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47
47화 – 지금 온대요.
동수는 ‘인기 뮤직’ 작가 앙상블 점수표에 적힌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민혜(31세/O형/여): 100점(S등급)】
‘이 여자···. ‘멍멍이와 산다!’를 기획했던···.’
[맞다. 송민지 PD에게 쫓겨났다던 작가다.]‘······.’
‘멍멍이와 산다!’ 때는 메인 작가였었으니까 100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깊이 생각할 거 없다. 김민혜의 능력이 무척 뛰어나단 소리니까.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백 점짜리 활약할 만큼.]‘그런 건가.’
[박지혜를 생각해봐라.]박지혜도 딱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5, 6년쯤 조연출 경력이 쌓인 사람처럼 일을 잘한다.
‘그러네. 네 말대로 그냥 김 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거네.’
[김민혜한테 연락해볼 건가?]‘글쎄···.’
지난번에 통화했을 때 무척 우울해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저는 좋은 작가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죄송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멍멍이와 산다!’를 지켜준 거요. 정말 고마워요.] [이만 끊을게요. 더는 전화하지 마세요.]동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던데···.’
[임혜숙한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해보는 건 어떤가? 임혜숙의 막내로 일했던 작가니까.]‘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럼 이따 저녁때 물어봐야겠네!’
[그러면 김민혜 말고 다른 작가는 어떻게 할 거지?]임혜숙(A등급), 윤하얀(A등급)은 제외하고.
미친개 민성아(A등급)는 보류.
그리고 또 다른 S등급 심소정 작가는,
‘일단 대철이 형한테 얘기를 해봐야겠네.’
그때 박지혜와 윤하얀이 동수 책상으로 다가왔다.
“선배님, 식사하셔야죠.”
“저녁에 약속 있다면서요? 그럼 지금 삼겹살 먹으러 가요! 소주 대신 사이다로 짠! 어때요?”
그러자 가온도 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밥 먹고 하자.]‘···그래.’
동수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점심에 삼겹살은 조금 그렇지 않아요?”
“뭐, 어때요! 정말 맛있겠죠?”
“맛있기야 하겠지만···. 그래요. 먹어요. 먹어.”
= = = = = = =
여의도 마이어 오피스텔은 방송 작가(구성, 드라마)들이 많이 모여 산다.
방송가의 모든 소문이 시작된다고 알려진 곳···.
하여튼!
이곳에 김민혜 작가의 작업실도 있다.
김민혜는 간만에 작업실에 와서 청소를 시작했다.
‘멍멍이와 산다!’에서 송민지 PD의 개수작으로 왕따를 당하고 멘탈이 나가 그동안 안 왔더니 무척 지저분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콜록콜록···.”
환기를 시켰는데도 먼지가 풀풀 날려서 기침이 계속 나왔다.
그렇게 열심히 청소했고···.
재활용 쓰레기 정리까지 끝낸 뒤,
“얼추 된 거 같네.”
김민혜는 깔끔해진 원룸 형태 작업실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앉더니, 책상에 놓여 있는 노트북으로 손을 뻗었다.
“······.”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은 무척 복잡했다.
문득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포기는 풋내기나 하는 거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괴롭힘당하는 거 처음도 아니고···.’
부모님과 재회하기 전···.
악마 같은 놈 때문에 죽고 싶은 나날을 보내던 그때 비하면···.
송민지 PD에게 당했던 일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정말 별거 아닌데···.’
그런데도···.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앞이 막막했다.
마치 길을 잃기라도 한 거처럼···.
‘지금까지 잘 이겨냈는데···. 왜 이러는 거야. 정말 바보 같아···.’
우울해지려는 찰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빠! 은수 오빠! 은수 오빠 어딨어···! 으아앙!] [엄마! 아빠! 오빠···! 나 여깄어! 으아앙!]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나는 강해진 게 아니고···.’
마모되고, 금이 간 건 아닐까.
당장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유리처럼···.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노트북을 펼쳤다.
그리고 바탕화면에 있는 한 폴더가 눈에 들어왔다.
[멍멍이와 산다 ♥]“······.”
팀에서 쫓겨나고···.
멍멍산이 망해가는 걸 지켜보며,
꼴 좋다는 생각보다는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지금까지 모든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왜 멍멍산만···.
“후우···.”
한숨만 계속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강동수 PD랬지?’
새로운 메인 PD···. 그가 멍멍산을 다시 되살렸다.
‘내가 바라던 멍멍산의 모습으로···.’
특히, 이번에 화제가 됐던 24회 방송 때는 박수를 보냈다.
역할극을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주 적절하게 게임과 토크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어쩌면 좋은 작가가 옆에서 조언해준 걸지도 모르지만, 결국 결정을 내리는 건 PD니까.
김민혜는 슬픈 얼굴을 했다.
‘송민지 PD는 내 말을 무시했지···.’
강동수 PD와 함께하는 작가가 조금 부러웠다.
갑자기 지난번에 동수와 나눴던 통화가 떠올랐다.
[김 작가님, ‘멍멍이와 산다!’ 서브 작가를 맡아주실 수 있으세요?]‘그때 만약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그러나 이미 떠나간 열차다.
김민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 = = =
동수는 팀원들과 점심을 먹은 뒤 박대철을 찾아 나섰다.
심소정 작가를 ‘인기 뮤직’에 데려오고 싶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프리랜서라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해도 상관없긴 하지만···.
‘메인 PD한테 양해는 구해야지.’
더군다나 심소정 작가는 아직 막내다.
아마 두 프로그램을 동시에 할 레벨이 못 될 거다.
결국, ‘도토리’를 그만두게 하고 ‘인기 뮤직’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건데···.
‘본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대철이 형이랑 임 작가랑도 얘기돼야···.’
하여튼!
이런 사정 때문에 박대철을 찾는 건데···.
도무지 박대철이 어딨는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안 받는다.
‘이 형은 대체 어딨는 거야?’
[GPS 기능을 활성화해서 찾아보겠다.]“맞다! 그 기능이 있었지!”
[위치 탐색··· 대상 박대철···. 찾았다. 1층 로비에 있는 카페에 있다.]카페?
“좋았어!”
동수는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는 박대철이 ‘도토리’ 연출진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
막내 작가 심소정도 보였다.
그녀는 막내 조연출과 나란히 앉아서 조잘조잘 떠들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임 작가는 없는 건가?’
[GPS 검색···. 임혜숙은 지금 SBC에 없다.]‘다른 방송 하러 갔나 보네.’
어차피 그녀랑은 저녁에 두루치기 셰익스피어에서 보기로 했다.
‘임 작가한테는 그때 말하기로 하고.’
박대철이 동수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여긴 웬일이냐?”
그제야 동수를 본 다른 ‘도토리’ 연출팀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동수는 그들한테 인사를 한 뒤, 박대철에게 말했다.
“왜 난 카페 오면 안 돼?”
“그건 아니고···. 넌 카페에 혼자 잘 안 오잖아. 자판기만 가고···.”
“형이 전화를 안 받으니까 그렇지!”
“전화?”
박대철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어라? 폰이 어디 갔지? 이상하다? 밥 먹으러 갈 때까진 있었는데···.”
그때 조연출 양 PD가 말했다.
“계산하실 때 카운터에 올려둔 걸 본 거 같습니다.”
“그래? 이런 두고 왔나 보네···.”
양 PD가 벌떡 일어나며,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냐, 아냐. 사장님이 챙겨두셨겠지. 커피 마시고 내가 갔다 오지 뭐.”
그러자 동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점심쯤에 디딤돌 엔터(큐티 걸즈 소속사)에서 형한테 연락한다고 했는데···.”
“헉! 인마! 그런 건 빨리 말해야지!”
“박 PD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양 PD, 내가···!”
박대철의 만류에도 양 PD는 후다닥 뛰어갔다.
동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양 PD, 굉장히 빠릿빠릿해졌네.”
“화재 사건 이후로 느낀 게 많은가 봐. 그런데 왜 전화했던 거냐? 혹시 디딤돌 엔터 때문에···.”
“그건 아니고, 양해 구할 게 있어서.”
“혹시 부탁 찬스 쓰려고?”
“부탁이 아니고, 양해랬잖아! 양해! 형네 막내 작가 있잖아.”
“기철이?”
“그 친구 말고. 심 작가!”
“아, 소정이?”
“응.”
“소정이는 왜?”
동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인기 뮤직’ 작가로 고용하고 싶어서.”
“······좀 뜬금없네? 갑자기 우리 막내를? 왜?”
이런 질문이 돌아올 건 예상했다.
그래서 미리 대답도 준비해놨다.
“내가 심의부에 있으면서 관상 공부를 좀 했거든.”
“관상? 별걸 다 했네···.”
관상을 공부한 건 사실이다.
워낙 한직이다 보니 할 일이 없을 때는 이런저런 책을 읽었는데, 그때 관상학책도 읽었다.
그래서 심의국 다른 직원들 관상을 봐주기도 했는데···.
하여튼!
“심 작가가 우리 ‘인기 뮤직’에 딱 맞는 관상인 거 같아서!”
“‘인기 뮤직’에 딱 맞는 관상···?”
그는 막내 조연출과 조잘조잘 떠들고 있는 심소정을 힐끗 보더니,
‘···잘 모르겠는데···.’
“근데 소정이 작가 생활 시작한 지 이제 삼 개월밖에 안 됐어. 데려가서 써먹을 수나 있겠어?”
동수는 웃으며,
“가르치면서 해야지.”
“누가? 하얀 작가가?”
“윤 작가는 ‘인기 뮤직’ 안 해. 내가 가르치려고.”
“뭐, 알아서 해. 소정이가 가겠다면···. 아, 임 작가한테 말은 해놔.”
“OK! 알겠어!”
심소정한테는 내일쯤 얘기를 해볼 생각이다.
‘일단 오늘 임 작가한테 말하고···.’
“야, 그런데 말이야···.”
“······?”
“내 관상은 어떠냐?”
“······.”
“성공할 상이냐? 응?”
동수는 어색하게 웃더니,
“잘 모르겠네.”
“뭐야? 관상 공부했다며!
“공부는 했는데 아직 초짜야. 하하. 형 관상 궁금하면 철학원 같은 데 가봐!”
“너 관상 공부한 거 구라지!”
“아냐! 정말 공부했어! 하여튼 난 간다!”
카페에서 다시 예능국으로 향하던 동수에게 가온이 말했다.
[박대철은 왼쪽 애교살에 점이 있어서 아들 복이 없을 수 있다. 한쪽 눈썹이 살짝 끊어졌는데, 이건 불행한 눈썹이다. 하는 일마다 안 되고 빈곤할 수도 있는···.]동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너 관상도 아냐?’
[그렇다. 당신 통신 단말기에 설치된 관상 어플을 분석했으니까.]처음엔 놀랐지만, 가온이니까 이런 거쯤 알고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됐다.
‘그나저나 대철이 형한테 관상에 대한 거 말해줄까? 애교살은···. 뭐, 딸을 낳았으니 다행이고···. 눈썹이 끊어진 건···. 눈썹 문신이라도 하라고 해야 하나?’
[관상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판단되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라.]동수는 고민하다가 박대철에게 관상에 대해서 톡을 보냈다.
└대철이 형: 진짜냐? 끊어진 눈썹이면 빈곤할 수 있어?
└강동수: 궁금해하니까 말해준 거야! 너무 진지하게 듣진 마!
└대철이 형: ㅇㅇ
관상에 대한 건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동수는 ‘인기 뮤직’ 팀 회의실로 향하며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이번 주부터 ‘인기 뮤직’에 들어갈 ‘뮤직 대전’ 홍보는···. 최다혜한테 맡겨야겠네. 장소는 킨텍스로 예약이 되어 있으니···. 이건 됐고···. 송수빈이랑 막내한테는···.’
그렇게 회의실에 도착한 그는 ‘인기 뮤직’ 연출팀에게 할 일을 지시했다.
그리고 저녁···.
동수는 임혜숙 작가와 두루치기 셰익스피어에서 만났다.
“임 작가, 심소정 작가 있잖아. ‘인기 뮤직’ 작가로 고용하고 싶은데···.”
“소정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데리고 가요. 대신 잘 챙겨줘요.”
“으하하! 물론이지. 자자, 한 잔 받아!”
그리고 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동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임 작가,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김민혜 작가 있잖아.”
“김민혜? 그게 누군데요?”
동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김민혜 작가 몰라? ‘멍멍이와 산다!’ 메인이었던···.”
“아···. 맞다, 걔 이름이 민혜지.”
“······?”
동수는 그녀가 뭔 소리를 하나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임혜숙이 피식 웃으며,
“걔 원래 다른 이름이었어요. 개명한 건데···. 저는 예전 이름이 더 익숙해서···.”
“아···.”
“그런데 걔는 왜요?”
“그게···. 혹시 만날 수 있을까 해서···. 내가 직접 말하는 게 조금···. 하하.”
그녀는 어색하게 웃는 동수를 보다가 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뭐하니? 그래? 그럼 나와. 두루치기. 응. 빨리 와!”
동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자, 임혜숙은 술잔을 들며 담담한 목소리로,
“김 작가, 지금 온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