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69
외전 57화
“앗 따가!”
얼른 바닥으로 내려온 율무가 2차 스매싱을 피하며 또 다른 묘기를 선보였다.
앞구르기를 한 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향해 브이를 내밀자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어이구, 깜짝이야.”
“저놈 저거… 언제 철들는지.”
“하지만 멋있었죠?”
못 말린다며 어이없어하는 부모님과 달리, 그저 흐뭇한 얼굴로 율무를 바라보던 조부모님께서 그를 가까이 오라며 불렀다.
“이리 와서 똑바로 앉아 보거라.”
“네엥~”
무릎걸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 다가가 앉은 율무는 새해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받았다.
“건강하고, 다치지 말고. 그저 즐겁고 행복하게만 살거라.”
“아니, 뭘 이렇게 많이 담았어? 손자가 주는 용돈 여기에 다 넣은 거 아니야? 할아버지 손자, 돈도 잘 버는데~”
“쓰읍! 그냥 넣어 둬. 할아버지가 주는 건 그저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거야.”
“난 진짜 괜찮은데….”
마지못해 봉투를 챙긴 율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꼭 안아 주며 기습 뽀뽀를 날렸다.
쪽!
쪽!
“이건 내 세뱃돈 값~”
“우리 황 여사도 뽀뽀?”
“어우, 징그러워. 저리 가.”
“아이잉~”
이 순간만큼은 아들이 부끄러웠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금세 따라간 율무가 단단한 팔로 껴안으며 특별히 두 번이나 뽀뽀를 해 주었다.
그러고 뒤를 돌았을 때, 율무는 기대에 찬 얼굴로 저를 보고 있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아빠는 됐어.”
“그래? 알겠어.”
예의상 거절한 거였는데….
큰 율무차는 조금 상처받았다.
* * *
율무의 아버지가 손이 귀한 삼대독자였다면 어머니는 그 반대였다.
율무의 모친께선 4남 1녀의 귀한 늦둥이 공주님으로,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귀하디귀하신 몸이었다.
또래의 친척은 없었지만, 저만 보면 띄워 주기 바쁜 극성맞은 삼촌들과 나이 터울이 제법 나는 형, 누나 그리고 어린 조카들이 있었다.
친척들에게 나눠 줄 설날 선물을 뒷좌석에 바리바리 실은 그는 부모님과 따로 움직이게 됐다.
[율무 : 은우♡~!] [율무 : 은우야아아~~ 삼쫀 이제 출발하는데 머꼬 시푼 거 이쏘?♡] [율무 : 울 여주는 전화를 안 받네ㅠㅠㅠ] [은우 : 여주 아파] [은우 : 나는 어머니 도와드리느라 정신이 없네] [은우 : 여기 먹을 거 많으니까 그냥 와]은우는 올해로 9살이 된 초등학생 조카였는데, 어째서인지 그보다 얌전하고 맞춤법도 정확했다.
조금 머쓱해진 율무가 답장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찰나 마침 백야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 망충한 눈코입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뭐야?”
[율무차. 도하한테 네가 사 준 선물을 줬는데, 네가 직접 안 줬다고 삐졌어. 도하한테 얼굴 한 번만 보여 줄래?]백야가 화면을 후면 카메라로 전환하자 노란색 유아용 헬멧을 머리에 쓴 채 현관에 쪼그려 앉아 있는 작은 뒷모습이 보였다.
킥보드는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게 이미 신나게 한 바퀴 돌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헉. 귀여워….”
[도하야~ 율무 삼촌 왔네. 삼촌이 도하 부르는데?]“도하야~”
율무가 화면에 대고 이름을 부르자 도하의 귀가 쫑긋거렸다.
오늘을 위해 한복을 차려입은 도하가 끙차, 일어나 현관을 향해 도도도 달려갔다.
콩콩-
그리곤 현관문을 두드리며 뒤를 돌아봤다.
[애기! 무우 산쪼! 바께 나가.] [아니야, 삼촌 여기 있잖아. 삼촌 안녕~ 해.]“도하야~ 삼촌 여기 있어. 우리 도하, 큽…. 어떡해? 너무 귀여워.”
도하의 통통한 볼과 눈코입이 화면에 가득 들어차자, 율무의 손은 화면을 캡처하기 바빴다.
[무우! 나와!]“삼촌도 거기로 가고 싶은데 오늘은 안 돼…. 도하 삼촌이 준 선물 타 봤어?”
[우우웅. 애기, 무 산쪼 꺼내 조.]도하는 율무가 보고 싶은지 백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보채기 시작했다.
그에 세 밤만 자고 나면 도하를 보러 가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겨우 도하의 기분을 풀어 줄 수 있었다.
[고마워. 도하가 계속 현관에만 있으려고 해서. 너 어디야? 혹시 운전 중이었어?]백야가 깜짝 놀라며 미안해하자 율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방금 탔는데 걸려온 거야. 이제 외가로 가려고.”
[그렇구나. 운전 조심히 하고.]“응. 키티는?”
[거실에서 할아버지랑 쿠폰 걸고 윷놀이 내기하는 중.]“쿠폰?”
[이거.]백야는 도하가 어린이집에서 그려 온 쿠폰을 보여 주며 자랑했다. 뽀뽀, 안마, 소원 쿠폰이 그려진 종이였다.
[소원 쿠폰이 두 장이라 내가 한 장 준다고 했거든.]“뭐야? 나도 갖고 싶어!”
[그럼 너도 여기 와서 윷놀이하든가.]백야는 율무가 오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약 올렸다.
“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괜찮아. 나도 조카 있어. 나도 가서 쿠폰 그려 달라고 해야지~”
통화를 끝낸 율무는 곧장 외가로 향했다.
* * *
“이야~! 연예인 왔다! 박수!”
짝짝짝짝!
외할머니 집에 도착한 율무는 현관에서 거실까지 깔린 붉은색 수건을 밟으며 화려하게 입장했다.
“아이참~ 뭐 이런 걸 다 준비했어~ 레드 카펫이야?”
만족도 100%의 진실의 광대가 올라갔다.
열성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입장하던 그는 멋들어진 선글라스를 벗으며 곧장 외할머니께 직행했다.
“할머니~ 겸둥이 와쪄용~”
“그래, 그래, 내 새끼. 그런데 왜 이렇게 말랐어? 일이 많이 힘드냐?”
“엥? 저 그대론데?”
율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어느새 율무를 둘러싼 삼촌들이 조카의 셔츠를 들추며 확인에 나섰다.
“살 좀 찌긴 쪄야겠다.”
“이야~ 몸 죽인다.”
“너 요즘도 운동 열심히 하나 보다?”
“어멋♡”
율무가 배를 가리며 수줍어하자 사방에서 그를 귀여워하는 손길들이 쏟아졌다.
“이 아저씨들이 다 늙어서 주책이야. 율무 왔어?”
삼촌들을 헤치며 등장한 이는 율무의 친척 누나로 그와는 12살 차이가 났다.
결혼을 일찍 한 탓에 그녀에겐 벌써 9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은우였고, 둘째 사촌 형의 딸이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주였다.
워낙 대가족인 탓에 각자 한마디씩만 해도 시끄러워 정신이 없었다.
“응. 애들은?”
“놀이터 갔어. 여주가 가고 싶다고 떼써서.”
“여주 아프다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 먹고 재웠는데, 놀이터 가겠다는 거 보니까 좀 살 만한가 봐.”
“그래도 밖에 추운데. 안 되겠다. 내가 잡아 와야지~”
“됐어. 지금 왔으면서 뭘 또 나가. 들어오라고 전화할게.”
“아니야. 나 어차피 한 번 더 내려가야 해. 손이 없어서 선물을 다 못 가지고 왔거든.”
이미 거실에는 율무가 가져온 건강식품 언박싱이 한창이었다.
“저거 말고 더 있다고?”
누나가 놀라워하자 율무는 배시시 웃으며 어린 조카들을 핑계 댔다.
“애들 거. 삼촌이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데 애들 선물도 안 사 주고 그러면 되겠어~ 안 되겠어?”
“볼 때마다 용돈 주잖아.”
“용돈이랑은 또 다르지. 선물은 뜯는 맛이 있잖아. 아무튼 다녀올게!”
철없는 삼촌은 누나에게 혼날세라 적당한 타이밍에 집 밖으로 달아났다.
급하게 나오느라 모자도 챙겨 쓰지 못한 그는 얼마 안 가 걸음을 멈췄다.
‘아, 모자! 에이~ 뭐 어때. 어차피 알아봤자 아파트 주민일 텐데.’
율무는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곤 놀이터로 향했다.
“은우야~ 노올자~”
목적지에 다다른 율무는 폴짝거리며 잼민이 워킹으로 놀이터에 입장했다.
아파트에 사는 꼬맹이들은 죄 다 나와 있는 건지 놀이터엔 잼민이들로 바글바글했다.
“어?!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헉. 데이즈야!”
그러다 율무를 알아본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단번에 정체를 발각당했다.
“안녕~”
율무가 손을 흔들어 주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렸다. 순식간에 둘러싸인 율무는 당황하지 않고 하나하나 인사해 주었다.
“우와! 율무 맞죠?”
“율무 맞아용~”
“여기는 왜 왔어요?”
“은우 찾으러 왔지~”
“은우가 누구야?”
여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율무는 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은우와 눈이 딱 마주쳤다.
“어? 찾았다!”
은우도 삼촌을 알아보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뭐야? 삼촌이 왜 여기 있어?”
“은우 잡아가려고 왔지~ 어흥~!”
도하가 환장하는 호랑이 놀이였지만 은우는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삼촌을 한심해하는 눈빛이었다.
“삼촌은 내가 아직도 아기인 줄 알아?”
“……미안.”
“여기에 있어. 내가 애들 데려올게.”
저렇게 의젓한 9살이라니….
첫째 누나네의 미래는 참으로 밝았다.
“그럼 우리 친구들~ 새해 복 많이 받고, 떡국도 열 그릇씩 먹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야 해. 알겠지~?”
아무래도 은우가 도망가는 느낌이라 어린 친구들에게 급히 인사한 율무는 은우의 뒤를 곧장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유명한 연예인을 처음 본 아이들은 그를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사인해 주세요!”
“저도요!”
한 명이 율무의 옷을 잡고 흔들자 모두가 단합하여 조르기 시작했다.
“사인?”
차마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는지, 홀로 난감해하던 율무는 결국 멀리 떨어져 자신을 보고 있는 조카에게 손을 뻗었다.
“은우야, 도와줘…!”
“에휴.”
아이들의 손길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삼촌을 발견한 은우는 친척들을 데리고 다가갔다.
그리곤 의젓한 얼굴로 물었다.
“사인해 줄 종이는. 있어?”
“엉? 삼촌 차에 많긴 한데….”
“그럼 가져와. 여기는 내가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자연스러운 명령에 율무의 다리가 절로 움직였다.
‘뭐지? 이때를 틈타 놀이터를 벗어나라는 신호인가?’
율무가 뭉그적거리며 고민하는 동안 은우는 철없는 삼촌을 대신해 현장 정리에 나섰다.
“봤지? 데이즈 율무가 우리 삼촌이야. 사인받고 싶으면 한 명씩 줄 서. 안 그럼 안 해 줄 거야.”
은우의 말에 열댓 명이 넘는 아이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삼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열리는 데이즈 율무의 게릴라 팬 사인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