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110
1110화 법상에 오르다
진양은 용혈보술을 시전했다.
진룡의 피의 힘을 운용하며 영약을 복용하자 팔이 뽑혀 나간 곳에서 새 살이 돋아나며 빠른 속도로 새 팔이 자라났다.
다만 새로 자라난 팔은 원래 달려있던 팔보다는 약했다.
몸에서 뿜어져 나온 힘은 왼손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새로 자라난 왼손은 그 힘을 버틸 수가 없었는지 피부가 쩍 갈라지고 뼈가 부러졌다.
그러나 동시에 용혈보술이 시전되며 상처들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잠깐 사이에 손은 부러지고 회복되고를 무려 수백 번이나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왼손의 강도가 무시무시할 정도의 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일 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원래 달려있던 팔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모든 과정 중에 진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정신을 잃을 듯한 엄청난 고통에도 일말의 동요조차 하지 않았다.
진양은 검은 연꽃 앞에 선 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성이 냉정해질수록 생각하는 속도도 함께 빨라졌다.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너무 많은 정보들이 흘러와 몸이 버티질 못할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뚜렷하게 느낄 수 없는 이성의 힘이 요동치는 것이 점점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자는 누구든 이러한 힘에 의해 머릿속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강한 사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빠르게 굴러가던 진양의 머리가 돌연 멈췄다.
소책자에 적힌 것들을 이루기 위해선 부족한 수단과 힘을 해결해야 했다.
잠깐 동안 대폭으로 힘을 증가시켜주는 십이마검을 지금은 사용할 수가 없다.
지금 당장 가장 빠르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경지를 올리는 것이었다.
계산 결과 지금 상태에서 백옥 신문을 깨달으려면 족히 십 년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십 년 동안 사자결을 유지한다면 백 년에 가까운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백옥 신문을 열면 높은 확률로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겠지만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멍해진다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이 방법은 안 될 듯했다.
이렇게 되면 폐허 도궁을 강화시켜 법상을 만들어내는 방법뿐이다.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진양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검둥이의 왼손을 자신의 왼손에 녹아들게 만든 후 그와 동시에 두 권의 보천선전 잔본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사자결이 극한으로 발휘되며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한 번의 깨달음이 끝났다.
계산해 보니 이대로는 아직 부족할 듯했다.
두 번째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부족한 점을 메꾸며 계산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 * *
반 다경 후.
지금까지의 깨달음을 기반으로 예순세 번째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잠시 뒤 깨달음이 끝났다.
방향도 제대로 되었고 예후도 상당히 좋았다.
다음 단계를 진행해도 될 듯했다.
곧바로 수련을 시작했다.
다행히 입문에 성공했다.
순간, 황금빛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백옥 신문 전체를 뒤덮었다.
신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흑옥 신문이 열리며 검둥이의 손에 있던 힘이 내부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은 물결이 요동치는 것이 마치 온 세계를 비로 뒤덮을 듯한 기세였다.
거친 물살이 휘몰아치며 허공에 있던 대지 조각들은 서로 맞부딪쳤고 다소 거친 방식을 통해 짓눌리며 합쳐졌다.
조금씩 대지 조각들은 불규칙한 형상의 대륙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육지는 격렬한 진동과 함께 끊임없이 모양이 바뀌었다.
이어서 모든 것들이 잦아들며 안정을 되찾았을 때.
중심에서 각 조각들이 맞부딪치며 높은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검은 비가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산봉우리 주위에 거대한 흑색 궁전들이 솟구쳐올랐다.
최소 천 장은 되는 거대한 궁전들이었다.
궁전 사이에는 허물어지거나 끊어진 벽이 있었다.
이들이 서로 하나로 이어지며 마치 거대한 궁전군(宫殿群)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높이 솟구친 산봉우리가 궁전군의 가장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산봉우리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하늘 위로 솟구쳐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구천 장 정도 높이가 되었을 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혔다.
진양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힘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경지는 도궁 최고봉에 이르고 나서야 멈춰 섰다.
그러나 기운과 기세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하늘 위로 치솟던 산봉우리는 조금씩 느려지며 멈춰가고 있었다.
산봉우리 본연의 변화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었지만 꼭대기는 매끈하고 평평한 평지로 변하며 더 이상은 높아지지 않았다.
진양의 일념과 함께 강한 마기가 피어올랐다.
입마(入魔).
미간에서 부문이 흘러나오자 머리카락이 끊임없이 자라나며 피부도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입마와 동시에 기운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했다.
진양의 얼굴은 여전히 덤덤했다.
지금 이 순간 입마의 부작용 따위는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이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방법이다.
입마와 함께 흑옥 신문 내부의 세계엔 마기가 피어올랐고 높이 치솟은 산봉우리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산봉우리는 여전히 한 뼘조차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쯤 되자 진양은 멈춰 섰다.
그리고 손을 뻗어 흑옥 신문을 꺼냈다.
응룡 조각상이 번쩍 눈을 뜨며 진양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가 꿈틀거리며 흑옥 신문을 휘감자 대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진양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널찍한 대지에 올라선 진양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고 금세 산봉우리 꼭대기에 도착했다.
진양의 눈에서 동술이 펼쳐졌다.
사자결의 힘이 더해지며 머릿속으로 들어온 수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하나로 합쳐졌다.
이어서 진양의 눈에 평평하면서도 거대한 벽이 산봉우리 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이 벽 때문에 산봉우리가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양은 왼손을 뻗으며 습관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어서 손가락을 굽히며 엄지로 중지를 꾹 눌렀다.
손가락은 온 세상을 짓누르는 듯 걸려있는 거대한 벽을 향해있었다.
검둥이의 손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름이 빠르게 진양의 몸을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진양의 기세도 빠르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온 세계를 짓눌렀다.
어찌나 강한 기운이었는지 온 세상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덤덤한 표정으로 거대한 벽을 바라보던 진양은 손가락을 튕겼다.
딱-!
맑고 청량한 소리가 이곳 세계에 울려 퍼졌다.
짧지만 굵은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 듯했다.
진양의 몸이 극심하게 흔들렸다.
이성에 공백이 생겨나며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극한의 이성적인 상태로 인해 일말의 감정의 동요조차 일어나지 않았고 불필요한 잡생각 역시 조금도 들지 않았다.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는 자신의 힘을 통해 자신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검둥이의 손의 힘을 다루며 물길을 텄다.
이로 인해 일어난 반발력은 아주 잠깐 사이에 스치듯 지나가 버렸다.
다시 이성을 회복한 진양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온 세계를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벽에 실금이 일어났다.
실금은 진양이 손가락을 튕겼던 곳부터 시작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쩌적- 쩍-
균열이 일어나는 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거대한 균열이 거대한 벽을 가로질렀다.
일 다경 후.
거대한 벽은 부서져 나가며 빛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발목을 붙잡고 있던 족쇄가 풀리며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진양의 경지와 기세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던 경지와 기세는 수십 배나 오르고 나서야 천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백옥 신문에서도 수많은 실금이 일어났다.
마치 도문처럼 빼곡하게 백옥 신문을 뒤덮고 있었다.
조금만 힘을 가하면 백옥 신문은 곧장 박살이 나버릴 듯했다.
흑옥 신문에도 은은한 빛이 감돌며 빼곡한 균열이 일어났다.
대지는 또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부서진 건 궁전 사이사이에 있던 벽들이었다.
이어서 거대한 궁전이 하나씩 쓰러졌다.
도궁 전체가 폐허로 변할 듯한 기세로 붕괴했다.
그러나 진양의 기운은 계속해서 상승하며 성공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던 족쇄를 끊어냈다.
힘이 주입되며 흑옥 신문이 스스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크기는 조금 줄어들었으나 훨씬 더 단단해졌다.
안에 있던 대지가 수십 배 작아지긴 했으나 흑옥 신문과 마찬가지로 훨씬 더 견고해졌다.
거대한 궁전들이 스스로 모여들었다.
궁전을 잇고 있는 무너진 벽들도 훨씬 더 온전해졌다.
백옥 신문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던 실금도 시간이 흐르며 천천히 사라졌다.
경지가 올랐다.
마침내 법상에 오른 것이다!
진양은 눈을 감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기운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었다.
승급을 통해 일반적으로 수도사들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손에 넣었다.
수십, 아니, 수백 배에 해당하는 성장이었다.
대형 세력에서 높은 경지에 오를 잠재력을 가진 수도사들을 억지로 성장시키려고 하지 않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신문이나 신문 이하의 경지에서는 안정적으로 기반을 닦으면서도 빠르게 수련을 이어나갈 방법이 많이 있다.
하지만 도궁에 들어서고 나서는 다르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 중 신문의 경지를 오랜 시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뒤로 갈수록 각 경지에 머무는 시간은 곱절로 늘어난다.
예전에 만났던 ‘속성형 도궁 강자’들의 경우 그들의 경지는 딱 도궁까지가 끝이다.
심지어 도궁 경지 내에서의 정진도 더 이상은 이루기 어렵다.
단순한 실력만 본다면 일반적인 신문 수도사보단 압도적이었지만 도궁 수도사와 비교한다면 형편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대형 세력의 제자라면 신문 경지만으로도 이들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경지와 전투력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선 전혀 상관이 없을 때도 있다.
간신히 법상 경지에 올랐으나 진양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진양은 산봉우리 꼭대기에 올랐다.
산봉우리의 기세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었다.
평평한 꼭대기 중앙에는 열두 개의 각을 가진 검은 제단이 놓여있었다.
제단의 중심에는 평범하게 생긴 흑검 하나가 꽂혀있었다.
특별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고 문양이 새겨진 것도 아니었다.
얼핏 보면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연습용 검으로 보일 정도였다.
진양은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 왼손을 뻗어 흑검을 뽑았다.
그리고 곧장 돌아서서 흑옥 신문을 떠났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닫히며 응룡은 다시 신문의 중앙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눈을 감으며 다시 조각상으로 변했다.
진양은 흑옥 신문을 챙겨 넣은 뒤 검을 든 채 불타오르는 검은 연꽃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러 검은 연꽃을 반으로 갈랐다.
뜨거운 화염이 흑검에 옮겨붙었지만 흑검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꽃잎이 강제로 갈라지며 단편적인 기억 장면들이 허상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