이야긴데.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설마 알타 오브 블러드가 갑자기 멈춘 것이 저 꼬마와 관련 있다는 건가? 그럴 리가!’
만약 이터가 알타 오브 블러드를 깨뜨릴 정도의 실력을 지닌 자라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르카엘의 권능이 한낱 인간 꼬마에 의해 깨어질 리 없었다. 네리아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 로자리아라는 마녀의 패거리라는 사실만으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다. 이왕에 없애야 할 꼬마라면 찜찜한 부분이 없게 최고의 술로 단숨에 끝장내는 것이 깔끔하다. 그리고 그런 패라면 하나 가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에 계약을 맺은 그의 힘이 궁금했는데 이 자리에서 꺼내보아도 괜찮겠지.’
셈을 마친 그녀가 마력을 집중했다. 그녀의 입에서 계약의 어가 흘러나왔다.
“지저 끝의 전사, 파괴의 왕자여… 당신과 계약한 미천한 종이 당신의 이름을 부르나니, 부디 강림하시어 위대한 모습을 보여주시오. 데몬!”
우우웅!
네리아의 주위로 거센 돌풍이 일어나며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나 빛났다. 불길한 바람에 떠는 나무들이 강자의 존재를 느끼고 낮은 울음을 토했다.
서서히 걷혀가는 돌풍.
사라져 버린 마법진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우람한 체구, 등 뒤로 펼쳐진 악마의 날개, 끝이 날카로운 세 개의 발과 네 개의 손가락. 차갑고 냉정한 얼음 같은 표정의 전사.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그의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 암흑의 기운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마계의 전사 데몬이었다.
데몬은 네리아를 돌아보며 그 입을 열었다.
“그대인가? 오랜만인 것 같군.”
“계약한 이래 처음입니다, 데몬이시여.”
“그래서 용건은?”
네리아는 이터를 가리켰다.
“데몬이시여, 제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저 어린 소년을 죽여주시면 됩니다.”
“겨우 저런 꼬마 하나를?”
이터를 바라보는 데몬의 표정이 미묘하게 뒤틀린다.
네리아는 아차 싶었다. 데몬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전사 중의 전사. 소드 익스퍼트 기사들로 이뤄진 한 개 전대가 모두 나서거나 소드 마스터가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는 강자였다. 그런 그에게 고작 어린아이 하나를 상대하라고 하는 것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