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15
8화.
슈우욱-! 파앙!!
주먹 한번 날릴 때마다 허공에 퍼지는 충격파가 보는 이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저 충격파만으로도 충분히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워후. 진짜 살벌하네.
-대체 저 새끼는 왜 만든 걸까?
-운영자들 속내가 궁금하다. 그냥 싸이코 패스가 만들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
이제 막 대련이 시작되었고 아쿰리아스는 주먹 한번 날렸을 뿐이다. 그런데 방금 전 한 방의 위력이 벌써부터 대단했다.
저 주먹에 맞으면 왠만한 플레이어들은 그 자리에서 뻗을 수밖에 없다.
“할 만한데?”
“···예?”
“3분. 그 안에 끝을 볼 수도.”
“뭐라고요?”
천마의 자신만만함에 천강은 어이가 없었다.
-캬아- 천마뽕 지리고요.
-노빠꾸 천마 ㅋㅋㅋㅋㅋ
-저러다 한 대 맞으면?
-앗 아아··· 형의 흑역사는 잊어 줄게.
-저러고 다음 번 공격에 훅 가겠쥬?
시청자들은 천마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늑대를 잡은 실력은 인정하지만, 아쿰리아스는 클래스가 다른 상대이니까.
초보자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게 아쿰리아스다.
“난 너희 같이 약한 놈들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왜 이기지도 못할 걸 덤비는 거지? 취미인가?”
고작 한 번 피했다고 여유 부리지 말라는 아쿰리아스의 경고였다.
천마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받아쳤다.
“그대는 쓸데없이 말이 많군. 그래서, 약한 자를 상대하니 기분이 좋던가?”
“흐흐. 너희들을 바닥에 쳐 박아 납작하게 만드는 건 나름 재미가 있지.”
“쯧. 무(武)의 길을 가는 자가 마치 사파인들처럼 말하는구나.”
“어디 마음껏 지껄여 보거라. 만약 네놈이 내 무릎 한쪽이라도 굽히게 만든다면 인정해 주마.”
그 말에 천마의 눈이 반짝였다.
“한쪽 무릎이 아니라 두 무릎을 전부 다 꿇려 주마.”
“오냐!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슈우욱-! 콰아앙-!!
번쩍 날아올라 그대로 바닥을 찍어 버리는 아쿰리아스!
아예 바닥을 박살낼 작정으로 내려친 그의 주먹은 사방으로 충격파를 발산하여 데미지를 입혔다.
그냥 가만히 촬영을 하고 있던 천강도 데미지를 입고 깜짝 놀라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아니. 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왜 나까지······.”
-ㅋㅋㅋㅋㅋPD 개당황
-1대1이라고는 말 안 했다.
-저 새끼 원래 저럼 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음 차례 기다리고 있던 애들 죽은 적도 많음
-아쿰리아스 그는 여포인가? 사파인가?
-천마형 사파 드립 웃겼다.
-개썅 양아치긴 하지.
천강이 이렇게 데미지를 입을 정도면 지금 천마는?
착-!
충격파가 발산된다는 걸 미리 알았던 걸까?
천마도 높게 점프를 해 충격파가 지나간 자리에 사뿐히 착지했다. 하지만 아쿰리아스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언제까지 쥐새끼처럼 피하고만 있을 것이냐!?”
슈웅-! 슈우웅-! 콰콰쾅-!!
연이어 터져 나오는 연타!
아쿰리아스의 콤보 공격은 실력 있는 플레이어들도 피하지 못 하게 만든 전적이 있다.
-나왔다! 끔.살.콤.보!
-아아 저것까진 피하기가···.
-그래도 한 20초는 버텼냐?
-이제 끝났네.
천강도 이번만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슬 방송을 종료할 준비를 하고 있을 찰나.
뻐억-!
“응?”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천마가 아쿰리아스 뒤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
-!!!!!!????????????
-방금 내가 뭘 본 거야?
-ㅁㅊ??????????????????
-뭐야 실화냐???????
천강도, 시청자들도, 거기다가 아쿰리아스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본좌도 도망만 다니는 건 취미가 없어서.”
모두가 분명히 보았다.
끔살 콤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무자비한 아쿰리아스의 콤보를 모조리 피한 천마가 무릎을 이용해 상대의 턱을 가격한 것을 말이다.
“흠-.”
아쿰리아스도 이번 공격이 꽤 의외였는지 턱을 쓸어 내렸다.
“투신을 섬기는 신관이라 들었는데, 허점이 많구나. 본좌가 힘을 되찾았다면 방금 전 그것으로 넌 죽었을 것이다.”
마지막 깔끔한 멘트까지.
천강은 어이가 없기도 하고 뭔가 매우 감동적인 것 같기도 한 이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쳤다.
-ㅅㅂ진짜 미쳤다
-난 앞으로 천마신교다. 미쳤따리
-천마 형 클라스 ㅆㅅㅌㅊ
-이게 말이 되나?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이건 진짜 레전드 오브 레전드
-레알 쌉인정
-마지막 멘트까지 지렸다.
-팬티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건방진 천마의 말을 들은 아쿰리아스는 당장 화를 내며 달려들 것 같았지만,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 공격은 매우 날카로웠다. 인정하지.”
아쿰리아스가 저런 말도 할 줄 알았던가?
천강은 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아쿰리아스가 인정한 남자. 그의 이름은 천.마.
-알고 보니 개썅 양아치 츤데레였던 거임
-어깡이에게 훈수를 두는 초보자가 있다?
-ㄹㅇ아쿰리아스가 저러는 건 처음 보는데
-판테온한테 쳐 발렸을 때도 저런 말은 안 했음
-근데 누가 봐도 저건 진짜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레벨 10도 안 된 초보자가 아쿰리아스에게 카운터를 쳤는데?
-이 정도면 PD가 일부러 그랬다는 게 맞는 거 아니냐?
-PD가 노렸네. 쌉인정
천강도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
아니. 도대체 누가 저런 걸 예측이나 할 수 있겠는가? 30초는커녕 3초도 못 버틸 거라 자신했는데 말이다.
-와. 벌써 1분이야. 돌았어.
-미친. 레전드. 그냥 레전드.
-모두 쏴리 질러어어어-!! 천마-!!!
벌써 1분이란 말인가.
천강은 슬슬 불안해졌다.
이런 그림을 원한 게 아닌데, 천마는 이번에도 놀라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아쿰리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듯 이번에는 주먹뿐만이 아닌, 발차기까지 날리며 천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스킬까지 쓰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아쿰리아스가 돌려차기를 하자 반월 모양의 마나가 돌진해 벽과 부딪혔다.
“히익!”
그 자리에 서 있던 천강은 몸을 날려 마나 공격을 피했다. 하마터면 저 기둥과 마찬가지로 천강의 몸도 반토막이 날 뻔했다.
“아니. 난 카메라만 찍고 있는데 자꾸 날 공격하고 지랄이야, 저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저러자 천강도 화가 솟구쳤다.
-ㅋㅋㅋㅋㅋㅋㅋPD 개빡침
-넌 못 지나간다.
-아쿰리아스는 사실 PD를 노렸던 거임
-그와중에 우리 천마 형 다 피한다
-캬······ 무빙 봐라. 피지컬 지렸다.
천강은 천마의 움직임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뭐, 뭐야. 다 피하고 있잖아.”
자신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기파도 제대로 피하지 못 했는데, 천마는 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쿰리아스의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혀, 형님들. 저런 무빙이 가능합니까? 초보자잖아요. 민첩이 빠른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PD도 진성 당황한 게 보인다.
-PD는 그냥 진짜 천마 형을 죽이려 했던 거시다.
-근데 나도 저게 이해가 안 되네. 버근가? 어떻게 저렇게 잘 피하지?
-혹시 천마 핵 쓰는 거 아니냐?
-미친놈아 바실레이아에 핵이 어딨어 ㅋㅋㅋㅋㅋ
-근데 저런 빡무빙 보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천마 그는 핵쟁이인가? 신인가?
-저건 진짜 말이 안 됨.
아쿰리아스는 결코 봐주는 법이 없다.
즉, 천마를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마는 그 공격들을 모조리 회피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위험한 장면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천마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최고의 효율을 보여 주었다.
-저것이 무빙. 저것이 천마. 저것이 신!
-진짜 나노무빙 개지린다.
-말도 안 돼. 초보자로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다니.
-스킬 쓰면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냐?
-야 이거 진짜 3분 가면 영영 직업도 안 구하겠는데?
-아, 안 돼. 우리 천마 형 스킬 써서 날아다니는 거 보고 싶다고!! 칙쇼!!
천강은 정말 넋을 놓고 둘의 대련을 지켜보았다.
과연 천마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쉬아아악-!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공격을 피하고 있는 천마가 거슬렸는지, 아쿰리아스는 온몸에 마나를 두르고 돌진하며 주먹을 뻗었다.
‘아! 저건 못 피할 거 같은데.’
-앗! 피해!
-아아. 저건 못 피한다.
-ㅈㅈ
작정하고 달려든 거라 스피드가 방금 전보다 훨씬 빠르다. 아무리 천마의 반사신경이 좋다고 해도 초보자의 몸으로는 저걸 피할 수 없지 않겠는가.
뒤로 물러나면 곧잘 아쿰리아스의 주먹이 따라잡아 일격을 날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게임 끝.
시청자들도 그걸 알기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다.
파앗-!
그런데 천마는 예상 밖의 판단을 내렸다.
그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안쪽으로 파고든 선택을 한 것이었다.
‘저기서 저걸 들어간다고?’
도대체 천마는 무슨 생각인 것일까.
여기서 카운터를 치겠다는 건가?
하지만 저렇게 깊숙이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다.
-아! 천마형.
-저건 끝이다
-저걸 들어가네
-레알 ㅈㅈ
“응? 저건······.”
그 순간 천강은 보았다.
천마의 두 손이 푸르게 달아오르는 것을 말이다.
그는 그대로 아쿰리아스 몸에 연타를 날렸다.
파파팍-!!
하지만 초보자가 100대를 때린다고 한들, 아쿰리아스에게는 거의 피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슈아악-! 쿠웅-!
겁도 없이 자신의 품 안에 들어온 천마를 잡기 위해 아쿰리아스는 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러나 이미 천마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난 상태.
“피하는 거 하나는 제법······ 응?”
아쿰리아스가 천마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의 몸에 푸른 마나가 넘실거리더니, 이윽고 그것들이 하나로 뭉쳐 작게 폭발했다.
별로 큰 폭발도 아니라서 모기에 물린 듯한 데미지만 입혔지만, 아쿰리아스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건 대체······.”
믿을 수 없다는 눈빛.
아쿰리아스는 자신의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천마를 바라보았다.
-???????????!!!!!!!!!!!!!
-!!!!!!!!!!!!!!!!!!!!!!!
-뭐야????????????????????
-나니????????????!!!!!!!!!!!!!
천강도 순간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놀라 멍하니 천마와 아쿰리아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천마는 무릎을 꿇었어도 여전히 자기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아쿰리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본좌는 약속대로 해줬다. 그대는 지금 무릎을 꿇고 있다.”
아쿰리아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바닥에 닿은 자신의 두 무릎을 내려다 보았다.
“본좌의 힘이 그대로였다면 네놈은 진작에 죽었을 터. 지금은 여기서 끝내겠지만, 다음에 붙으면 그땐 그 무릎이 아니라 몸 전체를 드러 눕게 해 주마.”
천마의 말에 아쿰리아스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트리다 갑자기 미친 듯이 폭소했다.
“하··· 하하··· 으하하하하-!”
천강도 그에 따라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정확히 3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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