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활강시왕(2)
독하고 음산해 보이던 활강시왕 언도석의 눈동자는 힘을 잃고 있었다.
“이름부터 물어볼까. 이름이 뭐지?”
“내 이름? 킥, 언도석이다.”
허공에 시선을 두던 언도석이 나를 바라보면서 대답하는데, 여전히 눈에는 힘이 없는 상태다.
“별호가 활강시왕이 맞지.”
“맞다. 나는 활강시왕이다.”
조금 전까지 단검에 고문을 당할 때만 해도 나를 비웃으며 대답을 거부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대단하네. 이놈이 이렇게 순순히 입을 열다니.”
“훗, 내가 말했잖아. 고통이 아니라 환락이나 환각을 이용해도 된다고.”
“그래, 네 말이 맞아. 어쨌든 자백술이 먹힌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물어볼까.”
먼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부터 물어야지.
“이곳에서 주민들을 잡아서 목내이를 만든 것이 네가 한 짓이 맞느냐?”
“킥, 그렇다. 내가 했지.”
“왜 목내이를 만든 거지? 목적이 뭐냐?”
“독혈강시를 만들기 위해서 시험을 하는 중이었다.”
“독혈강시? 그건 일반 강시랑 뭐가 다른 거지?”
강호에 견문이 있는 나도 처음 들어보는 강시다. 당비취 역시 처음 듣는 낱말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피가 독으로 채워진 강시다. 몸 안의 피를 빼내서 독혈로 만든 뒤에 다시 독혈이 된 피를 채워 넣으면 독혈강시가 된다.”
몸 안의 피를 빼냈다가 다시 채워 넣는다고?
이건 채혈한 피를 다시 수혈하는 수준인데?
언도석의 실력이 이 정도였나?
“독혈강시를 왜 만들려는 것이냐?”
“킥, 독혈강시를 만들면 엄청난 힘을 가진 강시군단을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 전체가 독혈이라서 독혈강시의 공격에 당하면 고수라 해도 즉사한다. 또한 독혈강시에게 부상을 입히는 순간 터지는 피가 공격무기가 되어 독혈에 중독되지. 보통의 무인 실력으로는 독혈강시를 상대하기 어렵다.”
“오빠, 이자 말대로 전신을 독혈로 만든 강시라면 무서운 존재인 게 분명해. 공격도 어렵고, 공격이 성공하는 순간 터지는 독혈 때문에 상대도 중독되잖아.”
독혈강시가 그렇게 존재라고? 그런 강시를 이놈 혼자서 만들어서 뭐 하려고?
“독혈강시를 만들어서 네놈이 무림제패라도 할 생각이었던 거냐?”
“킥, 강시 몇 백 구로 무슨 무림제패를. 그리고 나는 무림제패 같은 야욕이 없다. 그저 강시 만드는 것이 즐거워서 만드는 것뿐이다.”
“그럼 독혈강시는 누가 이용하려고 만드는 거지?”
“개천혈교에서 이용할 것이다. 놈들이 내게 독혈강시 제조를 의뢰했다.”
“개천혈교에서? 놈들이라면 독혈강시를 이용해서 무림제패에 사용할 수 있지.”
그렇다면 지금 이곳에서 활강시왕이 벌이고 있던 짓은 단독행위가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럼 독혈강시는 개천혈교의 의뢰를 받아서 만드는 것이냐.”
“그렇다.”
“독혈강시 제조법은 완성되었고?”
“거의 완성되어 간다.”
“제조법을 개천혈교에 넘겼고?”
“지금까지 진행한 것까지는 넘겼다.”
“그럼 활강시왕 네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독혈강시 제작이 가능한 것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강시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만들 수 있다.”
이것 생각보다 큰 문제인데. 만약 개천혈교 놈들이 독혈강시를 앞세우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겠는데.
“독혈강시는 약점이 없나?”
“킥, 아직 미완성이라 약점이 있다.”
“뭐가 약점이지?”
“뇌가 독혈에 중독되어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뇌가 제대로 제어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있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상대한다. 후방 공격에는 취약하다는 뜻이다.”
흠, 그런 약점이 있다 이거지. 중요한 약점이네.
그래서 이놈이 사람들을 잡아다 독혈강시 완성을 위해 실험하고 있었더군.
그럼 이놈을 죽이면 독혈강시는 미완성으로 남는다는 이야기잖아.
이제 지옥혈왕에 대해서 물어봐야지.
“22년 전에 지옥혈왕을 강시로 만드는 데 참여한 적이 있나?”
“킥, 물론이다. 내가 지옥혈왕을 강시로 만들었지.”
“개천혈교가 요청해서 한 것인가?”
“그렇다. 내게 요청했고, 흔쾌히 승낙했지.”
“그때 지옥혈왕은 죽을 몸이어서 다른 몸이 필요했다. 지옥혈왕을 다른 몸으로 이전시킨 건가?”
“그랬다. 지옥혈왕을 다른 몸으로 이전시켰다.”
“그 이전시킨 몸의 주인은 누구지?”
“모른다. 나는 부탁받은 일만 했을 뿐 신체까지 구하지는 않았으니까.”
활강시왕은 강시로 만든 신체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혹시 신체의 주인공이 특이 체질 아니었나? 현천절맥 같은 것 말이다.”
“현천절맥의 신체를 가진 것이 맞다. 그 신체를 가진 자만이 지옥혈왕의 몸을 이전시킬 수 있으니까.”
“왜 현천절맥을 가진 자만 지옥혈왕의 몸을 이전할 수 있는 거지?”
“마기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몸으로는 지옥혈왕의 마기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해서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가 되면 몸이 터져나가고 만다. 그러나 현천절맥은 기운을 축적할 수 없는 체질이라 지옥혈왕의 마기를 받아들이면서도 몸이 터져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현천절맥의 신체가 필요한 것이다.”
그랬었군. 이제 이해가 된다.
개천혈교에서 지옥혈왕 신체로 악주필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 현천절맥을 가진 신체이기 때문인 것이다.
보통 사람은 지옥혈왕의 마기가 한계치를 넘게 축적되는 순간 몸이 터져나가지만, 기를 축적하지 않는 현천절맥은 지옥혈왕의 마기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현천절맥이 필요한 이유는 이해가 되었고.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이 존재한단 말이야.
“지옥혈왕의 영혼을 이전하려면 마령이혼환이라는 영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마령이혼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영혼의 이전이 가능한 거지?”
“킥, 마령이혼환이 없다면 영혼의 이전은 불가능하다. 개천혈교 간부들도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 못 해서 나를 부른 거지.”
“너는 영혼의 이전이 가능한 것이냐?”
“나도 불가능하다. 나는 강시술사지 영환술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개천혈교에서 왜 활강시왕 너를 초대한 것이냐?”
“영혼의 이전은 불가능해도 영혼을 담은 두뇌의 이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지? 두뇌는 이전이 가능하다니?
당비취 역시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눈빛이다.
“오빠, 이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두뇌의 이전이라니?”
“글쎄 나도 처음 듣는 말이라. 더 물어보자.”
“두뇌의 이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냐?”
“살아있는 사람의 두뇌를 꺼내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두뇌 이전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두 개의 신체를 강시화시킨다. 그런 후에 지옥혈왕의 두뇌를 꺼내서 다른 강시의 몸으로 이전 교체하면 된다.”
“어머, 세상에? 그런 게 가능한가?”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잖아. 강시라서 가능한 수법이야.”
정말로 상상도 안 가는 수법이다.
두 개의 몸을 강시로 만들면 반인반신의 상태가 되어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몸이 된다.
이 상태에서 두뇌를 옮기는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지옥혈왕의 영혼이 담긴 두뇌가 이전되는 것이다.
마령이혼환을 이용한 방법은 새로운 신체에 영혼 자체를 옮기는 방법인데, 활강시왕이 사용한 방법은 두뇌 자체를 옮기는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가만? 이렇게 되면 두뇌를 잘라서 옮겨야 하니 죽은 것 아닌가?
아닌가? 강시니 안 죽은 건가? 이 상태로 깨어나면 지옥혈왕이 부활하는 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힘들게 마령이혼환을 이용해서 영혼을 옮길 필요가 없잖아.
그리고 20년 넘게 지옥혈왕이 부활하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이 안 되고.
“두뇌를 이전하는 것하고 마령이혼환을 이용해 영혼을 옮기는 것의 차이가 뭐냐?”
“마령이혼환을 이용한 마령이체술은 새로운 육신이 새로운 영혼에 지배를 받는 것으로, 온전히 새 육신의 지배자로 이전이 되는 것이다. 반면 강시술을 이용해 두뇌를 옮기는 것은 두뇌만 옮기는 것이고 영혼을 옮긴 것이 아니라 새 육신의 지배자가 될 수 없다.”
“그건 왜 그렇지? 왜 두뇌를 옮겼는데, 영혼은 안 옮겨진다는 거지? 영혼이 그 두뇌에 있지 않나?”
“킥, 영혼은 두뇌에 있다. 그 영혼을 다시 활성화시킬 방법이 없는 거지.”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활강시왕 이놈이 사용한 수법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수법들이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당비취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 둘의 대화에 빠져들고 있다.
호기심 많은 당비취는 활강시왕의 수법이 신기하면서도 기발한 것이다.
“왜 영혼은 활성화가 안 되지?”
“킥, 두뇌를 잘라서 옮기지 않았느냐. 두뇌를 자르는 순간 그 두뇌는 죽는다. 두뇌가 심장과 연결이 끊어져서 적출되는 순간 그 두뇌는 죽은 두뇌가 되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다시 사람으로 살아날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가만 그 이야기는 지옥혈왕이 부활할 수 없다는 말 같은데.
“그럼 지옥혈왕이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인가?”
“영혼을 옮긴다면 부활이 가능하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금방 두뇌가 죽어서 다시 살아날 수 없다며?
아니지, 내가 지금 흥분할 때가 아니지. 잘 달래서 설명을 들어야지.
“지옥혈왕이 어떻게 다시 부활할 수 있지?”
“마령이체술로 영혼을 옮기면 가능하다.”
“강시가 된 두뇌는 살아날 수가 없다면서 어떻게 영혼을 그 몸에 옮기는 거지?”
“두뇌를 옮긴 몸은 살아날 수 없다. 새로운 신체를 구해서 옮겨야지.”
가만 그러니까…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지옥혈왕의 영혼을 옮기지 못하니 영혼이 담겨있는 두뇌를 악주필의 몸으로 옮겼단 말이야.
두뇌를 옮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지옥혈왕과 악주필의 신체를 강시화 시키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서 악주필의 몸으로 두뇌를 옮겼지만 두뇌가 신체에서 단절되는 순간 두뇌는 사망.
그러나 두뇌 자체에는 지옥혈왕의 영혼이 있는 거고.
다시 말해서 악주필의 두뇌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은 없지만, 악주필의 두뇌에 지옥혈왕의 영혼은 봉인된 상태라 이거 아니야.
그래서 악주필의 두뇌에 봉인된 영혼을 다른 신체로 옮기면 지옥혈왕이 부활하는 것이고.
그리고… 악주필의 두뇌에 봉인된 지옥혈왕의 영혼을 마령이체술을 이용해 다른 신체로 이전하려면, 필요한 신체는?
─ 악천군!
그래,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지네.
개천혈교 놈들이 지금까지 지옥혈왕을 부활시키지 못한 이유는 두뇌가 죽은 강시 상태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악천군의 몸을 납치해서 강시화된 악주필의 두뇌에 봉인된 지옥혈왕의 영혼을 악천군의 몸으로 이전시키면 지옥혈왕이 부활하는 거지.
지옥혈왕에서 강시 악주필로, 다시 악천군으로 단계를 밟는 거다.
그래서 악천군이 중요한 거였군.
결국 지옥혈왕이 부활하는 몸은 악주필이 아니라 악천군의 몸이 된다는 이야기잖아.
자 이렇게 해서 적안혈수에게 쫓기던 세작이 ‘악천군’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은 이유가 이해되네.
결국 지옥혈왕 부활의 핵심은 ‘악천군’이었어.
이렇게 해서 악천군에 대한 궁금증과 지옥혈왕의 부활 과정에 대한 것, 강시로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었고.
두 가지는 아직 이해가 안 되네.
검각산에 보관하던 신체는 누구의 신체이며 왜 그토록 개천혈교에서 필사적으로 보관을 했는지.
그리고 악천군이 지옥혈왕의 부활을 위해 필요한 신체라면 왜 아직까지 납치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