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62
862화 습득 능력의 허점
진양의 첩신호위.
그의 방어 능력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방어 능력에 비해 공격 능력은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녀석은 무식할 정도로 힘이 셌다.
게다가 녀석이 들고 있는 문처럼 생긴 정체 모를 보물 역시 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품고 있었다.
강력한 방어 능력, 엄청난 힘, 거기에 말도 안 될 정도로 단단하고 강력한 보물까지.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 격이었다.
치명방호.
그것은 정지의 책에 봉인되어있던 방어술 중 가장 강력한 방어술이다.
어떠한 살초도 막아주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긴 하나 그만큼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치명방호는 묵양이라는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책장은 파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육신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대국공은 숨을 고르며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아무래도 진양의 첩신호위라는 녀석을 너무 얕잡아본 듯했다.
같은 시각, 진양은 대국공이 부상을 입고 비틀거리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저택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여전히 털끝만큼도 없는 듯했다.
“대영 신조의 강자들이 네 녀석의 본거지를 털러 몰려갔을 텐데. 설마 집을 버릴 셈이냐?
이해가 되지 않는단 말이야. 어쩌다 작은 오해가 생겼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날 죽이려고 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냔 말이지.
내가 뭐 네 녀석 집안 무덤이라도 파헤쳤냐? 아니면 전조 대제의 무덤이라도 파헤쳤냐?”
그런데,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전조 대제의 무덤을 파헤친 건 아니지만 무덤 자체를 챙겨갔던 적은 있었다.
생각해 보니 단순히 무덤을 파헤친 것보다 훨씬 더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설마 알아차린 걸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거점은 진양이 일부러 들춰낸 게 아니다.
대국공 스스로 단서를 흘리며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엔 뭐 하러 왔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두 사람 사이의 은원이 단순히 오해나 우연 때문이 아니라는 건 진양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정말로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다.
괴산에서 허공전송을 통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던 중, 전송을 중단하고 떨어진 곳이 하필 공교롭게도 진양의 저택 근처였던 것이었다.
물론 그게 정말로 우연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진양은 저택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놈이 뭐라고 떠들던 그것도 상관없다.
확실하게 놈을 제압할 방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상대의 도발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지는 비록 실력이 크게 줄었다곤 하지만 기껏해야 법상 최고봉에서 법상 초입으로 떨어진 것이 전부였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 신통력, 그리고 지혜는 모두 그대로였다.
경지가 줄었다곤 하나 진짜 실력까지 줄은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진양이 나설 필요가 없다.
녀석은 묵양에게 맡기고 대영 신조의 강자들이 몰려올 때까지 조용히 불구경만 하면 그만이다.
사실 원래는 이렇게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묵양이 흑옥 신문을 들고 녀석과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묵양을 떨쳐내고 도망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죽기 살기로 묵양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책에는 수많은 신통력과 비술이 담겨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묵양을 떼어내고 도망칠 수 있다.
그가 마음먹고 도망친다면 영제가 신조의 힘을 사용하여 직접 그를 저지하지 않는 이상, 혹은 그와 맞먹는 수준의 강자들이 몰려와 포위하지 않는 이상 붙잡거나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때, 저택 밖에 커다란 검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온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누군가 구멍 밖으로 떨어졌다.
허공진경 전수자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묵양과 대국공이 전투를 벌이는 것을 발견한 그는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랐는지 크게 소리쳤다.
“죽여선 안 돼!”
단순히 크게 소리를 질렀을 뿐이었으나 몸이 붕괴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졌다.
그러나 뭐라고 더 말을 할 틈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아래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제가 펼쳐졌다.
한 번에 족히 수십 개에 이르는 신통력이 발휘된 것이다.
저택의 방어 장치가 작동되며 공간이 왜곡되었다.
그러나 허공진경 전수자는 단 한 걸음 만에 진양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진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진양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허공진경 전수자가 허공진경 외에 또 다른 공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사용할 수 있는 공법의 가짓수는 무려 수십 개나 되었다.
진양은 빠르게 반응했다.
해안에 축적해두었던 진원을 끌어올려 손을 뻗었고, 자신의 어깨를 붙잡으려는 허공진경 전수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뇌화 신통을 일으켜 그를 밀어냈다.
그런데, 밀어내기도 전에 습득 능력이 먼저 반응했다.
생기가 이미 끊어진 상태였던 것이었다.
“그를 죽여선 안 되네. 이건 음모일세.”
이 말을 마지막으로 허공진경 강자는 사라져버렸다.
상대는 저항할 틈도 없이 습득 능력에 의해 성불되어 버렸다.
그리고 손에는 자금(紫金)색 광구 하나, 금색 광구 하나, 자색 광구 하나, 그리고 파란색 광구 하나가 잡혔다.
‘대박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양의 광구를 손에 쥐어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자금색 광구는 아예 처음 보는 광구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애써 진정시키려 해도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광구 때문에 흥분한 게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공포를 느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포는 영제의 본존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마지막으로 느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진양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큰 공포를 느낀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찌 된 일인지 진양을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던 듯했다.
일부러 자신의 앞까지 찾아온 느낌이랄까.
성불시킬 때 아무런 저항이 없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마치 아무런 의식 없이 누워있는 시신을 성불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든 무사히 지나가서 다행이군.’
진양은 먼저 금색 광구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예상대로 허공진경이 나왔다.
그러나 이름만 확인했을 뿐 내용은 확인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깨달음을 얻고 익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색 광구 안에는 삼명신이라는 공법이 들어있었다.
마찬가지로 이름만 확인했을 뿐 자세히 내용까지 들여다보진 않았다.
다음으로는 처음으로 얻은 자금색 광구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책에 적힌 제목을 본 진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의 제자 진양에게.’
제목을 보고 나니 상황이 대략적으로 짐작이 갔다.
잠깐의 침묵 후.
진양은 우선 파란색 광구부터 확인했다.
과연, 예상대로 도문의 최근 상황에 대한 정보가 모두 기록되어있었다.
진양은 먼저 자금색 광구에서 얻은 책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똑똑한 녀석이니 내가 누군지는 아마 이미 눈치챘을 게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했다.
도문의 일원으로서 죽은 선조들의 염원은 이것으로 모두 풀렸을 게다.
다만, 널 도문으로 끌어들인 게 아직까지 마음에 걸리는구나.
나는 네게 전도인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워주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나 역시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허나 네가 능력이 닿는 데까지 도문의 향불을 끝까지 밝혀주길 바란다.
네 녀석은 ‘스승이 되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었지.
이곳에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익힌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 외에 허공진경도 손에 넣었겠지.
주도정을 익히고 싶지 않다면 허공진경을 익히도록 하거라.
주도정을 대체할 만한 공법 중엔 이만한 게 없을 테니까.
허나 삼신술은 절대로 익혀선 안 된다.
이것은 결코 네게 이익을 가져다줄 공법이 아니야.
마지막으로, 네게도 나름의 생각이 있는 건 알고 있다.
허나 더 이상 이룰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한시라도 빨리 호량을 통해 이 세계를 벗어나도록 하거라.’
편지의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이어지는 내용은 그가 일생 동안 익혔던 공법의 목록이 적혀있었다.
단순히 목록뿐이었지만 무려 몇 장이나 이어졌다.
목록을 살펴보니 실로 놀라웠다.
위풍은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은 많지만 잘하는 것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잘하는 것은 없다’의 기준이 진양의 기준과는 상당히 다른 듯했다.
한편, 진양은 마음이 뒤숭숭했다.
허공진경 전수자가 위풍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위풍은 분명 죽지 않았는가?
분명 성불까지 시켰는데.
어째서 또다시 성불을 한단 말인가?
설마 습득 능력에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그때, 문득 삼신술이 떠올랐다.
‘그래, 삼신술 때문이구나.’
삼신술이 습득 능력의 허점이었다니.
이건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위풍은 죽었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이 붕괴되어 소멸되는 순간 한 무더기의 선물을 남기고 사라졌다.
씁쓸함이 몰려오긴 했으나 슬프진 않았다.
왠지 모르게 며칠 뒤면 위풍이 또 다른 신분으로 자신의 앞에 나타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심정을 억누르고 다시 묵양과 대국공이 한참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면으로 눈을 돌렸다.
일단은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이 우선이었다.
위풍은 분명 죽기 전에 절대 대국공을 죽여선 안 된다고 했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위풍은 오랜 시간 전조 세력 틈에 숨어있었던 사람이다.
적어도 진양보다는 많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국공을 토막 내지 못해 치를 떠는 그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대국공을 구하고자 그런 말을 했을 리도 없다.
어쨌든,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한마디를 자신의 유언으로 삼았던 것이 분명했다.
콰광-!
묵양이 휘두른 흑옥 신문에 또다시 대국공이 나가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진양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도망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도망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는 것일까?
자발적으로 목숨을 바칠 생각인 것일까?
그렇다.
바로 목숨을 바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대국공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러는 건 아닐 것이다.
그는 작은 거동 하나에도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며 움직인다.
이런 그가 목숨을 바친다는 건 분명 그만큼 큰 이득이 따르기 때문이 분명하다.
목숨을 버릴 만큼의 큰 이득.
도대체 어떤 이득이 있을까?
굳이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목숨과 맞바꿀 만한 이득이라면 대영 신조 하나뿐일 테니까.
그리고 그 순간 진양의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이 끼워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