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도둑맞은 신물(2)
“청운 장로님, 신물을 보관한 장소가 어디입니까?”
“장경각 옆의 수장고요. 안내하겠소이다.”
수장고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주요 건물 사이에 있는 건물이었다.
“수장고라 그래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을 줄 알았는데 주요 건물 사이에 있네요.”
“의식을 자주 하다 보니 물건을 자주 꺼내고 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면 도적들이 오가다 눈에 뜨이기도 쉽고요. 외진 곳에 있는 건물이 도적에는 취약한 편이죠.”
“그렇지요. 사람이 오가지 않은 외진 곳이 도적에게는 더 취약하죠.”
수장고는 꽤 큰 건물인 장경각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 크기는 크지 않지만 입구의 문부터 철문으로 만든 것이 꽤 튼튼하게 만든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이곳이 수장고요. 제수나 의식에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보관하는 곳이지요.”
“평상시에는 경계가 심한 곳인가요?”
“보통 때는 경계가 삼엄한 곳이지요. 신물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물품들.
제수용 칼을 필요해서 각종 도구들이 가지런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일반적인 검과는 달리 청옥으로 만들거나 백옥으로 만든 검을 비롯해 아름다운 검들이 꽤나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칼들이 정말 예쁘네요.”
“제수용 검이니까요. 옥으로 만들어서 화려하고 예쁜 검이지요.”
검 외에도 부채도 있고, 향과 초도 있고, 제기를 비롯해 다양한 물건들이 빼곡하게 선반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영단을 보관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은 없다.
“장로님, 자소단도 이곳에 보관하는 것이 맞습니까? 영단을 보관하는 상자 같은 것이 안 보이는 듯한데요. 그리고 자소단처럼 귀한 영단을 그냥 이런 물건 올려놓는 선반에 올려두는 것도 좀 이상해 보이고요. 어딘가 꼭꼭 숨겨서 보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흠흠, 비밀장소에 보관하고 있소. 하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알려줄 수 없소.”
비밀장소? 그럼 도적은 어떻게 훔친 거야?
“그럼 도적이 그 비밀장소를 찾아냈다는 뜻이 아닙니까?”
“흠, 그런 것 같소.”
이것 봐라? 비밀장소에 숨겨둔 자소단을 찾아냈어? 그 이야기는 비밀장소가 어딘지 알고 있다는 뜻인데. 그걸 어떻게 알았지.
“장로님, 태청변리음양이 있었던 곳은 어디입니까?”
“여기 이 선반이오. 바로 이 검이 제수용으로 사용하는 태청음양검이고, 이 옆에 나란히 두었소. 그런데 태청변리음양만 감쪽같이 없어졌소.”
“자소단도 같이 없어졌지요.”
“흠흠, 그렇소.”
살짝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는 청운 장로.
나는 선반 쪽의 물건들과 장소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수장고 안을 몰래 살핀다.
자소단을 숨겨놓을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보이지 않는다.
자소단을 숨겨둘 만한 장소는 눈에 보이는 곳에 없었다.
“장로님, 자소단을 숨겨둔 장소를 묻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장소를 알고 있다면 누구나 그 장소를 열기만 하면 바로 꺼낼 수 있는 구조입니까?”
“흠,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일단 자소단이 든 상자를 꺼내려면 기관을 좀 작동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간단한 구조는 아니지요.”
그렇다면 이건 비밀장소를 모르는 외부인이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혹시 그동안 무당파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퇴출된 제자들이 있습니까?”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요?”
청운 장로는 뜬금없이 퇴출 제자를 묻자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럽니다.”
“퇴출 제자하고 이번 사건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오. 하여간 최근에는 없었소.”
“최근에 없다면 그전에는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옛날에는 누가 퇴출되었습니까?”
“청안이라는 제자가 퇴출된 적이 있소. 벌써 십수 년 전 일이요.”
“무슨 일로 퇴출되었습니까?”
“허락 없이 신도가 맡긴 시신의 영혼을 불러내는 일을 하다가 발각되어서 퇴출되었소. 무당파에서는 금지되는 의식을 했었소.”
“청안이면 장로님하고 도호 돌림자가 같군요.”
“그렇소. 나와는 동기인 친구였지요. 같은 동기로 무당에 입문했으니까 말이오.”
“혹시 그 사람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흠, 조금 음습한 행동을 했었지요. 대개 무당 도사는 등선을 위한 도력 정진에 힘쓰거나 무공에 힘쓰거나 하는 편인데, 청안 그 친구는 도력 정진에 힘쓰는 것도 아니고 무공 수련에 힘을 쓰지도 않았소. 관심 분야가 처음부터 달랐던 것 같았소.”
“어떻게 음습했던 거죠?”
“이상하게도 제수의식에는 큰 관심을 보였소. 영혼을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았었지요. 결국에는 무당파에서 금지한 삿된 술법을 시험하다가 발각되어서 퇴출된 거요. 알고 보니 퇴출되기 전에도 사악한 술법을 자주 시행했던 것으로 밝혀져서 당시에 무당 장로들을 꽤 놀라게 했지요.”
사악한 술법에 영혼을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아? 이건 환혼술사들의 취향하고 일치하는데?
“혹시 퇴출된 이후의 행적은 압니까?”
“모르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후에도 혼을 다루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소문만 얼핏 들었소이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모르오.”
“혹시 그 퇴출된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아십니까? 가문이나 또는 이름이나 이런 것 말입니다.”
“출신 가문은 모르오. 습씨였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습씨라고? 느낌이 쎄하게 올라온다.
“혹시 습유평 아닙니까?”
“아, 맞소. 습유평이었소.”
두 손을 마주치면서 기억이 났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는 청운 장로.
그러다가 나를 쳐다보면서 눈이 더욱 커진다.
“가만, 그런데 현 소협이 어찌 청안의 속가명을 알고 있는 거요?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잊고 있었던 이름인데?”
나는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가볍게 웃어줄 뿐이다.
“제가 관련성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만 더 이곳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수장고 안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바닥까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자 옆에서 지켜보는 청운 장로와 손연설은 궁금한 표정이 가득하다.
좀 더 살핀 후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궁금해하는 청운 장로.
“현 소협, 무슨 단서라도 찾은 거요?”
“일단 누가 훔쳤는지는 알아냈으니 단서는 찾은 셈이지요. 그리고 그자가 남긴 흔적도 확인했고요. 그러니 추적할 일만 남았죠.”
“단서를 찾았단 말이요? 도대체 무슨 단서가 있단 말이요? 그냥 물건만 없어진 상태일 뿐인데.”
“급히 움직이다 보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저는 도적을 잡기 위해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허어, 정말로 도적을 잡을 수 있다는 거요?”
청운 장로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자신들이 샅샅이 살펴봤지만 아무 것도 발견 못 했는데, 나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범인을 추적할 단서는 있으니 해 봐야죠.”
수장고를 나온 후에 짐을 챙겨 무당산을 내려가자 손연설이 고개를 내민다.
“무비야, 아까부터 궁금한 것인데. 범인이 습유평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안 거야?”
“내가 아까 수장고를 확인하면서 자소단 비밀보관 장소를 찾아보았는데 발견할 수가 없었어. 그렇다면 전투 중 혼란을 틈타서 들어온 도적이 짧은 시간에 수장고의 비밀보관 장소를 발견할 가능성 역시 낮지. 아니, 애초에 자소단이 비밀보관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비밀보관 장소를 찾을 생각을 하지. 그러니 자소단이 비밀보관 장소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위치나 기관을 여는 방법까지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그럼 도둑이 무당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거야?”
“그렇지. 그런데 무당 내부자가 태청변리음양을 훔칠 이유가 없거든. 그러니 무당을 아는 외부인. 즉 무당에서 퇴출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거야.”
“그래서 무당에서 퇴출된 사람을 물어본 거였구나. 그럼 습유평이라는 그 사람이 범인인 것이 맞아?”
“맞아. 습유평 그자가 누구인지 몰라?”
습유평의 이름을 귀곡의 손광 문주에게 들었는데, 손연설은 모르는 듯한 표정이다.
“응? 습유평이 누구냐고? 가만, 그러고 보니 아주 낯선 이름은 아니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산을 내려가면서 골똘하게 생각하는 손연설. 습유평이 누군지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모양이다.
“습유평… 습유평… 아, 그 사람 절대쌍술사? 생각났어. 귀안술사! 귀안술사의 이름이 습유평이었어.”
“맞아. 귀안술사 습유평이 이번에 태청변리음양을 훔친 도적이야.”
손연설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말했잖아. 내부를 아는 외부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자가 왜 태청변리음양을 훔친 거지?”
“습유평의 직업이 뭔지 생각해 봐.”
“환혼술사지. 영혼을 불러내는 직업. 그래서 태청변리음양을 훔친 건가? 그자가 무당에 제자로 있을 때부터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을 했다고 하잖아.”
“맞아. 영혼을 불러내기 위해서 태청변리음양을 훔친 거야.”
“좋아, 그럼 범인이 습유평이라고 하면, 그자를 어떻게 잡을 거야? 이미 그자가 물건을 훔쳐간 지 보름 가까이 되잖아. 보름이면 그자는 중원 곳곳으로 도주하고도 남는 시간이잖아. 이미 자기 집으로 돌아갔을 걸. 그런데 어떻게 추적해. 무려 도둑맞은 지 보름이나 지난 그자를 추적할 수 있는 거야?”
“수장고에서 찾은 단서들을 이용해서 찾아 봐야지.”
“수장고에서 단서를 찾았어? 내가 보기에는 그냥 수장고로만 보이던데?”
“사람이 움직이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야. 아주 미세한 흔적이지만.”
“수장고에 무슨 흔적이 있다는 거야?”
“일단 두 가지 단서를 남겼어.”
“무슨 단서?”
“하나는 유황가루.”
“유황가루?”
“응, 바닥에 노란 유황가루가 있었어. 워낙 미세해서 자세히 보지 못 하면 발견할 수 없지. 그냥 먼지처럼 보일 수도 있고, 황촉 가루처럼 보일 수도 있고. 황촉가루야 제수용 초로 많이 사용하니 흔한 가루로 혼동할 수도 있지. 하지만 냄새까지 맡아보니 유황가루가 틀림없어.”
“유황가루가 왜 바닥에서 발견된 거지?”
“왜겠어. 유황이 있는 곳에서 왔다는 이야기지. 유황이 있는 곳에서 지내니 신발 틈 사이에 유황가루가 묻어 있었던 것이고, 수장고에서 움직이는 동안 그 가루 일부가 떨어진 거지.”
“유황이 있는 곳? 그럼 유황광산이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잖아?”
손연설은 비로소 내가 말한 단서의 의미를 파악하는 모양이다.
“맞아. 첫 번째 단서는 유황이 생산되는 곳이야.”
손연설의 눈이 커지는데 내게 향한 존경심이 포함되는 것 같은 눈빛이다.
“와아, 대단하다. 그냥 먼지만 자욱한 곳 같은데 그곳에서 유황을 찾아내다니. 유황이 생산되는 지역이 어디지?”
“두 곳이 있지. 하나는 산동의 태안주가장, 다른 하나는 영보현에 잇는 영보응가구.”
“영보에 유황광산이 있어? 그럼 영보로 갈 거야?”
영보로 갈 거냐고? 당연히 영보로 가야지.
“그렇지. 일단은 영보로 가 봐야지. 이곳에서 가까운 곳이 하남성 영보니까. 습유평이 영보에 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만약 영보에서 습유평을 발견 못 한다면 산동의 태안주가장에도 가 봐야 하고.”
내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도적으로 의심되는 귀안술사 습유평을 잡기 위한 추격전이 시작되는 것이다.