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01
제401화
* * *
빌의 기록은 흠잡을 데 없었다.
그의 이메일, 계좌 번호, 전화번호로 조회해 봐도 딱히 수상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깨끗한데?”
오래간만에 서치 실력을 발휘해 보겠다던 율무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거 봐라! 내가 빌 괜찮다고 했지?”
그럴수록 굽어져 있던 청의 어깨는 점점 펴져서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응. 아니야.”
그러나 민성이 금세 기를 죽여 놓았다.
우우!
콧잔등을 찡그리며 화가 난 얼굴을 한 청이 민성을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감히 외박을 해?’
민성은 지난밤 꿀밤을 맞고 방을 나가 버린 가출 병아리가 괘씸했다.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저렇게 시위를 벌이는 거라 생각했다.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햄스터가 뽀르르 다가와 청의 옆구리를 찔렀다.
“너 어제 거실에서 잤어?”
“당근 하지.”
“왜?”
왜긴 왜야. 싸웠으니까 그러지.
청은 대답 대신 백야를 빤히 바라봤다.
자신의 햄스터가 자꾸 눈을 깜빡이는 게 미인계를 쓰는 중인 것 같았지만, 노련한 집사는 넘어가지 않았다.
사실 민성이 자꾸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하는 게 듣기 싫었다고 고자질할 수 없었다.
‘나도 빌이나 성신까지는 이해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회사도 믿지 말고, 네가 느끼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자신까지도 얼마든지 의심해도 된다는 말에 화가 나는 걸 어떡하나.
‘어떻게 나보고 민성을 의심하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설마 하랑 때문에 저렇게 변해 버린 건가?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한편 민성은 아무에게나 허물없이 마음을 내어 주는 청이 걱정됐다.
저러다가 정말 사람에게 크게 데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한 소리였는데.
한국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나가 버리는 바람에 둘 사이가 어색해졌다.
‘생긴 것에 반의반만큼이라도 굴면 내가 말을 안 하지.’
민성은 청이가 얼굴값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평생 따라다니며 챙겨 줄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청의 부모님께 부탁한다는 말까지 들은 터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연습생 때도 어디서 맨날 삥이나 뜯기고, 하랑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와서 얼마나 손이 많이 갔던가.
물론 본인은 질 나쁜 연습생에게 돈을 뜯겼다는 사실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사정이 어려운 친구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 줬다,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으니까.
“햄스터어어.”
갑자기 사이를 좁혀 온 청이 백야의 어깨에 턱을 괴며 어리광을 부렸다.
청을 몰래 지켜보는 민성의 눈이 가늘게 뜨였다.
‘저 요오오망한 놈이 끼나 부리고 말이야.’
토끼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병아리는 천하태평이었다.
“나는 햄스터 믿어.”
“갑자기?”
“우리 안 버릴 거잖아. 그치?”
청이 몸을 떼어 내며 다시금 눈을 맞춰 오자 백야가 움찔거렸다.
“갑자기 그건 왜?”
“Yes or Yes.”
“으응….”
“거봐. 민성이 틀렸어.”
청이 백야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파묻었다.
그러던 그때, 남경이 학을 떼며 다가왔다.
“아오~ 징그러워 죽겠어. 사내새끼들끼리 왜 이렇게 붙어 있는 거야? 야, 좀 떨어져.”
“No. 우리는 절대 안 헤어져.”
말이 통하지 않자 남경은 청의 뒷덜미를 잡아 강제로 떨어뜨려 놓았다.
그에 가출 병아리의 볼이 심통으로 부풀어 올랐다.
“맨날 나만 모라하고!”
“어쭈. 맨날~? 야, 내가 언제 너 혼낸 적 있어? 여기서 너 혼낸 사람 있으면 이름 대 봐.”
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혼은커녕 연습생 시절부터 막내라며 예쁨만 받으며 지내 왔다는 걸 자신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 어제 민성이한테 혼났지? 어휴, 인간아…. 형 말 좀 잘 들어라.”
남경이 청에게 꿀밤을 먹이자 병아리의 눈썹이 삐죽 솟았다.
“Ouch! 지금 나 쳤어?”
“그래 쳤다. 빨리 점심 뭐 먹을지나 골라. 율무가 쏜대.”
청이 고개를 돌리자 연습실 가운데서 빌과 수다를 떨고 있는 율무가 보였다.
사기꾼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저렇게 웃고 떠들다니. 율무는 속도 좋지.
‘흥.’
청이 심통 난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 멤버들이 빌에게 더 살갑게 구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심기가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꿈은 반대라고 했으니까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쁜 놈.
청은 속상한 거였다.
* * *
“빌 형~ 같이 가실래용?”
율무는 빌을 콕 집어 음식 픽업을 함께 다녀오자고 했다.
가는 동안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저희 작년 시상식 VCR 보셨어요? 콘셉트가 뱀파이어 학교였는데 팬들이 애기가 여주인공 역할이냐고 엄청 놀렸어요.”
“아하하! 정말요?”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백야와 스캔들이 났던 햄버거 가게였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전화로 주문했는데. 5656이용.”
“어서 오세요. 여기 준비해 뒀어요.”
“감사합니당~ 계산을… 헉!”
음식을 받아 든 빌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율무를 기다렸다.
외투와 바지를 더듬으며 당황하던 그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빌을 바라봤다.
“혀엉…. 어떡해요? 저 지갑 놔두고 왔나 봐요.”
“아. 괜찮아요. 그럼 그냥 제가 살게요.”
“아니요?! 절대 그럴 수는 없어요. 계좌 알려 주시면 제가 돈 보내 드릴게요.”
빌의 카드로 계산하고 나온 율무는 연습실로 돌아오는 내내 계좌를 알려 달라고 졸라 댔다.
“정말 괜찮은데. 이 정도는 제가 살 수 있어요.”
“아니요? 제가 사기로 했는데 어떻게 그래요. 알려 주세요. 네?”
빌은 율무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계좌를 불러 주었다. 곧바로 음식값을 이체한 율무는 홀가분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후.
매니저들이 돌아가고 멤버들만 남겨진 연습실엔 긴장감이 흘렀다.
“청청. 아까 매니저님이랑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뭐래?”
“집문서? 보여 줬어.”
“등기부 등본?”
“응! 그거야. 그리고 이따 계약서 써야 하니까 전화하면 나오래.”
백야와 함께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잠깐이면 끝난다며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확실히 수상하네. 자꾸 너한테만 그러는 거 보면.”
지한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역시.”
그때 핸드폰을 하며 줄곧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던 명탐정 코무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비장하게 말했다.
“인사 기록에 적힌 계좌랑 실제 사용하는 계좌가 달라.”
빌의 급여 계좌와 주거래 계좌가 일치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더 발견했죠.”
척-
율무가 핸드폰을 내밀며 사기 이력 조회 사이트를 보여 주었다.
[피해 사례 있음]“중고 카페 사기 이력이 있어.”
누적 피해 금액이 200만 원을 넘어가고 있었으며 최근 피해는 무려 2일 전이었다.
“이걸 어떻게 알아냈어?”
민성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다~ 방법이 있지.”
햄버거를 쏘겠다고 말한 것부터 지갑을 일부러 챙기지 않은 것까지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어차피 다들 알고 있었잖아? 이 새끼가 나쁜 놈인 거.”
막내의 굳은 얼굴을 본 율무는 그의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뺨을 어루만지며 나긋하게 말했다.
“키티야. 우리에겐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이 사실을 회사에 알려서 빌을 해고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빌을 좀 더 골탕 먹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골탕을 먹인다고? 어떻게?”
백야는 후자가 끌리는지 관심을 보여 왔다.
“잠깐 찾아봤는데 피해자 단체방 같은 게 있는 것 같더라고. 이름이 워낙 특이하셔야지. 거기에 정보를 흘리는 거야.”
그럼 눈이 뒤집힌 피해자들이 회사로 쳐들어오지 않겠냐며 빙긋 웃었다.
백야는 율무의 웃는 얼굴이 무서울 수도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어떻게 할래?”
청은 고민했다.
아직 사기를 당한 건 아니지만, 멤버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분명히 당했을 것이다.
백야를 힐끔 쳐다본 청은 입꼬리를 삐죽이더니 후자를 선택했다.
“곰탕 먹여.”
“골탕 먹일까? 오케이~ 그럼 우리 키티는 이제부터 형만 믿어.”
율무가 손바닥을 보이며 하이파이브를 기다렸다.
짝-
병아리의 날개가 힘없이 다가와 부딪쳤다.
“어라? 왜 이렇게 힘이 없지? 키티, 왜에~”
“아니야.”
“아닌 게 아닌데? 걱정돼?”
청은 대답이 없었다.
“에이~ 우리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우리 청이, 율무 믿지?”
그에 청이 움찔거리며 민성의 눈치를 봤다.
전날 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며 아무리 믿었던 사람이라도 환경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면 변할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 하던 민성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민성이 저를 많이 아낀다는 것도 마음으로 충분히 느껴 왔다.
누구보다 사랑을 퍼 주던 사람이 저에게 그런 말을 해서 더욱 충격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밤을 꼬박 새워 가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는데,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아니겠는가.
‘가족은 배신하지 않아. 내가 민성을 의심하는 일도 절대 없을 거고.’
그래서 청은 끝까지 민성에게 반기를 들었다.
“당근 하지. 나는 율무가 하는 사기면 그냥 당해.”
“엥?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너한테 사기를 왜 쳐?”
“몰라. 그런 게 있어. 당연히 조심하긴 할 건데, 나도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거야. 나 바보 아니야.”
갑자기 폭발하는 영어에 멤버들은 눈만 깜빡였다.
“누, 누구 키티 말 이해한 사람…?”
“저요!”
그때 백야가 팔을 번쩍 들며 자신 있게 외쳤다. 요즘 청에게 1 대 1 영어 과외를 받고 있는 귤 수저 집안의 자제였다.
“너 바보래. 스튜핏. 아이 리슨. 이그젝틀리.”
마지막 한 단어만 알아들은 백야가 자신 있게 말하자 율무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맞지, 청? 완벽했지?”
율무에게 깐족거리느라 신이 난 백야의 모습 너머로 민성과 눈이 마주쳤다.
읽기와 쓰기는 안 돼도 듣기만큼은 자신 있다던 민성은 대충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청은 그 순간 저와 민성이 화해했음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지며 청의 눈꼬리도 활짝 휘었다.
“당근 하지! 햄스터는 천재야. 그러니까 이제 나쁜 놈 곰탕 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