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45
24화.
“이건 진짜 말도 안 된다.”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 완전 소름 돋았잖아.”
“이게 가능한 거였다니······. 갑자기 자괴감 팍 드네.”
도적 우두머리를 쓰러뜨린 천마를 보고 플레이어들은 경악을 하면서 동시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들도 천강과 마찬가지로 50레벨이 되어 다른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맺어 우두머리를 사냥했으니까. 그런데 천마는 혼자서, 그것도 초보자의 신분으로 우두머리를 사냥했다.
당연히 저들로써는 자존심에 금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천마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그의 신들린 몸놀림을 보고 시기와 질투를 하기 보다는, 그것에 모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아우. 다 된 것 같구나.”
우두머리를 잡긴 했지만, 퀘스트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100명의 도적을 사냥해야 했기에, 천마는 우두머리를 잡고 난 이후에도 사냥을 이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퀘스트를 완수했다.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치안 대장에게서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퀘스트가 끝났다는 알림과 함께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호갱님이 3,000,000원을 쾌척하셨습니다!] [진짜 깰 줄 몰랐다 ㅂㄷㅂㄷ 하지만 레전드였음.]이번 미션에 300만원을 걸었던 회원이 후원금을 보내는 것이 신호탄이었다.
[바실레미솔님이 500,000원을 쾌척하셨습니다!] [부족한 건 제 믿음이었습니다. 이제 천마님이 뭐라고 말씀하셔도 무조건 믿겠습니다.] [니들이게맛을알아님이 300,000원을 쾌척하셨습니다!] [처음 후원금 보내봅니다. 이런 레전드 방송을 시청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통장 털었습니다.] [vip건물주님이 500,000원을 쾌척하셨습니다!] [천마형······ 형은 그냥 빛이야.] [천마만만세님이 100,000원을 쾌척하셨습니다!] [천마 만세!! 얼른 천마신교도 만들어줘요! 바로 가입하겠습니다!]“아 저, 저기 여러분.”
계속해서 들어오는 후원금 때문에 천강은 감사의 말을 꺼내기도 무안할 정도였다.
누가 얼마를 보냈는지 안 보일만큼 후원금이 끝 없이 들어오는 중이었다.
-어허. PD 뭐하누? 얼른 후원인들한테 머리 박지 않고?
-후원금을 보냈는데 걍 씹어 버리는 PD가 있다? 꿍시빵시꿍시?
-ㅋㅋㅋㅋㅋ아니 왜 후원금 리액션을 PD가 해야 하는 거냐곸ㅋㅋㅋ
-으데 우리 천마형한테 리액션을 시키려 하누?
-천마형은 그냥 가만있어도 빛이야······.
-난 아직도 이걸 내 눈으로 봤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진짜 개씹 레전드.
후원금도 폭주하고 있지만, 채팅창은 더 난리였다.
차마 눈으로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채팅이 워낙 많이 올라오고 있어 슬로우 모드를 걸어도 소용이 없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 다 말씀 드리지 못 해 죄송합니다! 워낙 많이 후원금을 보내주셔서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천강은 슬쩍 눈치를 보다 천마를 불렀다.
“천마님! 많은 분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셨어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눈이 휘둥그레 돌아갈 정도의 금액이 쌓였다.
천강은 제발 아무 말이라도 하라는 협박의 눈빛을 보냈다.
천마는 결국 마지 못 해 귀찮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대들의 호의를 본좌는 결코 잊지 않겠다.”
-나왔다. 그호본
-ㅋㅋㅋ천마 최고의 리액션 그호본.
-그대의 호의를 본좌는 잊지 않겠다!
-갓직히 저게 말이 되낰ㅋㅋㅋ 리액션 안 하면 원래 바로 환불인데
-우리 천마 형은 그래두 됨
-ㅇㅇ그호본 들어보려고 돈 뿌리는 흑우들
-아직 돈 안 뿌린 흑우 없제?
-참된 흑우 인정합니다.
무심하게 대답을 해도 시청자들은 그게 좋다고 난리를 쳐댔다.
‘역시,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해.’
천강은 여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만약 다른 bj가 이런 리액션을 했다면 두고두고 회자가 되어 사회적 매장을 시켜 버릴 게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거겠지.’
첫 촬영 때부터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는 천마였다. 이 자극적인 요소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는 천강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천마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의 컨셉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리액션도 이해하고 좋아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끝까지 이걸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어.’
컨셉을 버리는 순간, 이 방송도 끝이다.
‘만약 형의 정신병이 깨끗하게 나아 버린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 같았다.
“천마님! 제발 사인 한번만 해 주세요!”
“전 앞으로 천마님의 영원한 팬입니다.”
“저랑 사진 같이 찍어요!!”
“천마님!!”
천마의 플레이어를 인게임에서 직접 감상한 플레이어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당장 천강도 그의 플레이를 보고 피가 끓었는데, 저 사람들이라고 다르진 않을 터.
“쯧. 본좌를 귀찮게 하는구나.”
대답은 저렇게 해도 플레이어들의 사인 요구나, 같이 스크린샷을 찍는 요청을 모두 들어 주었다.
“이런 것을 한다고 해서 너희들의 살림 살이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이럴 시간에 스스로를 더욱 단련시키거라.”
“예, 알겠어요. 그러니까 여기에다 사인 좀요.”
“크흠-.”
처음에는 사인이라는 게 뭔지 몰랐던 천마이지만, 지금은 아주 능숙하게 본인의 이름을 써 주었다. 물론, 한글이 아니고 한자라는 게 문제지만.
“오오. 명필이시네요.”
“후후. 본좌의 친필을 흠모해 천마신교로 들어오던 놈들도 꽤 있었지.”
“와. 그럼, 여기서도 천마신교를 만드시는 건가요?”
“뭐? 진짜? 천마신교를 만든다고?”
“뭐야! 나 가입할래!”
천마신교라는 말에 천마는 움찔 거렸다.
이윽고 너도 나도 가입 의사를 밝히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천마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천마신교는 없다.”
“예?”
“에이. 그게 뭐예요. 천마님이 만들면 되잖아요?”
“쯧. 이곳에 천마신교를 만들어 뭐 하겠다고. 천마신교는 패도의 뜻을 갖고자 만든 본좌의 신교였다. 하지만 본좌는 이곳에 수련을 하러 온 것이지, 결코 패도를 걷고자 온 것이 아니다.”
“패도?”
“그게 뭐야?”
갑작스럽게 화제가 천마신교로 번지고 말았다.
-오 천마신교라니!
-소인도 가입하겠나이다.
-22222
-33333
-근데 천마 형이 안 만든다고 하잖아. 왜케들 김칫국부터 마시누.
-천마신교는 패도를 걷기 위함이지, 쓸데없는 친목을 위한 것이 아니다!
-패도? 그게 뭐지?
-패도(覇道). 쉽게 말해서 최강이 된다는 소리임.
-무림에서 자주 나오는 말인데, 뭐 천하제일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패도를 걷기 위해 게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무예를 수련하기 위해 게임을 한 것이다.
이게 바로 천마의 마음이었다.
예상치 못 한 논제였기 때문에 천강도 잠시 반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그걸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다.
“천마님. 이제 보상을 받으러 가셔야죠.”
“응? 보상?”
“예. 이번 퀘스트를 준 게 치안 대장이지 않습니까? 퀘스트를 성공하셨으니, 보상을 받으셔야 돼요.”
“흠. 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운기조식을 할까 했는데······.”
그놈의 운기조식.
천강은 솔직히 지긋지긋했다.
왜냐하면 천마가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하면 2시간은 기본으로 잡아 먹기 때문.
즉, 그날은 방송 접어야 하는 날이다.
“그······ 운기조식은 이따가 하시고요. 일단 보상부터······.”
순간 표정 관리가 되지 않던 천강이었다.
-PD 이빨 꽉
-네가 그렇게 운기또띡을 잘해?
-욕땽으로 따라와
-그리고 PD는 천마 형 분노 MAX 검기 맞고 3초컷.
-어? 그런데 천마 형 검기 쓴 거는 스킬이 안 생겼으려나?
-뫄뫄뫄 그러네?
-PD는 뭐하누 얼른 확인해 보지 않고?
검기 스킬.
천강도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도적 우두머리에게 천마가 검기를 날렸을 때 직감했으니까.
아. 저거는 새로운 스킬이겠구나.
하지만-.
“여러분. 그건 제가 미리 체크했습니다. 아쉽게도 스킬이 생성 안 되었던 거 같더라고요. 분노가 100으로 차 있을 때만 사용이 가능한 거다 보니······.”
-에잉 아쉽누
-줬다 뺐다 하누
-기대만 잔뜩 하게 하다니.
-그래도 분노 MAX가 되면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좀만 더 있으면 굳이 분노가 끝까지 차오르지 않아도 쓸 수 있을 것 같음.
-오. 그걸 자유자재로 쓴단 말이지? 개꿀이네 ㅋㅋㅋ
천강도 아쉽긴 했지만, 시스템이 그걸 스킬로 받아들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욕심의 결정체이지 않은가.
아쉬운 마음은 천강뿐만이 아닐 것이다.
“검기를 쓴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지. 스스로의 마음이 강하다면 무공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 결국 중요한 건 본좌의 정신이다.”
-강해지는 방법. 정신 단련.
-정신만! 단련하면 강해진다..
-근데 아무리 봐도 저게 정신만 강하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디요?
-흠. 고차원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천마는 외계인이다······ 메모.
천마는 자기가 무슨 스킬을 익혔는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였다. 마치 내력만 돌아오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저런 자신감도 참 어디가서 보기 힘들거야.’
독보적인 자신감이라고나 해야 할까.
천강과 천마는 도적단 소굴을 나와 치안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호. 잘 왔네. 그렇지 않아도 막 소문을 들은 참이었어. 자네가 혼자서 도적단으로 들어가 우두머리를 죽였다지?”
“악인에게 마땅한 심판을 내렸을 뿐이다.”
“하하. 그래. 아주 마음에 드는 모험가로군. 자네의 역량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의심했던 나를 용서하게.”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경험치가 주어집니다.
-보상 골드가 주어집니다.
-마타하니 도시 주민들에게 당신의 노고에 감사를 표할 것입니다.
퀘스트 완수 보상은 평범했다. 하지만 천마 같이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에게는 꽤 큰 보상이었다.
“와우······.”
천강은 그것을 천마의 프로필로 실감했다.
“레벨이 벌써 22라니.”
도적 100명과 도적 우두머리까지 홀로 사냥한 경험치의 결과였다. 레벨 7에서 무려 15단계나 상승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짜네.
-나도 한 30은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바실레이아 레벨링 시스템이 벌레 같아서 그럼.
-ㄹㅇ그건 ㅇㅈ
-왜 한번에 하나 밖에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보다 경험치를 많이 안 주는구나.
-바실레이아가 원래 노가다 겜이잖아. 레벨링이 쉽지가 않아.
경험치대로라면 천마는 더 높이 레벨을 올려야 하지만, 바실레이아 시스템은 한번에 한번씩만 레벨을 올리게 만들어 두었다.
아이템을 빠방하게 두르고 쩔을 받으며 높은 레벨 구간에서 폭업을 하는 플레이어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지였다.
또한 고레벨 사냥터라고 해서 경험치를 미친 듯이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바실레이아 게임 자체가 레벨을 올리는 게 여간 쉽지 않은 게임이긴 했다.
‘뭐, 막아놓긴 해도 결국 할 놈은 하고 말지만.’
아무리 게임 내에 가챠 시스템이 없다고 해도 돈이 많으면 게임이 편할 수밖에 없다.
현실 세계의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서 처음부터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아예 게임 아이템을 죄다 사 버리고 나서 제대로 게임을 시작하고는 한다.
‘운빨좆망겜은 아니지만, 현질좆망게임이긴 하지.’
여기서도 결국 빈부격차라는 이 시대의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보상도 받았으니, 그만 나가 볼까요?”
“그래. 얼른 운기조식을 하자꾸나.”
“······.”
천강이 똥씹은 표정으로 천마와 함께 치안대를 나려는 때였다.
“아. 잠깐만. 기다리게.”
갑자기 치안대장 켈리그가 밖을 나서려는 천마를 붙잡았다.
“자네 같은 실력자를 이렇게 보내기에는 좀 아까워서 말이야. 저번에 내가 말실수를 한 것도 있고. 그래서 말인데, 다른 일을 맡아 보지 않겠나?”
처음 보는 켈리그의 반응에 천강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켈리그 위에 떠 있는 파란색 느낌표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히, 히든 퀘스트?”
#
# 25 – 2753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