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80
1280화 삼사숙
다시 진양이 회복되자 대취는 반드시 일을 성공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더 이상 뭐라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동료들의 볼 낯이 없었다.
“걱정할 것 없네. 최대한 빠르게 조사해보도록 하겠네. 그래도 당분간은 조심하시게나. 세계의 변화가 빨라진 게 느껴지고 있어.
마종 땅과 신과의 전쟁이 기점으로서 먼저 나타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걸세. 아마 뒤이어 더 큰일들이 다가올 거야.
웬만하면 마종 땅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을 걸세.”
말을 마친 대취는 곧바로 비장한 모습으로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다.
진양은 머리를 긁적이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사람 하나 찾는데 뭐가 이리도 비장하단 말인가?
‘누가 보면 천제라도 암살하러 가는 줄 알겠네.’
대취와 막여산이 모두 떠나고 난 뒤.
진양은 마종 땅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 끝에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분신을 만들어 길을 살펴보도록 했다.
“이번엔 죽지 않도록 조심해! 여기선 머리카락이 귀하단 말이야.”
진양은 길을 떠나는 분신에게 신신당부했다.
산 자의 세계에선 머리카락이 계속해서 자라지만 이곳에선 아니다.
재수 없으면 대머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지금은 살이 잘려 나가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심지어 머리가 잘려도 아무 문제 없이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머리카락은 회복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분신을 만들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낄 수 있을 때 최대한 아껴놔야지.’
다시 마종 땅 근처로 오게 된 분신은 주위를 살폈다.
남은 건 처참하게 부서진 폐허뿐이었다.
상고 천정의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전부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한편, 수라는 어느 한 조각 위에 멍하게 앉아있었다.
진양의 분신이 가까이 다가왔으나 수라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척추로 만든 장검은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분신은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그를 한참이나 살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무반응이었다.
분신은 척추로 만든 장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안에 서려 있던 힘이 흘러나와 분신을 소멸시켜버렸다.
그때, 비로소 수라의 눈에 이성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는 검을 회수하여 삼킨 뒤 다시 척추뼈로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양이 날아왔다.
멍한 상태의 수라는 진양을 보고 마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듯했다.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요. 당신의 사존인 막여산 대인께선 무사하십니다. 다행히 당신의 난동에 휘말리지 않으셨죠.
게다가 막 대인께선 제가 세운 대진마문에 들어오셨어요. 지금은 저희 대진마문의 이장문으로 계시죠.”
수라는 한 번 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작금의 국면에서 그의 사존인 막여산은 지금으로선 유일한 구명줄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대진마문에 들어올 생각 없어요?”
진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사존께선…….”
수라는 망설였다.
그러나 진양은 그가 문파 가입을 망설이는 게 아니라 사존의 태도 때문에 이런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막 대인께서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막 대인께서는 지금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론가 가셨습니다.
설령 반대하신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대진마문의 삼장문이자 창시자인 제가 설득하면 되니까요. 아마 막 대인께선 제 얼굴을 봐서라도 허락해 주실 겁니다.
아, 그리고 만약 들어오게 된다면 절 삼사숙이라고 부르셔야겠죠.
원한다면 언제든 받아 드리도록 하죠. 지금까지 벌인 일들은 전부 잊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절 위해 한 가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삼사숙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수라의 내면은 엉망 그 자체였다.
마치 과거에서 갑작스럽게 지금으로 건너뛴 듯했다.
그야말로 죽는 것만 못한 상태였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스스로의 자제력을 잃고 자폭을 하며 죽음을 맞이했어야만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죽지 않았다.
상고 천정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나니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다.
지금 막여산은 그에게 남은 마지막 피난처나 마찬가지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아야 한다.
단순히 사존이 대진마문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진양의 말을 듣는 게 아니다.
진양은 자신을 풀어준 사람인 만큼 무슨 부탁을 해도 거절할 수가 없다.
“좋아. 마음에 드는군!”
진양은 흡족스러운 얼굴로 엄지를 치켜올렸다.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야. 마종 땅에 대해선 잘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일평생 동안 거의 이곳에 있었거든요.”
“좋아. 그럼 마종 땅을 다시 끼워 맞추도록 해. 어때? 간단하지?”
“네?”
그는 순간 당황하긴 했으나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는 곧장 잔말 없이 사방에 흩어진 대지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다.
수라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진양은 해안으로 들어와 봉인해둔 흑검을 살펴보았다.
실체화된 흑검의 형상과 기운은 모두 그의 흑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까지 십이마검을 시전하며 만들어진 핵심이었다.
그러나 흑검의 질은 막여산의 체내에 봉인되어있던 마검의 기운의 일부가 더해져 있었다.
진양은 그것을 연화시켰다.
그러나 마검의 기운이 계속해서 마종 땅에 있는 다른 기운과 하나가 되려 한다는 게 느껴졌다.
애석하게도 그 기운은 아직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마종 땅에 있으니 흑검도 잠잠하게 있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흑검을 쥔 채 사자결을 펼치며 연구에 몰두했다.
단지 기운의 일부라곤 해도 여러 단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검 공법은 과연 십이마검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십이마검은 약한 마존 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마존 도결을 사용하기 전에 사용하는 일종의 ‘준비 자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검 공법은 겉보기엔 같은 뿌리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예 다른 공법에 더 가까웠다.
한편, 마종 땅을 열심히 끼워 맞추고 있는 수라는 진양이 마검 공법을 원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양의 말을 믿었다.
어째서 아직까지도 원하는 것인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는 군말 없이 그저 자신의 일에만 집중했다.
진양은 부작용의 한계선을 오가며 사자결을 펼쳐 기운의 변화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했다.
일단 이걸 수련해선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누가 뭘 숨겨놨을지 모르는 상당히 위험한 공법이다.
지금 상황에서 안전이 보장된 건 수라가 유일하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진양에게 이 정도의 위험을 느끼게 했던 공법은 삼신보술이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위협만 느끼게 할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특히 대취가 마종이 먼저 나타나고 앞으로 더 많은 번거로운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 말했을 때 더더욱 그렇다.
매를 맞는 것보다 맞기 직전이 더 고통스러운 게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현재 누군가 진양의 본체를 노리고 있다.
때문에, 진양은 마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처럼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제 기껏 자리를 잡은 지금의 신분마저 남에게 찍히고 싶진 않았다.
아무래도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좋을 듯했다.
예를 들어 마검 공법이 있다.
누군가 마검 공법에 함정을 심어두었다.
그렇다면 진양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일전에 수라에게 얘기했던 음모론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그만이다.
그것이 음모론이 아니라 실제로 먹혀드는 것들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물론 아니라면 더더욱 좋겠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수라는 어느새 마종 조각을 거의 다 끼워 맞췄다.
이제 남은 건 사라진 조각들뿐이었다.
그사이 진양은 피를 쏟는 노력 끝에 기운을 건드리지 않고 마검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장 큰 목적도 달성했다.
바로 함정을 심어두는 것이다.
기운 속에는 진양이 조금씩 심어둔 함정이 존재한다.
이것은 하나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함께 합쳐지는 순간 새로운 씨앗이 만들어진다.
이어서 진양은 숨겨뒀던 조각을 꺼내 대지의 빈 부분을 채웠다.
수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라진 조각을 삼사숙께서 가지고 계셨단 말인가?’
“오늘 이 사숙이 사전 방비라는 게 뭔지 가르쳐주마. 하나 예를 들자면, 지금 당장 복잡하게 생각에 빠져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러고 있어봤자 뭐가 달라지는 게 있겠니? 차라리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방비하는 게 더 도움이 될 뿐이란다.
앞으로 사존께서 돌아오셨을 때 뭐라고 말을 할지, 아니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끈거리는 머리만 싸매고 있을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진양은 수라의 생각을 한참 먼 곳으로 틀어버린 느낌이었다.
“크흠, 어쨌든 조각이 다 맞춰지면 잊지 말고 마검의 기운을 발동시키도록 해.”
“알겠습니다.”
조각이 다 맞춰진 후.
진양은 적당한 언덕 하나를 골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흑검을 지면에 꽂아 넣었다.
수라가 기운을 발동시키자 마종 땅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러자 숨어있던 마검의 기운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흑검 안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극한의 경지가 발현하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함께 힘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검은빛이 소용돌이치며 강한 빛을 뿜어내며 마종 땅 전체를 휘감았고, 진양의 손에 쥐어진 흑검을 향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진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검의 기운의 힘을 버텨야만 했다.
진양의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마기가 흘러나왔다.
체내의 힘도 극한의 경지에 젖어 들며 변화를 일으켰다.
수라는 계속해서 온 힘을 다해 마검의 기운을 발동하고 있었다.
그는 강한 빛 가운데 휩싸이며 기운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진양은 체내의 힘이 물들어가는 건 무시한 채 사자결을 발동했다.
손에 쥔 흑검으로 소용돌이를 다스리며 검은빛이 흑검 안으로 흘러들도록 했다.
온전한 경지가 그의 마음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진양은 비로소 진정한 마검과 십이마검, 그리고 마존 도결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십이마검과 마존 도결은 순수한 원한을 필요로 한다.
원한은 대부분의 지성을 가진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마검의 기운 속에 품어진 경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분노, 원한, 적대감, 불만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진양은 깊게 빠져들지 않고 간만 보고 발을 뺐다.
본질의 근원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마검의 기운으로 인해 만들어진 밝은 빛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앞서 연구가 성과가 있었기에 다스리는 과정은 한층 더 수월하면서도 빨라졌다.
그의 눈에 시간은 마치 멈춰있는 듯했다.
생각하는 속도가 이미 육신이 따라잡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