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7
17화 도망
“우릴 구해주지 않으면 너도 못 갈 줄 알아라!”
진양이 철저히 그들을 무시하려는 걸 눈치챘는지 마침내 누군가는 화를 내며 법기를 꺼내어 진양을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법기에서 빛이 나오면서 검은 안개에 닿는 순간 그자는 검은 안개에 완전히 뒤덮였다. 처참한 비명이 감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검은 안개는 점점 줄어들더니, 다시 날아가 검은 안개의 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수도사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검은 감옥의 대문 앞까지 오자 뚱보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진 사형, 사형이 직접 나설 필요 없습니다. 나에게 맡겨주세요.”
뚱보는 문 앞으로 가서 손을 내밀자 손목에 묶여있던 검은 천이 문틈으로 빠져나가 바깥에서 대문을 열었다.
대문이 열리는 순간 입구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던 옥졸은 뚱보의 검은 천에 꽁꽁 묶였다.
뚱보가 손을 앞으로 뻗자 검은 천이 갑자기 조이더니 두 귀졸의 몸이 터지면서 귀기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좌우를 살펴보니 방금 두 귀졸 외에는 다른 자는 없었다.
전방에는 짙은 검은 안개가 덮고 있었다. 이곳 식골충의 수가 더 많고 급이 더 높았다.
식골충이 있으니 당연히 여기서 범인들이 도망가지 못할 거라 여긴 것이었다.
그리고 진양은 검은 감옥이 평소에는 잘 안 사용되지 않는 곳임을 눈치챘다.
귀신들이 죄를 지으면 귀신들의 규칙에 따라 대부분 현장에서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진양은 혈라마를 쥐고 천천히 검은 안개 장벽으로 다가가 발동시키자 잔잔한 물결이 생기더니 식골충은 빠르게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러자 검은 안개는 점점 옅어지더니 바깥 풍경이 보일 정도까지 옅어졌다.
바깥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더 먼 곳을 보니 두 거대한 귀신이 먼 곳을 가는 게 보였다.
두 거대한 귀신은 귀성 앞으로 가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귀성 안은 오히려 텅 비게 되었다.
더 먼 곳에서는 하늘에서 불꽃 구름과 검은 구름이 빠르게 날아다니며 격돌했다. 영력 파동의 여파가 여기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진양은 서둘러 혈라마를 최대한으로 발동시켜서 검은 안개를 빠져나갔다. 그의 뒤에는 뚱보가 바짝 붙어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감옥에서 빠져나온 후 귀성의 뒤쪽으로 향했다.
귀왕성을 벗어나면 자소도군이 좌화한 땅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귀왕성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이었기에 거리가 더 가까웠다.
두 명이 걸어서 백여 장 정도 갔을 때, 거대한 귀신의 손이 하나 허공에 출현했다.
검광이 번쩍이며 지나가자 귀신의 손도 같이 사라졌다.
싸우는 파동이 느껴지는 곳까지 다가가자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치마를 입은 여인은 뾰족한 뱀 머리의 검은 채찍을 들려 있었다. 그 뱀 머리는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맞은 편에는 날카로운 눈빛에 하얀 옷을 입은 청년이 있었다. 준수한 외모의 그는 삼척의 푸른 검을 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순간 진양의 안색이 새파래지더니 자신의 몸에 부적과 풍행부, 추선부, 금강부 등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몸을 돌려 달렸다.
뚱보도 서둘러 진양을 따라 달렸고 달리면서도 중얼거렸다.
“여자 귀신하고 무량도원의 내문 제자는 도대체 뭐 하는 자들인데 여기서 저렇게 치고받고 하는 건지.”
백여 장 정도 달리자 위에서 싸우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뚱보가 고개를 돌려서 보자 놀라서 오줌을 지릴 뻔했다.
여자 귀신이 무엇에 화가 났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 수도사에게 강한 공격을 날리고는 그를 무시하고 그들을 쫓아왔다.
여자 귀신의 얼굴을 본 진양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방금 잠깐 보았는데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덕비였다!
귀병의 경지인 덕비는 저번에도 변장한 자신을 꿰뚫어 보기는 했지만, 진양의 진짜 모습까지는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걸 진양은 알 수 있었다!
‘저 악문 이빨과 원한이 담긴 눈빛 좀 봐. 이번에 잡히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이 사실을 절대 저 뻔뻔한 뚱보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절대 저 여자 귀신이 쫓아오는 게 나인 걸 알게 해서는 안 돼.’
그래서 책임을 돌렸다.
“그 나불거리는 입 좀!”
“내가 뭐 알고 그랬나요.”
뚱보는 미칠 지경이었다.
“말은 그만하고 어서 달리기나 해.”
진양은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달리면서 가지고 있는 도망용 부적을 전부 자신의 몸에 붙였다.
달리면서도 속으로 아쉬워했다.
전에 묵룩을 만들었을 때 한 권만 성공했는데, 안타깝게도 환형(幻形) 묵룩이 아니었다.
환형 묵룩이었다면 두루미를 꺼내서 진작에 날아서 도망갔을 거고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다.
진양은 여전히 잽싸게 달리고 있었다. 뚱보는 어떤 비법을 사용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뛰는 자세가 정말 이상했다. 왼발로 오른발을 밟고 다시 오른발로 왼발을 밟으면서 달리고 있었는데 비틀거렸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속도도 매우 빨라서 잘 쫓아왔고 뒤처지지도 않았다.
뒤에는 검은 치마에 살기를 띤 가녀린 얼굴의 덕비가 흑사(黑蛇) 채찍을 휘두르며 쫓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검은 바람을 밟으며 쫓아왔는데 속도는 두 사람보다 더 빨랐다.
그 뒤에는 무량도원의 잘생긴 청년이 장검을 들고 바람을 타고 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죽일 듯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청년은 현재 이 상황이 너무나 이해가 안 갔다.
“거기 서! 도망치지 마!”
덕비는 한 번 소리치더니 이를 악물고 들고 있던 흑사 채찍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뱀의 머리가 커지더니, 열 장 길이의 흑색 구렁이가 되었다.
거대한 구렁이는 맹렬하게 돌진했다. 길을 따라가다 담벼락에 닿자 부서졌고 건물이 부딪치자 쓰러졌다. 대지는 구렁이의 몸짓에 따라 흔들렸다.
거대한 몸집의 구렁이는 좌충우돌하며 달려왔다.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거대한 몸집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히고 있었다.
그 틈을 타고 진양은 열 걸음이나 더 거리를 벌렸다.
“영기가 형체를 갖추다니. 세상에나. 저 여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아주 입이 험하네.”
뚱보는 달려서 힘들었는지 놀라서 그런 것인지 땀이 계속 흘렀다.
검은 구렁이가 나타난 걸 보자 뚱보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곧 진양을 추월할 거 같았다.
진양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불꽃, 얼음, 돌, 광풍 같은 부적 더미를 던졌다. 엉망진창의 공격이 하늘을 뒤덮으며 구렁이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검은 구렁이는 입을 벌리더니, 불꽃이든 얼음이든 모두 한입에 흡수해버렸다.
스물세 장의 법부는 조금의 시간을 벌어줬을 뿐 구렁이의 털 하나에 상처를 주지 못했다.
“사형, 힘 빼지 말고 어서 달리기나 하세요. 저 구렁이는 영기가 형체를 갖춘 거여서 우리는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뚱보는 투덜거리면서도 온몸의 살을 휘날리며 고개도 돌리지 않고 오직 달리는 거에만 집중했다.
표정이 어두워진 진양은 더는 부적을 던지지 않았다.
법기(法器)도 구하기 힘든데 그보다 더 뛰어난 영기(灵器)라니.
‘역시 귀왕의 귀한 딸답군. 돈이 넘치는구나. 나는 중품 법기도 못 사는데 누구는 들고 있는 게 영기라니.’
귀성의 끝이 보이자 높은 건물이 점점 늘어났다. 구렁이의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하지만 귀성 뒷문을 나가자 일선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곳은 평지였다.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진양은 머리를 굴렸다.
“뒤에 있는 사형, 이 자가 다락 귀왕이 가장 아끼는 딸인 건 알고 계시오?”
여자를 쫓기는 하고 있지만 왜 쫓는지조차 모르던 무량도원의 제자는 바로 백옥당(白玉堂)이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덕비를 보는 눈빛이 변했다.
“사형, 어서 그녀를 잡아서 허신 장로를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다락 귀왕의 마음이 분산되어서 허신 장로 평생의 염원대로 숙적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기뻐서 사형을 직속 제자로 받아줄지 누가 압니까!”
“비열하고 뻔뻔한 저급한 쓰레기!”
그 말을 들은 덕비는 화가 나서 숨이 거칠어졌고 폐가 터질 거 같았다.
그리고 덕비가 어떤 동작을 한 지 못 보았지만, 바짝 쫓아오던 구렁이의 입에서 검은 안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앞에서 야생마처럼 달리던 두 사람은 금방 비리고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독이다!”
한두 번 호흡하자마자 두 사람은 호흡하는 게 불편하다는 게 느껴졌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게 느껴졌고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 거 같았다.
진양은 놀라 서둘러 혈라마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혈광이 빛나면서 점점 밝아지자 부처의 뒷모습이 나타나면서 어디선가 선음(禪音)이 울려 퍼지는 거 같았다.
미세한 소리에 두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는 거 같았다.
그리고 뒤에서 바짝 쫓아오던 백옥당은 진양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허신 장로와 다락 귀왕 사이의 은원(恩怨)이 몇 년간 이어져 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생긴 은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은 숙적이었다.
‘정말 여기서 조금이라도 허신 장로님이 다락 귀왕을 쓰러트리는 데 도움을 주면 장로님의 전승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원하는 대로 안 된다고 하더라도 최소 후한 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장로의 호감을 받게 될 테니 뭘 해도 손해가 아니었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낮게 기합을 외치더니 장검을 휘두르며 한 손으로 인(印)을 맺었다.
잠시 후.
검광이 피어나고 겹겹이 쌓이면서 마치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듯했다. 극(極)에 달하자 광채가 하늘을 뒤덮었고 검광이 마치 폭우처럼 하늘을 뒤덮으며 덕비를 향해 날아갔다.
덕비가 분하여 이를 갈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진양 등을 쫓을 수가 없었다. 손을 내밀어 구렁이를 불러들이더니 자신을 보호하게 했고 백옥당과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무량도원에는 정말 쓸모 있는 놈들이 없구나, 전부 죽어라 죽어!”
뒤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다. 구렁이가 검우(劍雨)와 미친 듯이 싸우며 부딪치자 그곳에 있던 건물이 무너지고 연기가 솟아올랐다.
진양은 뚱보와 함께 미친 듯이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단숨에 달려서 거리를 벌렸다. 잠시 후 더는 쫓아오지 않는 걸 확인하자 그제야 멈춰서 쉬었다.
“진 사형, 저 여자 귀신을 아세요?”
“모르네.”
뚱보는 듣더니 잠시 멍했다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진 사형은 정말 총명하시군요. 난 정말 저 미친 여자 손에 죽는 줄 알았소. 헤헤, 저 여자 귀신도 우리가 무량도원의 제자인 줄 알았나 보죠?”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던 저 청년의 실력은 그녀보다 강하지만 그녀에게는 영기가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알 수가 없지.”
“아 맞다. 진 사형, 그런데 진짜 저 여자 귀신에 대해서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거죠?”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가세.”
진양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 문제에 대답하기를 거절했다.
‘이 뚱보, 정말 눈치도 빠르고 똑똑하단 말이야. 계속 생각하게 하면 덕비가 자신을 쫓아온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챌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