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28
728화 과감히 검을 뽑아 들다
진양은 조용히 집 안에 머물렀다.
이위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황영이 의심할 수도 있었으나 걱정할 건 없었다.
어차피 모습을 바꾸면 기운부터 영혼의 파동, 진원의 파동까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황영은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시기다.
이위 따위를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덮으려 한다고 해도 이미 틈이 생겨버린 이상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다.
게다가 이번 일로 진양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진양은 묵양에게 황영과 적당히 놀아주다가 일부러 풀어주라고 말했었다.
절대로 진양의 저택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은 황영의 정체를 밝혀내는 게 전부였는데 뜻밖에 황영의 뒤에 있던 다른 사람이 참지 못하고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듣자 하니 사실을 알게 된 위흥조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그를 쫓아갔다고 한다.
개입한 사람은 전조의 잔당이 도망가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그런 일을 벌였을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끼어든 그 사람이 뱀 문양 남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냄새를 맡은 정천사가 이대로 조용히 물러설 리는 없을 테니까.
그는 목씨 가문의 후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거물이다.
‘역시, 외부의 적보단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단 말이지.’
이미 이위의 신분으로 길은 파뒀으니 계속해서 놈들을 괴롭혀주면 된다.
정 안 되면 이전처럼 신분을 날려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날리게 된다면 크게 한 방 더 먹여주면 된다.
이 정도면 정천사에게 대놓고 모든 정보를 갖다 바쳐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래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위흥조가 무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 * *
영제를 만나고 난 뒤 위흥조는 한층 더 바빠졌다.
영제는 조사가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높은 권한을 부여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양은 영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하게 꿰고 있었다.
아무리 신조 내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해도 지금까지 쌓아온 신조의 힘과 기반을 생각해 본다면 당분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초조의 목씨 가문의 후손이 나타나도 상관없다.
겨우 목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놈들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설령 거사를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겐 큰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일념의 바다가 안정되고 본체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본체만 돌아온다면 그 어떠한 혼란도 순식간에 제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영제가 가장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건 전조다.
전조 대제의 법신이 아직 남아있다는 건 곧 전조 대제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는 곧 법신밖에 남지 않은 영제와 대영 신조에게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힘을 언제든 모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씨 가문의 잔당과 황씨 가문의 사람, 거기에 허공진경을 연마한 강자까지.
이러한 점 하나만으로도 모습을 감춘 전조 제군의 법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최근에 벌어졌던 일련의 일들도 전조 제군이 상황을 간 보기 위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영제와 위흥조 두 사람 모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 이러한 가정을 두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추측이 사실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나도 뻔하다.
영제가 빈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라는 걸 전조의 제군 법신이 알게 된다면 그는 결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제는 충견 정천사를 풀어 낱낱이 조사하도록 했다.
위흥조는 부하들을 이끌고 가장 먼저 황씨 가문의 영지로 향했다.
그는 영제에게 직접 하사받은 칙서와 천자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황씨 가문의 모든 강자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았다.
폐관 중인 강자들조차도 도궁 이상의 경지를 가졌으면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정천사의 모경까지 동원하여 이들을 한 사람씩 친히 조사했다.
황씨 가문의 현임 가주는 이에 상당한 불만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영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대윤 신조와 관련된 것들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대윤 신조와 관련되어있다면 영제는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헌국공 때도 그랬고, 전임 형부 상서 때도 그랬고, 신전후 때도 그랬다.
사건의 여파가 미처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황씨 가문의 강자가 직접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실 정천사 사람들이 황씨 가문까지 들이닥치는 일은 이미 예견되어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위흥조가 칙서와 천자검까지 들고 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그 누구든 순순히 명에 따르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즉결처분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천자검을 들고 있다는 건 곧 영제가 친히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는 뜻이다.
천자검은 신조 법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법보로, 신조의 힘을 사용하여 폭발적인 위력을 뿜어낼 수 있는 물건이다.
영제가 옥새와 천자검을 들고 나선다면 천하에 그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황씨 가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박정하고 의리가 없는 인간이로구나.’
황씨 가문은 수만 년 전부터 대영 신조를 위해 힘을 써왔다.
오늘날 대영 신조가 광활한 영토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전부 황씨 가문의 사람들이 피를 흘려준 덕분이다.
그런데, 겨우 작은 혐의점 하나 때문에 신조에 충성을 다해오던 황씨 가문에게 이토록 큰 치욕을 주다니.
하지만 가주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조용히 위흥조에게 협조하고, 분노에 치를 떠는 가족들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황씨 가문 내의 강자들은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치욕스럽게도 그들의 사생활까지도 모두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저 두 주먹 꽉 쥔 채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천자검에선 이따금 한 번씩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였다간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이 천자검에 의해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과거 온씨 가문과 같은 결말을 맞고 싶은 게 아니라면 순순히 협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폐관 동굴이 모두 열리기 시작했고, 위흥조와 정천사 사람들은 곧장 황영이 폐관 중인 장소까지 왔다.
누군가 막아서려 했으나 황씨 가문의 사람들이 먼저 나서서 그들을 끌어냈다.
엄청난 치욕이라고 생각하며 손을 쓰려는 자도 있었으나 손을 쓰기도 전에 곧바로 제압당했다.
한시라도 황씨 가문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황씨 가주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불손한 행동을 한다면 일은 곧바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러다 위흥조가 천자검을 들고 날뛰기라도 한다면 황씨 가문은 그 길로 끝장이다.
황영이 폐관 중인 동굴이 강제로 열렸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심지어 남아있던 사람의 기운조차 깨끗하게 지워지고 없었다.
누가 봐도 한동안 아무도 이용하지 않던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황씨 가주는 고통스러운 듯 눈을 감아버렸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얼마 전 벌어졌던 사건에서 손을 쓴 것이 황씨 가문의 직계 인물 중 한 사람일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명 공법은 직계가 아니고서야 배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오래전에 가문을 떠나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제자 중 한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건의 주범은 오랜 시간 황씨 가문에 머물던 황영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만 해도 모든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황영은 가주와 마찬가지로 영제가 과감하게 천자검을 꺼내 들 줄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 게 분명했다.
* * *
같은 날.
이 소식은 진양의 귀에도 들어왔다.
물론 이 외에도 외부에는 각종 유언비어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진양은 영제가 이토록 과감하게 검을 뽑아들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영제의 수는 아무 문제가 없는 수였다.
만약 황씨 가문이 정말로 전조와 거사를 도모할 생각이었다면, 나중에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 수습하려고 하면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검을 뽑아 드는 게 맞다.
만약 이들이 정말로 거사를 도모했다는 일말의 흔적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자리에서 전부 쓸어버리면 된다.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황씨 가문과 모든 사람들에게 영제에게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가 될 테니까.
진양은 새로 입수된 정보지를 읽으며 끌끌 혀를 찼다.
누군가 일전에 황 장군이 진양을 죽이려고 했던 일을 들춰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양이 암살을 당하며 황영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고, 거기에 허공진경을 연마한 강자의 정체까지 드러나게 되었다.
황씨 가문의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가문 내에 주요 인물들은 전부 소환되어 치욕스러운 조사를 받았고,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고 지내던 강자들까지도 전부 불려 나오게 되었다.
심지어 한때 영제를 도와 천하를 평정하며 피를 흘렸던 노장까지도 정천사로 불려 나와 조사를 받게 되었다.
황씨 가문은 이로써 철저히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이쯤 되면 계획에도 없던 반란까지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그들은 꾹 참았다.
어떤 수모를 당하던 그저 순순히 따를 뿐이었다.
진양은 진심으로 황씨 가주가 존경스러웠다.
그의 인내심에 한 번 감탄했고, 복잡한 와중에 가문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에 두 번 감탄했다.
큰 위기가 닥쳐왔으나 다행히 황씨 가주 덕분에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니었다.
황씨 가문이 고개를 숙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위엄과 명성에도 큰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큰 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눈앞에 놓아진 체면, 명성, 위엄 따위에 집착해선 안 된다.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오래 가는 법.
황씨 가문은 이번 일로 체면이 땅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순순히 조사에 협조하며 다시 한번 영제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황씨 가문은 더 이상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
대영과 전조의 치열한 투쟁 사이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된 것이니 오히려 이득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만약 전씨 가주였다면 결코 이 정도 수준으로 가문 내를 다스릴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씨 대장로는 지금까지도 가문을 책임져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연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힘을 과시하지도 않는 황씨 가문이 지금껏 대영의 제일 가문으로 칭송받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