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30
730화 죽지 않았단 말인가?
초유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일부러 날 찾아온 겐가?”
해기정은 옛 정인의 소녀스러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목구멍까지 말이 차올랐으나 참았다.
괜히 말해봤자 또 얻어맞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할까.
그자의 저택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된다고 말할까?
아니면 그곳에 살고 있는 자가 우리 문파의 다음 세대의 전도인이라는 사실을 말할까?
아니면 그가 어쩌면 다음 세대의 문주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니 가지 말라는 말을 할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해기정은 과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최근 이곳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네. 자네까지 끌고 들어오고 싶지는 않아.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면 된 거지. 이제 와서 바위로 계란이라도 치겠다는 겐가? 굳이 목씨 가문과 초조를 위해 복수를 해야겠다는 겐가?”
“아니. 목씨 가문은 이미 할 만큼 했다네. 비록 초조는 멸망했지만 목씨 가문의 자랑스러운 아들은 이미 하늘을 떠받치고 서는 강한 대장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세월이 흐르며 목씨 가문의 혈맥은 이미 완전히 세월 속으로 사라져버렸지.
난 아주 어렵게 목씨 가문의 혈맥을 찾아냈다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대로 죽게 놔둘 순 없어. 오늘날 대영 신조는 천하를 호령하고 있지. 영제는 구름 높이 앉아 중생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누구도 그를 구름 위에서 끌어내릴 순 없다네. 그러니 난 그저 과거 가주의 염원에 따라 목씨 가문의 혈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면 그것으로 족하네.”
“그럼 저 젊은이를 데리고 여기까진 뭐하러 온 겐가?”
초유는 장하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만났던 목씨 혈맥을 이어받지 않은 목씨 가문의 후손에 대한 얘기도 해 주었다.
잠자코 얘기를 듣는 해기정의 얼굴은 점점 더 찌푸려져 갔다.
그는 진양이 참노비도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진양이 정말로 죽었다면 도문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장정의가 불사 신통력을 가진 묘지기의 후계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언자다.
과거 장정의가 진양의 신분을 사칭했다가 진양에게 걸려 맞아 죽었던 일에 대해선 당연히 알고 있다.
당시 그가 배반자가 놓은 덫에 걸렸을 때, 그를 구해준 건 바로 진양이었다.
때문에, 진양에 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관심 갖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양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대신 처리해 주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뒤따라다녀도 진양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도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건지에 대해서는 그 역시도 알아내지 못했다.
진양이 암살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장정의가 또다시 그의 사형에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풍파를 일으킨 사람은 십중팔구 진양일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만약 정말로 목씨 가문의 후손이 집 앞까지 찾아와 진양을 죽이려고 했다면, 그가 조용히 도망가도록 놔두었을까?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진양을 생각해 보면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러므로 세간을 뒤숭숭하게 만든 ‘목씨 가문의 후손’은 진양이 확실했다.
초유의 얘기를 듣고 보니 오행산의 계무도라는 자도 진양이 분명했다.
예전에는 전혀 생각조차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지금도 진양이 도대체 어떻게 오행산의 제자가 된 것이고, 산겸의 수제자가 된 것이고, 오행산 장문인의 친사제가 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 외에 진양이 얼마나 많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다녔는지는 오직 하늘만 알고 있을 것이다.
목씨 가문의 전승을 싹 쓸어간 게 진양이라는 사실과 장하와 얽혀있는 게 진양이라는 걸 알게 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현재의 신분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방법도 없었다.
“장하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가시게. 이곳의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게야. 그 아이가 찾는 사람이라면 기회가 되면 내가 데리고 가도록 하겠네. 현재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 전조의 사람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만약 그들이 자네를 발견하면 얽히고 싶지 않아도 얽힐 수밖에 없을 걸세.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는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게야.”
해기정은 다소 모호한 말을 했으나 초유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 말이 맞아. 절대 전조의 사람들에게 장하를 들켜선 안 돼.”
* * *
진양은 저택 내에서만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그가 예전에 구해주었던 무언자였고, 나머지 하나는 장하였다.
그리고 그가 석문 뒤에 남기고 온 그림 속의 여인이 해기정의 옛 정인이라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그리고 해기정이 목씨 가문의 후손이 진양이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도 알 턱이 없었다.
무언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다.
당시 그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경매에 팔려 나오기까지 한 것을 보며 그저 잔챙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어볼 생각은커녕 만나보지도 않았었다.
바깥에 일어나는 일은 더 이상 진양이 신경 쓸 일들이 아니었다.
진양은 그저 모두가 싸울 수 있도록 전장을 만들어주었을 뿐이고, 하는 김에 숨어있는 상대까지 끄집어낸 것뿐이다.
서로 박이 터지도록 싸우건 말건 그 이후는 진양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재 진양은 온 정신을 시괴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시괴가 깨어날 것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간 편안하게 누워있기만 해도 시괴가 알아서 침입자들을 처리해 줄 그날만을 기대했다.
현재 진양의 수하들은 전부 하나같이 시원치 않은 자들 뿐이었다.
온우백은 비록 일 처리는 깔끔하게 잘하지만,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한 실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게다가 금인 때문에 오랜 시간 발목이 묶여있었던 만큼 앞으로 강자가 될 희망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흑피는 용혈을 삼키고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는 진양의 수하들 중에서는 싸움 실력만 보면 가장 희망이 있는 수하였다.
한 번 배고픔에 눈이 돌아버리면 두세 경지 더 높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양이 십이마검을 펼친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한 번 폭주하면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
때문에, 평소에도 잘 먹여야만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불안정한 수하다.
묵양은 비록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의 머리는 썩 믿을 만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닐 것 같았기에 완전히 기대기도 힘들었다.
이 외에도 다른 수하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큰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진양은 곧 태어날 시괴에게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
장차 그를 큰일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괴인 만큼 실력에 대해서는 실망할 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지능적인 문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천천히 가르치면 된다.
적어도 묵양보다 멍청할 일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야될 건 시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다.
이곳은 그가 태어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그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문제였다.
* * *
진양이 한참 시괴에 대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같은 시각, 위흥조는 수하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대제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 가지 정보를 캐내는 것이 전부였다.
어딘가 이상했다.
북방 국경지대에 있을 때부터 이도로 돌아온 이후까지, 진양은 매번 대제희 대신 나서서 수많은 일들을 처리해 주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진양을 아끼고 중요시 여길 사람이다.
대제희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처럼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오히려 그녀가 난리를 피우는 게 정상이다.
“그럼 진양이 죽지 않았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위흥조가 물었다.
“가서 진양에게 사람을 보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도록 하거라.”
천자검까지 쥐고 있는 이상 못 할 일은 없다.
단순히 몇 마디 물어보는 게 전부다.
잡아 오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대제희의 체면은 충분히 고려해준 셈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위흥조가 보낸 자들이 진양의 저택에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 막아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왔다.
“대제희가?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전조와 관련된 일이거늘. 단순히 질문 몇 개 하겠다는 것이 전부인데 어찌하여 그녀가 막아선단 말인가?”
“그건…….”
수하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못 했다.
“뭘 꾸물대고 있는 것이냐? 그래서 그녀가 뭐라고 했단 말이냐?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두 얘기해 보거라.”
위흥조가 그를 꾸짖었다.
“대제희께서 보낸 사람들이 말하길 ‘진양은 이 사건의 피해자인데 대인께서는 도대체 무슨 연유로 진양을 추궁하시려는 겁니까? 살아있다는 걸 알았으니 끌어내 전조 사람을 대신하여 벌이라도 주시겠다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대인께서는 혹여나 진양을 전조와 연관 지으시려고 고의로 황영을 끌어들이시고, 또 허공진경을 사용한 자를 끌어들이신 게 아닙니까?’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됐다. 진양 쪽은 이만 신경 끄도록 하거라.”
위흥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수하를 향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전조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정체를 드러낼 리도 없고, 그들에게 추적할 여유를 허락할 리도 없다.
현재 전조의 사람들이 만약 진양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진양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
게다가 만약 이 얘기가 흘러나가 진양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된다면 그는 입이 세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진양은 특별히 만든 의자에 반쯤 누워 햇볕을 쬐며, 눈을 감은 채 백옥 신문에 깨달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한 번씩 눈을 뜨곤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최근 위흥조는 천자검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미친개처럼 날뛰고 있었다.
이 모든 건 영제가 힘을 실어준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쯤이면 분명 그도 진양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터.
어째서 진양을 불러들이지 않는 걸까?
지금이라면 진양을 잡아들여 추궁한다고 해도 이치에 어긋날 건 없다.
어떤 대답을 할지, 또 어떻게 위흥조를 상대할지, 어떻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을지 이미 모든 걸 생각해두었다.
심지어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상상하며 상황마다 어떤 대답을 할지도 모두 계산을 마쳤다.
그렇게 모든 상황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위흥조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온우백이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