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69)
68화 – 101호, 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2)
*
세 번째 시도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1호(저주의 방 – 상식개변 미디어)
현자의 조언 : 3]
두 번째로 내가 ‘어길’ 주의사항
2. 지하의 계단에선 뒤를 돌아보시면 안 됩니다
지하 2층에서 창고가 있는 지하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따각… 끼리리릭
—따각. 따각
—끼리리릭
…
두 번째 들으니 확신이 선다.
무언가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 내가 한걸음 또는 두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상대도 내 뒤를 따라온다.
복도까지 가서 뒤로 돌아서면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
그 전에, 계단에서 뒤로 돌아서야 한다.
멈춰서서 심호흡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
알림이 떴다.
…
101호에 다시 진입한 후로 처음 보는 ‘현자의 조언’.
…
어째서.
어째서 ‘이런 식으로만’ 조언해주는 걸까.
‘현자’의 조언이면, 좀 더 현명한 대처를 알려줄 수도 있을 텐데.
맨 처음에 조언이 떴을 때를 떠올린다.
식인 원숭이가 나를 덮치고, 나는 공포에 질려서 생존을 위한 방법만 찾으며 기도했었지.
조언은 나에게 ‘생존을 위한 방법’을 알려줬다.
그 후로도 언제나 조언은 내게 생명의 위기가 닥쳐올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줬다.
…
생존을 위한 조언. 나쁘지 않다. 실제로 내 목숨을 여러 차례 살려줬다.
하지만, 호텔에선 때로는 ‘죽으면서라도 무언가를 알아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니까 –
“좀 더 좋은 조언을 해줘.”
단순히 당장 살기 위한 조언이 아니라, 진짜 ‘현명한 조언’.
‘정보를 얻기 위해선 뭘 해야 할지를 알려줘’
— 팟!
두 번째 조언이 떴다.
[돌아서는 즉시, 머리를 숙이고 총으로 상대의 다리를 사격하고, 모자에 적힌 명칭을 확인하세요.]…
호텔에 들어온 이후, 필터의 활용법 이후로 두 번째로-
‘조언을 사용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핑!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숙이며 권총을 하단으로 겨눴다.
무언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날붙이가 머리가 있던 위치를 지나갔다.
—탕! —탕!
뭘 확인할 틈도 없이 ‘다리’에다 정신없이 총을 쐈다. 내 권총 사격 실력이야 형편없지만, 상대가 너무 가까워서 맞추기는 쉬웠다.
상대가 널브러지는 순간, 그 형체를 확인하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온몸은 붕대로 칭칭 감겨있고, 키는 2M도 넘는 것 같다. 날붙이라고 생각한 건 30cm가 넘게 자라난 손톱이다.
내 뒤를 걸어오며 나던 끼리릭 거리던 소리의 정체.
괴물의 발은 마치 스케이트처럼 날이 달린 신발이 발에 접착된 형상이었다.
이렇게 끔찍한 형체에서 가장 끔찍했던 건, 이 괴물이 나름대로 ‘여성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복장도 반 이상 찢어졌고 붕대가 덧칠됐지만, 굳이 따지면 간호사의 복장 같다.
어설프게 사람을 닮아서 더욱 끔찍했다.
—탕! —탕!
넘어진 채로 꿈틀거리는 괴물의 머리에 연거푸 사격하자 그제야 움직임이 멎었다.
모자에 적힌 명칭을 확인하라고 했지?
‘신세계 병원’
저걸 기억하면 되나?
어쩌면 같은 이름의 병원이 여럿일 수도 있다. 병원 이름 옆에 그려진 문양. 무슨 구름 같은 게 그려져 있다. 대충 모양까지 기억한 후에야 물러섰다.
…
총을 쏘면서 정신없이 싸우느라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
계단이 있는 구역의 공간이 ‘바뀌어’ 있었다.
명백히 방송국과 다른 공간.
‘나’를 경계선으로, 내 뒤로는 이상한 공간. 내 앞으로는 깔끔한 방송국 계단이 있다.
아까의 자동차. 이번의 계단.
이 방송국은 ‘알 수 없는 장소’와 공간이 겹쳐 있는 걸까?
계단에서 알아낸 힌트. 간호사 형상을 한 괴물과 ‘신세계 병원’이라는 단어. 전자야 단순한 괴물의 외견을 알았을 뿐이고, 후자는 저주의 근원과 연결될만한 키워드가 틀림없다.
찾아봐야 할까? 인터넷에 병원 명칭을 쳐서 검색을 해봐야 하나?
…
어렵다. 인제 와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렵고, 방송국 위층의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일단은, ‘주의사항’부터 끝까지 확인해보자.
세 번째 주의사항을 확인했다.
3. 지하창고에서 물건을 찾을 때는 전등을 켜지 마세요. 손전등을 이용하세요.
마지막 목적지, 지하창고로 향했다.
*
아까 전, 손전등으로 살펴봤던 지하창고는 통상적인 사무직 위주의 건물의 지하창고라면 으레 상상할만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린터의 소모품들, A4 용지 뭉치들, 여분의 의자나 책상들 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면, 전등을 켜면 어떻게 될까.
창고 앞에서 상태창을 확인했다.
[현자의 조언 : 1]돌아서면 공격받는다고 한번.
돌아서자마자 괴물을 제압하는 방법과 얻어야 할 정보를 알려주는데 한번.
이제 한번 남았다.
아까 전 깨달은 ‘조언의 활용법’.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강하게 바라면 또 뭔가 알려주지 않을까?
…
지금은 안 될 것 같다.
아까는 최소한 등 뒤에서 금속음을 내는 정체불명의 뭔가가 날 노린다는 ‘기초적인 정보’는 있었는데, 이번엔 전등을 켜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예 짐작이 가는 바가 없으니 무슨 정보를 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굳게 먹고, 총을 움켜쥐었다.
전등을 켰다.
공간이 변화했다.
*
“허어억. 으허어어억….”
“으아아어어억! 아아아아악!”
…
너무나 잔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호텔에 처음 들어왔던 시절의 나라면 주저앉아서 비명만 지르지 않았을까?
이제는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8개 정도의 침대.
아니, 침대라는 표현보다는 ‘고문대’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침대에 묶인 8명의 사람.
마치 고차원적인 예술가가 사람의 몸으로 조각이라도 해놓은 듯한 형상들.
누군가는 팔과 다리가 접착되어있고, 누군가는 머리가 배에 붙어있고, 누군가는 혀가 뽑혀있다.
두 명의 입에선 끊임없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 ‘입’이 꼭 얼굴에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건 단순하게 입과 성대가 분리되었기 때문.
…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형상’으로 살아있을 수가 있지?
사람은 찰흙이 아니다.
다가가서 살피던 중. 신음을 토해내던 남자-또는, 여자-중 한 명이 내 쪽으로 눈을 향했다.
… 눈이 손에 붙어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눈이 내 쪽을 향하긴 했다.
– 쿡! 배에서 통증을 느꼈다.
“누…구? 간…호…사……아닌…데”
“관리국 요원입니다. 대화가 가능하시다면, 뭐라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발 죽여주세요….”
죽여달라는 부탁만 오늘로 두 번째.
이들의 끔찍한 몰골을 보고 있노라니 말 안 해도 기꺼이 죽여줄 생각은 들었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죽을까.
몸을 이렇게 찰흙처럼 비틀었는데도 죽지 않은 상태. 명백히 초자연적인 힘이 이들의 죽음을 막은 상황 같은데 대체 어떻게 해야 죽지? 총으로 머리를 터트린다고 해서 죽을까?
애초에 몸이 너무 심하게 ‘뒤섞여서’ 어디가 머리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대화 중인 ‘존재’는 손 비슷한 살덩이에 붙은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배에 붙은 입으로 대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라는걸 하는 나도 진짜 대단하구나.
그래도 일단 약속은 해줬다.
“반드시 죽여드리겠습니다. 뭐라도 알려주실 게 있으십니까?”
“…”
“끄으으으윽!”
“카아악. 으아아악!”
방금의 대화가 거의 바닥 밑에 남은 이성을 긁어서 했던 걸까? 2, 3초의 대화 후에 그 – 혹은 그녀는 다시 신음만 토해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몸은 너무 형상이 심하게 뒤틀려서 신원은커녕 성별조차 알기 어려웠다.
이 와중에도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의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
이건? 교복?
분명히 교복이다. 익숙한 와이셔츠나 블라우스 등의 잔해가 보였다.
요즘은 대부분 생활복만 입고 이런 ‘정장형 교복’은 사더라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입지 않을 텐데. 옷 크기로 미뤄볼 때 고등학교 교복이다.
교복이라면 분명히 명찰이 있겠지.
열심히 꿈틀거리는 고깃덩이들 틈새에서 교복을 뒤적거리며 명찰을 찾았다.
새삼스럽지만, 진짜 호텔에서 나가면 ‘절대로’ 요원 같은 건 하면 안될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요원을 하면 평생 이런 일을 하지 않겠는가.
– 찌이이익! 배에서 다시 격렬한 통증.
어딘가 다친 걸까? 상처라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참았다.
간신히 하나 찾았다.
“이혁? 하필 세 번째 글자가 어설프게 뜯어진-”
“이혁진입니다.”
…
아까 대화했던 학생보다는 훨씬 정돈된 말투. 아까와는 다른 쪽에서 나왔다.
고개를 들자 역시나 마구잡이로 뒤섞인 사람의 형상의 분리된 눈과 입이 내 방향으로 향해있었다.
“이혁진?”
“네.”
“계속 대화할 수 있니?”
“계속 깨었다 잠들었다 하거든요. 잠깐은 할 수 있어요. 형. 형도 빨리 나가셔야 해요. 간호사가 곧 와요.”
“여긴 어디지? 너흰 누구니? 무슨 일을 겪었지? 누가 했지? 아는 거 싹 토해봐라.”
“저도 몰라요. 상민이가 갑자기 괴물이 돼서 우릴 여기 가뒀어요. 그 뒤로 ‘간호사’가 매일 와서 우릴 이렇게 만들었어요.”
“상민이? 그게 누구니?
“… 김상민. 학교- 그르르르르르륽”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기괴한 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다시 잠든 걸까.
이 애들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른다. 다만, 짐작이 가는 바는 있다.
아까부터 말하는 ‘간호사’. 지하의 계단. 내 뒤에서 나타나서 쏴 죽인 괴물이 간호사 비슷한 형상이긴 했지.
간호사의 모자에 적혀있던 명칭. ‘신세계 병원’.
그게 이 장소인 걸까?
대체 왜 방송국에서 병원으로 연결되는 거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 아이들.
아무리 봐도, 죽지 못하게 만든 채 끝없이 고통을 주려는 목적.
그나마 주기적으로 ‘잠든다는’ 학생 한 명만 정신을 어설프게 유지했을 뿐, 나머지는 아예 이성을 잃은 고깃덩이가 된 지 오래였다.
–콰당!
도저히 견디기 힘든 통증이 배에서 느껴져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대체 뭐지? 이렇게 배가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나?
침착하자. 내가 뭘 얻었는지 정리해보자.
…
성과가 없진 않다.
신세계 병원, 침상에 속박된 정신이상자들, 괴물이 된 고등학생들. 이혁진, 김상민.
최소한 ‘다음 시도’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볼 검색어는 찾아냈다.
무언가 더 알아낼 수 있을까?
그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끼리리릭! —끼리리릭! —끼리리릭!
사방에서 금속음이 들려왔다.
간호사. 그것도 여러 명이 다가오고 있다.
…
저 ‘간호사’는 사람을 죽지도 못하게 만든 채 찰흙처럼 비틀어서 끝없이 고통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이쯤 하자.
이제는 도저히 더 뭔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강하게, 소원을 빌듯이 생각했다.
‘더 해볼 만한 게 없을까?’
마지막 조언이 떴다.
[상의를 걷고 복부를 확인할 것]시키는 대로 상의를 걷었다.
… 더 이상 살아서 뭘 해봐야겠다는 미련이 싹 사라졌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배에서부터 살점이 마구잡이로 변했다.
아까부터 느꼈던 통증은 그 변화로 인한 것.
…너무나 끔찍한 형상이다.
이 병원은 사람의 형체를 비틀어버리는 저주가 깃든 것 같다.
—탕!
의식이 흐릿해짐을 느낀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내가 제일 많이 알아낸 것 같은데 실패라는 표현은 너무하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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