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Rank Supporting Role’s Replay in a Prestigious School RAW novel - Chapter 982
명문고 EX급 조연의 리플레이 (982)
116. 환영 인사 (2)
조의신은 중국 대표팀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환영 인사였다.
한창 한중일 교류전 대비 합숙이 진행 중일 때, 조의신은 황호가 교류전 시작 전에 중국 팀과 접촉할 것을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흑막은 도복 띠를 이용해 너를 중국으로 유인한 적이 있어. 하지만 실패했지. 이번엔 더 복잡하고 정교한 수를 둘 거야.
저 말은 황호도 예상한 바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적은 황호를 한반도 밖으로 유인하려 했다.
만약 조의신과의 만남이나 여태까지의 일들이 없었다면 황호는 청호의 흔적을 찾아 한반도를 비웠을 것이다.
조의신과 은호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플마고라는 시뮬레이터의 전개에서 황호는 중국으로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흑막이 어떤 단서로 유혹하더라도 황호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분명 그렇게 나오겠지. 하나 안심하도록. 어떤 미끼를 던진다고 해도 이 몸은 쉽게 한반도를 뜰 마음이 없다. 의무를 저버릴 수는 없지.
이 말을 하자 조의신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황호를 몇 초간 응시했다.
조의신이 불만이 있을 때, 특히 대놓고 말할 생각은 없으나 그리 내키진 않을 때 보이는 반응이었다.
아마 조의신은 영국으로 갔을 때나 국경 주변에 있는 해저 용궁으로 가려 했을 때 황호가 냉큼 따라가겠다고 나선 걸 떠올린 듯했다.
앞뒤 정황을 생각하니 조의신이 ‘의무를 저버리고 쉽게 한반도를 뜰 마음이 없다고? 그땐 잘만 따라오려고 했으면서.’라고 생각하는 게 훤히 보였다.
그 외에도 속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다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미끼에 낚이지 말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야.
―흠?
조의신은 다른 뜻이 있는 듯했다.
오늘 유독 웃음이 많았던 백호의 반응을 보고자 백호 쪽을 봤는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이미 조의신이 무슨 소리를 할 건지 아는 것처럼 담담하게 앉아 있었다.
‘백호가 은련관을 자주 살폈지. 그사이에 조의신과 더 친해진 건가?’
황호는 본신과 분신을 동원해 꼬박꼬박 등교한 것과 달리 백호는 0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등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호는 조의신에 관해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조의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것 같은 타이밍에 끼어들어 말을 끊는 것 등이 그러했다.
같이 보낸 시간이 길면 상대의 경계심도 느슨해지고, 상대의 표정, 몸짓, 습관 등을 눈에 익히고 분석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보통 같이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친해지고, 속을 읽을 수 있는 법이다.
‘조의신이 오랜 시간 동안 백호가 등장하는 게임을 해서 그런 건가? 아니, 백호가 다른 세계의 게임에 대해서 알 길이 없었을 텐데.’
‘다른 세계’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황호는 잠시 생각을 멈췄다.
세계선을 넘나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백호가 진명을 분실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권능은 아주 특별했다.
백호는 천신에게 ‘어디에도 갈 수 있는 것’을 소원으로 빌었다.
백호는 저 권능을 사용해 은호를 찾고자 했으나 결국 은호를 이 세계로 돌려놓은 열쇠는 조의신이었다.
여기에서 무언가 떠오를 것도 같긴 했지만, 황호는 억지로 생각을 멈췄다.
‘백호가 진명을 분실한 건 이계 충돌이 일어났을 때 즈음이다. 시간축이 맞지 않아. 그리고 지금은 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석연치 않은 마음을 접어 두고 황호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며 조의신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조의신의 수를 듣는 걸 우선시하기로 했다.
―내가 낚일까 봐 걱정해서 한 말이 아니었나 보군. 조의신, 말해 보도록.
조의신이 방금 한 말만을 들으면 마치 황호가 미끼에 낚였으면 하는 눈치였다.
실제로 조의신은 그런 의도로 말하고 있었다.
―미끼에 낚이는 척해. 네가 어떤 미끼를 던져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저쪽에서 판단하면, 어떤 시도도 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하면 수를 두기 어려워져.
조의신의 의도가 점점 또렷해졌다.
흑막은 이미 황호가 태만하길 그만두고, 호족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흑막은 황호가 친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고, 이를 이용할 여지가 있다면 주저 없이 이용할 거다.
그리고 마침 흑막의 손에는 청호의 육신이 있었다.
―단서가 너무 적어. 이대로 가다간 청호의 육신을 찾을 수 없을 거야. 언젠가 흑막을 쓰러뜨리더라도 청호의 육신은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어.
조의신이 아찔한 소리를 했다.
청호의 육신이 중국에 있을 가능성을 알아냈고 성형우 덕에 이동한 경로도 파악했다.
하지만 그 경로를 샅샅이 살펴도 청호의 육신을 찾지 못했다.
단서라곤 그저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황호가 분신을 사용할 수 없는 데다 땅도 넓기에 수색이 얼마나 걸릴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만약 흑막의 뿌리를 뽑더라도 청호의 육신을 되찾지 못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니, 여차하면 흑막은 호족의 마음을 부수어 버리기 위해 청호의 육신을 눈앞에서 파괴해 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조의신은 흑막이 그런 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황호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
―적극적으로 중국 대표팀을 상대하고, 청호의 도복 띠를 단서로 육신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흘려 줘. 단, 도복 띠 같은 부차적인 단서가 아니라 청호의 육신을 직접 걸고 너를 꾀어내려 할 만큼 확고한 태도를 보여 줘야 해.
조의신이 한 첫 번째 제안은 상당히 난해했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호족의 은인이 친우를 찾아 주기 위해 한 제안인데 해내야 했다.
“발레파킹 담당자가 중국 대표팀이 탑승했던 에어 버스를 주차하는 중입니다. 그들이 곧 라운지로 올 겁니다.”
중국 대표팀이 교류전 기간 머물 예정인 호텔의 라운지.
황명호의 모습을 한 황호가 비서를 대동하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왔다.
가면을 쓴 것 같은 표정의 비서는 홀로그램을 황호 앞으로 전송했다.
홀로그램에는 버스에 탑승한 중국 대표팀 멤버의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 좌석 배치도가 나와 있었다.
물론, 중국 대표팀이 황명 재단에 제공한 정보가 아니라 호족의 정보팀이 직접 입수한 자료였다.
‘절반은 청두시 플레이어 양성소 출신이군. 그중에서 보존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의 수는 다섯이고, 그 다섯이 전부 청호의 도복 띠에 손을 댔다는 거지.’
황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만약 지금이 신화시대였고, 황호가 더 젊었더라면 그의 대처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친우의 육신이 걸려 있는 상황이 닥쳤다면 이렇게 간접적이고 온유한 방법으로 탐색전을 펼치진 않았으리라.
황호는 이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출신에 대해 캐는 것보다 앞서서 관계자들을 모조리 붙잡아 김신록에게 맡기고 자신은 뒤에서 지켜보다가 가끔 직접 심문하기 위해 나서고 단서를 얻는 대로 즉각 호족의 정예를 이끌고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황호는 오랜 세월 삶을 이어 가며 인간과 사회에 관한 이해를 키운 상태고 나름의 정을 붙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황호는 버스를 통째로 호족의 영역에 처넣는 대신 홀로그램을 살피고 있었다.
“좌석 하나가 공란이군.”
황호가 홀로그램의 공란을 가리켰다.
홀로그램의 공란 옆에는 좌석에 탑승한 인물의 예상 나이와 옷차림새 등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이름이나 이능에 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다.
황호가 기대한 답변 대신 사죄의 말이 되돌아왔다.
“죄송합니다. 해당 좌석에 탑승한 인물에 관해서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직접 보고 알아내야겠군. 알았다.”
그때, 황호와 비서의 시선이 동시에 위로 향했다.
연회장 환기구의 틈 사이로 그림자가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연회장 천장에 장식된 샹들리에 조명의 윤곽을 따라 움직이는 그림자는 육안으로 판단하긴 힘들 정도로 옅었으나 호랑이 눈을 속일 수 없었다.
황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림자를 응시했다.
이능의 특징이 중국 대표팀의 어느 학생의 것과 일치했다.
“장난기가 심한 학생이 있군.”
황호가 일부러 들리도록 말하곤 천장을 향해 검지를 들어 올렸다.
파앗!
검지가 결계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짧은 선을 그렸는데, 그 선이 순식간에 모습을 불려 그림자를 삼켰다.
황호는 그림자를 황금의 선으로 묶어서 연회장 문을 향해 내던졌다.
쾅!
황호가 던진 이능파 덩어리의 여파에 밀려 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문 앞에서 귀를 대고 있던 학생 둘이 급하게 몸을 날려서 문 뒤로 숨으려 했지만, 그전에 황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앗!”
“들켰네.”
황호가 사람 좋은 이사장이 지을 법한 표정으로 웃으며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림자를 부리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이능파를 거둔 남학생 쪽은 루보원(陆博文).
문 근처에서 이쪽을 염탐하고 있던 여학생은 야오러치(姚乐琪)였다.
“역시 명문고의 이사장은 다릅니다.”
루보원이 여유를 부리며 말했지만 조금은 놀란 건지 한국어가 다소 어색하게 나왔다.
이 정도쯤이야 0반 학생들이 이사장을 상대로 겁도 없이 저지르는 장난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지금 황호는 여유가 없는 시늉을 해야 했다.
친우의 육신을 찾지 못해 안달 난 호족의 수장 노릇을 하고, 이게 적의 귀에 들어가야 했다.
“학생은 한국어 말고도 공부할 게 많아 보이는군.”
황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두 학생이 놀란 표정은 지었지만, 겁에 질린 티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황호는 내심 둘의 담력이나 기세가 마음에 들었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어둡게 말했다.
“이능 외에도 예절과 겸손을 이번 교류전에서 배워 가길 바라네.”
황호가 말을 마쳤을 때, 호텔 복도를 급히 뛰어오는 이들이 보였다.
장난기가 심한 두 학생을 뒤늦게 맞기 위해 달려온 코치진과 학생들인 듯했다.
그때, 황호는 코치진 중 아는 얼굴을 하나 발견했다.
얼굴을 대부분 가렸으나 황호가 상대를 알아보는 데에는 그 일부만으로도 충분했다.
‘저게 그 공란의 주인공인가.’
버스에 탑승한 자 중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자는 아주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그자는 바로 세 기사의 맹세의 창립자인 세 명의 그랜드 크로스 중 하나, 팀 마스터인 최고위 기사였다.
* * *
‘지금쯤이면 중국 대표팀과 만났겠지? 보고를 들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황지호가 한창 중국 대표팀을 상대하고 있을 시점, 나는 기숙사에 있었다.
일본팀이 보고 있을 것을 대비해 은호와 함께 기숙사로 돌아온 이후, 계속 외출하지 않은 채로 강제로 쉬고 있었다.
쉰다고는 해도 다른 대표팀의 전력 분석이나 수 정리는 하고 있긴 했다.
‘이제는 호랑이들과 접촉할 때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 중국과 일본, 어느 쪽에도 나와 호족 간의 관계가 알려지면 바로 위험해질 거야. 그러니까 보고는 가능하면 적호를 통해서 직접…….’
딩동.
사고를 이어 가고 있을 때, 디바이스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 내 생각과 관계가 있는 상대가 보낸 메시지였다.
[히라노 세이지] 의신아, 안녕. 지금 시간 괜찮아?내 짧은 휴식이 방금 끝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