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혈인의 등장
진양은 기괴한 모습을 한 나귀를 탄 채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멀리 하얀 구름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진양은 다섯 개의 연체지법에 대해 이미 완벽하게 파악했다.
일단 오금납서묘법과 삼수소체정법은 수련을 모두 마쳤다.
일목성림육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이다. 마치 나무를 기르듯 자원을 소모하여 육신을 단련시켜야 하는데, 진양에겐 충분한 자원이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었다.
열화금신연법 역시 불로 자신의 신체를 단련시키는 연체법이다. 이 부분 역시 오동염을 가지고 있기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후토재신묘법에 필요한 자원은 진창주에 널려 있었다. 설령 진창주에서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바위 요괴를 다시 찾아가면 됐었다.
그때쯤 되면 바위 요괴도 스스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것이었다. 그러므로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오행을 다스릴 수 있는 법문을 전수해 주고 바위 요괴 보석을 받아온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바위 요괴와 싸우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별도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후토재신묘법을 수련하는데 바위 요괴의 보석만큼 적합한 재료는 없다.
진창주에서 적절한 재료를 구하게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찾지 못한다면 바위 요괴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진양이 삼원기로 가는 수련의 길은 이미 모두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원, 동원, 귀원 세 단계 동안 각각 남은 삼문연체지법을 수련하여 오행을 모두 갖추게 되면 매우 탄탄한 기반을 다지게 되는 것이었다.
양기, 축기, 삼원 세 경지에서의 수련으로 기반은 확실하게 다져질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 경지인 신해기인데……’
진양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지금도 빠르게 수련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초절정 강자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일단 차근차근하자. 당장은 진창주에 도착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양범의 흔적을 찾는다면 일도협으로 가서 장해도군의 유물을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양범 곁에 있던 두 고수인 대우와 뇌후는 모두 죽었다.
이제 남은 건 우수 한 사람뿐이었다.
우수의 실력도 굉장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미 연로한 자였다. 아마도 살날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양범이었다.
대우의 말대로라면 양범이 익힌 법문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지금의 경지 수준은 겨우 양기 최고봉에 불과했고, 연체(煉體)한다고는 했으나 연체 수도사라곤 할 수 없었다.
그의 수명도 기껏해야 축기 수도사 수준에 불과했다.
수천 년간 감금당하며 실력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아마 지금은 평범한 신해 수도사의 수준조차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가 빠르게 움직이는 건 아마도 뇌후의 죽음과 큰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진양은 속으로 아쉽다고 생각했다.
‘너무 빠르게 도망쳐버렸잖아. 그렇지 않았다면 밖으로 나와서 강천 그 늙은이의 부탁대로 해줄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천은 연욱이 양범과 같은 악독한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연욱이 강천이 죽은 이유를 알게 됐다면 양범과 척지려고 했을 것이다.
상황은 완벽했지만 단지 녀석의 대응이 너무 빨랐다. 아마 미리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도망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연욱을 꼬드겨 모든 책임을 진양에게 떠넘겼을 것이었다.
저런 인간들은 최후의 한 수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을 보아선 그는 오직 자신만을 믿고 있을 터였다. 전혀 안심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장해도군의 유물을 빠르게 선점하려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진양이 나귀의 등 위에서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에 나귀는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매우 빠른 속도였으나 신기하게 풍절음도 없었고 바람이 스쳐 가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덕분에 진양은 더욱 깊이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
같은 시각.
진창주에 도착한 양범은 무량도원 주둔지 근처로 향했다.
진창주는 북쪽의 통구주와 맞닿은 곳이었다. 무량도원이 이곳으로 이사하는 데는 전신풍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
이곳은 일도협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구도 많고 물자도 풍부했다.
무엇보다 영태성종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기에 입지를 다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지난번 전신풍은 양범과 만났을 때 장해도군이 남긴 물건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는 그때부터 이미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일도협이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진창주로 주둔지를 옮기기 위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이용했다.
영태성종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진창주에서 무량도원이 정착하고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하늘에서 한 척의 백옥주(白玉舟)가 구름처럼 가볍게 날아가고 있었다.
우수는 선미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수없이 가느다란 빛과 부문, 도문이 어지럽게 얽힌 진판(陣盤,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비슷한 물건)이 둥둥 떠 있었다.
그는 온정신을 이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수 갑판에는 검은 옷을 입고 모자로 얼굴을 가린 연욱이 서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무거운 죽음의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전혀 살아있는 사람 같진 않았다.
“연 누이, 강천 형님께선 이미 돌아가셨지만, 당신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도협으로 가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보물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천 형님도 당신의 이런 모습을 바라진 않으실 겁니다.”
양범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연욱은 아무 말 없이 조각상처럼 서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연 누이,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힘을 손에 넣게 되면 그 동굴로 돌아가 그를 죽이고 강천 형님의 복수를 할 테니까요.”
양범은 계속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백옥주는 영기로 이루어진 안개가 자욱한 푸른 빛의 산을 향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내려앉은 곳은 호수가 옆에 있는 한 정자 앞.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위는 적막함이 깔려있었다. 심지어 짐승이나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선미에 앉아있던 우수는 소리 없이 진판을 거두었다. 그리곤 미간을 찌푸린 채 양범의 뒤로 섰다.
“소주(少主)님, 이건……”
양범이 손을 뻗으며 우수의 말을 막았다. 그리곤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전신풍, 이 쥐새끼 같은 놈!”
양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울과 같던 호수에서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물보라가 일어나며 물줄기가 수룡과 같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호수엔 하늘을 찌를 듯한 요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족히 수백 장은 되는 거대한 촉수가 호수 밖으로 튀어나오며 엄청난 크기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수백 장의 길이와 수십 장의 굵기를 가진 촉수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과 함께 촉수보다 먼저 다가온 강력한 기운이 물가에 있던 정자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요왕(妖王)?”
우수의 표정이 잔뜩 찌푸려졌다.
이곳은 무량도원의 땅이자 주둔지의 뒷마당이다.
이런 곳에 요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심지어 감히 사람까지 공격하다니.
우수가 나서려는 순간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양범이 먼저 뛰쳐나갔다.
양범이 호수 위를 걸으며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아래에서 붉은 기운이 떠오르며 주위로 흩어졌다. 그리고 붉은 기운이 흩어진 곳의 물은 핏물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빠르게 퍼져나가며 호수 전체를 완전히 핏빛으로 물들어버렸다.
핏물이 된 호수는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끊임없이 기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금세 진한 피비린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호숫가에 있던 푸른 나무들도 붉은빛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랜 시간 푸른빛을 유지해왔던 나무는 순식간에 빛을 잃으며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산 전체가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렸다.
메마른 나뭇가지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새하얀 뼈꽃이 피어났다.
꽃잎에는 사람의 얼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전부 하나같이 악랄하고 분에 가득 찬 표정으로 핏빛 호수의 중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범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붉은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양범이 발걸음을 내딛자 붉은빛이 물결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핏빛 물결이 사방으로 퍼지며 메마른 나무 위에 핀 꽃에 닿자 꽃이 빠르게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골의 형상을 한 새하얀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성숙해진 열매는 곧바로 땅에 떨어졌고 곧장 핏빛 호수로 굴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호숫가에서 붉은 피로 이루어진 혈인(血人)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혈인은 유일하게 머리만 해골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누군가 해골 가면을 쓰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혈기가 넘치는 혈인들은 호수 중앙을 향해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자비로우신 주인이시여!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삼키소서!”
기괴한 구호를 몇 번 외치고 나자 혈인의 주위에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피로 만들어진 이들의 몸이 새까만 피로 변하기 시작했다. 피가 흐르는 속도도 삼 할 이상 증가하기 시작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혈인들은 함성과 함께 호수 중앙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호수 중앙에서 커다란 포효가 들려오며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났다.
족히 칠백 장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검은색의 문어였다.
혈인들은 몸부림치고 있는 문어에게 딱 달라붙어 놈의 몸에서 신선한 피를 마구 빨아대고 있었다.
거대 문어가 몸부림을 치며 혈인들을 압사시키고 있었지만 터져버린 핏방울들은 순식간에 다시 한곳으로 모여들며 혈인의 몸을 이루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문어는 붉은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양범의 눈가에 서려 있는 붉은빛도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의 피눈물이 흘러나오자 마치 모든 세상이 붉은빛에 휩싸여버린 듯했다. 강력한 마기가 끊임없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펑!
거대 문어의 몸이 폭발했다. 문어의 몸은 전부 혈인으로 변해버렸다.
“전신풍…! 네 이놈!”
양범이 일갈하며 손에 수인을 맺자 호수에 있던 수많은 혈인들이 폭발하며 허공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호수의 상공에는 일천 장 정도 크기의 어떠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거대한 벌레 입의 형상을 갖춘 물체였다. 몸은 새빨간 색이었고 동그랗게 생긴 입에는 곡선 형태를 이루고 있는 굵고 거대한 이빨들이 잔뜩 자라있었다. 입 내부에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으며, 이는 뱃속으로 추정되는 깊은 곳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