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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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
이제 남은 것은 열 개 정도 되는 커다란 상자에 차곡차곡 담긴 보석과 귀금속들이었다.
아쉽게도 그것들은 아이템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실망할 일이 아니었다. 길드의 세공사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가져가면 이것들은 아이템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또한, 당장은 초코바 하나보다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고 해도, 시간이 흘러 사회가 안정된다면 다시 제 값어치를 찾을 것들이다. 어차피 무한의 주머니까지 얻은 마당에 무엇이든 보관해서 나쁠 이유가 없었다.
그것들까지 전부 쓸어담고 나자,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부를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며 상점을 열었다. 크로나드를 죽이고 어떤 품목이 추가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왕자를 죽였을 땐 리오론도에서 사용되던 물건들이 대량으로 추가됐다. 예상대로, 이번엔 크로나드 세계에서 사용되던 물건들이 대량으로 추가됐다.
대충 살피다보니 그것들 중엔 세현이 방금 지하에서 얻은 물건들도 있었다.
무기와 갑옷, 로브 등의 물건들을 노란색 룬 다섯 개 또는 초록색 룬 한 개로 구매할 수 있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다.
노란색 등급의 괴물만 해도 세현이 아닌 다른 이라면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괴물이다. B마트 지하에서 만났던 거대 뱀이 그랬고, 길드성을 얻는 시험에서 등장한 골렘이 그랬다. 장충식 하사가 이끌던 군인들은 겨우 두 마리의 랩터에게 전멸당할 뻔했다.
초록색 등급의 괴물은 더하다. 케르시타 우두머리는 대규모 무리를 이끄는 놈이었고, 병원의 응급센터에서 만난 놈은 검기를 버텨내며 공격을 가하던 놈이다. 세현이 아니었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죽일 수 없는 놈들이다.
즉, 지금 그가 얻은 물건들은 다른 곳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아이템인 것이다. 그런 것들이 길드원 전부를 무장시키고 남을 정도로 많았다. 대단한 수확이었다.
다만 이 와중에 아쉬운 것은, 길드의 원거리 전투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격수를 무장시킬 무기가 없다는 점이었다. 어디 군부대라도 털어 K-3 기관총이라도 확보해야 할 판이다.
아니면 지금 획득한 물건들 중 일부를 북쪽의 군인들과 거래하여 K-3를 확보하는 방법도 괜찮을 듯했다. 원하는 만큼의 수량을 얻진 못하겠지만, 현재로선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세현은 생각을 정리하며 난장판이 된 공터를 마지막으로 살폈다. 그러면서 크로나드와의 전투를 되새겼다.
이겼지만, 다음엔 더 쉽게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상념을 마치고 땅을 박찼다.
던전의 출입구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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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총알처럼 흘렀다.
세현이 던전에서 귀환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길드 포인트로 연금술 연구실과 대장간을 설치했다. 또한 경계탑을 설치하고 상황실을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지도는 성을 중심으로 반경 5km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도에 사람도 표시되기 시작했다.
경계탑을 설치하고선 길드원 전부가 시스템적으로 지도창을 켜고 끌 수 있게 되었다. 길드성 상황실의 지도와 연계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전투원들은 성의 주변을 정찰하며 허접한 괴물들을 사냥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도를 잘 이용하면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또한 크로나드 세트 장비를 착용해 전투력이 엄청나게 증가하기도 했으니, 이제는 훈련이 아닌 실전을 경험할 시기였다.
생산직들도 굉장히 바빠졌다. 그들의 직업과 관련되는 모든 시설이 지어지며 제 위치를 찾은 것이다.
연금술사들의 밤샘연구로 숲에서 얻은 과일과 버섯들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버섯 몇 종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는 길드의 식량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신호였다.
대장장이와 세공사들은 성 근처에서 노획한 각종 철들을 녹이고 다시 제련하는 것을 반복하며 숙련도를 키웠다. 아무리 시스템의 힘을 얻었다지만 직접 재료를 다루고 제작하는 것은 사람이다. 숙련도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가죽세공사와 재봉사들도 비슷했다. 가죽세공사들은 길드원들이 사냥해온 괴물을 도축하고 가죽을 가공하느라 바빴고, 재봉사들도 각종 옷가지를 뜯고 재봉하며 열심히 숙련도를 키웠다.
요리사들은 오전의 체력단련 일과에서 제외될 정도로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렸다. 원래는 저녁만 만들어 먹던 것에서, 이제는 세 끼 전부를 요리해 먹기 시작한 탓이다. 숲에서 획득한 재료들을 사용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였다.
길드원 모두가 각자의 임무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그렇게 모두가 바쁜 어느 평일의 오전, 세현과 혜진이 3층 상황실에서 만났다.
“슬슬 길드 체제를 개편해야겠어.”
“어떻게?”
“전투단을 만들 거야. 김인환, 김유린, 권태수, 신소진을 리더로 하는 집단 네 개 정도면 되겠지.”
“병과별로 구분하는 건?”
세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대규모 병력 운용에나 적합한 방식이야. 우리는 소수잖아. 밸런스 잡힌 전투단을 몇 개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게 훨씬 나아.”
“음, 그런가?”
확실히 그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각의 독립적 전투단이 형성되면 정찰과 물자 획득, 토벌 같은 임무를 따로따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움직이는 인원이 고정됨으로써 팀워크와 유대감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전투단과 경쟁심리가 생겨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을 듯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쟁이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만 않다면 서로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좋은 수단이다.
“생산직들은 일단 따로 계급을 두지 않을 거야. 저들끼리 알아서 실력고하를 구분하고 서열을 만들겠지. 굳이 시스템적으로까지 계급을 구분해줄 필요는 없을 듯한데.”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그런 방식으론 힘들 걸? 그리고 전투원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
“문제가 생기면 그때 바꾸면 되지. 전투원들하고는 서로 상호존중하는 관계로 만들 거야. 어차피 활동분야가 완전히 다르니까, 서열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별로 없겠지.”
“아아, 그래.”
고개를 끄덕이던 혜진이 다른 걸 물었다.
“근데 박수진은?”
“응?”
“네 제자 박수진. 전투단 따로 안 만들어줄 거야? 요즘 열심히 가르치더만.”
세현이 피식 웃었다.
“걔는 뭐랄까……”
“뭔데?”
“일종의 애제자 같은 느낌이라.”
세현이 잠깐 말을 멈췄다.
박수진은 확실히 재능이 있다. 천골지체에 벌모세수가 더해진 육체는 세현이 가르치는 것들을 스펀지처럼 쭉쭉 흡수했다.
그녀의 직업은 검귀다. 또한 검을 쓴다. 제자들 중 가장 세현의 모습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상하게 다른 제자들보다 더 가르치는 맛이 났다. 또 그래서인지 아직 제 몫을 하려면 멀었다는 느낌도 강했다.
“일단 독립적으로 두고 제대로 키워보려고.”
“……유린이가 질투할 거 같은데.”
“김유린이?”
잠깐 고민하던 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유린도 따로 빼서 집중적으로 가르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럼 걔도 빼버리지 뭐. 당장은 전투단 세 개로도 충분하니까. 아니, 오히려 그 편이 더 낫겠네. 전투단 하나에 최소 30명은 있는 게 좋겠지.”
“운영은 어떤 식으로 할 거야? 신입 길드원이 들어오거나 하면?”
“각 전투단에 신입으로 뿌려야지.”
이건 무림의 문파들이 운영되는 방식과 흡사했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다. 류한 길드의 실정에 맞춰 나름대로 변형을 가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혜진의 질문에 세현이 피식 웃었다.
“누나는 부길드장이잖아.”
“그런데?”
“전체적으로 다 관리해야지. 내가 이렇게 체제를 개편하면 좀 도와주고, 가끔 사냥에 참가해서 전투도 같이 하고, 생산직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격려도 해주고.”
“그거 완전…… 정치인인데?”
“그래, 그거야. 내 역할도 사실 비슷해. 다만 누나보다 권한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을 뿐.”
이게 또 은근히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세현의 말에 혜진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상점에서 단체복을 맞춰볼까 하는데.”
“응?”
“봐봐.”
세현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옷이었다. 예전에 상점에서 눈여겨봤던, 리오론도의 하급 지휘관들이 입었다는 제복이었다. 주황색 룬 하나가 들긴 하지만 방수, 더러움 방지, 온도조절 같은 마법적 효과가 있다. 단순히 옷이라고 무시할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의식주다. 그리고 류한 길드 같은 단체의 경우 통일성 있는 제복이 있으면 더 좋다.
“어때?”
“한 번 봐봐.”
혜진이 옷을 받아들어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준으로도 썩 괜찮은 디자인이었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세현과 혜진은 몰랐지만, 그건 리오론도 왕가에서 한때 이름을 떨치던 의상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만든 왕국 정규군의 제복이었다. 아무리 세상이 다르다지만 충분히 통용될 만한 멋과 세련됨이 있었다.
“이것도 세트야.”
“뭔데, 코트네?”
검은색 바탕에 밝은 회색과 금속제 단추로 포인트가 들어간 외투였다. 세현이 먼저 건넨 옷가지와 잘 어울렸다.
“여기에 혁대까지 추가할 생각이야. 무기나 탄약 같은 걸 수납해야 되니까.”
“그건 어딨는데?”
“직접 만들어야지. 전에 잡은 랩터 가죽이 많이 남았으니까, 우리 가죽세공사들 실력이 혁대 만들 정도는 되지 않겠어?”
“얼마라고?”
“주황색 룬 하나.”
“으음…… 비싼 것 같은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꼭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 정도 값어치는 하는 물건이었다.
“혹시 더 싼 건 없어?”
“있지. 이건 빨간색 룬 두 개 짜리야.”
세현이 다른 옷을 건넸다. 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B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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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끼악!”
내지른 방패에 얼굴과 몸통을 동시에 얻어맞은 좀비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그런 좀비의 어깨를 화염에 휩싸인 검날이 파고들어 순식간에 약점을 꿰뚫었다.
줄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놈을 발로 차 떨어트린 김인환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재차 방패를 내질렀다. 또 한 마리의 좀비가 그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다 어깨를 꿰뚫려 목숨을 잃는다.
너무 쉬웠다.
단지 검방술의 기본을 열심히 연습했을 뿐인데, 방패를 휘두르고 검을 찌르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한때 악몽에서까지 등장하던 좀비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가장 앞에서 길을 뚫는 김인환의 뒤에서, 다른 길드원들도 열심히 전투를 치뤘다. 근방의 좀비들이 모조리 몰려온 것 같은 수였지만 그들은 조금도 겁먹지 않았다.
몸에 걸친 갑옷과 손에 든 무기가 너무나 든든했다. 실력 또한 어느 정도 있었다. 어깨를 정확히 공격하는 것 정도는 이제 누구나 할 수 있었고, 설령 실패해도 갑옷으로 받아내면 그만이었다. 어쩌다 갑옷의 틈새를 공격당해 상처가 생겨도, 신성술사들이 힘을 발휘해 깔끔히 치유했다.
그들이 정면에서 좀비들을 돌파하며 막아내는 동안, 뒤편에서는 원거리 전투원들이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어 속속들이 등장하는 좀비를 사살했다. 사격수의 패시브 스킬, 정밀사격의 도움을 받는다면 눈을 감고 쏘지 않는 이상 목표를 빗맞출 일은 없었다.
게다가 간간이 터져나오는 마법사와 정령사들의 마법은 어쩌다 그들 근처에 접근한 좀비들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소환사들의 소환수 역시 나름대로 활약해 좀비들의 접근을 막았다.
김유린은 일행의 뒤편에서 종횡무진 창을 휘두르며 좀비들을 문자 그대로 쓸어버리고 있었다.
내지른 창날에 녹색빛 바람이 서려 좀비를 종잇장처럼 꿰뚫는다. 얼마나 손쉽게 꿰뚫리는지 창을 빼내는 동작에 아무런 저항감이 없을 정도였다. 잡아당겨 빼는 것은 물론, 좀비의 육신을 가르고 옆으로 창날을 빼내는 것 역시 너무 쉬웠다. 예전에 쓰던 창이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신소진도 김유린과 비슷한 위치에서 뒤쪽의 좀비들을 상대했다.
프로 권투선수였던 경험과 세현에게 받은 가르침을 나름대로 녹여낸 그녀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경쾌했다. 괴성과 함께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좀비의 공격을 더킹으로 가볍게 피해내며 주먹을 내지른다.
퍼어억!
깅렬한 충격음과 함께 어깨가 완전히 짓뭉개진 좀비가 쓰러진다. 그런 좀비를 지나쳐 빠르게 스텝을 밟은 그녀가 달려드는 다른 좀비들에게 연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숨이 끊어진 좀비들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다. 다른 이들처럼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눈부신 활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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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오늘도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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