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 Instruction Manual RAW novel - Chapter (1726)
회귀자 사용설명서 1726화
중원무림빙의(131)
“지랄하지 마라!!! 이기영!!!”
‘아… 아니, 이 새끼 왜 이래?!’
“지랄하지 마라!!! 지… 지랄하지 마라! 이기영!!!”
‘뭐야? 시바. 갑자기. 아니 시바.’
“지랄하지 마라!!! 이기영! 젠장! 제기랄!!!”
‘이… 이 새끼 왜 이래? 진짜?! 아니, 너 진짜 왜 그러세요?’
“지… 미… 미친… 미친!!!”
‘뭔데 이렇게 발작하는 거야?’
너무나도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던지라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간 녀석이 흥분한 모습을 본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발작하는 모습은 이쪽도 익숙지 않다.
심지어 모습도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던지라 더욱더 이상한 그림이 연출되고 있었다. 단순히 떼를 쓰고 있는 모습이라면 그나마 귀여워 보였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말란 말이다!!! 제길… 제기랄! 콜록! 콜록!!!”
마치 행동교정이 필요한 금쪽이 같은 느낌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솔직히 조금 크리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심지어는….
“으… 으아아아아!”
라는 소리와 함께 책장 위에 올려져 있는 서책들을 무너뜨리고 있는 중, 거의 난동을 부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시… 시바! 뭐 해요?! 뭐 하는 거예요!”
“웃…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라!!! 이기영!!!”
“아니, 이 양반이 갑자기 왜 이래? 돌았어요?!”
“제… 제길!”
“미친! 진짜 돌은 거 아니에요?!”
“꺼져라!! 젠장!! 애초에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아니, 12차원에는 네가 온다면서요! 뭔 시바 원하는 게 있어서 온 양반이! 지금에 와서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돼요? 아니, 왜 이러는지나 좀 알자고요. 뭐에 이렇게 흥분한 거예요?! 27번 회귀한 거예요? 뭐냐고 대체!!”
“지랄하지 마라! 이기영!!!”
‘이 새끼… 완전히 이성을 잃었자너….’
아니, 완전히 이성을 잃은 건 아닌가. 혹시나 자신의 목소리가 새어 나갈 것을 인지는 하고 있는 것인지, 내공으로 방음 부스를 설치하기는 했으니 일말의 이성은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그렇지 않다. 광기에 몸을 담기 몇 초 전처럼 보인다. 심지어는 비틀비틀거리고 있다. 아예 본격적으로 방 안의 있는 물건을 개 박살 내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이 양반이! 미쳤나! 진짜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이게 시바 뭐 하는 짓이야?!”
“그 손 치워라! 제기랄!”
그 와중에 또 힘 조절을 하고 있기는 한 것이 신기한 부분. 손목이나 어깨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는데, 그저 이쪽의 손을 쳐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여전히 진 군사의 폭주 아닌 폭주를 막을 수가 없다. 점점 더 커지는 언성, 무언가 내가 놈의 트리거를 건드린 것일까.
정말로 27회차나 회귀했다는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자기 자신이 27번이나 이곳에서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미친 짓에는 미친 짓으로 응수하는 것이 원래 보통의 이기영이었지만….
‘아니야.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야.’
아무래도 일단은 놈을 달래는 선택지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군, 군사님… 아니, 그러지 말고 차분히 대화를….”
“으아아아아아아!!!”
“아니, 군사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알아야… 제가 무슨….”
쾅! 쾅! 쾅! 쾅! 쾅!
“으아아아아아!!!”
“저… 군사님? 잠깐 이리 와서 앉아보세요. 그렇게 떼쓰지 마시고… 아니…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자고요. 우리 이렇게 소리 지르고 난동 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쾅! 쾅! 쾅! 쾅! 쾅! 쾅!
“제기랄!! 제길!!!”
‘아니 시바 진짜.’
“난 가겠다!”
‘아니 무슨 개소리야 이게?’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는 시점.
“난… 난 돌아가겠다! 이기영! 더 이상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내 알 바가 아니니 너 혼자서 처리하도록!!! 젠장!!!”
막장스러운 꼬마 군사의 행보에 결국, 이쪽도 똑같이 미친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을 똑바로 쳐다본 이후에는 크게 소리를 내지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시바! 진짜! 저 화나게 하지 말라고 했죠!!! 시바! 르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르르르!!! 으르르르르르!!! 왈! 왈!!! 왈왈왈!!!”
곧바로 개 짖는 소리를 내지르며 사방팔방에 뿌려진 서책들을 찢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아!!! 내가 배려해 줬자나요!!! 시바! 내가!! 내가 배려해 줘서!!! 암것도 안 했잖아!!!”
“…….”
“내가 군사님 시바 쪽팔리지 말라고 시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뭐냐고! 시바!!! 왜 사람을 짖게 만들어?! 왜 사람을 짖게 만드냐고! 왜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 거냐고!!! 시바! 저도 사람이에요! 사람!!!”
“…….”
“왜 그러는지는 말을 해야 할 거 아니냐고!!!”
“…….”
“시바!!! 사랑한다면서!!! 시바!!! 사랑한다며!!!! 사랑한다며어어어어어!!!”
“…….”
“시바!! 내가 목욕도 시켜주고!!! 어?! 뽀뽀도 해주고!!! 품에 꼭 껴안고 잠도 재워졌는데!!! 군사님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이것저것 다 해줬는데! 시바!!! 그 은혜를 이렇게 갚아?! 언제는 시바!!! 시바앗!!!”
“…….”
“가고 싶으면! 꺼져!!! 시바!!! 꺼지라고!!! 이 배은망덕한 양반이! 시바 내가! 그냥 묻어 두려고!!! 시바!!! 그 어색한 연기까지 참아가면서 모르는 척해줬는데! 기억 상실증은 개뿔!!!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시바!!! 뭐 뇌가 이상해지긴! 다 때려치워요! 그냥 시바!! 다 때려치워!!!”
“…….”
그다음에는 책장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한다. 물론 무위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지금 이기영이 얼마나 흥분했는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서책을 활짝 편 이후에 갈기갈기 찢으며 공중으로 흩날려 버리기, 고이 놓여 있던 붓을 문으로 집어 던지기, 다시 한번 개 짖는 소리내기까지. 이성을 잃은 것처럼 소리 지르며 본격적으로 발광하기 시작한다.
당연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미친놈 총량의 법칙을 기억하고 있는 녀석이 기어코 패배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이성을 잃고 발악하더라도 진짜 미친놈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것일까.
이기영 앞에서 미친놈 행세를 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본인을 배려해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녀석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심지어는 기어가는 목소리다.
“그… 그건 내가 아니었다. 분명히 진청영의….”
“아니긴 시바!!! 아니긴!!! 목비녀 깎은 거 못 봤어!? 시바!! 진청영 원본이 모용화연 원본한테 비녀 선물해 준 적이 있다고?!”
“…….”
“너 모련이 죽는 거 보고 질질 짰자나!!!”
“웃… 웃기지 마라… 우웃… 웃기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바 득음하겠다.’
천상신음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 무슨 표현이 더 필요할까.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뭔가 깨달음이 느껴진다. 무언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래, 이게 무림인들이 습관처럼 중얼거리는 깨달음이라는 것일까. 상단전을 이용해 소리를 내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는 꼬마 군사가 시야에 비치기 시작, 무언가 반박할 거리를 찾고 있었지만 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진입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처럼 보였다. 방금 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물구나무서기라도 하면서 소리를 질러야 할 터, 하지만 이미 이성이 돌아오고 있는 진 군사가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리 만무.
오히려 물구나무서기는 이쪽이 시도한다. 물론 팔에 힘이 빠져 넘어진 이후 데굴데굴 구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본격적으로 땅바닥을 굴러다니며 바둥바둥거리기까지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진… 진정해라… 이기영.”
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애가 어른을 달래고 있는 초유의 사태였지만 부끄럽지도 않고 수치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이게 당연한 포지션처럼 느껴진다.
“진정하게 생겼어?!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너만 믿으라며 시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라도 좋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시바!!!”
“그, 그건….”
“지금에 와서 집에 간다고 하는 양반을 어떻게 믿어!?”
“…….”
“그냥 다 때려치워요! 시바! 다 때려치우자고요!!!”
“…….”
“집에 가! 집에 가라고!!!”
“…….”
“아니! 집에 가지 마!!! 가지 마!!!! 집에 가지 마!!!”
“…….”
“사과해! 사과하라고요!!!”
“…….”
“당장 사과해엣!!!!!!!!!”
“…….”
“…….”
“…….”
“내가… 실언은 한 것 같군….”
“…….”
“정식으로… 사과하지.”
“…….”
‘시바. 어딜!’
“…….”
‘후우… 어딜 감히! 시바!’
“…….”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시바!’
“후우… 후욱… 하아… 후우…. 히끅… 후우….”
“…….”
“후우… 하아… 하아… 그 사과… 받아들이도록 하겠어요.”
“…….”
“…….”
“…….”
“…….”
“차라도… 드실래요?”
“그렇게…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군사님 오실 줄 알고 좋아하실 만한 차를 준비해 놨었거든요. 이 가문이 조금 유복하더라고요. 사마세가 알죠? 사마세가? 무려 사마세가라니까요?! 전통 있는 가문이에요. 저 원래 전통 있는 거 좋아하잖아요. 모용도 모용이지만 사마세가라고 하니까 진짜 마음에 들기는 하더라고요. 이 몸도 약하기는 한데 내공은 많아서 좋아요.”
“…….”
“아니, 근데 왜 그렇게 갑자기 화가 나셨던 거예요? 27번이나 회귀했다는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어요?”
“그… 그건….”
“뭐. 충격적이었던 것도 이해는 해요. 저도 충격적이었으니까. 심지어 군사님 본인이 연루되어 있다는 가능성을 떠올리면 여간 충격적인 게 아니겠죠. 무려 27번 동안 이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차는 좀 어때요?”
“괜찮군.”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왜 그렇게 미친 것마냥 행동한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되는데….”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니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사님이 그랬다는 거에서 영 신뢰가 안 가는데… 갑자기 떠오른 기억이나… 꿈 이야기할 때부터 갑자기 그러지 않았어요?”
“…….”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진짜 뭐, 이상한 꿈이라도 꿨어요?”
“푸훕!!!!”
놈이 찻물을 내뿜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니. 시바… 진짜 이 새끼… 왜 이래?’
심지어 손수건으로 지 입가를 닦은 이후에 중얼거린다.
“어처구니없군.”
저 손수건마저 모련이 준 손수건이란 건 알고 있을까.
“쓸데없는 말에 허비할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어차피… 꿈이니 기억이니 하는 이야기들도 전부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테니….”
“아니. 정말로 군사님이 봤다면 영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
“그만.”
“…….”
“이 이상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지금은 이전 회차에 대한 이야기보다 현 회차에 대한 이야기와 네 상태, 앞으로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그럴듯하게 들려오는 발언.
“왜 의미가 없어….”
“그만.”
뭔지 모를 박력이 느껴졌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