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42
842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엽현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열심히 도망을 치면서도 또 다른 소식을 뿌리며 반격을 가했다.
조왕은 처음 자신과 손을 잡을 때부터 자신을 살인멸구할 계획을 모두 짜놓았으나,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설치해둔 탈영진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맥의 영기가 흘러나가는 일만 없었다면, 그는 영맥 이백 개를 모두 탈취하여 달아난 사람으로 낙인찍혔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함께 퍼뜨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폭로전 아닌 폭로전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조왕은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해명할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그의 손에 이백 개의 영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는 황자다.
황자로서 가장 마음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당연히 영제다.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영맥을 모두 황실 보물창고로 반환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는 영맥을 모두 다 반환한 것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가지고 있는 영맥의 절반만 내놓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제에게 잘 보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대로 하나도 내놓지 않아도 문제였다.
진양은 신조의 발전을 위해 흔쾌히 영맥을 내놓았다.
하지만 황자인 조왕이 한 푼도 내놓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너무나도 뻔했다.
생각할수록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엽현을 죽이려고 보낸 암살자들은 번번이 암살에 실패하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 몰래 그의 도망을 돕고 있는 흔적까지 발견되었다.
주변을 온통 뒤집어놓긴 했으나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조왕은 심지어 엽현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애초에 진양이 줄 때부터 가짜를 섞어서 주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양이 영맥을 남겨둘 이유가 없다.
영맥은 큰 세력에게나 도움이 되는 물건이지, 진양은 가지고 있어봤자 쓸 곳도 없다.
온갖 고생을 하며 절반 넘는 영맥을 방출한 것이 겨우 백여 개를 남기기 위해서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진양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영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번이 처음으로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진양조차 영맥이 부담스럽다는 걸 느꼈는지 급하게 방출하려다가 사기를 당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누군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보아 어쩌면 높은 확률로 전조 세력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전조 세력은 지금껏 어떻게든 영맥을 회수하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진양을 찾아가 그를 속이고 영맥을 빼앗아간 것이 분명했다.
진양을 속이고 영맥을 빼앗아간 자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묘연하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전조 세력이 손을 쓴 게 확실한 듯했다.
애초에 영맥을 감싸고 있던 구체는 전조 세력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러니 모조품을 만드는 것도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조왕의 머릿속엔 수많은 가정이 떠올랐다.
심지어 어쩌면 엽현이 아니라 자신의 부하 중 한 사람이 빼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엽현에게 영맥을 받아 돌아온 그의 부하는 이도로 돌아오고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도망을 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그를 잡아간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을 때.
한 가지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주왕도 백 개의 영석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주왕은 자신의 수하를 보내지 않았다.
이부의 시랑 중 한 사람이 남쪽 국경지대를 순시하던 중 진양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그저 주왕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진양은 순순히 이백 개의 영맥을 모두 건네주었다고 한다.
시랑은 이 중 백 개를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를 주왕에게 가져다주었다.
주왕은 받은 영맥을 모두 확인해 보았고, 그것은 모두 진짜였다.
그리하여 가장 진양을 의심하던 사람이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저 진양이 제대로 겁을 먹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 * *
진양은 그저 흐뭇하게 불구경을 할 뿐, 뒤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남은 영맥은 백 개.
또다시 누군가 찾아와 가져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침내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남쪽 국경지대 수비군의 한 장수였다.
마침 자신이 있는 곳과 진양이 있는 곳이 멀지 않은 곳이라 마실 겸 찾아왔다고 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신은 주왕의 사람이고, 진양에게 영맥을 빌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양이 물었다.
“대인, 죄송합니다만 신분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습니까?”
“남쪽 국경지대 신우주 주둔군의 부장인 백서라고 합니다.”
진양은 잠시 눈을 감고 해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해안 안에 두었던 소책자를 빠르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청전군의 명단 안에서 백서의 이름을 찾아냈다.
다시 눈을 뜬 진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맥이라면 여기 있습니다. 가져가시죠.”
백서는 애써 기쁜 표정을 숨기고 있었으나, 계속해서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소문을 듣긴 했지만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영맥이라니!’
그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진양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그가 뒤를 도는 순간.
진양은 흑옥 신문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상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백서는 그대로 꼬꾸라져 버렸다.
진양은 콧김을 훅 내뿜으며 말했다.
“한 번이면 됐지. 두 번이나 속을 줄 알고? 그냥 날 속인 거라면 넘어가 줄까 싶었는데. 감히 주왕 전하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사기를 치려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진양은 한 번 더 흑옥 신문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의 몸은 쑥- 하며 흙 속에 처박혀버렸고, 머리만 간신히 내민 채 옴짝달싹 못 하게 되어버렸다.
어느덧 몰려든 사람들은 진양의 말을 듣고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주왕이 사람을 보내 영맥을 가져간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사람을 보낸단 말인가?
누가 봐도 이틈에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꾼이 확실했다.
‘소식이 느린 녀석이군.’
‘쯔쯧. 하필 팔아도 주왕의 이름을 팔다니.’
‘무사하긴 글렀어.’
진양은 멀리 떨어져 있는 외후를 향해 손짓했다.
“이 사기꾼은 정천사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감히 황자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또 신분을 속여 진영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분명 배후에 누군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단언컨대 이번 일은 주왕 전하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일입니다!”
외후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사기꾼을 위해 변호를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설령 그가 진짜 신우주 주둔군의 부장인 백서라고 해도 신분을 보장해 줄 수는 없었다.
이미 완벽하게 모두를 속이고 영맥을 빼앗아간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서는 정천사로 끌려가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자신은 정말로 순방대가 신우주 근처를 지나는 김에 영맥을 빌리러 찾아온 것뿐이고, 며칠 전에는 다른 곳에 일이 있어 다녀왔기 때문에 얼마 전에 주왕의 사람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정말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왕의 사람이 찾아와 그가 주왕의 사람이 아니라 한때 조왕을 따랐다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게 주왕과 조왕의 사이엔 또다시 불꽃이 튀었고, 불쌍한 백서는 중간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사건은 점점 더 커져 갔고, 분위기도 험악해져 갔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진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 * *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순방대는 남쪽 국경지대를 따라 서쪽 국경지대로 향했다.
사실 남쪽 국경지대에서는 수비대를 시찰하는 것 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었다.
원래는 남만 경계 상황을 살피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으나, 최근 진양 덕분에 남쪽 국경지대와 남만 사이에 일어나던 마찰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예정보다 빠르게 일정을 끝내고 서쪽 국경지대로 향할 수 있었던 것.
서쪽 국경지대에는 크게 신경 쓸 만한 적은 없었다.
사해황막에선 윤전사와 시골맥이 한참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 대영 신조에는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북쪽 국경지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북쪽 국경지대를 마지막 순방지로 삼은 건 그곳이 가희의 명성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곳에서 요국과 대연을 크게 무찌른 덕분이었다.
어쨌든, 앞으로 이어질 일정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는 일정 뿐이기에 그저 조용히 대열을 따라가며 구경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진양에게 영맥을 빌리러 오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조왕은 더 이상 진양을 찾아올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 번에 이백 개나 가져간 사람은 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엽현의 일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양을 찾아가 영맥을 빌리는 건 상당히 부적절하다.
만약 또다시 찾아와 영맥을 빌린다면 영맥 백 개를 더 빌릴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계속해서 찾아오는 손님 중에 조왕의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주왕의 이름을 팔아먹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진양이 만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예 대놓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맥을 빌려주면 추후에 꼭 갚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사실 진양은 이들을 상대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청전군의 명단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나타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대국공은 진양을 말려 죽일 생각으로 소문을 퍼뜨렸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진양은 아무런 미련 없이 가지고 있는 영맥을 펑펑 뿌리고 다녔다.
그래서 계획을 바꾼 것이다.
대놓고 진양에게 영맥을 요구한다 해도 진양은 거절할 수가 없다.
만약 거절한다면 앞서 했던 것들이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진양은 답답했을 뿐이다.
명단에 있는 자들이 이토록 대담할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과연 그들이 영맥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서 순순히 전조 세력에게 넘길까?
매번 찾아오는 녀석들마다 자신이 대영에서 어떤 신분인지를 재차 강조했다.
심지어 혹여나 사기꾼으로 의심을 받기라도 할까 봐 매번 찾아올 때마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들을 가져왔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을 때, 가희를 맞이하거나 정식으로 방문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런 시기라면 아무리 사기꾼이라도 높은 사람으로 위장할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
영석을 손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대영에서밖에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진양은 이 점을 똑똑히 기억하며 계속해서 대열에 머물렀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오백 개나 되는 영석을 전부 다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진양을 찾아와 귀찮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