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rcist and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2
122
#심령 프로 (5)
태수가 편지 한 통을 뽑아 들고는 눈을 감은 후 조용히 주문을 읊었다.
‘사이코메트리.’
화르르르륵.
공기가 흔들리며 편지를 쓰던 사연 신청자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태수에게 전해졌다. 혹시라도 장난 편지나 거짓 편지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인을 해 본 것이다.
한석후가 말했다.
“우리 태수 씨는 편지를 만져 보면 이 편지가 진짜 사연을 써서 보낸 편지인지 가짜 편지인지 구분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장태수 씨? 이 편지 진짜가 맞습니까?”
“네, 사연을 신청한 분의 애틋한 마음이 편지에서 느껴지네요.”
“여러분, 들으셨죠? 태수 씨가 편지를 읽지도 않고 편지를 쓰신 분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잠시 후에 확인을 하실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희는 아직 장태수 씨에게 편지를 보여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럼 태수 씨, 사연을 신청한 분을 향해서 어서 출발하시죠. 영혼을 찾아서…… 출바알~!”
태수는 전소민, 메인 작가 김아영과 함께 제작진이 마련한 차량을 타고 사연 신청자를 만나기 위해 방송국을 출발했다. 카메라 VJ 다섯 명이 태수와 전소민을 촬영하며 따라붙었다.
태수가 탄 차량 안에는 VJ 한 명과 고프로 카메라 두 대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다.
태수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비로소 편지를 열어서 신청자의 사연을 읽었다.
강서구에 사는 40대 부부의 사연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한 달 전에 초등학생인 아들이 밤에 학원을 다녀오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그렇게 죽음을 당하자 부부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 더구나 그날은 아이 엄마의 생일이어서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한 날이었다.
부부는 아들을 죽인 가해 차량을 아직도 찾지 못한 데다 매일 밤마다 부부의 꿈에 아이가 나타나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아이는 부부의 꿈속에 똑같이 나타나서 한참 동안 거실을 서성이는데, 그 꿈을 꾼 후로 아이 엄마는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우울증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부부는 왜 아이가 부부의 꿈에 계속 나타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혹시라도 아이의 영혼이 죽어서도 고통받고 있는 건 아닌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제작진이 왜 그 사연을 골랐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구든 자식을 키워 본 부모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태수가 편지를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전소민이 물었다.
“정말 이상하죠? 죽은 아이가 꿈속에 나타날 수는 있지만 보통은 한 사람의 꿈에만 나타나잖아요. 근데 여기선 부부의 꿈에 동시에 나타났다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는 건가요?”
물론 지금 전소민이 하는 모든 대사와 행동은 방송용이다. 대본에도 기본적인 멘트의 방향이 적혀 있었고.
전소민은 이번 ENG 촬영에서 자신의 심령적인 지식을 앞세워서 시청자를 대신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 진행자의 역할을 맡았다.
태수는 아직 카메라 앞이 어색하긴 했지만 가능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대답했다.
“네, 이건 확실하게 영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적인 현상요?”
“이렇게 죽은 사람이 부부의 꿈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죽은 아이의 귀기가 작용을 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에요?”
“귀기요?”
김아영은 곁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얼른 메모를 했다. 귀기가 무엇인지 자막으로 안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는 생기가 있다는 말을 하잖아요, 생기가 있어야 건강해 보인다고. 영혼도 마찬가지예요. 보통 사람이 죽어서 영혼이 되면 귀기라는 게 생겨요. 영혼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한을 품고 죽거나 특별히 집념이 강한 영혼은 훨씬 많은 귀기를 품게 되요. 그런 영혼들은 귀기를 이용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우린 그런 영혼을 보통 악귀나 원귀라고 부르고.”
전소민이 어깨를 움츠리며 리액션을 했다.
“어우, 그런 얘기 들으니까 오싹하네요. 그럼 아이가 부모의 꿈에 동시에 나타난 게 귀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럼 아이한테도 그만큼 강한 귀기가 생겼다는 말인가요?”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겠지만, 제 생각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이가 한을 품고 죽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한을 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뭔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일이 있을 때, 즉 부모님한테 해야 할 말이나 알려야 할 일이 있을 때도 그런 귀기가 생길 수가 있어요.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방송 차량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부부가 밖에 나와서 애타게 태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한눈에 봐도 얼굴이 많이 수척해 보였다.
전소민이 얼른 나서서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떡해요, 어머니. 정말 상심이 크시겠어요.”
부인은 차마 대답을 못 하고 남편이 대신 울먹이며 말했다.
“요즘은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그렇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는 영혼 같은 걸 믿지 않았어요. 근데 아이가 저희들 꿈에 동시에 나타나는 걸 봤고 저희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았어요. 저희는 그게 뭔지 너무 알고 싶은 거예요. 그래야만 아이가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갈 수 있을 것 같고.”
“혹시 아이가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어떤 얘기인지 짚이는 데가 있으세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자신을 치고 달아난 차량의 정보 같은 게 아닐까요? 그 못된 사람을 잡아서 한을 풀어 달라는 얘기일 것 같아요. 대체 어떤 나쁜 사람인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두 분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 드리려고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여기 두 분을 도와줄, 영혼을 보는 남자 장태수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장태수라고 합니다. 제가 최대한 두 분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잘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말없이 있던 아내가 말했다.
“저희는 정말 다른 거 없어요. 아이의 영혼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영혼이라도 편안하게 잠들었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어요.”
아마도 그 말이 부부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아이의 영혼이라도 편안하게 잠들었는지 알고 싶은 부모의 마음.
그걸 알기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도, 큰 소리로 웃을 수도 없을 테니까.
태수와 전소민은 부부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 방을 먼저 좀 보고 싶은데요.”
태수의 말에 부부가 죽은 아들의 방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부부는 아이가 죽은 후에도 아이가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아이의 방을 매일 청소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라도 아이의 영혼이 집을 찾아왔을 때 부부가 자신을 잊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이의 이름은 김동훈이고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사진 속의 동훈이는 통통한 체형에 순박한 곰돌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소 늦게 아들을 얻은 부부에게 동훈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을지는 굳이 되물을 필요조차 없었다.
태수는 손바닥으로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책상 혹은 노트 같은 것들을 만지면서 눈을 감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 잔류사념을 살펴봤다.
옆에서 지켜보던 전소민이 물었다.
“지금 뭘 하시는 건가요?”
“만약 아이의 영혼이 집을 다녀갔다면 귀기라는 게 방에 남아 있을 거예요. 그걸 알아보는 중이에요.”
VJ 두 명이 촬영을 하며 그런 태수를 지켜봤다.
태수가 눈을 뜨자 역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전소민이 물었다.
“아이가 다녀갔나요?”
“아뇨, 아이의 영혼이 직접 집으로 찾아오진 않은 것 같아요. 아마도 아이는 귀기를 이용해서 엄마, 아빠의 꿈에 바로 나타났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동훈이는 왜 직접 집을 찾지 않고 꿈에만 나타났을까.
먼저 드는 생각은 동훈이가 지박령이 되었을 경우다.
지박령(地縛靈)은 땅에 얽매여 있는 영혼이라는 뜻이다.
보통 한을 품고 죽었거나 죽음을 맞이한 장소에 특별한 애착이나 미련이 많은 경우 그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영혼을 지박령이라 부른다.
따라서 만약 동훈이의 영혼이 지박령이 되었다면 영혼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한 곳밖에 없다. 동훈이 죽음을 맞이한 장소다.
동훈의 영혼만 만날 수 있다면 왜 지박령이 되었는지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태수와 전소민은 부부의 안내를 받아서 동훈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소로 이동했다.
동훈이 사망한 지점은 차량이 뜸한 큰길의 횡단보도.
횡단보도 앞에는 뺑소니 차량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고 일시와 장소, 경위에 대한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고 마지막에 연락처와 목격자에게 후사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전소민이 현수막을 보고는 카메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렇게 아이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차량 잡는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라도 당시 사건을 목격하신 분이 있다면 꼭 저희 제작진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수는 처음 영능력을 얻었을 때 뺑소니 차량을 찾아 준 경험이 있다. 한 달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탓에 도로에 잔류사념이 남아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현수막에 적힌 내용대로라면 동훈이는 밤 10시경에 학원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이곳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태수가 차량이 뜸한 어두컴컴한 주변 도로를 살펴봤다.
지금도 차량들이 속도를 높인 채 굉음을 내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 도로의 한 지점에 아이가 사망한 지점으로 생각되는, 붉은 페인트로 쓰러진 아이의 형체를 그려 놓은 표시가 보였다.
태수가 그 자리에 서서 주문을 읊었다.
‘귀기탐색.’
화르르르륵.
귀기탐색을 하자마자 곧바로 허공에 메시지가 떴다.
[귀기를 접촉했습니다.]‘어? 벌써 귀기를 접촉했다고?’
태수가 뒤로 돌아섰다.
바로 눈앞에 사진에서 봤던 동훈의 영혼이 태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전소민이 태수의 행동을 보고는 뭔가 발견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VJ들도 태수 주변으로 다가왔다.
전소민이 얼른 다가와서 물었다.
“왜요? 혹시 지금…… 동훈이 영혼을 찾았어요?”
지켜보던 부부도 긴장한 채 숨을 죽였다.
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방금 동훈이 영혼을 만났습니다.”
동훈의 엄마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울음 섞인 비명을 내질렀다.
막상 영혼을 만났다는 소리를 듣자 전소민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카메라 네 대가 모두 태수의 주위 허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태수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눈앞에는 이곳에서 사망한 김동훈 군의 영혼이 서 있습니다.”
전소민이 태수가 가리킨 허공을 바라보며 눈을 치켜떴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던 동훈의 엄마가 동훈을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
반면 동훈의 영혼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동훈의 영혼이 물었다.
[아저씨는 제가 보여요?]“그래, 동훈아. 아주 잘 보여. 네가 엄마, 아빠 보고 싶어서 꿈에 나타났던 거니?”
[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계속 생각했더니 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어요. 근데 말은 할 수가 없었어요.]“그건 네가 귀기가 부족해서 그래.”
동훈이 부부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지금 제 모습을 볼 수가 있어요?]태수가 고개를 가로젓자 동훈이가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근데 동훈아, 넌 왜 여기 이렇게 계속 남아 있었어? 죽었을 때 널 데려가려는 흰 빛 같은 게 내려오지 않았어?”
[내려왔어요. 내려와서 내 몸이 둥둥 떠오르려고 했는데 제가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왜?”
“생일 선물?”
동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날의 일을 설명했다.
동훈이 사고가 난 날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동훈은 사고 며칠 전 엄마가 아빠한테 자신은 그 흔한 반지도 하나 없다며 투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동훈은 그동안 자신이 모아 놓은 용돈으로 금은방에서 엄마의 실반지를 하나 샀다.
그날 동훈은 학원이 끝나고 엄마에게 줄 생일 선물을 손에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갑자기 달려든 승용차에 사고를 당했다.
동훈이 울면서 뜻밖의 말을 했다.
[엄마한테 반지를 줘야만 하늘나라로 갈 수가 있는데…….]“그게 무슨 소리야?”
동훈이 손으로 도로의 갓길을 가리켰다. 동훈이 가리킨 곳은 인도와 도로의 턱이 있는 연결 부위에 콘크리트가 부서져서 커다랗게 구멍이 난 부분이었다.
태수가 가서 살펴보니 그 구멍 안에 뭔가가 있었다. 카메라들이 급히 따라와서 태수와 구멍 속을 촬영했다.
전소민은 어느 순간부터 전율을 느끼며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도 시청자가 되어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태수가 구멍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냈다. 태수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뜻밖의 물건이었다.
반지 케이스.
태수가 반지 케이스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실반지가 들어 있었다.
동훈이 훌쩍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 반지를 엄마한테 생일 선물로 주고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반지가 거기 있다고 알려 주려고 꿈에 찾아갔던 건데…….]가슴이 먹먹해지고 찡하게 울리는 기분을 느꼈다.
태수가 반지를 들고 가서 부부에게 사연을 설명하고 반지를 내밀었다.
“동훈이가 엄마한테 주는 늦은 생일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