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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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촬영일이었기 때문에 도준은 예정된 시각보다 이르게 샤워를 마치고 출발했다.
주차장에 주차해둔 차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위해 렌트한 고급 SUV 차량이었다. 주로 혼자 다닐 테니 작은 승용차를 렌트하려고 했으나 데이비드는 그래도 이왕이면 SUV가 좋을 것이라고 SUV 차량을 추천했다.
에이전시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부분이라 도준도 데이비드의 말에 따랐다. 그런데 확실히 살다 보니 SUV 차량으로 렌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혼자였지만 장 본 것부터 시작해 이것저것 실어야 할 짐들이 생기곤 했기 때문이었다.
차에 오른 도준은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매니저가 운전했기 때문에 운전할 일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아니었다.
레지던스에서 5분 거리 정도는 걸어가지만 몰(mall)이라도 한번 가려면 차를 운전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미국에서의 운전도 이제는 일과가 돼 능숙해졌다.
스태프들이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일에 도준도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약간의 불편함도 없다고 하면 거짓이었다.
그러나 더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던 덕에 금세 다시 혼자 생활을 하는 것에도 적응했다. 미국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케줄을 매니저와 함께하거나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하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비해 더 자유로운 점도 있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만큼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거니까······.’
확실히 사생활을 포함한 자기 관리 부분에서 의지를 다지지 않으면 어려운 점도 있었다. 때문에 에이전트와는 다른 개념으로 매니저를 고용하는 할리우드 스타들도 꽤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주차장 밖을 빠져나온 도준은 USB를 꽂아 녹음 파일을 재생시켰다.
“···can’t explain it, but makes you feel part of something······.”
곧 도준은 흘러나오는 영어 내용을 중얼거렸다.
운전 중에는 대본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듣기라도 하려고 미리 녹음해 둔 파일이었다.
완성 대본이 나온 2주 전, 지도자와 함께 녹음한 것이었다. 도준은 미국에 온 이후 정식으로 발음 및 연기에 도움을 줄 지도자를 구해 일주일에 세 번씩 맹훈련 중이었다.
촬영장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지만 직전에 집중적으로 들어 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대본을 잘 외우기로 소문난 도준이었지만 전부 영어인 데다가 의학 용어가 가득한 대본은 확실히 부담스러웠다.
한국에서 작품을 할 때 도준은 꼭 자신의 역할이 아니더라도 더 깊이 대본을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통으로 외우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힘들 듯도 싶었다.
‘익숙해지면 나으려나.’
그러나 계약 회차는 단 4회뿐으로 익숙해질 즈음에는 촬영이 끝나있을 것도 같았다.
도준은 입으로 대사를 따라하며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스튜디오가 있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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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모닝, 도준 씨!”
“좋은 아침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촬영장 주차장에서 도준은 데이비드를 만났다. 데이비드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사전 세팅과 며칠간의 스케줄 조정을 돕기 위해 도준보다 먼저 촬영장에 나와 있었다.
촬영장 안과 밖에서 픽업을 해주거나 촬영 시간 동안 지켜 보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에이전트로서 해야 할 필수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데이비드는 만전에 만전을 기했다.
“와우, 도준 씨! 일주일 사이에 또 많이 달라지셨네요. 보기는 좋은데······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다이어트 너무 심하게 하신 것은 아니죠?!”
일주일 전 대본 리딩 현장에서 보고 처음 보는 것이었다. 데이비드가 도준을 위아래로 훑으며 놀라했다.
촬영 당시 만들어 놓은 근육을 도준은 이후 시상식까지 유지해 오고 있었다. 유진오 중위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 에서 도준이 맡은 ‘닥터 원’ 역할은 든든한 느낌의 유진오 중위와는 달리 날카롭고 냉철한 엘리트였다. 제작진 쪽에서는 도준에게 체중 감량을 요구했다.
할리우드의 계약서는 꽤 까다로운 편이라 도준의 출연 계약서에는 방송 촬영 기간 동안 몸무게 관리에 대한 부분까지 들어가 있었다.
도준은 계약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동안 키웠던 근육을 죽이고,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왔다.
“지금까지 몇 키로나 빼셨어요? 보기에는 160파운드도 안 돼 보이는데요?!”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너무나 사적이라 물을 수 없는 질문이었겠지만 도준은 배우였고, 데이비드는 관리자였다.
촬영장 안쪽으로 함께 걸으며 도준도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답했다.
“아니에요. 원래 170파운드(78kg) 좀 넘게 나갔었는데 지금은 딱 160파운드(73kg)에 맞췄어요. 10파운드 정도 뺐습니다.”
계약서상에 기재돼 있던 내용이 160~160파운드 사이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계약서에 딱 맞춰 몸무게를 만들어 온 도준에 데이비드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요? 일단 트레일러 가서 재 봐요. 거기 체중계 있을 거니까요!”
그러나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던 근육이 쫙 빠져서인지 생각보다도 더 말라 보였다. 데이비드의 말에 도준이 끄덕였다.
그런 도준을 보며 데이비드가 기분 좋게 웃었다.
사실 근육을 없앤다니 한국에 있는 팬들이 들으면 무척이나 당황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이 살을 뺀 도준은 도준대로 매력이 넘쳤다.
일단 베일 듯한 턱선과 높은 콧날이 더 강조되면서 깎아 놓은 듯 조각상의 느낌까지 났다. 할리우드 어디에 내놓아도 좋을 외모였다.
거기에 데뷔 초와 같이 말랐음에도 그때보다는 더욱 성숙해진 터라 날카롭고 예민한 분위기가 잘 살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거두고 의사 가운만 입어도 곧바로 성격 좋은 도준이 아닌 ‘닥터 원’으로 보일 듯했다.
데이비드가 도준의 변화한 외모를 곁눈질로 살피는 사이 두 사람은 캠핑 트레일러가 여러 대 놓인 곳에 달했다.
할리우드식 대기실이었다.
사실 할리우드의 대배우들은 주문제작한 대형 트레일러를 촬영지마다 가지고 다니며 호텔 대신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한 대형 캠핑 트레일러에는 20억 원을 호가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했고, 30평 정도의 공간이 생겨 욕실과 방이 2개씩 달려 있었다.
그러나 의 경우 외부 촬영이 적고 대부분의 씬들이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통의 트레일러를 한곳에 모아놓고 촬영시 대기실로 사용하는 정도였다.
“톰슨!”
데이비드가 트레일러 주변을 지나고 있던 스태프를 불렀다. 팀의 트레일러들을 관리하고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트레일러에서 쉬고 있던 배우들이 필요한 것을 요청하면 그것들을 채워넣는 일을 하기도 했다.
도준의 트레일러를 준비하기 위해 이미 만나 인사를 나눈 적 있는 데이비드가 도준에게 톰슨을 소개시켰다.
“여기 트레일러 관리 직원인 톰슨이에요. 필요한 게 있으면 이 친구를 부르면 될 거예요. 톰슨, 여기는 이번 에서 ‘닥터 원’ 역할을 맡은 배우 도준입니다!”
“반가워요, 톰슨 씨.”
도준이 곧바로 반갑게 인사하자 톰슨도 의례적인 웃음을 보이며 도준과 악수했다.
“앞으로 잘해 봐요. 도준.”
어눌한 말투로 ‘도준’의 이름을 발음한 톰슨이 데이비드와 도준을 가장 끝 쪽에 있는 트레일러로 이끌었다.
“여기가 도준이 쓰게 될 트레일러예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톰슨의 말에 두 사람이 트레일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기다란 트레일러 내부는 바깥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넓었다.
“와······.”
말만 들었지 캠핑 트레일러의 내부를 이렇게까지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인 도준이었다. 도준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
할리우드 대배우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형 캠핑 트레일러에 비하면 별것 아닌 모습일 텐데도 도준이 쓰게 될 트레일러 내부는 입이 벌어질 만큼 편안해 보였다.
확실히 한국의 대기실이나 대기실이 없을 경우 사용되는 벤과는 차원이 달랐다.
부엌 시설은 물론이고 안락해 보이는 침대와 TV를 시청할 수 있는 공간과 욕실까지. 레지던스에 갈 것 없이 이곳에서 살아도 되겠다 싶을 만한 환경이었다.
데이비드는 혹시 트레일러에 부족한 것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폈다.
“문제 있어요?”
냉장고 문까지 열어 본 데이비드가 톰슨을 향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신경 많이 써 줘서 고마워요, 톰슨.”
“뭘요. 그럼 여기 이 전화로 #9 누르면 나한테 연결 되니까 문제가 생기면 연락 줘요. 앞으로.”
“고맙습니다.”
톰슨의 말에 도준이 인사했다. 톰슨은 웃으며 트레일러 밖으로 나갔다.
“여기는 촬영 끝날 때까지 도준 씨만의 공간이에요. 도준 씨 개인 물건은 얼마든지 가져다 놓으셔도 돼요.”
도준은 알겠다고 답했다. 데이비드가 한편의 옷장 문을 열었다.
옷장 문을 열자 의상팀이 준비해 놓은 도준의 촬영용 의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술복과 함께 걸린 의사 가운의 왼쪽 가슴에는 도준의 배역 이름이 선명하게 수 놓여 있었다.
“이따가 11시까지 의상 갈아입고 분장 트레일러로 가면 거기서 분장해줄 거예요. 그 분장하는 곳은 아까 앞에 푸른 색 스티커 붙여져 있던 트레일러 있죠? 거기예요.”
데이비드의 설명에 도준이 끄덕거렸다. 데이비드가 프린트 해 온 스케줄 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14부 촬영 스케줄이었다. 몇 시에 어느 스튜디오에서 도준의 촬영이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되어 있었다.
분장팀 예약도 모두 데이비드가 마친 상태였다. 도준은 정시에 그 자리로 가면 됐다.
“더 설명 드려야 할 것은 없겠죠?”
데이비드가 스스로를 점검하며 도준에게도 물었다.
“네. 이제 제가 촬영을 잘하는 일만 남았네요.”
“도준 씨라면 정말 잘할 거예요. 대본 리딩 때도 모두 단번에 도준 씨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만들었잖아요!”
일주일 전 있었던 대본 리딩 자리를 떠올리며 데이비드가 말했다. 도준이 잘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도준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데이비드는 대본 리딩 후 제작진에게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기에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등장 인물이 무명의 ‘동양인’ 배우라고 생각한 이들이 도준을 경력 없는 배우 취급하며 앞으로 자신들을 잘 따라오라는 식으로 은근한 무시를 내비쳤는데, 도준의 연기를 보고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뭐 끝나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니 촬영장도 비슷하겠네요.”
도준이 나름대로 평온하게 흘렀던 대본 리딩 현장을 떠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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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준비를 모두 마친 도준이 데이비드를 보내고 혼자 촬영장에 들어섰을 때였다. 이미 대본 리딩 현장에서 얼굴을 익힌 배우와 연출, 스태프들과 도준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앞 씬 촬영에 이어 도준이 참여하는 씬인지라 스튜디오 내에는 이미 많은 배우가 있었다. 선행한 촬영이 꽤 고됐는지 다들 지친 얼굴이었지만 도준의 인사에는 대부분 미소로 화답했다.
한편에서 고성이 울려 퍼진 것은 그때였다.
“애 같이 굴지 말고 적당히 좀 해라 케인!”
“뭐? 이 미친!”
놀란 시선들이 일제히 큰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각각 한국으로 하면 과장급 의사 역할을 맡은 주연 배우 클레이튼과 케인이 얼굴을 붉히며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서로의 멱살을 쥘 듯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도준이 당황한 채 굳었다.
“클레이튼! 너 그 도준인지 뭔지 하는 놈처럼 게이라도 된 거야? 왜 이렇게 성격이 꼬였어?”
케인의 큰 소리를 듣지 못한 이는 없었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