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14
714화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청유의 미간은 한층 더 찌푸려졌다.
‘진양, 이 못된 녀석. 도대체 어디서 이런 기괴한 공법들을 다 배워온 거야?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 뿐이잖아. 그래도 몇몇 개는 목숨 하나는 지켜낼 수 있는 공법들인 건 맞는데. 하지만 이건 전부 실전된 것들인데…….’
이어서 백리칠이 서른여덟 번째 공법을 펼치기 시작한 순간.
청유는 결단을 내렸다.
다음에 진양이 돌아오면 용귀왕에게 말해 일단 팔이나 다리 한쪽부터 부러뜨리고 시작하기로 말이다.
“내 말 안 들려? 어떻게 하면 좋겠냐니깐.”
용귀왕이 다시 한번 물었다.
“누가 왔는지는 알고 있고?”
청유는 계속해서 백리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응. 전뇌라고 하더군.”
“아, 전뇌라. 상당히 잔혹한 냉혈한으로 알려져 있는 자로군. 대황에서도 그 정도면 사도 수도사에 속할 정도지. 그럼 바다뱀을 보내서 놈을 처치하라고 하면 그만이잖아.”
“응?”
다소 의외의 대답에 용귀왕이 청유를 쳐다보았다.
“그냥 죽이라고? 분명 진양을 쫓아온 녀석들일 텐데?”
“그가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는 보장은? 백리칠이 이곳에 있는 걸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는 보장은?”
청유가 날카롭게 용귀왕을 쏘아보며 물었다.
“그건…….”
용귀왕은 목을 움츠렸다.
전부 함부로 확정 지을 수 없는 것들이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정천사와는 적대적인 관계다.
설령 상대가 하늘에 걸고 맹세를 한다고 해도 믿을 순 없다.
만일이라는 말에 도박을 할 순 없었다.
설령 전뇌가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이 온 것이 우연의 일치라도 감히 그것이 오해라고 믿을 수는 없었다.
“멍하니 서서 뭐 해? 내가 갈까?”
청유가 다시 한번 용귀왕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알겠네. 가면 되잖아…….”
용귀왕은 청유의 성질머리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 밖으로 나온 용귀왕은 곧장 바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선미에 닻처럼 달려 있는 바다뱀에게 다가갔다.
황금색이 둘러져 있는 검은색 바다뱀이었다.
“대영 신조 정천사에서 사람이 오고 있다. 전뇌라는 자다. 가서 놈들을 죽여라. 절대로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선 안 돼.”
바다뱀은 그제서야 눈을 뜨며 용귀왕을 바라보았다.
“제가 가면 그들에게 발각되는 것 아닙니까?”
“멍청하긴. 여긴 백랑해라고. 바다 생물이 넘치고 넘치는 곳이잖아. 놈들이 네가 백랑해에 사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겠나? 지금 이 모습으로 가도록 해.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곧장 삼켜버리라고.”
“뭐……. 알겠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바다 생물이 아니면 해족이다.
백랑해에는 바다 괴수들이 상당히 많다.
머리를 숨기고 위장하면 그만이다.
바다뱀은 몸을 꿈틀거리며 어디론가로 헤엄쳐갔다.
그는 용귀왕이 얘기한 대로 백랑해에 있는 머리 없는 괴수 중 하나로 위장했다.
그리고 가는 길에 괴수 몇 마리를 죽이며 그들의 기운을 몸에 배어들게 만들었다.
그의 음침하고 날카로운 뱀 머리는 굳이 위장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가르쳐 길을 따라 그는 정천사 사람들이 있는 곳 부근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용히 삼 일 동안 뒤를 쫓아다녔다.
그들의 다음 목적지를 확인한 뒤 시선을 돌리려 했으나 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두 눈을 뜬 채 지켜보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기로 했다.
사흘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비주가 나타났다.
이들이 백랑해에 들어온 지도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꽤 크게 데였는지 이제는 얌전히 평온한 바다만 골라서 나아가고 있었다.
전뇌는 여전히 선수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바다뱀은 멀리서 배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백랑해에서 겁대가리 없이 선수에 서 있다니.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건가?’
비주가 점점 가까워지자 바다뱀은 입을 크게 벌리며 삼켰던 괴수를 토해냈다.
몸이 꿈틀거리며 순간 해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입에는 거대한 두 개의 송곳니가 드러났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전뇌가 이상한 낌새를 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바다뱀의 거대한 송곳니가 가볍게 그의 방어를 뚫어버렸고, 목을 찌른 송곳니를 따라 독이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합!”
전뇌는 기합과 함께 바다뱀을 날려버렸다.
이어서 반격을 하려는 순간.
몸이 휘청거렸다.
짙은 푸른색의 액체가 그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두 눈 뜬 채 멀리 날아간 바다뱀이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전뇌의 부하들이 뒤늦게 달려왔다.
그러나 파랗다 못해 까맣게 변해버린 전뇌의 모습을 보곤 그대로 굳어버렸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 중 최강자인 전뇌가 이렇게 쉽게 당해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순간 혼란이 찾아왔다.
부하들은 재빨리 그를 안으로 데려가 해독 치료를 시작했다.
그나마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목숨은 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당장 빼낼 수 있는 독이 아니었다.
일단은 단약을 사용하여 전뇌 스스로 버텨내도록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
한편 상황을 파악하러 나갔던 자들도 돌아왔다.
“대인, 방금 전까지 두 마리의 괴수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바다뱀처럼 생긴 녀석이 이긴 모양인데, 전투를 마치고 이제 막 식사를 하려던 참에 저희가 지나가는 바람에 크게 놀라…….”
새까맣게 변한 전뇌는 말할 힘도 없는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더 이상 들을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이걸 누굴 탓하겠는가?
사전에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 정탐꾼들의 탓이 아니었다.
심지어 전뇌 자신조차도 바다 괴수가 코앞까지 다가오고서야 눈치를 챘으니 말이다.
그때, 또 다른 정탐꾼이 돌아왔다.
그는 새까맣게 변해버린 채 무표정을 하고 있는 전뇌의 얼굴을 보며 우물쭈물 말을 못 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냐?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얘기하거라!”
곁에 있던 한 외후가 호통쳤다.
“대인, 목씨 가문 잔당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뭐? 그게 어디냐?”
“그게……. 백랑해 북쪽, 백랑해 밖입니다.”
순간 전뇌의 기운이 심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그동안 참고 있던 피가 목구멍을 타고 왈칵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그의 안색은 더욱 어둡게 변했다.
뱀독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온갖 개고생을 하며 백랑해를 다 돌아다녔고 결국엔 이 꼴이 났는데.
목씨 가문 잔당의 흔적이 백랑해 밖에서 발견되다니.
그렇다면 아예 백랑해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뜻 아닌가?
전뇌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눌러 참으며 힘겹게 한 마디를 뱉었다.
“쫓아라!”
* * *
백랑해 북쪽.
어느 섬을 빠져나와 비주로 돌아온 진양은 갑판에 대자로 누워 무료한 듯 중얼거렸다.
“재미없는 녀석들. 왜 아직까지 못 쫓아오는 거야? 일부러 흔적까지 남겨줬는데 말이야. 전뇌라고 했나? 아무리 봐도 한안명보다 못한 수준인 거 같은데 말이야.
한안명이었으면 벌써 쫓아와서 술 한 잔 마시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말이야.
녀석들이랑 한 판 제대로 붙지 않는다면 뱀 징표 녀석도 나타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진양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따라오라고 흔적까지 남겨놨는데도 못 쫓아온다면 진양도 어쩔 수가 없다.
아무래도 놈들을 너무 과대평가를 한 듯했다.
한안명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는데 실제로 까보니 한안명의 발끝도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진양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건 시간이 남아돌아 그사이에 정보를 수집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러 이곳에 막 도착한 척하며 속도를 늦추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어느 섬에 모습을 드러내며 물건까지 사는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나서야 동쪽으로 향했다.
동해와 백랑해가 만나는 해역에서 해저 산봉우리를 만났다.
산봉우리는 해수면에서 대략 삼백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진양은 얼마 전에 배운 목씨 가문의 진법을 수련하며 실전 연습을 할 겸 이곳에 진법을 설치해 보았다.
그렇게 빠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넉넉했다.
정천사 놈들이 꾸물거리는 걸 보아선 아마 이곳까지 쫓아오려면 며칠은 더 걸릴 듯했다.
그렇게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
진양은 벌써 네 번째로 진법을 뜯어고치고 있었다.
해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주변 수십 리를 전부 진법 범위로 뒤덮고 있었다.
그때, 한 척의 흑옥 비주가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진양은 비주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기다리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비주가 진법이 깔려 있는 상공으로 들어서는 순간 진양은 곧바로 진법을 작동시켰다.
파도가 하늘까지 솟구쳐오르며 거대한 수막이 형성되었다.
수막은 사방을 가로막았고, 공중에서 만나 위로 도망칠 곳까지 막아버렸다.
무려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수중진이 만들어진 것이다.
흑옥 비주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빛에 휩싸이며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어차피 물에 불과하니 그냥 강행 돌파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안 돼! 어서 멈춰!”
진법을 알아본 누군가 다급히 외쳤다.
흑옥 비주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어느새 뒤쪽에도 엄청난 양의 물들이 들어차 있었다.
수막은 보이지 않았다.
수막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진짜로 진법 안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었다.
반대로 수막 안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진법 안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방이 수막에 의해 막힌 걸 보고 진법에 갇혔다고 생각하여 강행 돌파를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진법 안으로 발을 들이는 행위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밖에서 보기엔 하늘로 솟구쳐올랐던 파도가 다시 바다로 내려앉으며 해수면은 평온을 되찾았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해수면 아래에 진법이 이미 작동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양은 진법을 직접 조종했다.
바닷속으로 떨어진 흑옥 비주는 빠른 물살에 의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무슨 수를 써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진법 내 상하좌우로 전부 바닷물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었다.
진법이 변화를 일으키며 은색 물방울이 진법 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바닷속에 은색의 폭우가 내리는 듯했다.
빗방울은 흑옥 비주의 방어막을 향해 내리쳤고, 그때마다 묵직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일원중수다! 어서 진법을 파훼해야 해!”
흑옥 비주 내에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나왔다.
진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전부 몰려나와 진법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파훼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양은 이들에게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진법의 변화는 더욱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수많은 일원중수가 휘몰아치며 바닷물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그 자리를 은색의 바다가 채우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압에 의해 흑옥 비주의 방어막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