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8
외전 56화
“얼르은~”
슬이가 보채자 유연은 마지못해 한쪽 어깨에 가방끈을 걸쳤다.
“됐지?”
“아니야. 제대로 해.”
유연은 빠르게 주위를 살피며 누나를 찾았다. 이 작은 악마에게서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건 누나밖에 없었다.
그러다 누나는 국이를 잡으러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다.
“삼촌!”
“알겠어. 삼촌 지금 메려고 했어.”
결국 슬이에게 진 유연은 마지못해 남은 팔까지 마저 끼며 공주 가방을 착용했다.
“마스크도 벗으면 안 돼?”
“안 돼, 슬이야….”
“그치만 얼굴이 안 보여서 내가 확실히 판단할 수가 없어.”
“가방 고르는 데 얼굴은 필요 없지 않을까?”
“아니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이야. 삼촌은 그거도 몰라?”
그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라고….
작게 한숨을 쉰 유연은 결국 못 이기는 척 마스크를 벗어 주었다. 유연은 절대 슬이를 이길 수 없었다.
“됐어?”
마스크를 벗기 무섭게 유연을 알아본 사람들이 숨을 크게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이제 다른 거.”
“이거?”
이번엔 커다란 귀가 달린 앙증맞은 가방이 손에 들렸다.
‘그래. 어차피 팔린 얼굴…. 나도 모르겠다.’
공주 가방을 벗은 그는 이번엔 귀가 달린 토끼 가방을 어깨에 멨다.
“자. 어때?”
“히히.”
슬이는 제가 곤란해하는 게 재밌는지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힐끔거렸다.
‘잠깐. 가방이 아니라 사람들을 본다고?’
유연은 그제야 슬이가 삼촌을 자랑하고 싶어서 말도 안 되는 떼를 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아…. 슬이야.”
“삼촌, 이번에는 이거.”
슬이가 다른 가방을 가져와 유연에게 내밀었다.
어느새 캐릭터 가방 코너는 유연의 책가방 패션쇼로 변질되어 있었다.
유연을 둘러싼 직원과 학부모, 어린 여자아이들이 모두 홀린 듯 그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와~ 왕자님 같아.”
그 와중 한 여자아이의 혼잣말이 크게 울리자 슬이의 어깨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
* * *
– 어제 백화점에서 엘베 잘못 내렸다가 유연이 봤다ㅠㅠㅠ 여자 애기랑 둘이 있었고 검정색 롱 코트에 파란 볼 캡 쓰고있었음ㅠㅠ (분홍색 가방 멘 유연 옆모습.jpg)
└ 어디서 어린애들 비명 소리가 들려서 가봤다가 캐릭터 가방 코너에서 시X모롤 가방 패션쇼하는 유연이 봄ㅠㅠㅠ 피지컬 쩔더라
└ 유연이가 가방 바꿔서 멜 때마다 애기들 웅성웅성ㅋㅋㅋㅋㅋ 유연이 얼굴 빨개져서 조카한테 제발 빨리 골라주면 안 되냐고 애교부렸어ㅠㅠ
– 유연이가 멘 가방 완판 됨
– 하다 하다 여아용 캐릭터 가방까지 품절시키는 유떤남자…
– 나는 남자 애기랑 있는 거 봤는데ㅋㅋ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남자애랑 공룡 놀이하는 거 봄ㅋㅋㅋㅋㅋ 누가 더 공룡처럼 우는지 내기하는 것 같던데
– 이 미친 왕자님아ㅜㅜ 이젠 어린애들까지 홀리고 다니냐고ㅜㅜㅜ
– 조카들 벌써 학교 갈 나이 됐어?
– 유연이랑 율무는 나중에 애 잘 볼 것 같음ㅋㅋㅋㅋㅋ 도하도 율무한테 환장하잖아
의도치 않게 유연의 행적이 밝혀진 가운데, 저녁 늦게 할머니 집에 도착한 민성은 당황스러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뭐, 뭐예요?”
단아가 하루 일찍 올라오는 바람에 고모와 그녀에게 방을 빼앗긴 민성은 거실에서 잠을 잔 참이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 잠시 눈을 떴다가, 바로 옆에서 아침 식사가 한창인 어른들과 눈이 마주쳤다.
잠옷 차림에 까치집 머리를 한 민성은 벌떡 일어나 이불을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했다.
“민성이 일어났냐? 밥 줄까?”
“더 자도 되는데~”
“이야~ 민성아, 너는 안 씻어도 멋있다. 얼굴에서 빛이 나네.”
“너도 이리 와. 밥 먹고 다시 자.”
“단아는 아직 자나? 쟤도 지금 밥 먹으면 좋을 텐데.”
어른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늘어놓으며 민성의 당황스러움을 배로 만들었다.
현재 시각 7시.
분명 어젯밤에 거실 중앙에서 잤는데 지금 보니 제 이부자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구석으로 옮겨져 있었다.
마침 물김치를 떠 오던 할머니는 깨어난 민성을 발견하곤 너무나도 기뻐하셨다.
“일어났어? 얼른 밥 먹어.”
“네? 아…… 네.”
아직 잠이 덜 깨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하던 그는 어른들 사이로 파고들어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부터 생선에 국에, 전에. 밥상이 화려했다.
“단아는?”
민성을 식탁에 앉히는 데 성공한 할머니는 이어서 손녀의 행방을 물었다.
방문이 굳게 닫혀 있는 걸 보니 자신의 사촌은 아직 꿈나라에 있는 모양이었다.
‘나만 죽을 수는 없지.’
민성은 들었던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으며 할머니를 향해 필승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깨워 올게요.”
“아이고~ 쟈가 단아를 그렇게 챙긴다.”
할머니는 하나뿐인 손자의 속이 저렇게나 깊다며 감격했고, 어른들은 같은 업계에 종사하더니 둘의 우애가 더욱 깊어졌다고 오해했다.
* * *
아침을 먹고 세 번째 후식까지 클리어 한 민성은 브이로그 핑계를 대며 도망 나왔다.
마당에서 쫑이와 장난을 치는 모습도 좀 찍고, 맞은편 포도밭에 사는 고양이도 좀 찍고 나니 소재가 금방 동이 났다.
“산책이나 갈까?”
카메라를 향해 혼잣말을 하던 그는 ‘역시 청이 같이 왔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저희 할머니 동네를 구경시켜 드릴게요. 이렇게 시골길을 걸으니까 예전에 백야랑 갔던 촌캉스가 생각나네요.”
자신은 어릴 적, 방학만 되면 할머니 집에서 살다시피 해서 이런 곳이 편하다며 카메라로 주변 풍경을 담아냈다.
그러다 회관에서 놀고 있는 잼민이 무리를 마주쳤다.
“어? 저 카메라는…! 어제 할머니가 우리 동네에 연예인 왔다고 했는데. 설마 저 사람인가?”
“연예인? 오. 좀 생기긴 했어.”
“아! 나 알아! 저 사람 쑥떡 할매 아들이야!”
회관에서 딱지치기하며 놀고 있던 아이들이 달려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 아니고 손자. 너희 데이즈 몰라?”
“데이즈? 알아요! 백야!”
“백야는 알면서 나는 왜 몰라.”
“형이 데이즈예요? 데이즈 누군데요?”
“민성.”
“아니야. 나 민성 아는데 이렇게 안 생겼는데? 우리 엄마가 좋아해서 알아요. 우리 집에 사인도 있어요.”
잼민이에게 존재를 부정당한 민성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내가 해 준 거거든?”
“에이~ 거짓말.”
“이놈 봐라? 그럼 네가 아는 민성은 어떻게 생겼는데?”
“그 사람이 더 잘생겼어요. 머리도 안 이래. 빨간색이에요.”
아이는 민성의 활동기 때 모습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이 나야.”
“그런가…? 계속 보니까 좀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게 아니라 나라니까?”
잼민이들에게 휘말린 민성은 그렇게 회관에 자리 잡았다.
“형, 근데 연예인이 왜 여기에 있어요? 서울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설날이라 할머니 뵈러 왔다.”
“아~ 그럼 지금은 뭐 찍는 거예요? 여기에 찍히면 우리도 TV에 나와요?”
잼민이들은 민성의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다.
“TV는 아니고 너튜브에 올라갈 거야.”
“우와! 얘 장래 희망이 너튜번데.”
“그래? 그럼 나중에 데이즈 채널에서 데뷔했다고 프로필에 적어. 형이 너튜브에 올려도 되지?”
“네!”
민성은 잼민이들에게 자연스레 초상권 동의를 받아 냈다.
“그런데 뭐 하고 있었어?”
“그냥 딱지치기요.”
“그래? 나도 끼워 줘.”
“안 돼요. 방금 끝났어요.”
까르르!
잼민이들은 민성을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곧잘 말장난을 걸어 댔다.
“그럼 이제 뭐 할 건데?”
“장기 자랑!”
개구지게 생긴 한 명이 뜬금없는 놀이를 제안했다.
“장기 자랑?”
“내일 설날이잖아요. 우리 장기 자랑 준비해야 해요.”
장기 자랑을 하면 어른들이 용돈을 준다며 아이들이 너도나도 자랑했다.
“그래? 그럼 장기 자랑 연습해. 지금 리허설 하면 되겠네.”
“리허설이 뭐예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똑같이 해 보는 거야. 형은 100번도 넘게 해 봤어.”
“우와! 연예인 같다. 그럼 우리도 할래요!”
민성은 별말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주머니를 더듬어 지갑을 챙겨 나왔음을 확인한 그는 상석에 앉아 ‘어디 한번 시작해 보라’ 일렀다.
“누가 먼저 할 거야?”
“저요!”
태권도복을 입은 아이가 중앙으로 달려 나와 기본자세를 취했다.
허리에 검은 띠를 맨 늠름한 소년은 대룡 초등학교 태권짱. 그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무려 ‘고려’ 품새를 선보였다.
“이야악!!!!”
마지막엔 회관이 떠나갈 만큼의 기합까지 완벽했다.
“이야~! 너 진짜 멋지다!”
그에 민성의 지갑이 홀린 듯이 열렸다.
“잘했어. 이리 와. 나중에 이걸로 짜장면 사 먹어라.”
“감사합니다아악!!!”
“어우, 귀야…. 목청 좋네. 그래. 다음.”
“저요!”
“저요!!!”
“데이즈 님! 저 친구 불러와도 됩니까?”
“그래. 다 데려와.”
새로운 놀 거리를 찾은 그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아 결국 할머니 손에 끌려 귀가했다.
* * *
그 시각 율무네 집.
이곳도 민성만큼이나 어른들의 지갑이 홀린 듯이 열리는 중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사랑이 넘쳐 버린 나머지 냅다 그랜절을 박아 버린 율무 때문이었다.
“어이구야!”
“에구머니나!”
“이야~! 우리 아들 최고다!”
“다쳐, 이놈아!”
찰싹!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께 새해부터 등짝을 맞은 재롱둥이는 아침부터 매를 버느라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