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간질간질, 하지만 가짜젖은 가라
납치범의 시체를 처리할 방법이 없으니 포기하고 잠을 청하기로 한다. 암기로 사용한 호두알을 챙겨 조용히 머리맡에 원상복귀 시킨 후 잠을 청한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잠도 잘 온다.
다음날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한 일.
“도대체 이 시체는 뭐란 말인가?”
“상공, 저도 몰라요.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시체가.”
“상처 하나 없이 죽었소. 사혈을 눌러 죽인 거요. 그럼 직접 손을 쓴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시체가 왜 이 방에? 이자가 이 방에서 죽은 건지, 아니면 죽은 자의 시체를 이 방에 갖다놓은 건지 알 수가 없군. 어느 쪽이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구려. 이 방에서 죽었다면 누가 이 자를 죽였는지 알 수 없고, 다른 곳에서 죽은 시체라면 누가 이 자를 갖다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요.”
현무문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라 더 이상 나올 정보가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부인 방에서 같이 자야할 것 같소.”
“그렇게 하면 저도 안심이 되지요.”
납치범 사건 이후로 달라진 것은 아버지가 어머니 방에서 같이 취침을 하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나는 조금 달라졌다.
‘현무문을 노리는 놈들이 있어. 어머니를 노리는 놈들도 있고. 얼른 힘을 키워야 해.’
여유 있게 생각했던 무공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신체적 성장은 계속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내 이가 난 것이다.
신생아는 6개월에서 10개월 사이에 아랫니 전치가 나기 시작한다.
유치가 나는 시기와 순서를 보면 유중절치라 부르는 아래 가운데 앞니가 6~10개월에 가장 먼저 난다. 다음으로 윗니의 가운데 앞니가 8~12개월에 난다. 이후 유측절치라 부르는 가쪽 앞니가 나고, 돌이 지나면 제1유구치라 부르는 첫째 어금니가 난다. 이후 유견치라 부르는 송곳니와 제2유구치인 둘째 어금니가 난다.
지금은 이가 다 난 상태라 괜찮지만 처음 이가 나기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두세 달 전에 이가 나기 시작할 때 나는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아, 간지럽네.’
가려움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처음 치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잇몸이 간지러운 것이다.
‘이래서 아이들이 자꾸 입으로 뭐를 가져가서 씹으려고 하는 거구나.’
신생아의 치아가 나올 때 깨끗한 수건으로 잇몸을 닦아주면서 손으로 마사지해주면 가려운 증상이 덜한데, 어머니는 내가 잇몸 때문에 가려워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머니가 안 해주니 환장할 노릇이다.
말 못 하는 것이 이렇게 답답하다.
‘내 손을 이용해 스스로 마사지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한데, 세균감염 우려가 있단 말이야.’
– 딸그락─ 딸그락─
호두알을 가지고 놀다가 생각난 방법.
‘호두알을 씹으면 좀 덜 가려울라나?’
바로 호두알을 가져다 입에 넣고 씹어본다.
– 우물우물─
“어머? 무비야? 무비가 입에 호두알을 넣다니. 그럼 못 써. 그건 찌찌야. 얼른 퉤 해요. 퉤!”
내가 호두알을 넣고 우물거리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면서 내 입에 손을 넣고 호두알을 빼내신다.
‘아, 이런 이러면 안 되는 건데.’
후두알을 넣고 잇몸으로 씹으니 조금 가려움증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호두알을 입에 넣는 것을 보더니 기겁을 한다. 잘못 해서 호두알이 목구멍 안으로 넘어갈까 봐서 그러는 것이다.
어머니가 안 볼 때 호두알을 넣고 다시 우물우물 씹기를 두 세 차례 반복하니 어머니도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신 모양이다. 내 잇몸을 손으로 만져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무비가 이가 나려나 보네. 그래서 자꾸 입으로 뭐를 가져가서 씹으려고 하는 거구나. 그런데 딱딱한 호두알은 안 돼. 우리 무비가 씹을 것을 줘야겠네.”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 쑤욱─
내 입 안을 밀고 들어온 물건 하나. 지금까지 어머니가 내게 물린 것은 젖밖에 없다. 당연히 어머니의 젖이라 생각하고 빨아먹으려 하는 순간. 나는 사기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뭐야? 어머니의 젖이 아니잖아?’
이 오묘한 감촉은 뭐지? 부드럽고 따스한 어머니의 젖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호두처럼 딱딱한 물건도 아니다.
‘설마 공갈젖꼭지?’
아이의 치아 성장을 돕거나 칭얼거림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노리개 젖꼭지다. 좋게 말해서 노리개 젖꼭지고 보통 ‘공갈젖꼭지’라고 부르는 가짜젖꼭지를 말한다. 대개의 경우 엄마가 진짜 젖을 물리기 힘들 때 노리개 젖꼭지를 물린다. 공갈젖꼭지는 아기들의 빠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부모들을 도와주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 한국에서 판매하는 노리개 젖꼭지는 아기들의 치아와 잇몸의 발달을 돕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이 시대 젖꼭지가 그렇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을 리가 없다.
‘뭐로 만든 거야?’
질겅질겅 유두 부분을 씹어본다.
‘나무로 본을 뜨고 겉에 가죽을 씌운 거잖아.’
공갈젖꼭지를 씹어보니 가죽 냄새가 난다. 그러나 안에는 딱딱한 것이 나무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진짜 신생아라면 나름 장난감으로 씹기 좋을 노리개 젖꼭지다. 하지만 내게는 아니다.
‘어머니! 이것은 아니지요.’
나는 공갈젖꼭지에 실망하여 나도 모르게 앙증맞은 주먹을 불끈 쥐며 어머니에게 시위했다.
‘가짜젖은 가라. 6개월 차에 진짜젖만 남고 가짜젖은 가라. 내 입에선 어머니의 두 가슴과 향기로운 젖만 남고 모든 가죽과 나무는 가라.’
나는 유명 시인의 시를 응용해 내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시위는 말로 표현될 수 없었고, 어머니는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듣지 못 했다.
어머니는 공갈젖꼭지를 물려주시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퉤─!”
“어머, 무비가 젖꼭지를 뱉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어머니는 다시 내게 가짜를 물려주셨다. 이번에는 손으로 공갈젖꼭지를 잡아서 입에서 빼낸 다음에 바닥에 던졌다.
“우리 무비가 왜 이러지? 젖꼭지가 싫은가?”
어머니가 몇 번이나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려고 했지만 나는 그때마다 강하게 거부하면서 젖꼭지를 내뱉았고,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공갈젖꼭지 물리기를 포기하셨다.
“그럼 엄마 젖을 먹을래?”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 쭈우웁─ 쭉─
나는 어머니가 물려주신 참젖을 빨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사랑을 느낀다.
‘어떤 젖꼭지도 가짜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가짜야. 하지만 어머니의 젖은 진짜지. 어머니의 참젖만이 진짜야.’
나는 내 시위가 성공했음에 기뻐하며 따스하고 풍만한 어머니의 가슴을 양손으로 잡고 맛있게 빨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두세 달 전부터 공갈젖꼭지 없이 이가 나는 시기를 버텨냈고, 지금은 이가 완전히 난 상태다.
시간 개념이 명확하지 않지만 대충 이가 난 시기며 앉는 시기 등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납치범이 침입한 시기는 신생아 8개월 차 정도였을 때로 짐작된다.
그리고 신생아 인생 최초의 일이 또 발생했다.
─ 외출!
무려 현무문 바깥으로 외출이 이루어진 것이다.
내가 방 바깥 출입을 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아마 한 달 전쯤부터일 것이다.
내가 목도 잘 가누고, 이도 자라는 등 성장이 뚜렷해지자 어머니는 나를 안고 후원까지 나가곤 했다. 그때마다 아름다운 후원의 꽃을 보면서 방 바깥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무문 바깥 세상으로 외출이다.
“개봉부 최고 수장인 지부 생일 연회에 참석해야 하니 진매도 준비하도록 해요.”
“상공, 저도 참석해야 하나요?”
“진매가 개봉일미 아니요. 개봉부 지부께서 개봉성 최고의 미녀를 보고 싶다고 하니 거절하기 어렵소.”
“알겠어요. 그럼 준비하도록 할게요.”
코에 바람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바깥 공기는 상쾌했고, 내 기분도 상쾌했다.
나는 마침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현무문 바깥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마차를 타고 도착한 개봉부는 크고 화려했다. 사방에서 몰려온 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개봉부는 꽤 큰 면적임에도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현무문 문주 현후담과 부인 설유진이 지부의 생신을 감축드립니다.”
“오, 고맙소. 과연 개봉일미요. 아기까지 데리고 와서 축하해주니 고맙소. 모쪼록 즐기다가 사시요.”
“감사합니다. 지부 대인!”
드디어 아버지 이름을 알았다. ‘현후담’이 아버지 이름이다.
지부 앞을 물러난 아버지는 배정된 자리로 가서 어머니와 함께 앉았다.
“백호문 문주님을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현 문주! 오랜만에 뵙소이다. 부인께서는 날이 갈수록 예뻐지시는구려.”
“감사합니다.”
“철검문 문주님도 오랜만입니다.”
아버지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무인들인 것으로 볼 때 아버지가 자리잡은 지역은 개봉성의 무림문파들이 앉는 자리로 보였다.
“홍벽문 문주님도 오랜만입니다.”
“하하! 현 문주, 오랜만이요.”
어머니에게 안겨 어머니 어깨 너머로 이리저리 구경하던 내 귀가 쫑긋해진다.
‘홍벽문 문주? 그 씨발놈의 새끼?’
거의 반사적으로 내 얼굴이 움직였다. 어깨 너머로 반대편을 보고 있던 내 얼굴이 180도 회전하면서 아버지와 인사를 나누는 놈을 향한다.
염소수염에 실눈을 가진 놈이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이 새끼가 홍벽문 문주 홍진탁이라 이거지. 내가 언젠가는 네놈 모가지를 꼭 따고 만다. 기다려라.’
수라검신 때 내 것을 건드린 놈을 살려두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호의를 베풀면 권리인 줄 알고 뒤통수 치는 놈들이 이곳 세계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생산한 아기군요. 축하합니다. 부인께서는 날로 예뻐지시는군요.”
“고마워요. 홍 문주님.”
어머니는 홍진탁의 칭찬에 의례적인 감사인사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나는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놈의 눈빛이 어머니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홍진탁의 음습한 눈빛과 음흉한 눈빛이 내 눈에 딱 걸렸다.
‘이 새끼가? 나중에 커서 언젠가는 따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생기는 대로 모가지를 따야겠네.’
내 것을 노리는 놈은 봐줄 수가 없지.
지부의 연회는 공식 식순만 진행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객이 인사하는 시간만 한 시진은 걸린 것 같았다. 이어지는 인사말과 축하공연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이어지는데 두세 시진 이상은 지난 것 같았다.
“어머, 무비가 왜 울지를 않지?”
“진매, 무비가 울지 않는 것이 어쨌다는 거요?”
“젖 달라고 안 하네요.”
“하하, 화려한 연회를 보느라 무비가 배 고픈 것을 잊은 것 아니요?”
‘아버지, 제가 배고픈 것을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배고픈 것을 참고 있는 거지요.’
사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참는 중이다.
“그런가? 하여간 무비가 칭얼대지 않으니 편하기는 하네요. 우리 무비는 어디서나 엄마를 편안하게 해주는 효자예요.”
“그러게 말이요. 무비가 칭얼대면 젖을 물려야 할 것 아니요.”
행사가 오래 진행되면서 젖먹을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칭얼거리지 않았다. 내가 배 고프다고 칭얼대면 어머니를 내게 젖을 먹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호시탐탐 어머니를 노리는 홍진탁 저 새끼가 어머니의 젖을 훔쳐볼 것이 뻔했다.
이 시대에 아기 젖먹이는 것은 흉이 아니다.
시아버지 앞에서도 젖을 꺼내 젖먹이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그러니 내가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어머니는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젖을 꺼내 물릴 것이다.
그것이 싫었다.
‘홍진탁 저 새끼가 아버지와 나만 공유하는 어머니 젖을 음탕한 눈으로 쳐다보는 꼴을 볼 수는 없지. 내가 차라리 한 끼를 굶고 말지.’
굶주림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내가 배고픔까지 참아가면서 어머니를 색마로부터 보호하는 중이다. 나는 어머니가 예뻐하는 효자 현무비니까. 배고픔 정도는 참을 수 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