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96
제396화
필승이라는 소리에 백야의 허리가 꼿꼿하게 바로 섰다.
‘어쭈. 이놈 봐라?’
바로 서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필승이라는 말에 핏기 없던 얼굴에 혈색마저 돌고 있었다.
“여보세요?!”
기다리던 연락이었는지 전화를 받는 백야의 목소리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어디예요?]“저 지하 주차장이요. 방금 숙소 도착했어요.”
[제가 잘 맞춰서 전화했네요. 다른 건 아니고, 아까 문자로 물어보셨던 거요.]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연락해 온 필승에게 백야는 또 한 번의 부탁을 건넸다.
시상식 조건을 추가해 달라는 요구였다.
[말씀대로 작업하긴 했는데 숙소에 들어가셨을 때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모르니까.]“정말요?”
“괜찮아요. 그래도 희망은 있는 거잖아요.”
[희망?]필승이 의아하다는 투로 되물었다.
백야의 마지막 퀘스트 조건은 ‘대상 수상’이었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올해 대상은 데이즈가 받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그런 조건을 추가해 달라고 하는 건지 필승으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멤버들이 돈 좀 더 벌다 가래요?]“아니요?!”
백야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자신의 목소리에 놀란 개복치가 기둥 뒤에서 고개를 내밀어 멤버들을 확인했다.
모두들 수상한 눈으로 제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기 위해 멀리 떨어진 보람이 없었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율무차 착한데….”
백야가 피의 실드를 펼쳤지만 필승은 대꾸하지 않았다.
“저… 멤버들한테는 말씀 안 하셨죠?”
[연락처도 없어요.]율무는 갖고 있던데.
백야는 눈치껏 말을 아꼈다.
[그럼 숙소 들어가면 말해 줘요. 바로 시도해 보죠.]“감사합니다.”
통화를 종료한 백야의 표정은 조금 전보단 좋아 보였다.
쪼르르-
백야가 머리카락을 팔랑거리며 달려왔다.
“이삐. 누구랑 통화하는데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받아?”
“그냥 개발자님. 내일 무대 잘하라고 안부 전화하신 거야. 쿠폰 더 필요 없냐고.”
그럴듯한 변명에 멤버들은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유연만이 석연치 않은 얼굴로 백야를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숙소에 도착한 백야는 목욕재계를 한 뒤 침대에 반듯이 누웠다.
[나 : 저 준비됐어요!]필승에게 답장도 완료.
가슴 위로 손을 엑스 자로 겹치고 가만히 누운 백야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욕실로 향하던 지한은 금방이라도 관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자세의 은쪽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한백야…?”
“응.”
“그러고 자는 거야?”
“응.”
분홍색 땡땡이 수면 양말을 신은 발이 까딱거렸다.
“너도 얼른 씻고 잘 자.”
“아…. 응. 잘 자.”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지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욕실로 들어섰다.
[개발자님 : 배포할게요.]배게 옆에 놓아둔 백야의 핸드폰이 환하게 빛났다.
까딱까딱-
눈을 감은 상태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던 백야는 한참 생각하는 중이었다. 제가 지금 당장 게임을 종료할 수 없는 이유를.
‘아직 청이를 울린 사기꾼 매니저를 찾지 못했고, 내가 당장 사라지면 남겨진 멤버들은 잠도 못 자고 동선을 수정해야 하고, 또…….’
민성의 목이 아직 다 낫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율무가 갑자기 연기를 안 하겠다고 심술을 부릴지도 몰랐고, 지한은 이렇게 큰 방에서 혼자 지내야 했다.
게다가 유연이네 집에 놀러 간다고 약속도 했는데. 귀여운 조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당장 돌아갈 수 없는 이유만 해도 이렇게나 많았다.
‘조금만 더 있다 가자. 올해까지만.’
올해라고 해 봤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시무룩 내려갈 때쯤 백야는 수마에 빠졌다.
* * *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 라이트.
시상을 위해 올라온 남자가 무대에 서 있었다.
“올 한 해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한 곡은 어떤 곡일지. 대상의 주인공을 지금 발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장내가 고요해졌다.
“골든레코드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
정적과 함께 긴장감이 흐르고, 남자를 지켜보는 백야의 심장도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직은 안 돼. 부르지 마. 제발.’
백야는 두 손을 꼭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시스템은 끝까지 제 편이 아니었다.
“데이즈. 축하드립니다.”
기쁨과 환희에 젖은 함성이 쏟아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멤버들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대상을 축하했다.
“햄스터! 대상이야!”
청이 백야를 일으켜 끌어안자 함성이 조금 더 커졌다.
– 데이즈! 데이즈! 데이즈!
저희를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행복해하는 멤버들의 얼굴이 시야에서 점점 흐려졌다.
눈물이 차오른 탓이었다.
“백도 울어?”
“그렇게 좋아?”
민성이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상대로 이끌었다.
그러나 손길에 이끌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 완료!] [칭호 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 가 자동으로 비활성화됩니다.] [엔딩 조건을 충족합니다.]상태창이 하나둘 떠오르며 시스템 알림을 보내왔다.
“아니야, 잠깐만. 진짜 잠깐만.”
백야가 민성의 손목을 역으로 잡아당기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울며 애원했다.
그러나 몸뚱어리는 제 뜻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아니야, 나 가기 싫어. 잠깐마안. 제발 잠깐만요.”
이제는 상태창에 완전히 가려져 멤버들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팔을 잡아당기는데, 마침 또 하나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٩(ˊᗜˋ*)و✧*。천재 아이돌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백야’라면 해낼 줄 알았어요!]
시스템의 축하 인사와 함께 엔딩 영상이 재생됐다.
행복한 얼굴로 수상 소감을 마치자, 엔딩 크레딧과 함께 시상식 이후로 추정되는 데이즈의 모습이 함께 보였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해외 투어를 돌고, 막내 3인방은 유닛을 결성했다.
백야는 그 모습을 울면서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느새 끝을 보이는 엔딩 크레딧에 백야는 마지막을 짐작했다. 서럽고 슬픈 마음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개발 책임 : 김필승]‘나쁜 놈! 왜 하필 저예요!’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 뒤에는 원망과 배신감에 필승을 탓하는 말들을 쏟아 냈다.
그런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백야를 불렀다.
– 한백야.
‘짜증 나. 사람을 이렇게 가지고 놀아도 되는 거야?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
– 한백야, 일어나 봐.
지한의 목소리였다.
한 번 자각하고 나자 조금 전까지 시야에 가득 찼던 엔딩 크레딧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깜깜한 어둠 속에 홀로 남겨졌다.
‘힝.’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공간에 백야의 턱에 있는 호두가 선명해졌다.
‘누나아….’
백야가 누나를 찾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한백야. 백야야.
지한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며 정신이 들었다.
온몸의 감각이 돌아오자 누군가 제 어깨를 흔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너 괜찮아?”
눈을 뜨자 젖은 머리의 지한이 물을 뚝뚝 흘리며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막 욕실에서 나왔는지 지한은 하의만 걸친 차림이었다.
‘근데 이것들은 왜 옷을 안 입고 돌아다니는 걸까.’
그야 보일러를 30도씩 떼니까.
바닥이 대리석인 데다 집이 커서 잘 데워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소는 해당 온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보일러를 고장 내면 옷을 좀 입으려나.’
실없는 생각을 하느라 미간 사이가 찌푸려졌다.
“가위눌리는 것 같길래.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지한이 백야의 눈가에 달린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
“…내가?”
지한의 말대로 무슨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눈을 뜨는 순간 모든 기억은 사라진 뒤였다.
백야가 찡그린 얼굴로 꿈을 떠올려 보려 애쓰던 때였다.
순간 상태창이 떠오르며 지한의 얼굴을 가렸다.
[Q. 대상 가수 : 그날이 왔다!가수라면 한 번쯤 꿈꿔 보는 최고의 영예, 대상!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세요!
※ 실패 시 패시브 강화]
‘맞다. 나 개발자님이랑 뭐 하던 중이었지?’
다행히 퀘스트 내용이 바뀌었다.
일순간 표정이 급격히 밝아진 백야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지한을 끌어안았다.
“됐다! 성공이야!”
백야에게 목을 끌어안긴 지한은 구부정하게 굽어진 허리를 한 채 당황했다.
“너 또 뭐 했어?”
“응? 아니야. 이번엔 진짜 이상한 거 아니야.”
백야가 고개를 도리질 치며 지한을 안심시켰다.
“놀랐지? 미안. 얼른 자자. 나 진짜 꿀잠 잘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백야가 베개를 팡팡 두드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지한은 멈춰 선 자리에서 백야를 빤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왜?”
아방한 눈이 깜빡거렸다.
“일어나. 애들 다 준비하고 있어.”
“……?”
백야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6시야. 우리 샵 가야 해.”
“으에엥?!”
가위에 눌리느라 밤을 꼴딱 새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