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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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대전
천공성 하드샤는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다.
요사한 느낌과 함께 어쩐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화려함, 그리고 묵직하며 철벽 같이 암담한 느낌을 주는 흑요성 성벽, 그것들로 이뤄진 천공성은 아래에서 보는 이들에게 뚜렷한 압박감을 선사했다. 만약 전장에서 적으로 마주했다면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서영환과 정현욱을 비롯한 몇, 그리고 이다니자카스의 제라르가 동행하여 하드샤에 입성했다.
열려진 포탈을 통과한 제라르는 입구서부터 서영환의 뒤를 따르며 연신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지도자로서의 체통조차 잊은 모습이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세현조차도 처음 천계의 천공성을 봤을 때 감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는데, 아예 천공성을 처음 보는 제라르의 입장에서는 놀라울 수밖에 없다.
“맙소사.”
그는 그리 중얼거리는 것을 애써 멈추려 들지 않았다. 그러한 반응은 천공성의 관리자를 만났을 때 잠잠해졌다. 더 이상 놀랄 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명백히 인간 아닌 존재를 앞두고 긴장한 탓이었다.
– 안으로 드시지요. –
그림자로 이뤄진 악마가 공손하지만 어딘지 위험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안내했다. 1층 홀에 들어서자 일행은 마침 내려오던 서승태를 마주했다.
“대공님을 뵙습니다. 서승태입니다.”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요. 서영환입니다.”
간단한 인사 이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확한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됩니까?”
보고로는 채 전해지지 않았던 세부적인 내용과 목격담이 전해지고, 오가는 논의 제라르 역시 참여하여 현재 이다니자카스에서 동원 가능한 전력 등을 열거했다.
“모스크바를 점령하지 않고 오히려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소.”
“일단은 켈데브렘이 처음 나타났다던 유적 방향입니다. 목적을 모르니 뭔가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색 등급 하나와 백이 넘는 파란색 등급 무리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접근은 꿈도 꿀 수 없는 노릇이라 그들의 목적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 파란색 등급을 백이나 소환했다지? –
논의 중 아크리치가 서승태에게 속삭였다.
– 그 유적이란 곳에 가면 얼마를 더 소환할 수 있을까? 정말로 뭔가를 더 소환하는지, 아니면 다른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면 이대로 지켜만 봐라. 클클. –
마젤란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승태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막아야겠습니다. 무엇을 노리든 우리에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요. 혹 유적으로 파견된 인원이 있습니까?”
“우리 정보부장이 가있습니다만, 현재 소득 없이 철수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파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지요.”
“그러면 제 생각엔 앞지르는 게 좋겠습니다.”
천공성의 속도라면, 그것도 하늘을 날아 움직이는 특성상 켈데브렘 일행을 따라잡는 것을 넘어 어쩌면 앞지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렇게 움직일 경우 가용한 병력은 천공성의 수용 최대치인 3000명으로 제한된다. 지원군으로 온 류한과 해오름의 전투원으로 절반 가량을 채울 수 있으니, 나머지는 이다니자카스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가능한 정예로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유럽에서의 일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곳이 다시 공격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이오. 그야말로 최고들만 뽑아 붙여주겠소.”
제라르 역시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음을 잘 이해했다. 미래의 문제는 그때 다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최대한 힘을 합쳐야 할 때였다.
그렇게, 천공성 하드샤는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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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데브렘 일행은 쉬지 않고 이동했다.
인간보다 훨씬 거대한 덩치로 빠르게 내딛는 발걸음은 어지간한 각성자가 달리는 것만큼이나 빨랐다. 지형지물에 구애받지 않고 일직선으로 움직이기에 더 빠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냥 빠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꽤 긴 시간을 먹거나 마시지 않아도 되는 켈데브렘과 달리, 부활한 그의 동지들은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피를 마셔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의 이동은 때때로 비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근처에 감지되는 인간들이 모여 있는 방향으로 틀어지기도 했다.
쾅! 콰과광!
“막아! 막아-!!”
그들의 경로 근처에 자리했던, 작은 요새를 구축하고 살아가던 인간들이 습격당했다. 다양한 마법적 함정들을 포함한 제법 격렬한 반항이 있었지만 백이 넘는 파란색 등급 괴물들 앞에서는 바람 앞의 촛불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함정들이 쓸려나가고 요새 장벽이 무너졌다.
안으로 침입한 거인들이 손을 휘두를 때마다 피보라가 일었다. 사람의 팔다리가 가차없이 찢겨 날아다니고 전신이 떡처럼 짓뭉개져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 아아…! –
그렇게 얼추 반항이 제압되자, 전투에 집중하던 침입자들은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탐하는데 정신이 팔렸다.
짐승처럼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정신없이 피를 핥는다. 찢겨진 사지를 잡고 손으로 그것을 쥐어짜내 입안으로 핏물을 빨아낸다.
– 라티마의 은총이여…! –
그렇게 흉물스런 짓을 하면서 성스럽기 그지없는 창세영웅의 이름을 불렀다.
“끄아아…아아악!”
심지어는 살아있는 인간의 뱃가죽을 찢고 그곳에 입을 댄 채 피를 빨아먹는 자도 있었다. 입안으로 핏물과 함께 내장까지 흘러들었으나 그를 뱉어내지 않고 오히려 씹어 삼킨다. 도저히 지성을 가진 생명체로는 보이지 않는 야만스럽고 잔혹한 행위.
켈데브렘은 멀찍이 떨어진 채 부서진 방벽 사이로 엿보이는 그 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남색 눈동자가 동족들의 행동을 낱낱이 담아냈다.
– 이게 업보인가. –
대답하는 자는 없었다. 다들 정신없이 피를 먹느라 바빴던 탓이다. 이곳에서 제정신을 가진 것은 오로지 그뿐인 듯했다.
온전한 부활이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켈데브렘은 일족의 부활이라는 사명을 위해 그 오랜 시간을 버텼다.
피를 빨아먹는 것으로 생명력을 훔쳐 생을 연명하는, 그것으로 심지어 죽음까지 거부하는 저주받은 마물 고르드의 특성을 이용해서였다.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예상했다. 또한 충분히 각오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영웅의 정신력으로도 차마 지켜보기 힘들었다. 저지르지 말아야 할 잘못을 저질러버린 느낌, 손 대선 안 될 금단에 손을 대어 저주받은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정녕 이것이 옳은가? 지금 저 모습을 보라.
저들이 정말로 자신의 일족이 맞기는 한가?
회의에 잠겨들던 그가 턱에 힘을주어 이를 악물었다. 턱근육이 불룩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그렇게 힘주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되돌릴 수 없다. 만약 지금 얼마 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는 일족의 부활을 멈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을 위해 그 기나긴 시간을 버텨왔는데 멈출 수 있을 리 없다.
절벽이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내달리는 마차에 탄 기분이다. 그렇게 휘몰아치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한순간 뒤쪽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쇄도해오는 아찔한 감각에 본능이 먼저 반응했다. 켈데브렘이 번개처럼 대검을 뽑아들어 날아드는 정체불명의 붉은빛 광선을 마주했다.
바람이 폭발하며 휘몰아치는 소리가 정신없이 귓가를 울린다. 아찔한 힘의 격류 속에서, 은빛을 머금은 대검이 두터운 붉은색 빛기둥을 가르고 있었다.
– 크으으…! –
파츠츠츠-!
힘과 힘이 격돌하며 주위를 달궜다.
대검에 갈라진 붉은빛 섬광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심상치 않은 힘의 격류를 일으켰다. 간신히 그 빛기둥의 근원지로 시선을 옮기자, 놀랍게도 그것은 위쪽 하늘, 잔뜩 흐린 구름 너머에서부터 쏘아지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빛의 산란 속에서 정체불명의 위력적인 광선에 홀로 맞선다. 회복한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그의 전신에서 타오르는 은빛 광휘가 그야말로 찬란했다.
– 으으아아아!! –
힘껏 고함을 내질렀으나 발은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섰다. 기세를 돋기 위한 고함성이 아니라, 피를 빨아먹는 일에 정신이 팔린 동족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고함성이었기 때문이다.
– 켈데브렘! –
기대를 배반치 않고 정신을 차린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 공격이다! 공격받고 있다! 멈춰! 정신 차려! –
– 크으…?! –
차례차례, 꽤나 빠른 속도로 파란색 눈들이 켈데브렘을 쫓다 이어 하늘로 향했다.
피를 빨아먹던 시체를 거칠게 내팽개치며 달리기 시작한 몇을 시작으로 백에 달하는 거인들이 망가진 요새방벽 틈을 비호처럼 통과해 나왔다.
쾅! 콰광!
선두에 있던 자들이 대지를 박차고 쏘아진 포탄처럼 뛰어올랐다.
뒤편의 몇은 전신에서 빛을 뿜어내며 보호마법을 시전했다. 차츰차츰 더 밀려나며 고전하던 켈데브렘에게 몇 겹의 보호막이 덧씌워지자 그의 숨통이 트였다.
– 캬아아악! –
허공으로 점프했던 한 존재가 비명을 내지르자 등 뒤의 피부를 찢고 은빛 날개가 치솟았다.
마치 반점처럼 군데군데 사이한 느낌의 붉은빛을 띠는 날개, 그것이 세차게 허공을 치자 거대한 신체가 무서운 속도로 쏘아지듯 날아오른다.
별안간 그를 향해 켈데브렘을 노리던 붉은 빛기둥이 움직였다.
쯔우웅-
– 끄아아아악! –
대기를 가르는 이명, 그리고 선두에서 날아가던 거인이 빛기둥에 휩쓸렸다. 그가 날아오르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대지로 처박히는 사이, 빠르게 치솟아 오르는 다른 거인들을 향해 명백한 인간의 목소리가 울렸다.
[공격-!!]하늘을 쩌렁쩌렁 뒤흔드는 전투의 함성, 번쩍이는 빛무리와 함께 흐린 하늘 가득하던 구름들을 일순간 흩어버리며 탄환과 마법의 폭우가 쏟아졌다.
현란한 빛의 폭발들과 함께 굉음이 겹쳐 터진다.
날아오르는 거인들과 그것을 막아내는 인간들의 격렬한 충돌,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고요하던 허공이 삽시간에 전쟁터로 화했다.
은빛 보호막을 두른 거인들이 살기 넘치는 푸른빛 눈동자를 빛내며 악착같이 날아올랐다. 셀 수 없이 쏟아지는 탄환과 마법들에 돌파력을 잃고 추락하는 거인들도 많았으나, 몇몇은 기어코 공격이 쏘아지는 근원에 닿았다.
흑요석으로 번쩍이는 성벽을 두른 천공성 하드샤, 그 모습을 제대로 직시한 거인 중 하나가 짐승 같은 괴성을 내지르며 거침없이 날아든다. 어느새 손에 들린 거대한 전투도끼는 보이지 않던 투명한 보호막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꽝!
구형의 보호막에 한차례 붉은빛 파문이 일어났다. 거뜬히 방어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한 게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쾅! 콰광!
– 찢어 죽이겠다! –
– 하등한 것들이 감히! –
“막아!”
“저놈! 도끼 든 놈부터 공격! 집중해서 공격해라!”
그 소름끼치는 광경을 앞두고도 하드샤의 성벽에 도열한 인간들은 겁먹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 살벌하게 보호막을 깨부수려는 적들을 지켜보던 서승태의 머릿속에 사악한 목소리가 울린다.
– 어쩐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데… 크흐흘. –
============================ 작품 후기 ============================
일단 업로드 하고 퇴고하겠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방 꾹! 부탁드립니다. (__)
사담으로 조금만 징징거려보자면, 진짜 힘들게 썼네요;; 자잘한 할일들이 많아서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그렇습니다.
정신이 산만해서인지 별 쓸데없는 걱정들도 막 떠오르기도 하네요.
혹시 월세 원룸 창틀에 나사로 틈막이 설치한 게 나중에 문제되진 않겠지요?
그리고 올해 초 입주할 때 화장실 작은 창문 창틀이 깨져있었는데, 당연히 부동산에서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별 말 안했는데, 갑자기 이것도 나중에 제가 깨먹은 거 아니냐고 배상하라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크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