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26
726화 골치 아프게 됐군
황영은 진양이 죽은 걸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니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이위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환심면구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해 주었다는 사실 역시도 크게 기뻤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진양의 막강한 실력을 가진 첩신호위가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이위의 신분을 들키지 않고 구출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가 이곳에서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는 앞으로도 이용 가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때, 어느덧 진양의 머리와 몸통의 수습을 마친 묵양은 지체할 것 없이 곧장 강력한 살기를 내뿜으며 이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광-!
황영은 재빨리 묵양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앞을 가로막았다.
“어서 가!”
황영은 다급히 소리치며 저항을 포기한 채 멍하게 서 있는 이위를 다그쳤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황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영은 한층 더 다급해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가라니깐! 녀석은 어차피 내 발목을 잡지 못한다!”
이위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이위가 떠나기 전, 묵양의 귓가에 진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죽이진 마. 대신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마지막엔 도망갈 수 있게 틈을 줘.’
진양의 말에 그동안 심심해서 몸이 근질거렸던 묵양은 잔뜩 신이 났다.
법상 강자를 상대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온몸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흐흐, 아주 잘 됐군. 마침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말이야. 놈의 발목을 붙잡아달라고 했지? 그거야 어렵지 않지.’
두 사람은 곧장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황영은 어떻게든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도무지 묵양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곳은 이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전투를 벌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고 사람들이 몰려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묵양이 점점 더 압박의 수위를 높여오고 있었기 때문에 황영도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 다경 즘 지났을 무렵.
가장 먼저 한 고수가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기 무섭게 거대한 검은 손에 허공을 빠져나오며 묵양의 가슴을 강타했다.
상당히 강력한 힘이 실려있었기 때문에 묵양은 빛이 되어 순식간에 수십 리 밖까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묵양을 강타한 손은 곧장 황영의 팔을 붙잡고 허공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잠시 뒤.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위흥조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제희가 습격을 받았다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러나 진양이 습격을 받은 건 진짜였다.
때문에 이도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었다.
이도 부근에서 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정천사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때문에, 이 소식은 곧바로 위흥조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싸움이 벌어진 곳이 진양의 저택 근처라는 말에 위흥조는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얼마 전 황 장군이 이유 없이 진양을 암살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당시의 일로 정천사는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진이 완전히 다 빠져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사건이 대략적으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에도 고수가 일방적으로 자신보다 실력이 약한 상대를 죽이러 오다니.
보통 이 정도 수준에 오른 강자가 자신보다 한참 아래인 사람 하나 죽이겠다고 집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어쨌든 위흥조는 보고를 받은 직후 곧장 진양의 저택으로 향했다.
저택과 가까워지자 대충 어떤 이들이 싸움을 벌이는지 멀리서 흘러오는 기운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한쪽은 진양의 첩신호위였다.
그는 사도는 아니었지만, 좌도인 기관 인형술에 능통한 자다.
정천사에서도 그의 과거나 배경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으나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딱히 사고를 치진 않았기에 정천사에서도 그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진양의 첩신호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건 황씨 가문의 사람이 분명했다.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황씨 가문의 어느 강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두 사람의 싸움이 교착상태에 이르렀다는 걸 느끼곤 일단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말려봤자 말릴 수도 없을 것이고, 때가 되고 사람들이 몰려오면 알아서 멈출 것이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황씨 가문의 어느 강자라는 건 비단 위흥조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금세 눈치챘다.
이건 사적인 은원에 의해 벌어진 싸움이다.
게다가 현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은 대영의 삼대 가문 중 한 가문의 사람이다.
이건 웬만한 사람이 감히 함부로 끼어들 수 없는 싸움이다.
기껏해야 대제희가 아끼는 젊은이에 불과한 진양 한 사람 구하자고 신조의 삼대 가문 중 한 사람에게 밉보일 순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누구도 특별한 사유나 명령 없이는 싸움에 간섭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분명 이도가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일 다경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모두들 적당한 곳에 숨어 싸움이나 구경할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위흥조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빠르게 파공을 가르며 전투 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상황이 어딘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이건 단순히 개인 사이에 맺힌 은원으로 인한 싸움이다.
아무리 위흥조라고 해도 이런 싸움은 기껏해야 가서 말리는 게 전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싸움을 말리러 가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찌 된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할 틈도 없었다.
멀리서 강력한 기운이 터져 나오며 허공에 물결이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막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달려갔던 위흥조가 다시 왔던 길로 빠르게 돌아왔다.
위흥조는 허공으로 빠르게 올라가 사방을 살폈다.
그의 눈에서는 싸늘한 빛이 흘러나와 주위를 휩쓸었다.
그는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전부 노려보았다.
아마도 신분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뒤늦게 정천사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위흥조는 굳은 얼굴로 일갈했다.
“샅샅이 뒤져라! 그 어떠한 수단을 쓰던 상관 없다!”
위흥조의 일갈에 정천사 사람들은 표정은 곧장 한층 더 엄숙해졌다.
모두가 흩어지고 난 뒤.
홀로 남은 일품 외후는 조심스럽게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골동품에 가까운 은거울 하나를 꺼내 위흥조에게 건넸다.
이것은 정천사의 회소(回溯) 은거울의 모경(母鏡)으로, 신조 내에 존재하는 같은 능력을 가진 법보들 중에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진 법보다.
현재 정천사에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는 은거울은 전부 이 모경을 따라 만들어진 모방품들이었다.
오늘따라 위흥조가 다소 과할 정도로 흥분한 게 아닌지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위흥조가 은거울을 꺼내든 모습에 모두들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함부로 은거울을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정천사에서 모경을 꺼내 드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모경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반적인 은거울보다 곱절이나 되는 수명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두 사람씩 붙도록 하고, 수명의 절반을 사용하면 다음 사람으로 교대하도록 한다.”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젊은 수도사가 먼저 나섰다.
이런 일에 가장 먼저 나서면 큰 공로를 인정해 준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수명도 추후에 정천사에서 나오는 보상을 이용해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다.
두 젊은 수도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거울을 작동시켰다.
이어서 거울 속에 보이는 장면들이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장면은 이위가 나타날 때가 되어서야 멈춰 섰고, 거울 속 시간은 다시 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뚜렷한 장면 이외에 소리, 기운의 변화, 심지어 영기의 파동까지도 전부 생생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흥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장면에 집중했다.
거울 속에는 이위가 진양을 저택 밖으로 유인해내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첩신호위가 저택을 봉쇄하는 사이 진양을 습격하는 장면,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이위가 호리병같이 생긴 무기로 진양의 목을 베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여기까지 본 위흥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참노비도!”
정천사에서는 목씨 가문의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백랑해로 사람들을 보냈었다.
그러나 잔당을 붙잡기는커녕 오히려 전멸을 당하고 말았다.
유일하게 일품 외후 한 사람만이 간신히 살아 돌아오긴 했으나 심각한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런데, 백랑해에서 놓친 자가 바로 코앞까지 찾아올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이도 바로 앞까지 와서 진양을 암살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로써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 한 책임은 위흥조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그때, 은거울 속의 장면이 바뀌었다.
진양이 살해당한 뒤 그의 첩신호위가 곧바로 나서서 목씨 가문의 잔당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순식간에 황씨 가문의 강자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두 사람의 전투가 이어지는 사이 목씨 가문의 잔당은 자리를 빠져나갔다.
어서 떠나라고 소리치는 황씨 가문의 강자의 모습에서 위흥조의 눈빛이 반짝였다.
황씨 가문의 강자가 나타난 시기가 너무나도 절묘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어서 떠나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서로 구면인 듯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외모를 철저히 감추고 있었고 목소리까지도 기괴하게 왜곡되어있었다.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나마 진양의 첩신호위가 그의 발목을 붙잡아두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 버렸다면 그가 황씨 가문의 강자라는 사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허공에서 소리 없이 거대한 손이 나타나 진양의 첩신호위를 날려버리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위흥조가 다급하게 현장으로 달려간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이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오직 전조의 법전인 허공진경(虛空眞經)을 익힌 사람뿐이다.
전조 증상이나 기운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묵양은 그대로 상대의 일격에 당하고 말았다.
단 일격에 묵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곳까지 날아가 버렸고,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아 생사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위흥조를 긴장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허공진경은 대영이 전조를 멸망시킬 때 함께 파괴해버린 경전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것을 익힌 사람들까지 전부 숙청시켜버렸다.
즉, 전승의 여지까지도 전부 제거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허공진경 능력자가 나타나다니.
눈여겨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조 대제의 법신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는 이상 결코 가볍게 여기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