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020
1020화 내가 바본 줄 알아?
청유는 못마땅하다는 듯 진룡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와 만나기도 전부터 그를 썩 탐탁지 않게 여겼었다.
진룡의 왼손이 하늘을 뚫고 사해에 떨어지며 사해는 오늘과 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당시의 영향은 사해뿐만 아니라 바다 전체에 퍼져나갔다.
사해에 살던 생명체들은 전부 바닷속의 괴수가 되어버렸고 해족들은 전부 이곳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섬들의 왕래로 모두 끊어졌다.
이로 인해 작은 섬에는 강한 생명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진룡의 탓이라고만 볼 순 없지만 적어도 녀석이 도화선이 된 것만은 확실했다.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족 강자들과 인간 강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모두들 엄청난 보물이 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선천지물의 기운을 느낀 강자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독차지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끝없는 분쟁과 죽음, 그리고 혼란.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혼란한 틈을 타서 한 몫을 챙기려는 자들까지 가세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재앙은 점점 사해 전체로 번져나갔다.
그렇게 쟁탈전이 극에 달할 무렵,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거대한 물건의 정체는 어느 강자의 왼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안에는 사마의 이성이 깃들어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불손한 의도를 가진 이들이 몰려들었던 것도 전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마가 부채질을 했기 때문이었다.
진상이 밝혀지자 고수들은 합심하여 섬을 봉인해버렸다.
그리고 사해의 강자들과 일부 강자들이 힘을 합쳐 세 척의 배로 이루어진 최초의 유령 해적단을 만들었다.
유령 해적단이 유령 해적단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유령호야말로 해적단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해는 비로소 평정을 되찾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사해에 일어난 변화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마수가 사해에 존재하는 이상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었다.
일련의 상황이 막을 내리고 나서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중상을 입은 교인왕과 수많은 교인 고수들의 사망으로 인해 사해에는 풍파가 휘몰아쳤다.
해족 내에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교인 왕족은 어쩔 수 없이 영지를 버리고 끝없는 바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란은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시간이 지나 백리칠이 태어나던 때 수많은 고초를 겪게 되었던 것도 당시의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어서 백리칠은 삼신술을 익혔고, 완전히 삼신을 분화(分化)했고, 결국에는 죽고 말았다.
이 모든 상황을 살펴보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 사실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은 그 근원이 하늘에서 떨어진 마석이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백리칠은 다행히 부활하여 과거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은 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가 극단적인 길로 빠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하지만 망할 검둥이, 아니, 진룡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이 뒤집어져버렸다.
그가 백리칠에게 온갖 기괴한 사술을 가르친 것이다.
진룡의 정체를 알게 된 해룡호 식구들은 당장이라도 녀석의 목을 쳐야 한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나마 백리칠과 진양이 나서서 말린 덕분에 진룡은 무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진룡은 다시 환생하기 무섭게 시체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해도 괘씸해 죽겠는데 진룡은 외부인을 말살해야 한다며 선동을 하고 있었다.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있던 청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진룡의 코앞까지 다가간 그녀는 진룡의 미간을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진룡은 뒤늦게 자신이 입을 잘못 놀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멍하게 제자리에 서 있는 그의 눈동자는 검은자가 점점 사라지며 흰자만 남게 되었다.
청유의 지팡이는 끊임없이 팽창하며 거대한 푸른 용이 되어 진룡을 향해 날아갔고,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진룡의 미간으로 파고들었다.
푸른 용이 사라지고 난 뒤.
푸른 문양이 진룡의 미간으로부터 뻗어져 나와 온몸을 감쌌다.
이어서 사라졌던 검은자가 다시 회복되며 푸른 문양은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진룡은 사색이 되었다.
“어르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제가 도대체 뭘 했다고 봉인을 거신 겁니까?”
청유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봉인이 아니다. 네 녀석 입으로 그러지 않았더냐? 스스로 진룡의 혈맥을 지니고 있다고. 그래서 조금 도와준 것뿐이다.
물론 그건 네가 했던 말이 사실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혹여나 일전에 했던 말이 거짓이라면 평생 모습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잡괴로 살게 될 것이다.”
말을 마친 그녀는 매정하게 돌아서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용귀왕은 옆에서 흡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녀석이 사고를 칠까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면 예전의 일은 더 이상 들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연기를 하면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죽이진 않더라도 잡괴로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만 징징대거라. 네가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면 오히려 큰 이득을 보게 된 거라고 하지 않았더냐? 할멈이 신통력까지 주었으면 감사하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거늘.”
용귀왕은 시끄럽다는 듯 진룡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나 진룡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씩씩거렸다.
용귀왕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자중하거라. 사해에 일어난 변고로 인해 할멈이 일생 동안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는지 알고 있느냐? 모든 해족들이 떠날 때도 할멈은 떠나지 않고 남아 끝까지 사해를 지켰다. 그리고 흩어진 해족을 하나로 끌어모았지. 할멈이 없었다면 수없이 많은 어린 해족들이 진작 세상을 떠났을 게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해족 내에 일어난 변고에 대해서는 대부분 네 녀석과 상관이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 모든 화근이 네 녀석 때문 아니더냐. 그러니 억울해 할 것도 없다.
그 할멈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게다. 그러니 그냥 입 다물고 있도록 하거라. 겨우 몇 대 맞는 것쯤 뭐 대수라고. 나중에 맞으면서 수련할 수 있는 공법을 알려주도록 하마.”
“흥, 그런 공법이라면 저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진룡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
녀석이 불만이 있든 말든 용귀왕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껄껄 웃으며 녀석을 신나게 두들겼을 뿐이다.
한 차례 찜질이 끝난 뒤.
용귀왕은 죽은 척 널브러진 진룡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죽은 척해도 소용없으니까 이만 일어나거라. 해족으로 환생했는데. 내가 네 녀석을 잘 모를 것 같으냐? 어서 일어나!
이족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변고가 일어나기 전에 한시라도 서두르는 게 좋을 게다. 빨리 네 녀석의 그 손을 회수해야지 한시름 놓지.”
검둥이는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거대한 파도가 지나가고 바다가 잠잠해지자 해룡호는 다시 해수면 위로 떠올랐다.
멀리 섬 옆으로 거대한 나무가 바다 위로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신수는 예전에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현재 신수의 모습은 나무의 모습이라기보단 가지가 모두 잘려 나간 거대한 목재 덩어리에 불과했다.
크기도 이전의 거대했던 모습과는 달리 수백 배나 줄어있었다.
강풍층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신수뿐이라는 걸 몰랐다면 진룡조차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한편, 해룡호는 오지도를 향해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신수와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져 나갔다.
그때, 진룡이 흠칫 놀라며 눈을 감고 주변의 기운을 느껴보았다.
그러자 그의 이마 위로 푸른색의 문신이 나타났다.
진룡은 돌연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이건 닭대가리 녀석의 기운이잖아?”
어딘가 같은 듯하면서도 달랐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닭의 기운에 변화가 일어난 것도 이상할 건 없다.
강풍층을 뚫고 들어왔다면 분명 천화를 마주쳤을 것이다.
진양의 성격상 이걸 그냥 가만히 놔뒀을 리는 없다.
분명 닭을 보내 흡수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닭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진양도 함께 있다는 뜻이다.
문득 진양이 누군가를 돕기 위해 외층 공간으로 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이쪽으로 돌아온 거지?’
강풍층을 뚫고 돌아오는 건 분명 큰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게다가 굳이 이곳으로 떨어질 이유도 없다.
‘혹시 적이라도 만난 걸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진룡은 허겁지겁 선실로 뛰쳐들어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웠던 표정은 싹 사라지고 없었다.
“어르신, 얼른 나와보십시오. 진양도 저 신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강풍층을 뚫고 돌아온 걸 보니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합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누가 왔든 일단 때려죽이고 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래도 제 말을 못 믿으시겠습니까?”
“뭐라고? 진양 아저씨가 돌아왔다고? 방금 분명 진양이라고 한 것 같았는데. 아저씨는 지금 어디 있는데?”
백리칠이 해수면 위로 고개를 쏙 내밀며 물었다.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진룡은 백리칠과 딱딱하게 굳어진 청유의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내가 언제 그랬어? 잘못 들었겠지. 그러니까 내 말은……. 진양이 곧 돌아올 거라고!”
백리칠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너, 내가 바본 줄 알아?”
검둥이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고, 황급히 수련을 핑계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잠시 후.
해룡호는 속도를 점점 더 높이기 시작했다.
선실 밖으로 나온 청유는 오지도와 신수를 바라보며 오지도를 가리켰다.
“전속력으로 전진하라. 오지도로 향한다. 길을 막는 녀석이 있다면 곧바로 베어버리도록!”
“신수에 먼저 가봐야 하는데…….”
곁에 있던 진룡이 눈치를 보며 한마디 했다.
청유는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진룡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이 녀석 말은 무시하라. 전속력으로 전진하라. 가능한 빠르게 오지도에 도달해야 한다.”
명령이 떨어졌으나 해족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건 오지도 때문이다. 역외의 이족들이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이곳까지 온 게 단순히 천겁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들이 평생 이곳에 눌러앉을 리는 없다. 아마 천겁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이곳에 왔겠지. 그리고 그 해결 방법은 아마도 오지도 안에 있을 게다. 그러니 우린 곧바로 오지도에 상륙하여 적을 맞을 준비를 한다!”
해룡호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어서 해룡호 밖으로 해족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가 추락하며 일어나 충격파로 인해 앞길은 장애물 하나 없이 깨끗했다.
거기에 강자들이 직접 나서서 길을 열어주며 오지도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