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47
1347화 망했다!
구름층 위.
이곳에는 태호의 궁전 외에도 수많은 대신관과 다른 신의 신전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대신관도 책봉된 신이다.
다만 일반적인 신과는 달리 부족한 실력을 권력을 통해 메꿀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이 권력을 완벽하게 다루게 되는 순간, 대신관은 태호 다음으로 최강의 신이 된다.
하지만 다른 신은 그렇지 않다.
설령 권력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천제만큼 강하지도 않고, 본인이 가진 실력도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
제일 약한 신의 전투 능력은 인간 도군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모든 신은 책봉되어 권력을 손에 넣고 그것을 강화하는 것을 강구한다.
최종적인 목적은 천제처럼 권력만 남아있다면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수도사가 수련을 통해 신선의 경지에 오르고 장생불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하나의 경지다.
힘은 그저 부가적인 것으로 도를 보호하는 수단이자 도를 구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때문에, 전투 능력은 결코 핵심적인 본질이 아니라는 점은 신과 수도사 모두가 같다.
구름층 위로는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구름층 아래로는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있었다.
여자 수도사는 구름층을 뚫고 위쪽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내부 첩자를 통해 이미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인간 소녀에 대한 정보는 조금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이미 손에 넣은 정보들 중에는 가치 있는 정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태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정보와 오늘이 천문(天門)을 지키는 신이 교대하는 날이라는 정보가 바로 그렇다.
그녀는 위쪽으로 날아가며 차갑게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태호의 세계에선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태호가 버티고 있는 한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희망을 바라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신의 길을 걷는 생명체에게 기회란 없었다.
권력의 수는 제한되어 있었고, 이마저도 전부 특정 신과 대신관에게 이미 배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태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의 수도사들은 수련을 통해 신선의 경지에 오르는 길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결과조차 바랄 수가 없었다.
태호는 과거 인간 십이사나 부군과 같은 존재가 다시 나타나는 걸 결코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능과 기연을 겸비한 모든 수도사들은 태호의 막강한 권력 앞에 무릎을 꿇거나 죽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러나 태호에게 무릎을 꿇는다고 해서 무언가 보장되어 있는 건 아니다.
천제에게 굴복한다는 것은 곧 근간에 약점이 생긴다는 것.
아무리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십이사와 같은 경지에 오르는 건 결코 불가능하다.
물론 이 정도는 대부분의 수도사들이 보기엔 큰 약점이라고 볼 순 없지만, 태호라는 엄청난 족쇄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얘기가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의 수도사들이 바라는 목표는 기껏해야 도군, 아니, 혹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낮을 때도 있다.
여인은 이곳에 그 정도의 경지를 바라볼 만한 사람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돌연 나타난 외부인이 선동을 한다면 불만이 쌓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순조롭게 계획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세력들은 언제든 반기를 들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오른 순간부터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소수 정예의 부하들만 데리고 천문으로 향했다.
천문에 도착했으나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보다 앞서 이곳에 온 자들이 길을 깔아준 것이다.
여인은 천문을 부수고 곧장 태호의 감옥인 천뇌(天牢)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천뇌의 위치, 간수의 수, 그리고 간수의 실력까지.
이 모든 정보는 반기를 들 생각을 가진 자들로부터 받은 것들이다.
여인은 거침없이 간수들을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은 이미 오래전에 침입자들의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에 경계 상태는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간수들 중 그 누구도 감히 이곳 태호 천제의 천궁 안에 있는 천뇌에 침입자가 들어올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볍게 천뇌 대문을 돌파한 그녀는 거침없이 안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귀번(鬼幡, 귀신 깃발)을 든 검은 얼굴의 건장한 사내가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은 채 뒤따랐다.
이곳엔 빛으로 만들어진 감옥이 가득했다.
이 중 한 감옥에는 포악한 얼굴을 한 붉은 수염의 노인이 있었는데, 그는 침입자들을 보며 기괴한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겁대가리 없이 이곳까지 쳐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그렇다면 서두르시오. 더 늦었다간 사람을 구하긴커녕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할 테니까.”
여인은 옅은 미소를 띤 채 감옥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빛으로 만들어진 감옥의 창살을 붙잡았다.
치지직-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감옥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감옥에서 빠져나온 붉은 수염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여인에게 물었다.
“죄수를 탈옥시키러 온 모양인데 누굴 탈옥시키러 온 것이오? 내게 말해 보시오. 난 이곳에 대해 잘 알고…….”
그러나 붉은 수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인을 뒤따르던 남자가 들고 있던 귀번을 휘둘렀다.
귀번에서 거대한 입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노인을 집어삼켰다.
남자는 붉은 수염의 웃음소리를 흉내 내며 큰소리로 웃었다.
“우리가 죄수를 구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여인은 다른 수하들을 이끌고 천뇌 곳곳에 갇혀있는 죄수를 풀어주었다.
그러나 풀려난 죄수들은 남자가 들고 있는 귀번에 의해 전부 삼켜져 버렸다.
이들은 계속해서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마침내 빛이 모여 만들어진 것처럼 생긴 사람 형상의 생명체의 모습이 보였다.
여인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신.”
감옥이 부서지며 자유의 몸이 된 빛 인간은 반항이라도 하려는 듯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천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설령 감옥이 부서졌다고 해도 힘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회복될 리는 없다.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귀번을 휘둘렀다.
그러자 귀번에서 수많은 악귀의 얼굴이 튀어나와 몸부림치고 있는 신을 단숨에 삼켜버렸다.
“가자.”
여인은 부하들을 데리고 미련 없이 천뇌를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품속에서 천뇌 영패를 하나 꺼냈다.
여인은 영패를 쓰다듬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천뇌 입구에 버려두었다.
신을 죽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암암리에 그녀를 돕는 사람들이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정면으로 신과 맞서 싸울 순 없었다.
엄청난 대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뇌 영패를 구해주고 이들을 위해 앞길을 열어주는 것 정도는 흔쾌히 승낙했다.
천뇌 안에는 특수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데 영패를 가지고 있다면 이 힘으로부터 아무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
여기까지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천뇌 안으로 들어가 누군가를 구하는 건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다만 그녀의 목적이 누군가를 구출하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목적은 수만 년 동안 천뇌에 갇힌 채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신에게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번을 한 단계 더 강화시키려면 신의 영혼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물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물론 바깥에서도 신의 영혼을 구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나 강한 힘을 가진 신을 꺾고 그 영혼을 귀번의 강화 제물로 삼기까진 너무 많은 희생과 대가가 뒤따랐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영혼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줍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목적을 달성하는 그녀는 천문이 닫히기 전에 빠르게 천궁을 빠져나갔다.
* * *
십이의 눈에 부문이 떠올랐다.
그녀는 먼 하늘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새까만 장막은 하늘을 제대로 뒤덮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십이의 눈에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
“아직은 부족한 건가.”
그녀는 곧바로 진양에게 답신을 적었다.
‘소협, 소협께서 보내신 분께서 또 다녀가셨어요. 지난번에 보내주셨던 바로 그 소저요. 하지만 여전히 저를 발견하지 못하신 것 같네요…….’
* * *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십이라는 녀석에게 질질 끌려다니겠어.’
그녀는 이번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를 보내왔다.
게다가 이 중에는 해안마석에 관한 정보도 있었다.
도대체 그녀가 모르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정보 맨 마지막 줄에는 이런 말도 함께 적혀있었다.
‘소협,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오히려 소협께 도움이 된다면 전 기쁘니까요. 다만 오래된 기록이라 아직까지도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대세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공인된 방법은 호량을 통해 건너는 것뿐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호량은 이미 부서진 상태네요.’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또 한 통의 편지가 얼굴로 날아들었다.
이쯤 되면 의도적으로 이러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진양은 이번에는 손을 들어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편지는 진양의 두 손을 마치 허상을 뚫고 지나가듯 관통해버리며 또다시 진양의 얼굴을 때렸다.
“…….”
진양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펼쳤다.
‘소협, 소협께서 보내신 분께서 또 다녀가셨어요. 지난번에 보내주셨던 바로 그 소저요. 하지만 여전히 저를 발견하지 못하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절 구하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소협께서 직접 와서 저를 구해주시면 안 될까요? 원하시는 정보가 있다면 뭐든 찾아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일단 대세계의 경계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공인된 방법은 호량을 통해 건너는 것뿐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호량은 이미 부서진 상태네요.’
진양은 그것을 소책자에 기록한 뒤 대조해 보았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보아하니 나만 무의식적으로 잡념을 떠올리는 건 아니었나 보군.
이쯤 되면 아예 대놓고 눈치를 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
호량이 과거 대세계를 이어주던 다리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미 부서졌잖아. 대체 어쩌란 거야? 그렇다고 부서진 호량을 다시 끼워 맞추라는 거야?
어? 잠깐…….”
진양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진양은 곧장 고개를 돌려 신목을 바라보았다.
통구주에 뿌리를 내린 신목은 높이 강풍층까지 뻗어있었다.
웃음이 사라진 진양의 얼굴은 곧바로 잔뜩 찌푸려졌다.
‘망했다!’
자신도 모르게 십이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내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