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11
1311화 가장 적합한 방법
진양은 황천 중심에 일어난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이 소용돌이는 하나의 함정이 분명하다.
비록 삼신은 사라졌지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분명 처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후의 보루,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환생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에겐 환생이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지만 진양은 아니다.
지금 상태 그대로 다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가 부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환생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죽어서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가 너무 많거나, 잠재력을 모두 소모했거나, 혹은 수련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환생은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다.
반면 진양에겐 손해가 매우 큰 선택지다.
죽어서도 이성과 육신이 그대로 유지가 될 정도로 강한 실력, 그리고 도기에 녹아든 선천지물까지.
환생을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다시 손에 넣는다는 보장은 없다.
죽은 뒤에도 무너지지 않고 해안마석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해안도 마찬가지다.
망자의 세계에서 새로 얻은 네 개의 금단도 첫 번째 금단을 제외하면 모두 다시 얻는 건 불가능한 것들이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도 당시의 상태 그대로일 순 없다.
두 번째 금단은 다시 그 상태를 만들 수가 없기에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
진룡의 역린이 녹아있는 세 번째 금단은 그것보다 훨씬 만들기 어렵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룡의 역린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태미 천제의 권력 지팡이가 녹아있는 네 번째 금단은 세 번째보다도 훨씬 더 어렵다.
비록 모든 힘과 권능을 잃어버린 지팡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료 자체만 보면 상당히 고급이다.
이런 물건을 또다시 구할 수 있을 리 없다.
즉, 강한 실력을 갖출수록 환생은 더욱 손해일 수밖에 없다.
모든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환생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기반을 다지는 건 불가능하다.
기반은 한계와 잠재력을 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지금까지 진양은 다른 사람들에겐 자신은 환생을 할 수 없다고 말을 했었다.
다만 진양이 말한 ‘할 수 없다’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구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환생이 이루어지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해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기반을 모두 뽑아내 자원으로 만들어서 환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중요한 부분들은 뽑아내 자원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해안마석이 그렇다.
환생하고 나면 육신이 완전히 소멸될 테니, 해안은 물론이고 해안마석까지 함께 소멸되어버릴 것이다.
진양은 마지막으로 황천 소용돌이를 바라보곤 자리를 떠났다.
부군에게 한 방 먹었던 일을 돌이켜보니 문득 예전에 자신도 비슷한 일을 저지른 적이 있던 게 떠올랐다.
바로 환해 장로와 환해찰나였다.
당시 진양은 그들에게 통로가 어디 있는지만 알고 있다고 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단지 작은 몇몇 개의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그 결과 두 사람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부군이 진양에게 저지른 일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만약 진양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했다면 아마 빠져나오는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황천으로 진양을 골로 보낼 수가 없으니 혈해를 이용하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
놈이 아무런 악의 없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양은 예전에 두 환해 일족에게 정보를 주며 ‘죽든 살든 그건 본인의 실력에 맡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런 악의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황천을 빠져나온 진양은 안전한 곳을 찾아 왕백강과 연락을 취했다.
산 자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만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돌아가야만 한다.
망자의 세계의 황량함은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 됐다.
진양은 책장이 모두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곧장 왕백강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선장님, 지금만 더 늦게 나타나셨다면 전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왕백강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진양과 연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는 유령호에서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젠 더 이상 다른 사람으로 변할까 봐 걱정할 것도 없이 마음껏 잠을 잘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다소 미묘하게 흘러갔다.
현재 왕백강의 경지에서는 매일 잠을 잘 필요가 없다.
하루 이틀은 물론이고 한 달 동안 잠을 자지 않고도 거뜬히 버틸 수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잠을 자지 않으면 진양과 연락을 할 수가 없다는 점.
그러던 와중 최근에 가희가 찾아와 진양에 대해 묻고 간 게 발단이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진양과 연락이 되지 않자 유령호 식구들은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왕백강에게 잠이 오는 약을 쓰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약들은 왕백강조차 전혀 눈치챌 수가 없는 영약들이었다.
나중에는 약을 피하기 위해 아예 음식을 극단적으로 가려먹기도 했으나 전부 허사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공기 중에 약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몸에 독이 되는 약은 결코 아니었다.
기절하듯 잠들었다 깨어나고 나면 온몸에 기운이 넘쳤다.
게다가 영혼과 이성도 한층 더 맑아진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영약은 전부 나무 정령이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왕백강이라는 훌륭한 실험 쥐가 있었기에 나무 정령의 약 제조 능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이었다.
약에 취해 잠든다고 해도 왕백강에겐 아무 해가 없었다.
기본적인 실력도 있었고, 인생 절반 가까이 자지 못해 쌓여있는 잠도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깊게 오래 잠들면 훨씬 더 이득이었다.
나중엔 안 되겠다 싶어서 흑구를 찾아가 ‘사람들이 순진한 나무 정령을 속여서 못된 짓을 하고 있다’라고 말을 했다.
그가 나무 정령을 말리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흑구는 ‘몸에 좋은 약을 만들어주는 게 뭐가 못된 짓이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듣고 넘겨버렸다.
그렇게 수도 없이 시달리던 왕백강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왕백강이 울 것 같은 얼굴로 한 손으로는 진양의 팔을 붙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제 얼굴이랑 눈 부은 것 좀 보세요. 일 년 내내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라고요.
선장님, 제발 그 망할 녀석들 좀 말려주세요. 순진한 나무 정령을 꾀어서 이런 못된 짓을 하다니. 그러다 나무 정령이 물들면 어떡합니까!”
진양은 놀란 눈으로 왕백강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나무 정령이 벌써 그렇게 강한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된 거야?”
“…….”
왕백강은 황당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이젠 꿈에서 날 붙잡을 수 있게 됐잖아. 게다가 손에 힘도 꽤 들어가는 것 같은데.
그리고 잠을 자면서도 강해질 수 있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누가 들으면 유령호 전체가 작정하고 네 녀석을 독살이라도 하려는 줄 알겠다.
복에 겨운 줄 알라고!”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쌓인 경지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련을 했을 경우 최소 천 년은 고생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들이다.
그만큼 왕백강은 지금까지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었다.
다만, 이 이득은 결코 그가 원해서 얻는 것들이 아니었다.
더 이상은 잠을 자고 싶지도 않았다.
잠은 이미 질리도록 잤으니까.
“금방 가 봐야 되니까 얼른 얘기부터 하자. 이번 일만 잘 해낸다면 더 이상 누군가 네게 약을 쓰는 일도 없을 거야.”
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에 왕백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알겠습니다. 무엇이든 분부만 하십시오.”
진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대황의 최신 소식부터 얘기해 줘.”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벽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책장이 솟구쳐올랐다.
책장에는 여러 권의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었는데, 각 책장엔 시간이 적혀있었다.
왕백강은 진양을 책장으로 안내했다.
“앞쪽은 지난번에 이미 보셨던 것들이고, 뒤쪽은 아직 제가 말씀드리지 못한 내용들이 적혀있습니다.
천천히 살펴보시죠. 수집해 온 정보들은 전부 여기 있습니다.”
진양은 곧바로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하나씩 꺼내 살펴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 하나를 찾게 되었다.
가희가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강해진 듯했다.
‘다행이군. 절묘한 시기에 잘 깨어나 줬어.’
가희와 같은 강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양은 계속해서 다른 정보들도 살펴보았다.
이번엔 꽤 쓸 만한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흑림해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며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흑림해에 새로 나타난 깊게 파인 틈 사이에서 전설의 망천을 찾아냈다는 소식도 있었다.
‘그렇군. 부군의 남은 부분은 아마도 여기 있는 게 분명해.’
아무래도 망자의 세계보다 훨씬 더 큰 난리가 일어난 듯했다.
이 외에는 대부분 환생자들에 대한 자료들이었다.
꽤 많은 환생자들이 발견되었지만,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삼안용모의 아들이었다.
물론 진양은 그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분석을 위한 자료로 쓸 뿐이었다.
“대황 곳곳을 뒤져서 약수와 혈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도록 해.”
“네? 그런 건 아마도 없을 텐데…….”
망천조차 흑림해에 오랜 시간 감춰져 있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망천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분명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말고 한번 찾아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젠 모든 게 확실해졌다.
부군의 일부가 있는 망천은 흑림해에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상고 지부의 약수와 혈해의 일부도 분명 대황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생과 사의 경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수맥은 결코 하나의 수맥만 있는 게 아니다.
오 대 수맥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다.
부군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걸 준비해왔다.
어느 날 그가 망자의 세계에 나타난다면 분명 망자의 세계를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다시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방법이 필요하다.
망자의 세계의 규칙과 생사의 규칙을 위배하지 않고 산 자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오 대 수맥이야말로 허점을 노리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