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 누굴 바보로 알아?
막내가 ‘그 노래? 그 가수!’의 조연출도 하기로 해서 그녀에게 기획안을 주기 위해 편집실 책상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이상하다. 분명히 있었는데···.”
“나중에 찾으면 주세요. 아니면, 톡으로···.”
“이따 시간이 안 될 거 같아서 그래. 성우 녹음 끝나면 민 작가한테 가서 받아. 작품에 대한 얘기도 같이 나누고···.”
“네!”
막내는 밝은 표정으로 나갔다.
편집실에 혼자 남은 동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대책 없는 녀석이네. 조연출을 전부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저러다 쓰러지지.”
“나는···.”
[하긴 그게 가능한 건 박지혜를 비롯한 유능한 동료들 덕분이지.]맞는 말이다.
동수가 프로그램 세 개나 메인을 맡는 건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박지혜와 유능한 작가들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다.
아무튼!
‘막내가 뛰어나긴 해도 체력은 별개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체력은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는 안 받을 거다.]‘뭔 소리야? 프로그램 하나 하는 거도 힘든데···. 세 개나 하면···.’
[당신은 힘든가?]‘어? 그건···.’
[박지혜도 이 일을 즐기고 있다. 당신처럼 말이지.]“······.”
[그리고···.]가온이 뒷말을 흐리자, 동수는 물었다.
‘그리고 뭐?’
[알아서 생각해라. 언제까지 떠먹여 줘야 하는지···.]‘뭔 소리야?’
[그보다 박지혜의 앙상블 점수를 확인해보는 게 어떤가? 혹시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텐데···.]일리 있는 말이다.
물론 점수가 낮다고 해도 이미 정한 걸 바꿀 생각은 없지만···.
‘막내는 당연히 백 점 나올 거 같은데.’
[누차 말하지만···. 백 점은 쉽게 나오는 점수가 아니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백 점이 나오는 건 말도 안 된다.]‘흠···.’
가온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백 점이 나올 거 같았다.
그때 문득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야, 우리 내기할래?’
‘그래! 난 백 점에 걸게.’
[좋다. 그럼, 난 백 점이 아니다에 걸지. 이기면 얻을 수 있는 상품은 뭐지?]그는 팔짱을 끼고 생각하더니,
‘딱히 부탁할 건 없고···. 소원권 하나 주는 걸로 하자.’
[소원권? 그건 싫다. 지니 회장 꼴 되긴 싫으니까.]‘그러면···. 해킹률 부스트 팩으로 줘.’
[그건 제작하는데 한 달···.]‘누굴 바보로 알아? 이미 완성된 거 가지고 있잖아!’
[······.]‘OK?’
[···알겠다. 부스트 팩 1개를 걸겠다. 대신 당신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사줘야 한다.]동수는 씨익 웃으며,
“OK!”
그는 앙상블 시스템을 실행했다.
그리고 ‘그 노래? 그 가수!’ 선택해서, 출연진 등록하기 창을 띄웠다.
『등록하길 원하시는 인물을···.』
‘조연출, 박지혜.’
『박지혜(26세/12월 13일/A형/여) 맞습니까?』
『예 / 아니오』
예를 선택하자,
-띠링!
여러 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박지혜가 조연출 리스트에 등록됐습니다.』
『해킹률 10%입니다. 상세 능력치 확인이 가능합니다.』
『앙상블 점수 오차율은 0%입니다.』
『오차를 줄이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오···!’
[······.]역시나 막내는 S등급(100점)이다.
동수는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막내 얘는 맡는 프로그램마다 100점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박지혜에 대한 데이터를 전부 고려해서 계산해도 A등급인데···.]‘뭔 소리야? 앙상블 시스템을 만든 건 너잖아. 그런데 네 계산이랑 다르다고?’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너 설마, 부스트 팩 안 주려고 개수작 부리는 거 아니야?”
-띠링!
『해킹 부스트 팩 1개가 지급됐습니다.』
“땡큐, 땡큐.”
[···그리고 앙상블 시스템은 나랑 독립적인 프로그램이다.]‘또, 다른 AI란 소리야?’
[비슷하다. 다만, 앙상블 시스템에만 특화됐지.]“흠···. 그러면 앙상블 시스템이 다른 계산을 한 이유가 있단 말이네?”
[그렇다. 그런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앙상블 정보창을 확인했다.
『박지혜 앙상블 정보』
【해킹률: 10%】
【앙상블 점수 : 100점(S등급)】
【오차율: 0%】
【상세 능력치: 만능】
상세 능력치에 만능이라고 되어 있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뭐, 어찌 됐든 막내는 대단하네.”
[···이 문제는 더 조사를 해봐야겠다.]‘맘대로 해.’
[그리고 박지혜가 여러 프로그램을 하는 게 걱정이면 현재 하는 프로그램들을 슬슬 정리해라.]동수도 그렇게 생각했다.
SBC를 그만두니까 ‘멍멍산’이랑 ‘인기 뮤직’은 슬슬 정리해야 한다.
가온이 물었다.
[후임자는 결정했어?]“인기 뮤직은 정했어.”
후임자는 바로,
‘최다혜.’
자칭 쌈닭 최다혜.
현재 ‘라이어 킹’ AD를 하고 있지만, ‘인기 뮤직’ 메인을 맡으라면 수락할 거다.
무엇보다 그녀는 오랫동안 ‘인기 뮤직’ AD를 했었기 때문에 따로 인계할 것도 없다.
‘공수철처럼 개수작 못 하게 조치만 해두면···.’
[그러면 멍멍산은 어떻게 할 거지?]‘그건 미끼를 던져두긴 했는데···.’
동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반응이 없네. 고민이 많나 봐.”
[그만둘 때까지 연락이 없으면···.]“송민지처럼 버리고 튈까?”
[안 그럴 거잖아.]그는 피식 웃으며,
“일단 김민재 CP를 믿어봐야지. 그 양반도 ‘멍멍이와 산다!’가 시청률이 지금처럼 유지되길 바라고 있으니까.”
동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차기 국장? 그게 뭔 소리야?’
-뾰로롱!
요정 가온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심심해서 SBC 인트라넷을 살펴보다가 김민재 CP가 차기 국장으로 승진한다는 정보를 얻었다.]‘정말?’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그럼 변 사또는 고객 만족 센터로 가는 거야?’
[아니.]동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디로 가는데?”
[그건 나도 모른다. 원한다면 조사해볼 순 있다.]동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됐어. 뭐, 알아서 살겠지. 변 국장은 신경쓰지 말자.”
“아니. 새로운 국장님 만나러 가야지. 축하 커피 한 잔 사드려야지!”
‘그리고 멍멍산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 말이야.’
그는 씨익 웃으며 편집실에서 나갔다.
= = = = = = =
예능국 국장실.
김민재 CP는 책상을 정리하는 변우민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국장님, 너무 성급한 결정인 거 같습니다. 차라리 고객 만족 센터에 가시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사장님께서 국장님을 계속 거기에 두시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담 회장의 지시다.
송 사장은 거역할 수 없다.
그걸 아는 변우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네.”
“하지만···.”
“됐네. 사장님께서 인사 발령을 늦추셔서 나쁜 소문이 나기 전에, 아이리스 컴퍼니와 계약할 수 있었어. 이거면 충분해···.”
송 사장 덕분에 그가 처한 상황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계약을 할 수 있었으니까.
김민재는 한숨을 푹 내쉬며,
“···하다못해. 송별회는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야반도주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
변우민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초라한 꼴로 직원들과 이별주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꼴로는···.
‘절대 못 해···.’
“나중에 연락하겠네. 그때 방송국 직원들이랑 한 번 보세.”
그는 아이리스 컴퍼니에서 자리를 잡고 SBC 국장 때보다 승승장구하는 날 연락할 셈이었다.
모두가 그를 다시 존경의 눈빛으로 보는 그날에···.
김민재는 재차 한숨을 내쉬며,
“네, 알겠습니다.”
변우민은 김민재를 보며 말했다.
“위로해줘서 고맙네. 새로운 국장은 아마 5팀장이 되겠지?”
예능국 제작 5팀장은 제일 선배다.
더구나 부사장 라인이어서 뒷배도 나쁘지 않다.
‘5팀장 말고는 적임자가 없지.’
회장은 김민재를 높게 평가했지만,
‘김 CP는 너무 어려. 인사과장도 5팀장이 될 거 같다고 했지.’
그는 김민재의 어깨를 다독이며,
“열심히 하게. 내가 5팀장한테는 잘 말해두겠네.”
“아···. 그게···. 감사합니다. 하하.”
김민재는 어색하게 웃었다.
변우민은 그가 왜 이러나 싶었지만···.
‘별일 아니겠지.’
그리고 변우민은 짐을 챙겨서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는 예능국을 쭉 살펴봤다.
몇몇 직원들이 자리에 있었지만, 대부분은 촬영이나 편집 중이라 자리에 없었다.
그때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봐, 변 국장 정말 그만두나 봐!’
‘대박···.’
‘와, 강동수 파워가 장난이 아니네. 변 국장을···.’
‘변 국장 어디로 간대?’
‘몰라. 제작사라는 거 같은데···.’
변 국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갔다.
그때 김민재가 소리쳤다.
“여기가 시장통이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다들 일 안 해!?”
그러자 조용해졌다.
변우민은 김민재를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고맙네.”
“아닙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예능국에서 벗어나서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변 국장은 말했다.
“마지막까지 고마워. 내가 5팀장한테는 정말 잘 말해놓겠네.”
“아, 아뇨···. 괜찮습니다. 하하.”
김민재는 난처했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싶었다.
‘내가 차기 국장이라고···.’
하지만 그건 변우민을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변 국장은 그가 국장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참 후배인 내가 벌써 국장이 됐다고 하면 너무 심란할 거야. 그냥 조용히 보내드리자.’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그러면 국장님, 건강하세요.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김 CP. 고마워.”
변우민이 막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
동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민재 국장님!”
변우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민재···. 국장···?’
김민재는 엘리베이터에 탄 변우민과 다가오는 동수를 번갈아 보며 당황했다.
“가, 강 CP, 구, 국장이라니···? 그게 무슨···.”
그러자 동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뭘 모른 척하십니까!? 김 CP님이 새로운 예능국 국장이잖아요!”
그렇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변우민은 엘리베이터 안에 홀로 서서···.
“김민재가 국장···? 말도 안 돼···.”
무척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때 김민재는 닫힌 엘리베이터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이러면 내가 변 국장을 농락한 꼴이 되는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동수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 국장님 되실 분이 웬 한숨입니까?”
“······.”
김민재는 뭐라고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딱히, 동수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다만, 의문인 건···.
“···강 CP, 근데 내가 국장으로 진급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정식 발령 난 것도 아닌데···.”
동수는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자자, 김 국장님, 제가 축하 커피 한 잔 사겠습니다. 옥상으로 가시죠!”
“추워 죽겠는데 무슨 옥상이야!”
“맨날 사무실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습니까? 하하! 가시죠!”
“거참···.”
그리고 김민재와 옥상에 도착한 동수는 그에게 커피를 건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멍멍이와 산다!’ 외주 제작으로 돌리십쇼! 미친개 스튜디오로요! 시청률 확실하게 올리겠습니다!”
“이 자식···. 축하해준다더니···. 부탁이냐?”
“하하! 부탁이라뇨! 거래죠! 거래!”
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서로에게 아주 이로운 거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