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59
31화.
크아아아-!!
거센 포효가 쏟아져 나오면서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그들은 공포 상태에 빠져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고, 스킬도 쓸 수가 없게 됐다.
“제, 젠장! 이게 도대체 뭐야!”
“모, 몸이 안 움직이잖아!”
이윽고 아직 밖에 다 빠져 나오지 못 한 군단 개미들이 공포 상태에 빠진 플레이어들을 덮치려 했다.
“으, 으아아!”
“시발!!”
콰직-!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사단장 아르헨의 말발굽이 한 발 빨랐다.
그는 말의 뒷발로 몸이 굳어 버린 플레이어들을 저 뒤로 뻥 차 버렸다.
“커헉-!”
“우욱-.”
아르헨의 입장에서는 저들을 구해 준 것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다, 다른 의미로 몸이 안 움직여.”
“바, 방어구가 깨졌어.”
“포션. 누가 제발 포션 좀.”
“회복 마법이라도······.”
-ㅋㅋㅋㅋㅋ꼬시다 새키들아
-아르헨 개사이다물이누
-걍 개미한테 쳐 맞는 게 더 이득인 거 같은디 ㅋㅋㅋ
아르헨은 뒤로 밀려난 플레이어들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감히 상관의 명령도 없이 움직이다니. 명령 불복종으로 처형을 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솔직히 아르헨이 지금까지 별도로 명령을 내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명령과 지휘를 운운하는 건 좀 억지가 아닌가 싶었다.
“토벌단은 여기까지다! 기사단에 속해 있지 않은 모험가들은 전부 나가거라! 여기서부터는 우리 기사단만 있을 수 있다!”
“예?”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방구야.”
한 술 더 떠서 아르헨은 플레이어들을 전부 쫓아내기까지 했다.
“와. 뭐야? 나 자동 파티 탈퇴됐어.”
“나도 퀘스트 취소됐잖아.”
“시간 낭비 개오졌네.”
“시발 너무 한 거 아니야?”
아르헨이 플레이어들을 죄다 탈퇴시킨 모양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퀘스트도 실패로 떠 버리고 말았다.
-역시 못 배워 먹은 놈이누
-여기까지 와서 퀘스트 실패시키는 건 선 넘었지
-퀘스트 경험치는 줘야 하는 게 국룰 아니냐?
-설마, 천마형 히든 퀘스트도 날아간 거임?
천강은 화들짝 놀라 천마의 히스토리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퀘스트 실패는커녕, 오히려 히든 퀘스트가 발동된 것이 보였다.
“어?”
[히든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개미 군단의 서식지로 알려진 동굴에서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정체모를 울음소리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며, 마타하니 성주는 기사단을 보내 그 원인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퀘스트 보상: ???
한정적 히든 퀘스트입니다.
발생 조건은 레벨 25 이하의 플레이어가 도적단 퀘스트를 홀로 완수시켰을 때 발생합니다.
* 밝혀진 의문.
개미 군단의 서식지에 있어서는 안 될 몬스터가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기사단장 아르헨과 함께 몬스터를 처치하십시오.
퀘스트 보상: ???
히든 퀘스트가 진행이 되면서 정체불명의 몬스터를 사냥하라는 가이드가 주어졌다. 그것도 저 싸가지 없는 아르헨 기사단장과 말이다.
“모험가들은 이제 모두 나가라! 만약 내 눈에 띈다면 곧 적으로 간주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아르헨 기사단장은 가시를 세우며 플레이어들을 내쫓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하네, 진짜.”
“개 쓰레기 같은 새끼.”
“엿머겅 두 번 머겅.”
졸지에 퀘스트도 실패하고 쫓겨나게 생긴 플레이어들은 험한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굴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르헨은 그들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천마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뭐, 자네는 남아도 좋아. 내 동생의 추천장이 있으니까. 고기 방패로 쓸 순 있겠지. 후후.”
완전히 천마를 깔보고 무시하는 게 팍팍 느껴지고 있다. 천강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 더럽네요, 저 기사단장.”
-쌉ㅇㅈ
-근데 솔까 저 정도면 양반임
-다른 기사단장들은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칼부터 뽑음
-ㅇㅇ데리고 가서 고문 하는 지독한 새끼들도 있음
-하여튼 기사단장은 다 개변태 새기들 밖에 없어.
-운영자 취향 나오쥬?
-휴먼. 취향이라 했습니까?
플레이어들이 기사단장에 의해 전부 쫓겨나면서 굴에 남은 플레이어는 천마와 천강, 단 둘뿐이었다.
“뭐, 그쪽도 남아도 좋다. 둘이 동행인 것 같으니까.”
다행히 아르헨은 천강까지 내쫓진 않았다.
히든 퀘스트 영향인지, 천마는 이 토벌단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다.
“성주님이 명령하신 일이니, 우리가 처리하는 게 맞아. 저런 외부인들이 괜히 나섰다가는 일만 더 시끄러워져.”
아르헨은 칼을 뽑으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패병 앞으로.”
“앞으로!!”
무턱대고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진 않는다. 일단 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몬스터를 바깥으로 끌어 내는 게 아르헨의 목표인 것 같았다.
“쯧. 저래봐야 아무짝 쓸모도 없을 텐데.”
그런 아르헨의 지휘를 보고 천마가 짧게 혀를 찼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 안에 있는 놈 말이다. 저놈은 그저 길을 잃어 혼란스러운 것뿐이야. 우리가 이렇게 나가면 놈을 더 자극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거다.”
“예? 천마님은 저 안에 뭐가 있는지 알고 계신 거예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울음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어. 놈은 지금 길을 잃어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런 놈을 우리가 자극하려는 것이고.”
천강은 눈을 껌뻑거리며 채팅창을 살펴보았다.
-천마형 테이밍 마스터임?
-몬스터의 목소리가 들려
-저 안에 있는 놈이 드래곤이다에 내 똥을 걸겠어.
-이제 몬스터랑 대화도 할 수 있는 거야? ㄷㄷ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천마의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마님은 몬스터랑 대화가 가능하신 건가요?”
“응? 아니. 그저 놈들이 뿜어내는 ‘기’로 알 수 있는 것뿐이다. 모든 만물이 기에 연결되어 있어 스스로의 감정도 그 기를 통해 전달되기 마련이지. 저 짐승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 같으냐?”
“그러니까 그 기라는 걸 느끼면 상대방의 감정도 알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런 셈이지. 전음이라고 있지 않느냐. 상대방에게 내 기를 보내 은밀히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도 이와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옼ㅋㅋㅋ전음
-미친ㅋㅋㅋ이젠 하다하다 전음이 나오네
-아직도 귓말 쓰는 흑우 없제?
-전음이 뭔데?
-귓속말 같은 거임. 특정 인물에게만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기를 보내는 거임 ㅇㅇ
-쉽게 말해서 무림에서만 쓸 수 있는 까톡이다 이 말이야
“그 ‘기’라는 거 저도 진짜 꼭 좀 느껴보고 싶네요. 뭘 어떻게 하면 몬스터들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지 원······.”
천강은 진심이었다.
천마는 과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잠시.
캬아아악-!!
콰아앙-!!
방패병이 먼저 진격하자 저 어둠 속에서 포효와 함께 검은 구체가 날아와 부딪혔다.
“으헉-!”
“으아악!”
구체가 폭발하면서 방패병들은 아르헨이 있는 곳까지 밀려났다. 몇몇 병사들은 큰 부상까지 입은 것처럼 보였다.
아르헨은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물러나라! 내가 직접 들어가 보겠다!”
그러면서 그는 천마에게 눈짓을 보냈다.
“뭐, 혼자 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자네도 따라 나서는 게 어때? 물론,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우리가 앞장을 서고 뒤에 병사들이 따라올 테니까.”
천마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갯짓을 하며 대꾸했다.
“정 원한다면 먼저 들어가라. 알아서 따라 들어갈 테니까.”
“공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일 텐데?”
“본좌가 그깟 공에 매달릴 것 같은가?”
“뭐, 동생이 추천을 해 준 모험가니까. 내가 뭐라도 챙겨 주려 했지. 정 싫다면 어쩔 수 없고.”
아르헨은 말을 박차며 어둠 속으로 돌진했다.
“금방 정리하고 나오겠다.”
파앗-!
그런 아르헨의 뒷모습을 보며 천강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천마가 저 뻔히 보이는 아르헨의 도발에 넘어가면 어쩌나 전전긍긍하지 않았던가.
방금 전 방패병을 날린 그 공격을 보건데, 보통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즉, 지금의 천마 몸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가 없는 고레벨 몬스터가 있다는 것.
기사단장 정도 되는 아르헨이라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괴물놈이 감히!”
콰직-! 콰콱-!!
곧이어 어둠 속에서 아르헨의 거친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강은 저 안에 대체 뭐가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참고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콰앙-!
“큭···!”
예상 외로 아르헨이 어둠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는 폭발에 밀쳐져 대기 중이던 병사들과 부딪혔다.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젠장. 왜 저런 놈이 여기 있는 거지? 저건 우리 모두가 달려 들어도 승패를 알 수 없는 놈이야.”
아르헨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니.
‘히든 퀘스트가 이런 식으로 진행 되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레벨 조정은 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단장이 저럴 정도면 ㅈ된 거 아니냐?
-않이; 대체 뭐길래 그래
-진짜 드래곤 새끼라도 되냐?
-시발 운영자 또 벨런스 조절 안 하네
-휴먼. 미쳤습니까?
-저럴 거였으면 플레이어들은 왜 다 쫓아낸 거여 ㅋㅋㅋ 스노우볼 지렸구요
아르헨은 이 토벌대로 저 안에 있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일단 철수한다. 그리고 병력을 증강시킨 다음에 다시 오겠다. 지금 우리로써는 놈을 상대할 수 없어.”
“저, 저기요. 기사단장님. 대체 안에 뭐가 있는데 그러십니까?”
“뭣들 하고 있어! 얼른 철수하자니깐! 그리고 너는 나한테 한눈 팔지 말고 네 동료나 잘 간수해!”
“예?”
아르헨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강이 고개를 돌렸다.
“어··· 어어?”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홀로 어둠 속에 걸어가고 있는 천마였다.
-어? 어어어어?
-자살 모드 on
-아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천마형 또 빡종각 잡네
천강은 화들짝 놀라 천마에게 헐레벌떡 달려갔다.
“처, 천마님! 지, 지금 뭐하세요!?”
크르르르-!
천마를 말리려 왔는데, 오히려 천강도 휘말리게 되었다. 몬스터는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 으르렁 거리는 하울링이 살결에 닿았다.
“미, 미친······.”
가벼운 하울링임에도 불구하고 방어력이 내려가고 몸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대체 저게 뭐길래 이런 디버프가 걸린단 말인가.
“천마님. 지금이라도 기사단이랑 같이 빤스런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만 있어 보거라.”
“아니. 이러다가는 다 죽어요!”
천마는 천강의 말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갔다.
천강은 순간 저걸 강제로라도 끌고 가야 하나 싶었다. 그런 천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마는 제자리에 쭈그려 앉은 뒤 말했다.
“나가는 길이 알고 싶으냐? 괜찮다. 너를 공격하는 무리는 전부 사라졌어.”
캬아앙-!!
방금 전보다 더욱 거세진 포효 소리.
분명 천마에게도 영향이 있을 텐데, 그는 덤덤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길을 잃어 무섭다는 거, 알고 있다. 내가 나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그만 나오너라. 아무도 널 해치려 하지 않을 거야.”
천강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나마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크아아앙-!!
거친 포효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아, 안 돼!”
천강은 번쩍 날아올라 천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를 대신해서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주기 위함이었다.
“형! 도망가!”
애써 몸까지 던져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주고 있건만, 천마는 이상하다는 눈동자로 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해?”
“그러는 너는 뭐하고 있느냐?”
“그야 당연히 형을 대신해······ 응?”
뭔가 튀어나오기에 몸을 던졌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공격을 당했다는 흔적도 없다.
그림자만 봤을 때는 분명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몬스터였는데 말이다.
“뮤?”
“······?”
“뮤뮤!”
그 대신 전혀 다른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천강의 어깨에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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