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13
713화 어떻게 하면 좋겠나?
안타깝게도 태자는 조상님들께서 남겨주신 간명하고 쉬운 한 가지 도리를 잊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화와 복은 들어오는 문이 없고 단지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괜히 입을 놀리지만 않았으면 그 뒤로 일어났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입을 놀렸다 하더라도 정말로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소동이 일어난 지 열흘째 되던 날.
냉정한 눈빛으로 상황을 방관하고 있던 영제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자에게 연금형을 내리고 그 누구도 동궁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겉보기엔 폐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연금인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모두들 이제 태자는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건 영제의 결단뿐이었다.
영제는 모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태자의 행위를 용인해 주었다.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기껏해야 꾸짖거나 폐관을 시키는 정도의 벌이 전부였다.
영제가 태자를 감싸고 도는 건 태자가 유능하거나 재능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영제가 태자였을 당시 태자비가 낳은 자식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태자가 벌인 짓은 영제가 허락할 수 있는 용서와 용인의 범위를 넘어섰다.
한바탕 사건이 지나간 이후.
조정의 정세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해졌다.
기회다 싶으면 파고들던 조왕도 이번에는 신중하게 상황을 살폈고, 주왕은 늘 그렇듯 침묵을 유지했다.
물론 겉보기에는 조용해진 것처럼 보였으나 수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거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러나 조정의 일 처리 효율과 영제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언제쯤 다음 변화가 일어날지는 미지수였다.
진양은 멀리 동해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희는 진양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의논을 하고 싶었으나 진양이 폐관 중이라 방법이 없었다.
그저 그가 말한 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묵묵히 집중할 뿐 다른 일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 * *
동해 해안가.
흑옥 비주가 백랑해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선수에는 어느 한 중년인이 서 있었다.
얼굴이 어두운 빛으로 뒤덮인 남자였다.
멀리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어떻게 되었느냐?”
“대인, 송구합니다만 그가 바다로 나갔다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남자의 뒤에서 정천사의 관복을 입은 수도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중년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수도사는 화들짝 놀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인, 결코 소인이 태만한 것이 아닙니다. 목씨 가문은 이미 오랜 시간을 은둔한 세력입니다. 비록 갑작스럽게 사람을 보내 목씨 가문의 유산을 회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필히 심사숙고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옵니다.
그는 외모부터 공법까지 어느 곳 하나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한 자입니다. 심지어 그를 만나보았다는 자들조차 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곳으로 숨어버리면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적을 찾아보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장하는 공법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소인 감히 단언컨대 목씨 가문의 잔당이 나타난 건 철저한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 분명합니다!
지금으로선 간간이 흔적을 발견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입니다. 이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백랑해로 갔다고 추측하고 있는 겁니다. 목씨 가문의 잔당이 백랑해에 숨어있을 거라는 추측도 마찬가지고요. 허나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걸로 보아 부유섬 같은 곳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계속해서 추적하라.”
중년인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싫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수도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조용히 물러갔다.
다시 선실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다.
선실 내부는 공간이 최대한으로 확장되어있었다.
내부에는 정천사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바쁘게 일 처리를 하는 중이었다.
외후가 다시 돌아오자 몇몇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일거리를 내려놓고 몰려들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행히 대인께서 이해해 주셨다네.”
모두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천사의 사람들은 매우 잔혹하고 냉정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정천사 내의 일 처리도 모든 것이 칼같이 이루어졌다.
외후는 정천사의 한 관직으로 도성 외의 일들을 주로 맡는다.
일품 외후는 어느 한 구역의 정천사를 관장하는 사람이다.
한안명은 그나마 군자인 편에 속하는데, 그는 규정대로 일을 처리할 때와 융통성을 발휘할 때를 충분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와 반대로 평소에는 미소조차 보이지 않고 범인이나 수하나 한결같이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는 일품 외후도 존재한다.
현재 이곳에 있는 외후는 목씨 가문의 잔당을 추적하라는 임무를 받고 파견된 일품 외후다.
그의 이름은 전뇌.
그러나 전씨 가문의 사람은 아니다.
물론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느 정도 연줄이 닿아있긴 하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전뇌는 냉혈한이다.
그에게 붙잡힌 사람 중 멀쩡히 살아 정천사에 도착해 심문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수많은 사건을 그르치게 되어 적지 않은 책망을 당하기도 할 정도였다.
그가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아 일품 외후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정천사가 영제의 직속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어느 정도 영제의 뜻을 대변하는 단체다.
전뇌를 파견했다는 것만 봐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목씨 가문의 잔당이나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낸다면 더 이상 조사하거나 추궁할 필요도 없다.
필요하다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전부 쓸어버릴 필요도 있다.
비주는 백랑해를 향해 날아갔다.
같은 시각.
가복덕의 스승은 조용히 이들의 뒤를 쫓고 있었다.
대황에서 진양은 일부러 행적을 지우거나 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출까지 하며 성지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천사의 사람들은 기껏해야 작은 흔적들을 찾아내는 것이 전부였고 완벽하게 추적을 하진 못했다.
가복덕의 스승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조용히 정천사 사람들의 뒤를 밟은 것이다.
일단 그들의 뒤를 따라가다 필요하면 그때 나설 생각이었다.
그렇게 뒤를 쫓던 그는 정천사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목씨 가문의 후손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계획을 세워두었고, 심지어 퇴로까지도 모두 확보해둔 게 분명했다.
정천사의 사람들이 백랑해로 향하고 있을 무렵.
때는 진양이 백랑해를 떠난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등 뒤에는 조정이 버티고 있었기에 정천사 사람들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넘쳤다.
설령 뒤를 쫓고 있는 것이긴 해도 빙빙 돌아가지 않았다.
진양은 먼저 동해의 국가들을 한 바퀴 빙 돌고 나서야 남쪽에 있는 백랑해로 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뇌는 부하들을 이끌고 백랑해로 들어섰다.
이따금 허공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황은 뒤로한 채 묵묵히 나아갔다.
그는 백랑해 가장자리에 있는 섬부터 하나씩 살펴보며 작은 흔적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백랑해에 숨어있는 해룡호는 해족들을 통해 이들이 추적 조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입수하게 되었다.
정천사의 거물급 인물에 대해서는 해족들도 전부 파악하고 있다.
정천사의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천사와 잦은 접촉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현재 동해 일대를 관장하고 있는 정천사의 일품 외후는 한안명이다.
그는 정천사의 사람들 중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해족과 협상이 가능한 극소수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전뇌와 같이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나타난다면 분명 일 년 내에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전뇌가 부하들을 이끌고 백랑해에 들어서며 사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자 백랑해에 숨어있는 해족들은 곧바로 경계심을 곤두세웠다.
* * *
“어떻게 하면 좋겠나?”
용귀왕은 심각한 표정으로 백리칠의 손에 나타난 일련의 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백리칠이 펼친 위험한 공법 중 서른일곱 번째로 펼친 공법이었다.
혹여나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었기에 용귀왕은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그의 곁에선 청유도 심각한 얼굴로 백리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백리칠에게 위험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도망치려는 진양을 순순히 보내준 게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그 녀석, 백리칠의 천부적인 자질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녀의 전신 중에는 명성이 자자했던 해요선자가 포함되어있다.
남은 둘도 비록 명성으로만 따지면 해요선자보다 못 한 수준이었으나 해요선자에 버금가는 자질을 갖고 있던 존재들이다.
요선자의 해요장혼곡은 해요삼성곡(海妖三聖曲)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시 태어난 백리칠의 자질이나 혈맥은 과거 해요선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그녀가 아직까지도 약할 수밖에 없는 건 순전히 용귀왕과 청유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혹여나 해요선자보다 더 무시무시한 존재가 탄생할까 봐 두려웠다.
때문에, 너무 일찍 백리칠에게 공법을 가르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백리칠이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자라기를 바랐을 뿐이다.
절대로 과거의 백리칠처럼 암울하고 절망적인 환경에서 자라 기괴한 성격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랬다.
삼신보술을 익히는 것조차 극단적인 공법을 사용하여 자신을 분열시켰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말이다.
두 사람은 백리칠이 조금이나마 늦게 수련을 시작하기를 바랐다.
일단 올바른 심성부터 기르고 난 다음 수련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충분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진양이 기껏해야 한두 개 정도의 위험한 공법을 가르쳐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혹여나 백리칠이 또다시 납치를 당할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청유와 용귀왕 두 사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백리칠은 무려 서른일곱 개나 되는 위험한 공법들을 배웠다.
그나마 두 사람이 직접 본 건 이게 전부다.
이 외에 얼마나 더 많은 공법을 배웠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추궁을 할 수는 없었다.
혹여나 백리칠이 이것은 진양이 알려준 공법들이고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실을 숨긴 채 몰래 수련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게 된다.
차라리 대놓고 수련을 하도록 놔두고 옆에서 지켜보는 게 사고가 터질 때까지 모르고 있는 것보단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