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절대 넘어갈 수 없다!
상고 지부의 뱃사공이라니.
그러나 어느 강의 뱃사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진양이 마음속으로 조용히 추측해 보았다.
흑림해에 있는 상조 지부의 조각 중 한 조각에 황천의 지류(支流)가 있었던 것 같다.
황천마종의 이름이나 황천비전이나 모두 황천과 관련이 있었다.
거기에 기운까지 더하면 확실히 황천과 닮았다.
더 나아가 생각을 해 보았다.
최양평이 이곳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황천마종의 사람들도 분명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미궁 같은 대지 안에 이러한 곳이 있고 이러한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듣자 하니 황천마종의 초대 종주는 상당히 재수가 없는 놈이었는데, 우연히 큰 기회를 얻어 한방에 크게 일어나게 되었고.
그 후로 현재 이곳 땅에 황천마종을 세우게 되었다.
당시 그 초대 종주는 여기 있는 깡마른 남자에게서 전승을 얻은 게 아니었을까?
여기까지 생각한 진양은 황천보책을 꺼내 자신의 앞에 꺼내놓았다.
그리고 깡마른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거 어떻게 여는지 알아요?”
해골은 대답 대신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 부문이 떠올랐다.
그 부문을 정확하게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그것이 상고 지부의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진양의 몸에도 여섯 개의 지부 부문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삼아 손가락으로 부문의 윤곽을 보책 위로 그려보았다.
철컥-!
잠겨있던 보책이 갑자기 열렸다.
부문들이 끊임없이 흐르며, 쉬지 않고 흐르는 강을 이루었다.
그중 끝없이 펼쳐진 경지와 망망대해와 같은 느낌이 상고시대의 황천 강변에 서 있는 것처럼 밀려왔다.
형언할 수 없는 대량의 내용이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흘러들었다.
수행한 공법들도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스승이 모든 것을 상세하게 보책에 기록하고 그것을 전승으로 삼아 후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과정이었다.
후손들은 그 길을 걸을 필요도 없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마치 당시 비전을 만들어낸 사람처럼 말이다.
잠시 뒤.
진양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깨닫는 과정은 상상했던 것만큼 어렵진 않았다.
모든 것은 순조로웠고, 입문 과정 역시 매우 간단했다.
어째서 황천비경이 연기 공법이라는 전설이 돌았던 것인지.
어째서 최양평의 육신이 겉보기에도 약해 보이지 않았는지.
진양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공법은 체내에 음천(陰泉)을 만들어내는 공법이었다.
그러나 황천 같은 음천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음천은 본질적으로는 육신에 의지하며, 사용하는 것도 육신의 힘이었다.
음천을 만들어낸 뒤 콸콸 흐르는 황천이 되어 감당하는 것은 육신이었다.
때문에, 육신에 대한 자연의 요구는 연체 수도사와 같지는 않지만, 많이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진양은 이 공법이 장해비전과 중첩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모두가 진원 법력을 수련하는 공법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맥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진양은 해안을 만들어 자신의 법력 최대치를 뚫어버렸고, 장해 제삼 권을 익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진원의 양은 결코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과하여 넘칠까 봐 걱정하는 일은 있어도 부족할까 봐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황해비전이 어떻든 이러한 점에서 제약이 사라진 장해비전보다 못할 수밖에 없었다.
겉보기엔 같아 보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황천비전을 익히고 음천을 만들어낸 것.
이를 위해선 먼저 혈해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혈의 힘으로 바다를 만들고 바다 깊은 곳에 음천을 만든다.
그는 무함경과 극단적인 연체 공법을 익혔다.
기혈이 어느 정도 왕성해지기만 한다면 혈해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진양은 조용히 가늠해 보았다.
확실히 수련은 가능했다.
이렇게 된다면 육신과 진원 사이에 하나의 다리를 놓아 힘을 합칠 수 있게 된 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실력은 더욱 강해지게 될 것이었다.
이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내용을 모르기도 했지만, 괜히 헛발질할 엄두도 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령 도기가 모든 공법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거나 배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구조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따라는 게 가장 좋은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양은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차례대로 수련하기 시작했다.
아직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이곳을 떠날 수 있을 때가 되면 가짜를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가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진짜처럼 만들어야 할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지상에서는 많은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유명성종의 거점이 자리 잡고 있는 분지.
이곳에선 음패수가 빠르게 사방을 오가며 귀신을 잡아먹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며 보이는 귀신이란 귀신은 전부 다 삼켜버렸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가리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은 전부 다 잡아먹어 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귀신들을 가려먹기 시작했다.
편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평범한 귀신은 눈여겨보지도 않았다.
다소 특수한 능력을 지닌 귀신들만 쏙쏙 골라서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귀신들은 유명성종의 수도사들이 상당히 탐내는 귀신이기도 했다.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약한 귀신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운이 좋은 일도 없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수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유명성종 수도사들은 수행할 때 귀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설령 자신에게 필요 없는 귀신이라고 해도 일단은 붙잡고 봤다.
나중에 팔아넘겨서 다른 수련 자원으로 바꿔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소 변화가 일어났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아무리 찾아도 특수한 능력을 지닌 귀신들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벌써 며칠 동안이나 분지 내부를 샅샅이 뒤졌는데 쓸만한 귀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남아있는 건 전부 눈여겨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뿐이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멍청해도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서로 적당히 나누는 걸로 합의를 했던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죠!”
유명성종의 의사대전.
한 장로가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큰 소리로 말했다.
“혹시 누군가 도둑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곳이 천연 귀신 소굴이라는 건 누구든 아는 사실이니까요. 분명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가 이곳을 얼마나 단단히 포위하고 있는데. 설령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그걸 모를 리 있겠습니까?
게다가 설령 안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이렇게 오랫동안 깊은 곳까지 헤집고 다니는 게 말이나 됩니까? 깊은 곳에 있는 그 사람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이렇게 되면 그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 외에 또 누가 소리소문없이 품급 있는 귀신들만 골라서 훔쳐 갈 수 있겠습니까?”
“그만!”
상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조용히들 하시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명첩을 보내 이번 일에 대해 그 사람에게 정식으로 항의하도록 할 것이오.”
같은 시각.
분지 깊은 곳.
흉악한 모습의 귀신 무리가 어디론가로 몰려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모습의 귀신 두 명이 수만에 이르는 귀신들을 이끌고 유명성종 산문으로 향하고 있는 길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귀신들은 유명성종 산문 앞에 도착했다.
“성왕 폐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 유명성종 놈들아, 잘 듣거라. 순순히 지금까지 훔쳐 간 귀신들을 내놓는다면 이번에 뻔뻔하게 맹약을 어긴 일은 조용히 넘어가 주도록 하겠다. 하나, 내놓지 못하겠다면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산문에서부터 울려 퍼진 귀신의 우렁찬 목소리가 유명성종 안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릴 정도였다.
유명성종 사람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한낱 귀왕 따위가 감히 산문 앞까지 찾아온 것으로도 모자라 협박까지 하다니.
그야말로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무슨 개소리냐? 한낱 잡귀 따위가 감히 남의 산문 앞까지 찾아와서 겁박해?”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성깔을 가지고 있을 법한 장로가 분노로 가득 찬 포효와 함께 손가락을 뻗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리를 지른 귀신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혼전이 시작되었다.
비록 양쪽 모두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 맹약을 맺긴 했지만.
이익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
그동안 쌓여있던 원한과 분노가 한 번에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폭발하는 순간 물불 가릴 것이 없었다.
이렇게 벌어진 싸움은 누군가 말린다고 해서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 *
삼 일 뒤.
최양평은 지하 미궁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동안 만난 몇몇 보잘것없는 녀석들을 골로 보내버렸다.
전부 최양평이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그를 속였던 자들이었다.
가장 먼저 유명성종으로 온 곳은 그나마 복수를 하고도 무사히 빠져올 수 있는 확률이 가장 큰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천마종은 아니다.
황천마종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그곳에서 큰 싸움을 벌인다면 멀쩡히 살아나올 수 있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유명성종이 가까워질수록 최양평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죽을 각오까지 되어있었다.
그렇게 뜨겁게 전의에 불타며 유명성종에서 수백 리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그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유명성종이 있는 쪽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음기가 짙게 모여들며 일어난 현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바람을 타고 흘러온 살기도 느껴졌고, 멀리선 어렴풋이 괴수의 포효 비슷한 것도 들렸다.
눈을 뜨고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따끔따끔한 살기가 느껴졌다.
최양평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눈에 진원을 불어넣어 그곳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유명성종이 확실했다.
그곳에서는 이름 꽤 알려진 유명성종의 강자들이 기운을 전부 방출하며 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유명성종의 종주까지 직접 나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반대쪽.
분지 방향으로는 삼천 장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귀신이 음기를 강렬하게 내뿜으며 유명성종의 한 장로를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유명 종주. 감히 이런 식으로 맹약을 깨다니!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귀신은 거대한 포효와 함께 음기로 만들어진 번개가 먹구름을 타고 사방으로 내려쳤다.
거대한 귀신이 주먹을 꽉 쥐자 잡혀있던 장로는 찍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골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