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9
59화 나쁜 놈들
석 달 뒤의 어느 날.
강천과 연욱은 함께 진양을 마석죠묘 외곽까지 직접 바래다주었다.
“가운아, 이번 길은 험난하니 너는 반드시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차근차근 확실한 방법으로 싸우고, 공이 탐나더라도 여러 번 확인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임무를 천천히 도모해야 한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완성하지 못하면 스승이 매년 기일에 널 위해 종이를 태워서 추모해주마.”
강천의 말은 정다웠다.
누가 봐도 제자가 나서는 게 안타까워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쉬워하는 스승이었다. 하지만 죽게 되면 추모해주겠다는 말은 소름 돋았다.
진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의 마석조묘에 발을 들여놓았다.
머지않아, 강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양은 주머니 안에서 온갖 물건을 꺼내서 전부 바닥에 쏟았다.
“자자자, 왜 습득 기능이 습득이라고 불리는지 알려주마.”
주머니에 들어있던 물건은 두 파렴치한 남녀가 준비해준 것이다.
세 개의 법기와 하나의 영기 외에 묵룩, 부전은 진양이 직접 만든 거였다. 그중 재료만 그들이 준비해준 거였다.
진양은 일찌감치 이 물건들을 모두 별도의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었다.
전부 땅에 쏟은 후 진양은 그제야 습득 능력을 발동하여 법기를 잡았다.
법기는 손바닥 크기의 검푸른 빛깔의 작은 종(鐘)이었다. 발동하면 크기를 변화시켜 자신을 숨길 수 있는 방어 법기였다.
손을 뻗어서 잡자 손바닥에서 손바닥의 환영이 나와서 그것을 가볍게 잡았다. 순식간에 검푸른 빛깔의 작은 종은 진양에게 연화되었다.
본체 내부의 금제에 있는 모든 낙인에 진양의 흔적이 남았다. 완전히 진양의 것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수개월의 고생이 줄어들었고 법기를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었다.
십 할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진양 자신이 천천히 온양해주고 제련을 계속하여야 했다. 그렇게 자신의 경지와 같아져 자기 뜻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친밀해져야만 가능했다.
이어서 다른 두 개의 법기도 잡았다. 다른 두 개의 법기 중 하나는 백옥고주(白玉孤舟)였다.
비행용 법기인 이것은 도주 전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보석이 박혀 있는 목걸이였는데 영력을 발동하면 보호막을 만들 수 있었다.
똑같이 손으로 잡자 가볍게 습득에 성공했고 가볍게 연화의 과정을 마쳤다.
“음, 내가 생각이 많았나?”
진양은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혼자 중얼거렸다.
마지막 영기는 검은 망토처럼 생겼다. 조금의 영광도 없었고, 심지어 주위의 빛까지 모두 삼킬 거 같았다.
듣기로는 마굴(魔窟)에서 사는 요수의 가죽으로 만들어서 방어력이 매우 강하고 기운을 감추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단거리에서 폭발하는 듯한 속도를 내는 신통까지 있어서 마치 순간이동 하는 것처럼 강력하다고 했다.
이 영기를 진양에게 줄 때, 강천의 얼굴이 떨렸었다. 매우 아까워하는 표정이었다.
진양은 습득 기능을 시전하여 땅에 있는 검은 망토를 잡았지만 습득하지 못했다.
“응?”
진양은 깜짝 놀라 다시 시도했지만, 여전히 습득하지 못했다.
검은 망토를 손에 들고 보통 때처럼 법문으로 제련해 보았지만, 전혀 막힘이 없었고 순조로웠다.
하지만 제련에 성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축기 경지가 영기 제련을 강행하면 적어도 십 년 동안 밤낮으로 온양하고 제련해야만 완벽하게 연화할 수 있었다.
“에잇, 영기 하나가 아쉬운데.”
진양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검은 망토를 따로 꺼내 두었다.
습득할 수 없다는 건 주인이 있는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습득할 수 없는 장비들은 폭파시키기도 했었다.
‘내 것이 아니니 너는 습득할 수 없다.’
습득하려면 오직 주인이 없는 물건이나 온전한 자기 것만 가능했다.
이 검은 망토는 이미 첫 단계의 제련을 마쳤기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진정한 주인은 여전히 자신이 아니었다.
보통 대문파는 제자가 일을 처리하러 나갈 때 스승이 자신의 제련을 끝낸 법보를 제자에게 주어서 사용하게 했었다.
제자를 도와서 법보에 제자의 낙인을 찍으면 제련의 첫 단계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었다.중요한 순간에 스승이 남긴 힘을 발동하면 법보는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했다.
하지만 이 검은 망토는 그렇지 않았다.
강천은 이 검은 망토는 자신이 제련하지 않았기에 주인이 없는 물건이어서 진양에게 주었다고 말했었다.
진양은 제련한 후 확실히 아무도 제련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남긴 각인 외에는 다른 사람의 것이 없어서 제련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강천, 이 늙은이. 네가 이런 수를 써놓을 줄 알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군.”
진양은 비웃으며 다시는 검은 망토를 보지도 않았다.
진양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 강천이 각인을 한 거였다. 이렇게 함정을 파놓다니.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 습득 능력이 있는 진양이기에 알아차릴 수 있던 것이다.
첫 번째 것을 발견한 진양은 바로 다른 물건도 하나하나씩 습득해 보았다. 다른 물건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진양은 손을 내밀어 주머니를 습득할 때 또 습득이 되지 않았다!
진양은 말없이 주머니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 진양은 무표정으로 이 주머니를 한쪽에 내려놓고는 옷을 풀어서 걸고 있던 수십 개의 주머니를 모두 꺼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내서 차례대로 습득을 사용하여 점검했다.
족히 반 시진이 지났다.
진양은 주머니를 정리하여 전부 걸었다.
곧 검은 물이 흐를 것 같은 어두운 표정으로 눈앞에 놓여 있는 물건을 보았다.
“젠장, 이게…….”
진양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길게 한탄했고 얼굴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강천이 각인을 해서 습득할 수 없는 물건이 수십 개나 되었다!
검은 망토 하나, 주머니 두 개, 일품 영석 세 개, 을목정기 결정 하나, 금사남 나무로 만든 관뚜껑 한 개, 수놓은 염낭 하나, 부러진 대추 하나, 현철광석 하나, 단약을 넣은 옥병 하나, 단약 두 개, 옥간 하나.
마지막으로 평소에 머리에 아무렇게나 꽂는 나무 비녀마저도 습득할 수 없었다.
진양은 정말로 놀라웠다. 강천이 얼마나 교활한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습득할 수 없는 물건 중에 어떤 것은 철저하고 자세하게 검사한 후에야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습득 능력으로 검사하지 않았다면 이런 것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자세하고 철저하게 검사한 후, 진양은 울분을 토하며 이를 갈았다.
“정말 도덕성이 마비되고 인성이라고 없는 것들! 이 멍청한 놈들이 이렇게 많은 물건으로 날 감시하는 건 그렇다 쳐도, 감히 내가 가진 삼품 이상의 영석을 망쳐놓다니.”
“미친 것들! 정말 미친 것들! 어르신이 큰돈을 써서 어렵게 얻은 삼품 이상의 영석이 이제 전부 없잖아!”
“젠장!”
진양은 화가 나서 미쳐 날뛰었고 이를 악물었고 눈이 붉어졌다.
이 영석들은 진양도 수련할 때 사용하기 아쉬워서 전부 고급 재료로 사용하려고 했던 것들이었다.
일, 이, 삼품의 영석은 서로 교환하면 거의 십 대 일 비율이었고 가끔은 십몇 대 일이었다. 하지만 사품 영석을 일품 영석으로 교환하면 적어도 삼, 사만 정도의 가치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렇게 교환해주는 사람은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품 영석들은 도문에 있을 때 후안무치하게 위 노인과 몽의와 교환한 거였고, 극소수는 장위에게 매달려서 사이좋게 교환한 거였다.
이제 오품 영석 하나, 심지어 사품 영석은 전부 없어졌다!
“이 나쁜 놈들! 두고 보자!”
사품, 오품 영석보다는 을목정기 절정이 더 귀했다. 게다가 보리수나무 요물도 있어서 고품 영석에 대해서 신경을 그렇게 쓰지 않았다.
그래도 고품 영석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동안 고품 영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 가져가 버리니 진양은 화가 나서 죽을 것만 같았다.
무덤을 파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느꼈던 즐거움은 이미 모두 사라졌다.
습득할 수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진양의 얼굴에는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검은 망토는 확실히 좋은 물건이었다.
몰래 잠입하는 법보 중에서 최상품이었지만 아쉽게도 가질 수가 없었다.
옥간은 버리려면 버려도 됐다. 어차피 이미 자신의 공법 안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이 꽃을 수놓은 주머니는 전에 덕비에게서 빼앗은 거였다. 사실 나중에 깨달은 거지만 덕비는 분명히 이 물건을 통해 자신을 알아본 게 확실했다.
하지만 위험에서 벗어난 후로는 다시 만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진양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주머니도 물건을 담을 수 있었다.
용량도 보통 주머니보다 일곱, 여덟 배나 더 컸기에 버리기가 아깝기도 했다.
그래도 강천이 손을 쓴 마당에 버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러진 대추 역시 아까운 물건이었다. 진양도 부러진 대추가 보통 물건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버려야만 했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자신의 것이 아니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약과 같은데 이걸 어떻게 쓰겠나.
모든 물건을 정리한 다음에 버려야 하는 주머니는 허리에 걸었다.
진양은 고개를 들어서 조묘에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마석조묘는 전에 음괴귀묘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모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비경이었다.
마석조묘와 음괴귀묘는 비록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음괴귀묘는 반쪽짜리 비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지 위에 접목한 새로운 가지 같았다. 그만큼 뭔가 완벽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석조묘는 가지 자체와 같았다. 엄청난 힘으로 강행 돌파를 해야만 지금처럼 입구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진양은 가장자리에 서서 눈을 들어 멀리 보았다. 하늘은 어두웠고 죽음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했다.
한눈에 끝이 보이지 않아서 이 조묘가 얼마나 큰지 알 방법이 없었다. 가장자리에서 먼 곳을 보자 산봉우리가 마치 하나의 무덤처럼 있었고, 크고 작은 묘비가 산 정상 앞에 꽂혀있었다.
처음에 이곳을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지금 직접 조묘의 비경을 밟으니 왜 위 노인이 이곳에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지 알 거 같았다.
이곳의 공기는 마치 죽은 것처럼 조용했다. 답답하여 숨 쉬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영기가 희박한 건 말할 필요도 없었고, 숨을 들이켠 후에는 연화하기 힘들어서 모든 영성을 잃어서 시체처럼 변할 거 같았다.
이곳에서는 비보를 섣불리 발동할 수 없었다. 공력의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 갈 수도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죽음의 기운을 한 번씩 쫓아내야 했다. 죽음의 기운을 쫓아내도 금세 다시 차올랐다.
마치 계속 상처를 입고 다시 회복하는 것이 반복되는 것과 같았다.
육신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이곳에서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진양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지도를 펼쳐보고 대조하며 연구해 보았다.
두 개의 작은 산 중간에 작은 길이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동안 걷던 진양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봤다.
그런데 걸어온 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두 산의 중간에 있는 작은 길은 불과 수 리뿐이었다. 자신의 걸음이면 이미 지났어야 했는데 아직 절반도 오지 못한 것이다.
진양은 가슴이 철렁했다.
계속 경계하고 있었는데 설마 들어오자마자 계략에 빠질 줄 몰랐다!
진양은 제자리에 서서 두 개의 영향을 꺼내서 좌우 양쪽에 나누어서 꽂은 후, 양쪽의 작은 산을 향해 나누어서 절을 했다.
“선조님, 후학 예금봉의 가운이 종주의 명을 받아 조묘에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함정도 있고 견제가 너무 심한데 선조님께서 편의 좀 봐주시길 바랍니다.”
양쪽의 작은 산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법, 금제 모두 잠잠했다.
진양은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원래 있던 보이지 않던 장벽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효과가 있던 것이다. 잠시 후 작은 길을 따라 두 산을 지나쳤다.
갑자기 진양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근육이 긴장되면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기운은 순식간에 극도로 짙어졌다.
“어느 선조께서 후학에게 장난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예의에 벗어난 점이 있다면 선조께서 용서해주십시오.”
진양은 다시 세 개의 영향을 꺼내서 비빈 후 땅에 꽂자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면서 눈앞의 보이던 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진양은 마음속에 한기가 피어올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른쪽의 작은 산 위에 올라와 있던 것이다.
갑자기 검은 옷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자의 두 눈은 모두 망가져 있었고 두 손의 피와 살은 이미 녹아서 반짝이는 금속 빛의 뼈만 남아있었다.
죽음의 기운이 마치 연기처럼 온몸에서 피어올랐다.
그 형상은 마치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처참하게 죽은 사람의 얼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