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88
1488화 복제한 것과 같은 세계
진양이 바라는 이상적인 수준은 대놓고 상대의 뺨을 갈겨도 상대가 아무것도 모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얼굴이 찐빵만 한 크기로 부풀어 올라도 고통조차 잊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지에 들어서더라도 아예 반응조차 못 하도록 만들 수 있는 수준을 원했다.
아예 근본부터 차단을 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준까지는 아직 한참 먼 길을 걸어야 할 듯했다.
지금은 누가 뺨을 갈긴지는 몰라도 통증 정도는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웬만한 고수라면 통증을 통해 누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충분히 추측해낼 수 있다.
진양은 단순히 사람을 상대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다.
아예 진법조차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원했다.
대놓고 진법 안으로 들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이다.
계속해서 능력의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언젠간 망자의 세계조차도 속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심지어 하늘을 거스르는 일을 저지르더라도 천겁이 아예 나타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아무리 길게 이어진 강이라도 상류를 완전히 끊어버리면 하류도 말라버리게 되는 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람을 상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향을 주는 정도를 다소 줄인다면 오히려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입문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세계를 아예 뒤집어놓을 만한 일을 벌이는 게 아닌 이상 어려울 건 없다.
만약 그런 일을 벌인다면 난이도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몇 단계는 더 높을 것이다.
하한선은 낮지만 상한선은 높다.
이런 신통력으로 사람을 상대하면 하한선과 입문 난이도 모두 높다.
하지만 상한선은 그다지 높지 않게 된다.
세계를 속이는 것보다 사람을 속이는 게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이어서 고민해봐야 할 것은 직접 십방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 십방계와 접촉하기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
언젠간 진양이 직접 가야만 한다.
현재 수련하고 있는 신통력은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다.
설령 십방계를 다녀가더라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예측 계획을 발전시켜나가는 건 좋지만, 복제된 세계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세계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들려면 결국은 진양이 직접 나서야 한다.
겸사겸사 새로운 신통력을 만들어 성은 신통력과 함께 사용한다면 더욱 안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나쁠 건 없다.
진양은 최양평의 거처에 도착하고 나서야 신통력을 해제했다.
“진양 왔구나.”
최양평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가 손에 들고 있떤 법보를 내려놓으며 팔을 휘두르자 허공에 물결이 일어나며 거대한 솥이 모습을 드러냈다.
솥 아래에는 삼 척 정도 높이의 불길이 유지되며 탕을 뜨겁게 유지시키고 있었다.
“마침 새로 끓인 탕이 완성되었단다. 맛 좀 보거라.”
“오랜만에 스승님께서 직접 만드신 탕을 맛보겠네요.”
진양은 미소를 지으며 탕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냄새만으로도 이것이 최소 삼십 년 동안 수많은 재료를 지속적으로 넣으며 만든 귀한 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양은 탕을 한 그릇 퍼서 맛을 본 뒤 물었다.
“사부님, 이번 시험은 사부님께서 주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대황 전체의 시험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대황 전체라면 조금 어려울 것 같고, 거주 지역만이라면 가능할 것 같구나.”
* * *
높이 솟은 산봉우리.
진양은 입을 꾹 다문 채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에 옷깃이 흩날리며 연신 펄럭거렸다.
높은 곳에서 보고 있으니 한눈에 천하가 들어왔다.
마치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존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진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을 거둬들였다.
아무리 쳐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양의 발아래로는 두께가 무려 천여 장에 이르는 두터운 구름이 몰려있었다.
거기에 넘실거리고 있는 영기까지.
힘을 쓰거나 동술을 펼치지 않는 이상 산 아래 무엇이 있는지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힘을 쓴다면 하급 수도사들의 눈에 진양은 거대한 인간 모양의 광구처럼 보일 것이다.
과거에 하급 수도사였던 진양도 그랬었다.
어떤 고수든 그들이 힘을 쓰면 진양의 눈에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거대한 인간 모양의 광구거나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이 전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고수들이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너무 약해서 상대의 실체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을.
마치 아무 능력도 없이 태양을 바라보면 새하얗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재 실력으로 동술을 펼쳐서 태양을 바라본다면 수많은 색이 폭발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는 설령 사자결을 펼친다고 해도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직관적인 판단 방법이 전해지고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급 수도사들은 강자를 봐도 그가 뿜어내는 빛을 보거나 힘의 파동을 느낄 수 없다.
이럴 경우 상대는 거물급 고수가 확실했다.
반대의 경우도 같은 원리다.
자신의 힘을 조금도 새어나가지 않게 지배할 수 있는 자는 높은 확률로 거물급 고수라고 할 수 있다.
진양은 늘 그렇듯 온갖 잡생각을 떠올리며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호량 학원의 입학시험이 열리는 날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여느 때와는 다르다.
최양평이 개발해낸 법보는 이미 여러 방법을 통해 사방에 뿌려졌다.
덕분에 응시를 원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직접 호량 학원까지 오지 않고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모든 생명체는 문자적 의미에 불과하다.
아무리 정상급 고수라도 호량 학원의 시험에 흥미를 느낀다면 응시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생명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허상의 세계에서 치러지는 첫 대규모 시험이 이제 곧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이것은 진양이 만들어둔 몇 가지 노선 중의 한 노선이다.
호량 학원의 명성이 오늘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대황이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많은 사람이 호량 학원에 열광했다.
하지만 시험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실력을 갖춘 일부 인재들뿐이었다.
그래서 한층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응시 난이도를 크게 낮췄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이 몰리게 되었고, 덕분에 허상 세계인 시험장은 한층 더 현실과 같아졌다.
만약 대황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시험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시험장 내부는 현실이라고 해도 전혀 부족할 게 없었다.
겉으로만 보면 이게 전부였다.
설령 어느 날 어느 이름 모를 천재가 호량 학원 입학 시험의 진상을 파헤친다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가 파헤칠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니까.
물론 누군가 진상을 알게 된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
어쨌든 사람들이 더 이상 시험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면 꿈 세계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계획은 한층 더 완벽해질 것이다.
모든 생명체를 쉽게 꿈 세계 안으로 몰아넣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영원히 거부할 수 없는 일로 만들어버린다.
마치 모두가 꿈을 꾸는 것처럼 매우 정상적으로 여기도록 말이다.
이것이 바로 진양의 계획의 일부 맥락 중 하나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계획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이다.
대황은 진양의 주무대다.
여러 방면의 외적인 조건들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지금 가장 시험을 치러야 할 사람은 오히려 진양 자신이다.
진양은 심호흡을 하며 시험의 문 앞에 섰다.
이어서 진양은 문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텅 빈 허공에 선 채 진양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거대한 문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빛은 호량 학원을 중심으로 호량 전체를 휩쓸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호량 주변 수십만 리로 퍼져나갔다.
이 순간 바다 위에 있는 자든, 바다 아래에 있는 자든 모든 생명체들이 이 빛을 볼 수 있었다.
강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발적으로 거부를 하지 않는 이상 모두 볼 수 있었다.
이 빛은 일종의 ‘이용 약관’과 같은 것이었다.
원한다면 빛을 보지 않아도 되고, 거부하는 것도 가능했다.
즉, 동의하지 않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빛을 본 순간 동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내용까지 세세하게 살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저 바쁘게 동의를 할 뿐이다.
설령 살펴본다고 해도 겨우 몇 줄 읽고 동의를 하기에 바쁠 것이다.
* * *
같은 시각.
호량 학원의 대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자 대황 곳곳에 뿌려진 수많은 시험의 문이 공명을 일으키며 빛을 뿜어냈다.
극북빙원, 사해황막, 괴산, 동해 등…….
지금 이 순간 높은 곳에서 보면 대황 곳곳에 피어오른 빛을 관측하는 게 가능했다.
빛이 서로 교차하며 마치 거대한 망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빛은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일 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대황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진양은 강한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 약관’에 동의를 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진양의 명성과 호량 학원의 명성이 있었기에 그 누구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호량 학원의 입학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이는 넘쳐났다.
심지어 이미 강한 실력을 갖춘 고수조차도 호량 학원에 눈독을 들일 정도였다.
때문에 이번 시험에는 지난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아무리 강력한 세계라도 동시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진양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대비를 해뒀다.
우선 백옥 신문과 십이의 힘을 통해 엄청난 수의 사람을 한 번에 소화해낼 수 있는 넓은 길을 닦았다.
* * *
진짜 시험장으로 사용되는 곳은 꿈 세계.
아무리 게으른 몽사라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생명체들이 꿈속으로 끌려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와 다름없던 꿈 세계는 이 순간 강력한 충격에 휩싸였다.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이들이 가진 정보, 기억, 그리고 몽경까지.
이 모든 것이 세계 안으로 흘러들었다.
이렇게 흘러든 것들은 서로 타협하고, 부딪치고, 변화를 일으키며 현실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이뤄나갔다.
마치 대황을 그대로 복제한 것 같은 세계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