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97
마염의 황제 097화
프리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이다. 확실히 루시펠 쪽이 각성을 하면서 훨씬 더 강해지기는 했다. 그래도 아직 이터의 움직임이 더 빠르고 강하다.’
분명 긴 승부가 되기는 하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결국 최후에 승리하는 건 이터가 될 것이다.
그때, 이터가 이데아로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힘을 쓰지 않고 있는 건가.”
피식.
이데아로크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말했잖아.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뭐… 네 수준에 맞춰 힘 관리 하는 게 좀 어렵기는 하지만.”
“뭐라꼬?”
프리야는 깜짝 놀랐다. 지금 막상막하로 싸움이 진행되는 게 호각이라서가 아니라 수준을 맞춰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가?
이터가 미간을 좁혔다.
“웃기는군.”
타악.
이터가 다시 바닥을 박찼다. 짧은 빛과 함께 그의 오른팔에 타이탄 브레이커가 장착되었다. 붉게 물든 강철 주먹이 이데아로크를 향해 뻗어나갔다. 이데아로크는 짧게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럼 조금만 힘을 써볼까?”
퍼억!
달려들던 이터의 고개가 옆으로 크게 젖혀졌다. 이데아로크의 팔꿈치가 그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
그가 다가오는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큭!”
이터는 튕겨나는 자세로 몸을 굴려 재빨리 균형을 잡고 섰다. 일어나자마자 다시 달려드는 이터. 붉게 타오르는 타이탄 브레이커가 이데아로크를 향해 날아든다.
“하아아앗!”
턱.
기세 좋게 날아가던 타이탄 브레이커가 허공에 멈춰 섰다.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은 이데아로크의 검지손가락이었다.
“뭐?”
“으랏차.”
퍼어억!
검지로 타이탄 브레이커를 막아낸 이데아로크는 그것을 밀쳐내며 반대쪽 주먹으로 이터를 후려갈겼다. 마치 포탄이 날아가는 듯한 속도로 바닥에 처박히는 이터. 박살난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이터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이데아로크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차이가 너무 나네. 좋아, 서비스를 하나 해주지. 난 눈을 감고 상대하겠어, 어때?”
“웃기지 마.”
이터가 눈을 부릅뜨며 달려들었지만 이데아로크는 개의치 않고 눈을 감으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럼 시작한다.”
쉬익.
눈을 감은 이데아로크가 한발짝 물러서자 이터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곧바로 몸을 튼 이터가 발차기를 날렸지만 이데아로크의 몸에는 닿지 않았다. 섬광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권각.
하지만 이데아로크는 모든 공격을 눈을 감은 채로 피해냈다.
“큭.”
“하하. 어떻게 된 거야, 이터. 눈을 감았는데도 한 대도 못 때리고 있잖아.”
타악.
빈틈을 노리고 날아드는 이터의 주먹이 허공에서 막혔다. 이데아로크는 진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면 역시 차이가 너무 나는 걸까?”
퍼억!
다시 한 번 이데아로크의 주먹이 이터에게 작렬했다. 이터가 바닥에 처박히자 이데아로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그의 몸에는 상처는커녕 먼지 하나 묻지 않았다. 프리야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 강하다. 진짜 강해. 이게 이데아로크의 진면목인기가. 저 괴물 꼬마가 저렇게 밀리다니…….’
휘이이이!
이터가 쓰러진 자리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기간틱 블레이드에서 터질 듯이 뿜어져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
이터의 왼손이 붉게 물들었다.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콰아아아!
두 개의 마법이 만들어내는 폭염의 돌풍! 그것이 주변을 집어삼키며 하늘로 솟구쳤다. 이데아로크가 기간틱 블레이드를 들어올리는 이터를 보며 웃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이용한 진폭마검. 쓸데없는 잡기술들을 사용해서 힘을 낭비하는 것보다 최고의 기술로 단번에 승부를 내겠다는 건가? 현명한 판단이야. 그렇다면 나도 그에 걸맞는 기술로 보답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데아로크는 검을 꺼내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라그나 블레이드가 빛을 발했다. 이터가 눈을 가늘게 떴다.
“가즈 블레이드.”
“말했을 텐데. 녀석의 이름은 라그나 블레이드. 나, 이데아로크의 애검이다.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나?”
이터는 이죽거리는 이데아로크에게서 고개를 저으며 검을 치켜들었다.
“네 검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졌는지 따위는 관심 없어. 나는 내 최선을 다해 너를 깨부술 뿐이다.”
기간틱 블레이드가 환하게 타오른다.
정점에 달한 섬광이 하늘을 찢어발기며 솟구쳤다. 이터는 이데아로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검을 휘둘렀다.
“진폭마검!”
일직선으로 터져나가는 투기. 이터의 진폭마검이 이데아로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니?”
우우웅.
이데아로크 주위에 바람이 일었다. 검을 쥐고 낮은 자세를 취한 그의 몸 주변에 대기의 돌풍이 일어나 원을 그렸다. 그것이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폭마검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대기의 돌풍에 폭마검의 투기가 섞였다.
“포, 폭마검이!”
흡수되었다?
경악하는 프리야를 뒤로하고 이데아로크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수많은 용자들이 왜 악신 앞에서 깨어졌는지 알고 있나? 라그나 블레이드의 능력은 주위의 힘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 그들은 모두 이 능력 앞에 무너져 내렸다. 바로 자기 자신의 힘에 의해. 이터, 바로 지금의 너처럼 말이다.”
“크윽!”
이데아로크의 주위로 몰아치는 기의 돌풍이 더욱더 강해졌다. 이데아로크가 천천히 검을 뻗었다.
“그리고 그 가즈 블레이드의 능력을 이용한 나, 이데아로크 최강의 일격.”
콰아아아아.
주변의 힘을 끌어당기는 힘의 소용돌이가 이터를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되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버티지 못한 이터는 그 소용돌이에 먹혀 함께 하늘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빛나는 라그나 블레이드.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른 이데아로크는 라그나 블레이드를 소용돌이 채로 베어버렸다. 검기에 회전하는 소용돌이의 힘까지 담긴 통한의 일격.
이것이야말로 악신, 이데아로크가 자랑하는 최강의 일격. 이름하여…….
“패왕격(覇王擊)!”
쿠아아아아!
베여져 나간 소용돌이가 폭주하며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이터에게 집중되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허공에서 터져나가는 소용돌이.
흩어지는 열기 사이로 떨어진 이터가 바닥에 처박힌다. 온 몸이 엉망진창으로 그을린 이터는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데아로크는 웃으며 검을 거두었다.
“이런. 내가 너무 빨리 죽여버렸나? 뭐… 어쩔 수 없군.”
순식간이긴 했지만 꽤 즐거운 싸움은 끝났다.
이제 적당히 몸도 풀렸으니 예전에 자신이 당한 빚을 다시 갚아줄 때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데아로크가 등을 돌리려던 차였다.
투둑. 투둑.
바닥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기간틱 블레이드를 지팡이처럼 움켜쥐고 몸을 지탱해 일어나는 이터.
이데아로크는 조금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살아 있었나? 놀랍군. 지금까지 패왕격을 받아내고 목숨을 부지한 놈들은 없었는데. 하지만…….”
이데아로크의 시선이 이터의 팔을 향했다. 이터의 오른팔이 보기 처참할 정도로 짓뭉개져 있었다.
이데아로크는 미소지었다.
“팔이 그 지경이 되어서야 제대로 싸울 수나 있겠어?”
이터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빛나는 왼손을 내밀었다.
“회복.”
휘이잉!
그와 함께 눈부신 빛이 이터의 몸을 휘감았다.
“……?”
난데없는 빛에 살짝 눈을 찌푸리던 이데아로크는 빛이 사라진 자리에 선 이터를 보며 감탄했다. 이터의 몸은 언제 상처를 입었냐는 듯이 완벽하게 회복되어 있었던 것이다.
“회복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나? 보면 볼수록 놀라운 놈이로군. 대체 네 녀석의 정체는 뭐냐?”
인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마계의 존재도 아니고, 그분의 수하 역시 아니다. 어떻게 평범한 지상의 존재가 이렇게까지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거지? 이데아로크는 놀라움을 지우고 다시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아니었다.
“뭐, 상관없지. 오히려 즐길 거리가 늘었으니 다행이야. 권에 검술까지 겨뤄보았으니… 이번엔 마법으로 겨뤄볼까?”
이데아로크는 손을 뻗었다. 그와 함께 수십 개의 구체가 생성되더니 이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큭.”
이터는 주춤했다. 날아드는 마탄을 받아치는 순간, 엄청난 중압감이 몸을 짓눌렀다. 빗나간 마탄들은 첨탑을 때려 부수며 주위를 폐허로 만들었다. 하나하나 묵직하고 강력한 위력을 가진 공격.
검으로 튕겨내면 낼수록 성은 붕괴해 갔다.
“왜 그래? 겨우 이 정도에. 아직 멀었다고.”
키이잉!
한 번에 네다섯 개의 마탄이 검에 달라붙어 이터를 밀어붙인다. 이터는 사력을 다해 버텼지만 몸이 점점 뒤로 밀렸다.
“으… 으아아압!”
어떻게든 흐름을 이쪽으로 바꿔놓지 않으면 끌려갈 뿐이다. 있는 힘을 다해 이데아로크의 주문을 튕겨낸 이터는 서둘러 왼손을 뻗었다.
“지워라, 불!”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가는 폭염구. 하지만 이데아로크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는 붉게 물든 손을 뻗었다.
“이터널 플레어.”
쿠오오오!
그의 손끝에서 무시무시한 불꽃이 터져나오며 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부, 불꽃의 드래곤?”
프리야가 경악하는 순간, 불의 용은 이터의 폭염구를 날려버리며 그대로 이터를 집어삼켰다.
초고열의 폭염.
이터는 전개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보호막을 전개했다. 폭염의 벽을 찢어버린 이터는 이데아로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
폭염을 벗어난 이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회전하는 돌풍이었다.
“기다렸다.”
이데아로크가 미소를 지었다. 힘의 소용돌이가 이터를 휘감았다.
“패왕격!”
“크윽!”
방심했다. 설마 공격을 뚫고 나오기가 무섭게 최강기로 반격하리라고는.
휘말려 올라가는 이터를 보며 이데아로크는 라그나 블레이드를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다시 부활할 수도 없게 만들어주마!”
이데아로크가 이터를 베어버리려는 순간이었다. 검을 휘두르는 그의 앞에 난데없이 순백의 십자가가 날아들었다.
성령의 빛. 그랜드 크로스.
“……?”
이런 류의 기습은 이데아로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곳에는 이터와 자신 밖에 없을 텐데? 이데아로크는 범상치 않은 빛을 피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둘풍은 사라졌고 허공에 팽개쳐진 이터를 누군가가 낚아챘다. 이데아로크는 자신의 맞은편에 내려선 세 명의 인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판관, 아네스와 그녀의 부하 맥스와 세레나였다.
“너희들은…….”
정신을 차린 이터를 보며 아네스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이걸로 빚은 갚은 것 같군.”
“뭐야, 이 벌레들은.”
이데아로크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감히 파괴신인 자신의 싸움 중간에 끼어들다니. 하지만 아네스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이데아로크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 쏘아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