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78
123화. 드래곤 >
극한의 컨셉충 123화
“드래곤?”
“예. 카르만 대도시 인근 지역에서 드래곤이 출몰했다는 소식이 퍼졌습니다.”
오늘도 한가롭게 도시 이곳저곳을 순찰하다 돌아온 천마는 어느 병사의 보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래곤이라면 용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 말에 천강이 대답했다.
“맞아. 용이지. 근데 드래곤이 갑자기 왜 나타난 거지? 여기서 드래곤 둥지까지는 꽤 먼데. 이제까지 카르만 대도시 쪽에 드래곤이 나타난 적은 없다고 들었어.”
다른 것도 아니고 드래곤이라니.
그 판테온도 아직 드래곤은 사냥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년 전에 판테온은 길드원들을 꾸려 드래곤 사냥에 나선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처참했다.
판테온을 제외한 모든 길드원들 전멸.
판테온은 가까스로 혼자 살아남아 성으로 돌아갔다고 알려졌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길드들이 처음으로 드래곤을 잡은 모험가가 되기 위해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드래곤은 아직까지 넘어설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걱정할 만한 수준인가?”
“인근 성에서 도움을 요청하긴 했습니다. 드래곤이 성을 무너뜨리고 있으니까요.”
“잠깐. 인근 성이라면 중국쪽 영토잖아. 그런 곳을 우리가 도와 줄 이유가 있어? 그렇지 않아도 sns 조작 때문에 민감한 이 시기에?”
천강은 한사코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붉어진 중국 SNS 조작 사건 때문에 여론이 시끄럽다.
천마신교 내부에서도 중국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짓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직 천마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뿐이지, 콜만 떨어지면 우르르 몰려갈 태세였다.
“길드원들이 말이 많아, 형. 언제 다시 전쟁을 시작하는 거냐고.”
“다들 전쟁광이 되었군. 카르만 대도시에서 먼저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무리하게 전쟁을 하게 되면 방어가 허술해져. 만약 다른 곳에서 공격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우릴 공격할 만한 곳이 중국 말고 또 있어? 일본 애들이야 진작에 꺾여서 그것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
“네브레 길드가 있지 않느냐.”
“그쪽도 지금 전쟁 때문에 바쁘잖아.”
네브레 길드는 대륙을 평정하기 위한 야망을 아낌없이 표출하는 중이었다. 최근에는 제국과 전쟁을 일으켜 확실하게 기틀을 잡으려 했다.
“본좌는 아직 전쟁을 할 생각이 없다. 그 점은 확실히 하거라.”
“으응······.”
뭔가 께름칙한 점이 많기 때문에 천마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분명 길이 나타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드래곤이 바실레이아 대륙 최강의 존재겠지?”
“응. 그렇지.”
“본좌도 한번 보고 싶구나. 그 드래곤이라는 것을.”
“응. 드래곤을 보······ 엥?”
그렇지 않아도 성에만 틀어 박혀 있기 지루했는데, 천마는 오랜만에 외출을 하기로 결정했다.
* * *
“아니. 대체 저 새끼는 무슨 원한이 있기에 우리 영역에 와서 지랄이야!!”
브로슨 도시의 성주는 중국 연합이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에게 탈탈 털려 나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얼른 퇴각을 한 인물이었다.
한때 연합에 들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독자적인 길드로 성을 지키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결국 천마신교에게 먹힌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주변 도시의 성주들을 모아 항복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항복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차라리 힘을 합쳐 싸우자는 의견이 한창 나오고 있는 때였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드래곤! 드래곤이라니!!”
미칠 노릇이었다.
이곳 주변에는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던 드래곤이 출몰해 지금 저렇게 빙빙 주위를 날아다니며 모험가들을 습격하는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천마가 다스리는 도시에 플레이어들이 모여 들어 성 내에 세금이 말라가는 중이었다.
거기다 드래곤이라는 악재까지 겹쳤으니, 브로슨 성주는 미치고 팔짝 뛰게 생겼다.
“성주님!! 저걸 보십시오!!”
그때 병사 하나가 하늘 위에서 뿜어져 내려오는 푸른 기둥을 가리켰다.
저건 누군가가 텔레포트를 할 때 나오는 에너지 기둥이었다.
“텔레포트? 성 안에 텔레포트를 하는 게 아니라 시설도 없는 곳에서 텔레포트를 하는 거면 마법 시설이 엄청나게 좋다는 건데?”
텔레포트에도 격이라는 것이 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텔레포트는 돈이 많이 들긴 해도 엄청난 마법 장비를 요구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도시에서 도시가 아닌, 특정 지역. 그러니까 마법 장비가 아예 없는 곳에 텔레포트를 하는 건 어마어마하게 돈이 나가는 마법 장비를 쓴다는 뜻이었다.
즉, 큰 대도시가 아니면 저걸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저런 텔레포트는 한번 사용하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성주들끼리 플렉스, 돈자랑을 할 때 쓰곤 한다.
콰아아아-!!
드래곤도 텔레포트 기둥이 내려오는 것을 흥미롭게 쳐다보며 잠시 지상에 내려앉았다.
이윽고 그곳에 천마와 그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만. 저거 설마······.”
브로슨 성주는 망원경을 통해 텔레포트를 해서 나타난 상대가 누군지 알아봤다.
“천마가 왜 여기 온 거야?”
눈엣가시 같은 천마.
저놈만 아니었으면 중국 연합에 빌붙어 살며 유저들의 돈을 마음껏 뜯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근데 저 새끼가 저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천마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주춤거리고 있는 일행과 함께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중이었다.
“형. 미쳤어? 진짜 드래곤이랑 맞다이라도 까려고?”
“뭐, 드래곤이라 하지 않느냐. 무림에서는 신물이라고 부른다. 물론, 한 번도 본 적은 없지. 이참에 한 번 봐야겠구나.”
“드래곤 브레스를 형이 몰라서 그래. 한 번 휙 불면 그냥 날아가 버린다니깐?”
“정 싫다면 너희는 이곳에 남거라.”
어쩔 수 없이 천마의 뒤를 따라온 천강과 간부들은 앞서 가는 천마를 차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부교주님. 어차피 죽어도 게임이지 않습니까.”
“저희들도 천마님을 따라 가겠습니다.”
“죽으면 어쩔 수 없죠. 대신, 길드 차원에서 보상은 해 주십시오.”
레벨이 높을수록 사망을 하게 되면 패널티가 크다. 그렇기에 이들도 선뜻 마음이 내키진 않았다.
“다들 미안합니다. 보상은 제가 꼭 해 드릴게요.”
천강은 간부들을 타이르고 나서 함께 천마의 뒤를 따랐다.
드래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브레스로 몸이 녹아내리거나, 드래곤의 위압에 짓눌려 죽는다는 것도 모른 채 천마는 뒷짐까지 지며 천천히 다가가는 중이었다.
천강은 언제 브레스가 날아올지 몰라 방패를 꾹 붙잡고 천마에게 달려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
“크롸라라-!”
천마의 일행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드래곤이 날개를 활짝 피며 작게 포효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천마의 일행들은 드래곤의 위압에 걸려 일시적인 마비 증상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혀, 형······.”
“아우. 왜 그러느냐?”
“혀, 형은 괜찮아? 드래곤 위압 때문에 모두 몸이 마비됐어.”
의외로 천마는 멀쩡했다.
“형! 아, 앞에!”
그리고 천강이 다급하게 천마에게 소리쳤다.
천마는 자신을 뒤덮는 그림자를 보고 나서 몸을 뒤로 돌렸다.
어느덧 드래곤은 천마에게 다가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찮은 인간이 감히 이 몸이 있는 곳까지 오다니. 겁을 상실한 거냐?”
“드래곤이 있다 하여 잠시 보러온 것뿐이다. 기분이 언짢았다면 미안하구나.”
드래곤과 천마가 나누는 대화를 보고 천강이 말했다.
“형. 지금 드래곤이랑 대화하고 있는 거야?”
“그래.”
“드래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냐. 아주 또박또박 말을 잘 하는데?”
천강은 믿을 수 없었다.
드래곤과 말을 하는 플레이어라니.
천강과 그 일행의 시선에서는 드래곤이 그저 크르릉 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에게는 그것이 인간의 언어처럼 들렸던 것이다.
“내 말을 이해할 줄 알다니. 흥미로운 놈이군.”
드래곤의 검은 눈이 붉게 반짝였다.
이윽고 드래곤이 말을 이었다.
“오호. 네놈이었나. 요즘 인간 세계에서 가장 시끄럽다는 놈이.”
“본좌의 정보를 본 것이냐?”
“이 몸의 눈은 모든 것을 보고 있지. 네가 누구인지, 뭘 하는지 전부 다. 비록 둥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드래곤의 눈을 피할 순 없다.”
드래곤은 바실레이아 최강의 몬스터다.
그들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또한 이들이 플레이어와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기한 것들을 익히고 있구나. 그래서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거였어.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놈이군.”
플레이어. 아니. 바실레이아에 있는 족속과는 처음으로 대화를 해 보는 드래곤이기에 당연히 천마에게 흥미를 드러냈다.
“본좌도 신물이라 불리는 드래곤을 이렇게 보게 되니 흥미롭구나.”
“크하하-! 내가 기침 한 번만 해도 녹아 없어질 놈이.”
“뭐, 과연 그럴까?”
드래곤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날 시험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다, 하찮은 인간이여.”
“본좌는 한번도 스스로를 하찮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내 숨결을 감당해 보겠는가? 만약 버텨낸다면 네놈을 인정해 주지.”
천마는 뒤에 있는 일행을 슬쩍 바라본 뒤 드래곤에게 제안했다.
“본좌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좀 빼 주지 그러나?”
“흐흐. 어차피 저놈들에겐 관심도 없다. 딱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천마는 탁 트인 곳을 가리키며 드래곤에게 말했다.
“저쪽으로 가자. 저기면 여기 일행도 휩쓸리진 않겠지.”
“쯧. 귀찮긴 하지만, 이런 건 처음 있는 일이니 한번 장단에 놀아주지.”
드래곤은 천마의 말에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천마가 떡 하니 앞에 서자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후회하는 짓을 하는 거다.”
“본좌는 한 번도 후회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본좌가 언제 또 드래곤의 숨결을 직접 맞아보겠느냐?”
“크하하하-! 베짱 하나는 마음에 드는 놈이군.”
드래곤은 숨을 들이마시며 천마에게 입을 쩌억 벌렸다.
콰아아아-!!
그리고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녹아 내릴 것만 같다는 드래곤의 브레스가 천마를 강타했다.
콰콰콰콱-!!
검붉은 불길이 숲 전체를 태워 버릴 것처럼 뿜어지다 이내 사그라 들었다. 그리고 불이 사라진 자리에는 천마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음. 이게 드래곤의 브레스라는 것이었군.”
생각보다 멀쩡한 천마의 모습에 드래곤은 당황했다. 그리고 천마가 손을 뻗어 드래곤에게 말했다.
“네가 준 걸 그대로 돌려줘도 괜찮겠지?”
천마의 뒤로 검붉은 불길이 생성되면서 그것이 큰 기둥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설마 이거······.”
“그래. 방금 전 네가 본좌에게 쏘아낸 그 브레스다.”
천마의 머리 위에 있던 뮤뮤도 즐겁게 울음을 터트리며 얼른 발사를 하라고 천마를 재촉했다.
“받아라.”
콰아아아아-!!
드래곤은 난생 처음 자신의 브레스가 어떤 위력을 가졌는지 직접 온몸으로 느껴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