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d Newbie RAW novel - Chapter 266
266
개전.
몽을 본 반응은 두 개로 갈렸다. 결계가 사라진 걸 눈치챈 초월자들은 몽을 경계했고, 무력이 떨어지는 자들은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몽은 제멋대로였다.
“죽음, 과학, 역병, 투신, 마신.”
어디서 꺼냈는지 돌멩이를 꺼낸 몽은 다섯 개의 돌멩이를 한쪽으로 치웠고.
“마법, 시간, 그리고 위원회.”
세 개의 돌을 꺼내 다른 한쪽에 배치했다. 그는 추가로 두 개의 돌을 꺼냈다. 다른 돌멩이와 다른, 새빨간 돌멩이였다.
“그리고 정체 모를 하나와.”
붉은 돌멩이 하나가 죽음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하나.”
마지막 남은 돌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중앙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당장 저자를 끌어내…….”
소리치던 남자는 몸을 짓누르는 마력에 입을 다물었다. 남자가 머리를 들었다. 커다란 금빛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데려온 인선이다. 불만이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다물었다.
드래곤 로드, 직급으로 따지면 같은 위원회 임원이지만, 다른 임원과 로드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세계의 수호자 드래곤, 그리고 그 드래곤의 우두머리.
그 영향력은 위원회 제일이다.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의 끝을 지키느라 그 영향력을 반도 행사하지 못했던 로드, 그 로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두 번의 대전에서도 몇 번 없었던 일이고, 그마저도 전쟁의 향방이 달린 전투가 일어날 때의 일이다.
고작 회의에 로드가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꾼 로드가 남은 의자에 앉았다. 몸집은 작아졌지만, 로드의 존재감은 여전히 묵직하게 원탁을 눌렀다.
“계속하도록.”
술병을 꺾으며 대답을 대신한 몽은 마지막, 푸른색 돌을 꺼내 원탁 중앙에 던졌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나.”
퉁. 돌이 원탁에 닿는 것과 동시에 원탁에 세계 지도가 떠올랐고, 열한 개의 돌멩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위원회 본부가 있는 자리에는 위원회의 돌멩이가, 마법의 성인이 있는 자리에는 마법의 돌멩이가, 위치를 모르는 시간의 돌멩이는 제자리에서 회전.
반대쪽 진형도 비슷했다. 죽음을 나타내는 돌멩이가 움직였고, 과학을 의미하는 돌멩이는 아예 공중에 떠올랐다.
역병의, 전의가 피에 흐르는 종족의, 마족의 위치로 돌멩이가 이동했다.
이어 돌멩이들을 중심으로, 지도에 무수한 붉은 점이 나타났다.
“봐줄 만한 잔재주군. 그래서, 이 지도의 신뢰도는?”
백모왕이 냉정하게 지도를 내려다봤다. 투신과 죽음이 그의 거금국 근처에 있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드래곤들에게 직접 받은 정보를 토대로 작성한 거니, 따질 거면 드래곤한테 따져.”
몽은 노골적으로 로드를 바라보며 그를 방패로 내세웠다. 드래곤의 뜻은 로드의 뜻과 같다. 감히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지도를 유심히 보고 있던 윌리엄이 물었다.
“저 붉은 돌 두 개와, 푸른 돌 하나는 뭐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밈. 정체 모를 하나는…… 말 그대로 정체를 모르는 것. 푸른 돌은 김우현이라 불리는 녀석.”
윌리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은 지도 위에서 회전하는 푸른 돌을 주시하고 있었다.
“로드의 인선이라지만, 초면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으라는 좀 무리라는 생각은 안 드나?”
“그야 당연히, 나라도 안 믿지. 이딴 개소리를 누가 믿어?”
누군가의 말에 몽이 어깨를 으쓱이며 해학적으로 말하고는, 정색했다.
“하지만 선각자의 말이라면 어떨까? 너, 동생을 조심하지 않으면 험한 꼴 당할 상이군. 넌 지금 시작하려는 일을 관두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거야. 그리고 너는… 가관이군. 가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아. 무슨 뜻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지.”
몽이 보는 미래는 자신의 죽음뿐이다. 그러나 그 죽음이 몽 개인을 넘어 세계 전체에 미친다면… 그는 자기 죽음 이상의 것들도 볼 수 있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그의 눈에 많은 것이 보일수록, 세계의 미래가 절망적이라는 뜻이니까.
몽에게 지적받은 사람들은, 손톱을 입에 가져가거나, 어깨를 움찔하거나, 눈이 커지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그들이 무능하다지만, 이런 자리에서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몽이 말한 비밀이, 그들의 평정을 깨트릴 만한 것이었다. 그런 단순한 이유다.
“로드가 선택했고, 내 능력도 보인 것 같은데? 아직 내가 여기 앉는 것에 불만인 사람 있나?”
“당연하다.”
“어디가?”
몽의 입가가 쭈욱 찢어졌다. 가늘어진 눈이 백모왕을 보았다. 도발에 응해주겠다는 듯, 어디 뭐든 말해보라는 듯.
미간을 찌푸린 백모왕이 몽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가 입은 옷을.
“술까지는 이해한다. 그래도 그 더러운 꼴은 어떻게 해라.”
입을 다물고 있던 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백보 양보해 꾀죄죄한 몰골은 괜찮다. 그래도 원탁 반대편까지 전해지는 냄새는 참기 힘들었다.
“… 그렇게 심한가?”
몽이 로드를 곁눈질했고, 근엄하게 앉아 있던 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몽은 조용히, 냄새 제거 마법과 청결 마법을 사용했다.
***
시간의 성녀는 눈을 떴다. 눈을 뜬 그녀는 먼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다.
‘커다란 운명의 숫자를 줄인 게 다행이었어.’
초월자라는 강대한 존재의 죽음은 시간의 줄기 하나를 막을 정도로 커다란 운명을 형성한다. 성인으로서 그녀가 없앨 수 있는 운명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녀는 운명의 숫자를 최소화했고, 그건 생각 이상으로 주효했다.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연 그녀의 앞에 시간의 흐름이 나타났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녀가 아는 것 중에 비슷한 것을 찾으라면, 하늘의 은하수와 비슷한 것이 3차원 전개도와 같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는 현재, 과거, 미래가 모두 존재했다. 그녀는 뒤를 보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과거는 막힌 것들 투성이다. 꽉 막힌 둑처럼 과거의 시간을 틀어막고 있었다.
저게 운명, 세계를 정하는 것. 그녀는 미래로 눈을 돌렸다. 시원하게 뚫려 있는 미래가 보였다.
회귀자의 회귀, 점술가들의 점. 천기를 읽는 자들의 예측까지. 다양한 요인으로 만들어진, 운명으로 막혀 있던 미래는 없다.
그녀는 먼 미래를 보았다. 끊어져 있던 미래가 보인다. 세계는 완전한 단절의 운명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것. 언제 미래가 단절될지 모른다.
시간 위에 있던 시간의 성녀는 시간 안으로 돌아왔다. 광활한 시간의 세계에서 갇힌 현재로 돌아오는 건 언제나 답답함을 유발했다. 그녀는 작게 심호흡하며 텅 빈 방을 지나, 그 앞방으로 나갔다.
“기침하셨습니까.”
열두 명의 시간의 사도가 그녀 앞에 무릎 꿇었다. 옆에는 방금까지 하던 것으로 보이는 오락거리가 널려 있었다.
“세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우려했던 대로, 다른 재앙들도 회귀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시간만 특혜를 누리길 바라는 건 욕심이 지나치니까.”
“어찌하실 겁니까?”
“시간은 흘러야만 한다. 그게 시간의 절대성.”
권능을 담은 말에 방이 한 차례 출렁였다. 시간의 성녀가 미소 지었다.
“다시 부를 때까지, 모두 자율행동을 한다. 실시.”
권능의 사도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키아가 고갤 들었다. 사도가 된 시간이 가장 짧은 그녀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성녀님, 저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잖아?”
아키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튜토리얼이 끝난 후부터 쭉 그녀의 가슴에 들어찬 돌덩이. 아직 선택을 내리지 못한 선택.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다.
케케묵은 은원을,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시간의 성녀는 무심히 어질러진 카드를 정리했다. 아키아는 괜히 그녀를 야속해 하면서도, 권능을 사용해 방을 나갔다.
방에는 성녀 혼자만 남았다. 성녀는 정리한 카드의 표면을 쓰다듬었다. 아르카나 카드 한 세트가 생겨났다.
성녀는 오랜만에 카드를 책상에 늘어놓았다. 그녀가 뒤집힌 카드를 차례로 뒤집었다.
황제, 악마, 전차.
세 카드의 의미는 통치, 폭력, 승리. 하지만 그녀는 모든 아르카나를 다르게 해석한다. 이미 경지를 개척해가는 점술사인 그녀에게 남들이 정한 카드의 뜻은 중요치 않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그녀의 해석만이 답이 된다.
“방해물이 사라지고 파죽의 기세를 자랑하나 오래가진 못할지어다.”
미래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없던 미래에 가느다란 막이 생겨 있었다. 운명, 그녀가 미래를 봄으로써 생겨난 새로운 필연.
한숨을 쉬며 그녀는 지우개로 연필을 지우듯 운명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운명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고 희미하게 남아 자리를 지켰다.
‘이래서 점은 보고 싶지 않아.’
저 색이면 확정된 미래는 아니다. 그녀는 그걸 위안 삼으며 나설 채비를 갖췄다.
***
프로만이 기지개를 켰다. 뿌드득. 굳어 있던 관절이 시원한 소리를 냈다. 그는 드물게도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완성했다. 전생에 몇 년에 걸쳐 완성했던 뇌충 네트워크를 한 달 만에.
빨리할수록 좋은 일이고, 방법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근원 세계 전체에 뇌충을 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생하며 생긴 역병의 권능이 아니었다면, 마찬가지로 과학의 권능을 얻은 유티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프로만과 유티안은, 회귀하며 두 개의 권능을 가지게 되었다. 정확한 원인은 그들도 모른다. 그냥 눈을 뜨니 이루어져 있었다. 유티안의 영혼이 깃든 몸을 조종했던 게 원인이 아닐까 의심 중이지만, 반복 실행이 안 되니 실험은 할 수 없다.
그는 커다란 지하실 전체를 메운 수천 개의 화면을 보았다.
한층 발전하고, 더 넓은 범위에 깔린 네트워크는 더 넓은 범위와 더 선명한 시야를 제공했다.
여차하면 과학 없이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줄 그의 비장의 수단이다. 과학도 네트워크의 존재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자 공명 방식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에 간섭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이 방에 침입해도, 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건 뇌충에서 전달되는 화면뿐.
지구의 컴퓨터처럼 통제실을 장악해 네트워크를 다운시키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걸 만들어낸 프로만 본인조차.
프로만은 과학에게 받은 무전기를 눌렀다. 다른 재앙들에게서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은 옛적에 받았다. 그가 제일 준비가 늦었다.
“시작합시다.”
웅크리고 있던 다섯 재앙이 비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