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43
843화 도대체 왜?
같은 시각.
이도에서는 이 일로 인해 일어난 여파로 인한 경쟁이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괴산 제사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선행 준비 작업도 이미 착수에 들어갔다.
그러나 영제는 이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대리인 자리를 두고 조왕과 주왕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완전히 서로 척을 지고 수면 위에서도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조왕은 황실 보물창고에 백 개의 영맥을 반환했다.
이것은 그가 가진 전부다.
그러나 주왕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공격했다.
신조에 얼마나 많은 수의 영맥이 필요한 줄 알면서 이백 개 중에 겨우 백 개만 내놓았다며 집중적으로 그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왕은 무려 이백 개나 되는 영맥을 모두 내놓았다.
백 개는 직접 진양에게 빌려온 것이고, 나머지 백 개는 신조 내의 다른 사람이나 문파가 스스로 처리하기 곤란하여 자발적으로 주왕에게 가져온 것들이었다.
조왕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순간 가장 먼저 진양에게 백 개를 속여 가져간 사기꾼이 떠올랐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양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백 개를 가지고 간 자들이 분명했다.
주왕이 도대체 언제 그들에게 접근했단 말인가?
그들은 지금껏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중립파들이다.
황자의 쟁투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신조와 영제에게 충성을 다하며 움직이던 자들이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이미 열세에 처하고 말았다.
주왕을 영제의 대리인으로 괴산 제사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뒤집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원래부터 주왕을 지지하던 자도 있었으나, 중립파의 인물도 다수 섞여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온 조왕은 서재 안에 틀어박혀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도무지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사람들 앞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표정은 어두웠으며, 눈빛은 극북의 한기보다 더 싸늘했다.
이대로 패배해선 안 된다.
패배하게 되면 모든 게 끝장이 난다.
괴산 제사는 본래 대제가 나서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현재 본존도 나타나지 않고 있고, 법신도 갈 의향이 없는 듯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임을 받는 사람 중 한 사람이 가게 된다.
영제가 누굴 보낼지는 너무나도 뻔하다.
태자.
지금으로선 태자 외엔 아무도 없다.
적어도 모든 이들이 보기엔 그랬다.
영제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늑장을 부리며 대리인을 선택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대리인이 정해진다면 그건 곧 새로운 황태자가 누가 될지 선포되는 것과 다름없다.
조왕은 점점 더 궁지에 몰렸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틈을 파고들어 공략하려고 해도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주왕은 너무나도 안정적으로 자신을 방어해왔다.
최대한 나서지 않으며 조용히 상황을 살폈던 것이었다.
비록 혁혁한 공을 세운 건 아니었으나, 일말의 틈조차 만들지 않았던 것.
영제의 입장에선 공을 세우는 것보다 조용히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는 태자가 훨씬 더 마음에 드는 법이다.
이러한 영제의 입장은 이미 무의식 중에도 여러 번 튀어나왔으며, 주위의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누가 봐도 주왕의 처리가 훨씬 더 깔끔하고 안정적이었다.
때문에 조왕보다 더욱 많은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대제가 누구를 대리인으로 선택할지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뭐? 주왕한테 줬다고?”
소식을 들은 진양은 크게 놀랐다.
지금까지 명단에 있던 자들 중 영맥을 받아 간 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져간 영맥을 전조 세력에 넘기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자신들이 직접 쓰기에도 부담되니 말이다.
그런데, 그걸 전부 주왕에게 넘겼다니.
한동안 잠잠하게 있던 주왕이 때가 되자 강력한 한 방으로 일어난 것이다.
괴산 제사의 대리인으로 누가 뽑힐지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어째서 주왕인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조 세력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오히려 진양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설마 주왕이 전조 세력과 손을 잡기라도 했단 말인가?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주왕이 변하기 시작했던 건 아마 가희가 돌아왔을 때부터였던 듯했다.
그때부터 그는 아무 일도 관여하지 않았다.
조왕과 태자가 쟁투를 벌여도 주왕은 그저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잠잠하게 있던 주왕은 단숨에 조왕을 짓누를 만한 힘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전조 세력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는 걸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진양 자신도 대국공, 혹은 전조 대제의 계획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조차 하지 않던 영맥 얘기를 갑작스럽게 꺼낸 것도, 이에 진양이 반응한 것도 어쩌면 전부 계획의 일환일지도 모른다.
여러 생각이 떠오르며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진양은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날려버렸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내 계획대로 가는 거야.’
놈들은 진양이 영맥을 뺏기고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맥을 가져갔으면 그만한 대가를 감당할 만한 능력도 있어야 하는 법!
진양은 부하들을 풀어 소문을 내도록 했다.
이전에는 전조 세력에서 일부러 나서서 소문을 퍼뜨렸다.
힘으로는 진양을 죽일 방법도 없고, 영맥을 빼앗을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진양을 벼랑 끝으로 몰아 죽이기 위해 헛소문을 퍼뜨렸다.
하지만 진양은 돈보단 목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러니 분명 돈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계획을 꾸미고 영맥을 가져간 것이다.
보름 전.
이 소문은 진양이 영석을 대량으로 뿌리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정천사에서도 당시 이런 소문을 낸 자들을 다시 잡아들여 심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전조의 입장에선 간지러운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제 자리도 대충 깔렸겠다.
진양은 본격적으로 수하들을 움직였다.
“최근 조왕이 주왕의 약점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것 같은데. 이 정보를 가져가서 조왕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거라.”
* * *
열흘 후, 조왕의 서재.
조왕은 정보가 적힌 종이를 든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좋아. 아주 잘했다. 주왕에게 영맥을 갖다 바치기 전만 해도 그가 주왕의 편에 섰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다. 더더욱 서쪽 국경지대 수비군의 군후가 전조 세력의 사람일 줄은 몰랐구나!
전조 녀석들 온갖 궁리를 해서 일단 진양을 궁지에 몰아넣고, 그다음 영맥을 주왕에게 넘긴 게야.
주왕 이놈,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나올지 보자!”
조왕은 기분이 좋아졌다.
마침내 희망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그는 주왕의 틈을 찾아내기 위해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전전긍긍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찾아낸 빈틈을 찾아낸 곳은 뜻밖의 장소에서였다.
바로 주왕이 아닌 주왕의 부하에게서였다.
게다가 이건 영제가 가장 민감해하는 것이었다.
진양이 아직 백 개의 영맥을 더 가지고 있을 때.
조왕은 감히 진양에게 영맥을 더 요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주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주왕은 두 번째로 사람을 보냈다.
하지만 잔뜩 신경이 곤두서있던 진양은 그를 곧바로 사기꾼으로 몰아버렸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사실을 밝혀버렸다.
모두들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재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부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는 정천사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아마 한동안 밖으로 나오긴 힘들 것이다.
물론 주왕이 무사히 태자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풀려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조왕은 이런 상황에서 더 손을 벌려봤자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을 것이라 판단했고, 끝까지 진양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다.
계속해서 진양을 찾아와 영맥을 빌려 간 자들의 정체를 말이다.
그들은 전부 암암리에 주왕에게 의탁한 자들이었던 것이었다.
조왕은 손 쓸 틈도 없이 두들겨 맞고 말았다.
그러나 마침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
암암리에 주왕에게 의탁한 자들 중에는 서쪽 국경지대 수비대의 군후도 포함되어있었다.
사실 국경지대 수비대 군후 중 서쪽 국경지대의 군후는 가장 존재감이 없는 편에 속한다.
동, 남, 북 세 국경지대에는 여러 명의 군후가 존재하지만, 유일하게 서쪽 국경지대만 두 명의 군후가 전부다.
한 사람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에겐 별다른 야심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이 조용히 서쪽 국경지대에서 말년을 보내는 중일 뿐이었기에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때문에, 보통 서쪽 국경지대 수비대의 군후를 언급하면 또 다른 군후를 가리켰다.
그는 한창 장년인 사람으로, 군후로서 서쪽 국경지대의 모든 권력과 직책을 맡고 있었다.
물론 다른 세 국경지대의 군후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국경지대를 지키는 군후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쪽 국경지대의 군후들은 단 한 번도 어느 한쪽에 줄을 선 적이 없다.
이도의 황자들도 굳이 그들에게 자신의 편이 될 것을 강요하진 않았다.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쪽 국경지대는 지금껏 늘 안정적이었고 평온했다.
서쪽 국경지대 너머에는 사해황막이 펼쳐져 있었는데, 애초에 그곳은 사람도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이족의 다툼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이건 대영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다.
때문에, 서쪽 국경지대는 병력을 포함하여 여러 면으로 많이 부족한 곳이기도 하다.
평소 그들은 어느 쪽에도 의탁하지 않으려 했으며, 조왕과 태자, 그리고 주왕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때도 그들을 끌어오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서쪽 국경지대의 군후를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는지 살피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서쪽 국경지대의 군후가 주왕의 휘하로 들어갔다는 소식은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전조에 의탁했다는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왕은 곧바로 이 사실을 터뜨리지 않았다.
일단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금까지 조사한 증거와 자료, 그리고 정보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전조에 의탁한 자를 하나 찾아냈다는 건 곧 그와 엮여 있는 사람도 더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한 사람씩 조사해나가던 그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했다.
깊게 엮여 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발견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법.
사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중립파에 속해있던 자다.
그가 주왕에게 영맥을 헌납하고 나서야 그가 주왕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제 겨우 빙산의 일각을 들춰냈을 뿐이라 조왕은 사건을 터뜨릴 수가 없었다.
어쨌든 하나의 단서를 찾아낸 조왕은 자신의 수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지금까지 모았던 정보란 정보는 모두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때 쓸모없는 정보로 여기며 내팽개쳐두었던 정보조차 지금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